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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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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4.08.30 07:0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2,385
추천수 :
496
글자수 :
115,573

작성
24.08.30 09:20
조회
898
추천
29
글자
10쪽

배신과 부활.

DUMMY

“죽여주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시원한 바람.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섬들까지.


“좋지?”


“어. 좋네. 그런데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낚시를 가재? 그것도 섬 낚시를.”


“술도 한잔하고 별 구경도 하려고 그러지.”


“안 하던 짓하면 죽을 때라던데. 죽을 병 걸린 거 아니냐?”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즐겨.”


“그래. 오늘은 그냥 푹 쉬자.”


회사 일에.

가장 노릇에.


알게 모르게 요즘 지쳐있었다.


그걸 아는 찬수라서 일부러 이런 일을 만들었을 거다.


항상 그랬다.


내가 힘들 때 항상 옆에서 있던 건 찬수다.


와이프인 은혜보다 더 가까운 사이.


1박 2일.


유부남이라면 말로만 듣던 단어 아닌가?


은혜도 찬수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 해줘서 다행이다.





“한잔 하자.”


“좋네.”


무인도 바위에 앉아서 자연산 회에 소주 한잔.


죽여준다.


거기에 평생지기가 함께라면, 이게 바로 천국이지.


“크으. 술이 달다 달아.”


“그러게.”


내 호들갑에도 찬수는 평소처럼 슬쩍 웃으면서 받아준다.


그런 찬수의 잔에 한 잔 더 따라줬다.


찬수는 내 잔에 한 잔 더 따라주고.


“너는 연애 안하냐?”


평소라면 부담될까봐서 하지 않았던 질문.


한 잔 들어간 김에 물어보았다.


“하고 있는데 몰랐냐?”


“진짜? 네가 연애하는데 내가 몰랐다고?”


평일이건 주말이건 우리 집에 놀러오는 놈이 언제 연애를 하고 있었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진짜?”


“당연하지.”


찬수 놈이 연애하는데 내가 몰랐다니 이해가 가지 않지만, 뭐가 되었든 잘된 거긴 하지 뭐.


그런데 결혼?


“야. 결혼은 신중하게 생각해라.”


“너는 해놓고 뭔 소리야?”


“매일 보면서도 그러냐? 하지 마.”


“너는 항상 그러더라. 좋은 건 너가 다 차지하고.”


항상 웃는 얼굴인 찬수가 표정을 굳힌다.


저 표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결혼할 때 저런 표정이었지.’


그때 다른 친구 놈들이 놀렸다.


찬수가 은혜한테 시우 빼앗겨서 질투한다고.


“뭔 소리야. 내가 언제?”


“은혜도 내가 먼저 친해진 거 알지?”


찬수 따라서 들어간 동아리에서 은혜를 처음 만나기는 했지.


“네 덕분에 결혼 지옥에 빠졌잖냐.”


셋이 같이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결혼식장에 은혜하고 같이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먼저 좋아했었다.”


“뭐야. 그랬냐?”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네.


“은혜도 그랬고.”


아무리 우리 셋 다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조금 선을 넘는 것 같은데.


“취했냐?”


“소라가 나를 많이 닮지 않았냐?”


“이 새끼가!”


“멍청한 새끼.”


놈의 그 한 마디에 이성이 끊어져 버렸다.


놈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바위위에 쓰러진 찬수 놈.


“퉤. 이건 그동안 속인 값으로 퉁 치마.”


“이 새끼가 진짜!”


반 죽여 놓기 위해서 달려들려는 순간.


“은혜도 동의한 거다.”


“뭐?”


“소라가 더 크면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르니까. 지금이 적당해.”


“개소리 그만 하라고!”


“너 생명보험하고 유산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고 소라가 크면 다 물려주마.”


“이게 진짜!”


일어서는 찬수 놈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휘청.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거... 왜 이래.”


“약효가 이제 도나보네.”


“이... 개...”


시야가 핑 돈다.


어느새 찬수 놈의 신발이 내 눈앞에 놓여있다.


들이쉬는 숨에 바위의 짠 냄새가 한껏 들어온다.


“그러게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냐? 그리고 술 마시면 바위 위에서는 조심했어야지. 실족사가 뭐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미쳐버릴 것만 같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놈이 내 몸을 붙들고 바위 끄트머리로 끌고 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그저 마음속으로만 분노를 발산하는 수밖에는.


“잘 가라. 은혜하고 소라는 걱정 말고.”


놈의 개소리와 함께 세상이 빙글 돌았다.


하늘.

수평선.

바닷물.


풍덩!


수면에 반사되는 햇살이 점점 더 멀어진다.





*****


[차원전장 준비.]


하늘 위에서 내려온 빛이 서해의 섬들을 훑어낸다.


[생명체 배제. 복사 완료.]


스으으...


섬들과 바다가 하늘로 떠오른다.


그 밑으로 보이는 것은 떠오르는 것들과 완전히 똑같은 섬들과 바다였다.


[차원전장 준비 완료.]

[플레이어 소환 시작.]


[1/100]

[2/100]

[3/100]

...

[63/100]


[소환 완료. 시작합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달빛이 부서지는 바닷가.


“이제 하나 남았군.”


검은 피풍의를 입고 무협식 장검을 든 남성이 입을 연다.


“고블린보다 더 짜증나게 만드네.”


음산한 기운이 흐르는 로브를 입은 남성이 응답한다.


그런 로브남의 앞에는 금속 갑옷과 방패, 롱소드를 착용한 망자가 서 있었다.


