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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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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4.08.30 07:0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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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4
추천수 :
496
글자수 :
115,573

작성
24.09.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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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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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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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선택.

DUMMY

‘운이 좋았어.’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남은 생존자는 그대로 52명.


아마도 몬스터들의 기습으로 인한 혼란은 끝이 나고,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나보다.


아이템은 포기하고 필드 몬스터 사냥을 가려고 하는 순간, 폭포 뒤로 향하는 인영을 발견했다.


곧바로 따라 들어가 기습.


다행히 마법사는 경험이 부족했는지, 반격 대신에 대화를 시도했다.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대화는 무슨.’


안일하기 그지없는 대응.


덕분에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보기 그러니까 치우자.’


마법사의 시체를 집어 들었다.


딱딱한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있어서 오히려 편하게 들 수 있었다.


들어서 옮기는데도 로브자락 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굳어 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늑대 시체는 아닌데, 플레이어 시체만 이러는 이유가 뭔지.


‘변태 짓을 방지하기 위해서인가?’


특이한 성욕을 가진 자들도 있으니, 그걸 방지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나는 망자니까 내가 이 시체를 어떻게 해도 특이 성욕은 아닌 건가?’


물론 성욕이 생기지는 않는다.


시체를 보고 흥분하는 변태는 아니니까.


인간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나를 인간으로 인지하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본능.


‘그만하자. 깊이 들어가면 내 정체성만 흐려져.’


이득도 없는 망상에 시간을 쏟을 이유는 없다.


‘그러고 보니 시체를 이용하던 사람이 있었잖아.’


내 전 주인이었던 네크로맨서.


그는 분명히 플레이어의 시체를 망자로 되살려 부려먹었다.


심지어 본인의 세계에서 만든 망자보다 플레이어의 시체가 더 좋다면서 애용하는 편이다.


망자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하다.


그렇다면 네크로맨서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시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더 나아가면.


‘시체를 사용하는 기술들은 허용이 된다는 가정이 성립돼.’


전 주인만 특혜를 받는 건 아닐 거니까.


‘이 부분도 주의해야겠구나.’


시체를 이용하는 존재가 네크로맨서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니까.


‘시체 하나당 한 개의 물품만 루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네.’


이런 식으로 굳어있지 않다면, 당연히 입고 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벗겨냈을 거니까.


뭐가 되었든 시체 같지 않아서 좋다.


가끔씩 이렇게 비현실적인 현상을 마주하기에 미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거다.


친구의 배신과 죽음.

망자로의 부활.


그리고 차원전장에서의 생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생존.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들이 이것은 명확한 현실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준다.


솔직히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가끔 저렇게 비현실적인 현상들 덕분에, 아주 생생한 게임을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현대인으로서의 내 양심과 법의식을 눌러주고 있었다.


나로서는 다행인 상황이다.





시체를 동굴의 구석으로 가져다놓았다.


‘자. 그러면 상자를 확인해볼까?’


동굴 가운데 놓여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 꽝도 있어?’


텅 비어있었다.


고작 이것 때문에 저 마법사와 내가 목숨을 걸었다고?


어이가 없었다.


[1단계 근력 향상 가호를 습득하였습니다.]


“뭐?”


너무 놀라서 육성을 내뱉어버렸다.


동굴 안에 내 목소리가 울린다.


황급히 자세를 낮추고 입구 쪽을 주시했다.


그러나 그런 내 경계심은 몸의 변화 때문에 한순간에 풀려 버렸다.


뿌드득.


‘아...’


온몸의 근육이 꽉 조여지는 느낌이 든다.


꽈득.


주먹을 꽉 쥐어보았다.


확실하다.


‘힘이 상승했다.’


얼마나 상승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충 느끼기에도 확 늘어났다.


‘꽝이 아니었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내 결정이 조금만 늦었다면, 이 가호는 죽은 마법사가 습득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아직까지 가호냐, 연공법이냐 고민하고 있었겠지.’


그러나 과감한 선택 덕분에 연공법도 얻고, 가호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네.’


방금 전처럼 동굴을 미끼로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느냐.


아니면 자리를 피해 숨느냐.


‘생존자는? 미니맵.’


미니맵을 켜고 생존자 숫자를 확인했다.


[생존자 51/100]


‘열 명.’


내가 제거한 것 말고는 그대로다.


잠시 욕심이 생겨났지만, 처음 전략대로 가기로 결정했다.


‘최우선 목표는 플레이어 자격 유지.’


마침, 기초 연공법까지 습득한 참이니 그걸 익혀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심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


‘다행히 맨몸으로 바람을 맞는다는 식의 조건은 없네.’


소설에서 보면, 속성력을 필요로 하는 무공이나 마력 연공법을 수련할 때는 해당 속성의 옆에서 해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 바람학파 기초 연공법도 그런 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다행이랄 것도 없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불 속성 마나를 얻겠다고 불에 손을 가져다 대거나, 물 속성 마나를 얻겠다고 잠수하는 건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기계도 아니고, 그랬다가는 마법을 익히기도 전에 죽을 거다.


‘속성은 몸 안쪽에서 정제하는 것. 마나를 구분해서 흡수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마나는 그냥 마나다.


그걸 분리해서 흡수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둘째치고, 그게 가능한 자라면 그는 대마법사일거다.


이제는 익숙해진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실 내공 심법도 가부좌를 틀 필요가 없지만, 무협지로 단련된 나는 꿋꿋하게 유지중이다.


‘시드마나를 회전시켜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인다.’


마력 연공법의 시작이다.


시드 마나를 느끼는 방법은 호흡을 멈추고 죽기 직전까지 참다보면, 순수한 생명의 마나가...


‘아... 선천진기가 시드마나구나.’


연공법에서 설명하는 시드마나의 설명이 선천진기와 동일했다.


‘운이 좋았다.’


만약 강시공이 극에 이르지 않았거나, 플레이어들을 사냥해서 선천진기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이 연공법은 시작도 못할 뻔 했다.


‘어쨌든 기초는 넘어가고. 이 시드마나를 회전시킨다는 거네.’


물론 무조건 회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회전과 정지를 반복한다.


그리고 회전 방향도 매번 다르게 해야 하고.


그 두 가지가 맞아야 바람속성의 마나가 몸에 쌓이게 된다.


‘우선 해보자.’


우우웅...


처음 치고는 쉽게 시드마나가 회전한다.


이미 내공을 움직이던 요령이 있기 때문에 적응이 된 것.


‘회전. 정지. 회전.... 정지.’


뇌에 새겨진 지식을 따라 일정 패턴을 반복하자, 주변을 흐르던 마나들이 시드마나의 회전에 휘말려 몸 안쪽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정지되는 타이밍에 맞춰, 몸 안 쪽에 쌓인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면 회전 방향에 맞춰 몸속을 휘돈다.


‘아...’


마력 연공법을 멈췄다.


이유는 바람 속성 마나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사기에 물들어버리는구나.’


구정물이 가득 담긴 그릇에 맑은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린다고 해서 그 맑은 물이 그대로 남아있을까?


‘구정물에 섞여서 같은 구정물이 되어버리는 거지.’


문제는 계속 맑은 물을 들이부으면, 구정물도 옅어진다는 것.


‘강기공의 기반이 되는 사기가 옅어질 위험이 있어.’


내 강시공과 바람학파의 마력 연공법은 맞지 않다.


이런 식이면 다른 속성의 마력 연공법도 마찬가지일 거다.


심지어는 마력 연공법들 간에도 이런 문제가 있겠지.


‘전 주인처럼 네크로맨서 학파 쪽을 익혀야겠구나.’


속성이 다르면 반발이 일어나지만, 만약 속성이 같으면?


시너지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마법 수법을 익혀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네크로맨서 연공법은 그 자체로 내 강시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그렇다면 내 다음 번 사냥감들은 무림인과 네크로맨서 계열 쪽 플레이어다.


차원전장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죽이고 뺏는 것이 기본.


그 대상은 당연히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다.


‘오히려 그걸 권장하지.’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


“슬슬 시작해 볼까?”


로웰이 어스름한 새벽녘을 맞이한다.


로웰은 이 시간대가 좋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다.


차원전장에서 처음으로 최후의 일인이 되었을 때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차원전장이 시작되고 맞이하는 첫 번째 새벽.


밤새 몬스터에 시달리다가 겨우 끝난 시간대.


모두의 긴장이 살짝 풀어지고 짧은 단잠을 청하는 이 때.


이때가 가장 좋다.


“파이어 월.”


몸속에 존재하는 불 속성의 마나들이 벽의 형태로 현실에 강림한다.