“강시가 몇 구였는데 정면 승부를 하나? 이게 전부 다 전략이라네.”


“생긴 건 돌격만 외칠 것 같은데 말이지.”


“이제 그만 끝을 내도록 하지.”


“그래 빨리 끝내고 가자. 네놈을 잡아 죽일 방법을 연구해야 하거든.”


“뜻이 통하니, 다행이로군. 가겠네.”


무림인이 검을 치켜든다.


우웅!


검기가 불쑥 튀어나온다.


“뼈 강화. 피부 강화.”


네크로맨서의 마법이 망자의 몸으로 스며든다.


그러자 망자가 무림을 향해 방패를 치켜들고 주인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스윽.


무림인이 가볍게 몸을 날린다.


철퍽. 퉁. 통. 통.


육지가 아닌, 바다 쪽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에 망자도 위치를 변경한다.


“비행 마법도 아니면서!”


“등평도수라네.”


“하여간 재수 없기는!”


수면을 박차며 몸을 날리는 무림인을 향해 네크로맨서가 먼저 손을 내민다.


“뼈 화살.”


튀어나간 뼈 조각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타탓.


공중에서 왼쪽 발등을 오른쪽 발바닥으로 밟고 튀어 오르는 무림인.


그런 그의 밑으로 허무하게 지나가버리는 뼈 조각.


“뼈 폭발!”


네크로맨서가 소리친다.


콰앙!


폭발한 뼈 조각들이 무림인의 등을 뚫을 듯이 날아든다.


그때 열리는 무림인의 입.


“그레이트 쉴드.”


쨍강.


무림인의 몸에서 터져 나온 막이 뼈 조각을 막아내고 깨져나간다.


그 충격을 이용해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달려든다.


그런 무림인을 향해 방패를 들이미는 망자.


“합.”


퉁!


검기 가득한 검 대신에 주먹이 방패를 가볍게 타격한다.


푸확!


단단한 방어구의 틈으로 망자가 피를 뿜어낸다.


슈화악!


그러나 망자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롱소드를 찔러 넣는다.


“역시나 일반적인 강시와는 다르단 말이지.”


그 공격을 기묘한 발걸음으로 흩어내는 무림인.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치켜든다.


“유성은하참.”


번쩍.


금속 갑옷을 입은 망자의 온몸에 구멍이 뻥 뚫린다.


털썩.


망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서진 관절들이 망자의 몸을 해변가에 처박아 버린다.


망자가 기를 쓰고 움직여보려 버둥거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후우. 역시 내공 소모가 상당하구먼.”


상당히 무리했는지 검기가 흐려졌다.


물 위에 떠 있던 몸도 물속으로 잠겼다.


그러함에도 말투에 여유가 느껴진다.


망자가 없는 네크로맨서는 일반 마법사보다 더 약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쯧.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2등에 만족해야겠군.”


네크로맨서도 인정하듯이 말을 한다.


공격 마법들이 있지만, 망자가 없으면 무림인의 빠른 속도를 잡아내지 못한다.


차원전장에서 익힌 무공도 검기를 사용하는 무림인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승부는 끝이나 마찬가지.


“다음번에 만나게 되면. 더 강한 강시를 데리고 오게나.”


“다음번에는 너를 망자로 만들어 부려주마.”


“기대하겠네.”


허리까지 잠긴 몸을 움직여 네크로맨서의 앞으로 걸어오는 무림인.


그런 무림인을 바라보는 네크로맨서.


포기한 줄 알았던 네크로맨서의 입이 열린다.


“지금!”


푸확!


“크헉!”


망자의 손이 무림인의 아랫배를 뚫고 들어가 있었다.


어둠 가득한 바닷물 속에서 시작된 공격에 무공의 고수도 피할 수 없었다.


소모된 내공과 기나긴 전투의 끝이라는 안도감이 불러온 방심의 대가다.


“크하하하! 원혼 가득한 시체가 운 좋게 그곳에... 컥!”


네크로맨서의 이마에 솟아나듯이 박혀있는 검.


“쿨럭. 이번에는 진짜 놀랐다네.”


단전이 박살났기 때문에 근력으로만 던진 검이다.


그러나 아이템들 덕분에 내공 없이도 이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우승은 오랜만...”


철퍽.


물속으로 처박히는 무림인.


남은 것은 멍하니 서 있는 망자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밤이 낮이 되고, 낮은 다시 밤이 되었을 때까지 망자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차원전장의 하늘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오류감지. 문제 해결 프로토콜 발동.]


[오류 발견... 해결책 확인 중.]


[신규 플레이어로 등록합니다.]


[차원전장이 종료되었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


“아.”


정신을 차렸을 때는 대기실이었다.


주인이었던 네크로맨서와의 접속은 완전히 끊긴 상황.


어쩌다보니 주인 없는 망자가 되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이전 주인의 지식을 일부 이어받았기 때문에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첫 접속 보상을 습득합니다.]


[랜덤 기술북.]


손에 생성되는 낡은 책자 하나.


이게 좋은 것이기를 기도해본다.


“습득.”


[강시공을 습득합니다.]


파앗.


낡은 책자가 사라지고 낯선 지식이 뇌를 파고들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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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샤프니스 나이프. +1 24.09.02 660 25 10쪽
4 첫 살인. +1 24.09.01 671 25 10쪽
3 마법 반지 +1 24.08.31 689 25 11쪽
2 강시공. +3 24.08.30 762 29 12쪽
» 배신과 부활. +1 24.08.30 899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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