화르륵!


그 불의 벽을 향해 손을 내미는 로웰.


“윈드. 윈드. 윈드. 윈드. 윈드.”


휘우우우!!


한 가지 속성만을 익힐 수 있는 현실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이템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다른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파이어 월과 윈드의 조합.


화르르르...


급속도로 불이 번져간다.


“이번에 모일 진금이면 연공법의 등급을 올릴 수 있겠지. 아니면 마력 향상 가호를 올려도 되고.”


비운의 천재, 조루 마법사, 지식만 9급 마법사 등등으로 불리던 세월.


차원 전장과 진금의 존재를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진정한 천재 마법사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소원이 없겠단 말이지.”


숲과 나무를 태우던 불은 필연적으로 유독 가스를 만들어낸다.


원래 화재의 피해는 불에 직접 타죽는 것보다 유독 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다.


밤새 긴장한 채로 숨어 있다가 겨우 잠이 든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일 것이다.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


“좋아!”


이 전략을 세운 이후에 한 번도 최후의 1인을 놓친 적이 없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


그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더 활활 타올라라! 하하하하!”


푸르스름한 새벽의 하늘을 숲을 집어 삼키는 불꽃이 붉게 물들인다.





*****


“응? 불?”


외곽지역에서 플레이어들이 많이 포진된 호수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이어 엄청난 불이 숲을 집어 삼키며 접근하기 시작한다.


‘되돌아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목적지였던 호수의 끝자락이 눈에 보이는 순간.


오히려 속도를 높여 호수를 향해 달렸다.


쉬이익! 푹!


“크악!”


오른쪽 오금 쪽에 따끔한 느낌이 오고, 곧바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른쪽 다리에 힘이 빠져서다.


‘아이템!’


극성의 강시공을 뚫어낸 화살이라면 무조건 아이템이다.


그것도 상당한 등급의 아이템.


‘머리에 맞으면 죽는다.’


구르면서 몸을 웅크려 머리를 보호했다.


쉬이익! 쉬익! 푹. 푹.


등에서부터 몸을 관통한 화살의 촉 두 개가 눈앞으로 불쑥 솟아났다.


조금만 더 화살의 힘이 강했다면 머리까지 뚫릴 뻔 했다.


몸을 웅크린 것이 오히려 나쁜 선택이었던 것.


잠시 그대로 미동도 없이 있었다.


발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등에 손을 가져다 대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왜 루팅이...”


몸을 휘돌리면서 손을 놈의 목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휘둘렀다.


‘내 보관함! 샤프니스 나이프!’


빈손이었던 손에 순식간에 길쭉한 나이프가 생성된다.


푹.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파고드는 샤프니스 나이프.


“컥...”


짧은 단발마를 내뱉은 궁수가 그대로 쓰러진다.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이번에는 진짜 위험했다.”


쑤욱. 쑥.


등에서부터 가슴까지 관통한 화살을 잡아당겨 뽑아냈다.


육포 주머니를 보관함에서 출고해, 육포를 꺼내 입에 넣었다.


육포 주머니와 샤프니스 나이프를 다시 보관함에 넣고 죽어있는 궁수의 몸에 손을 올려놓았다.


[루팅 가능한 아이템을 표시합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관통의 합성궁, 은신 반지, 북부 레인저 기본 궁술, 은빛 늑대 가죽 갑옷 상의, 조잡한 화살통...]


“아... 시간 없는데.”


화살이 아이템인 줄 알았는데, 활 자체가 아이템이었나 보다.


그것도 강시공을 뚫어낼 정도로 강한 마법을 부여하는 마법 활.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은신 반지.


은신 반지는 설명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북부 레인저 기본 궁술.


‘뭘 선택해야 하냐.’


등급만 따진다면 단연 관통의 합성궁.


미래를 생각한다면 북부 레인저 기본 궁술.


지금 당장 가장 유용한 아이템은 은신 반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원래 기준은 무조건 스킬인데...’


미리 생각해둔 루팅 순위는 무조건 스킬로 정해뒀었다.


그래야 빠르게 선택하고 몸을 피할 수 있으니까 미리 생각해둔 거다.


그런데 그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아이템이 무려 두 개나 떠 버렸다.


매캐한 연기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한다.


은은한 열기도 느껴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강시공이라도 불은 장담할 수 없어.’


빠르게 하나를 선택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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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보스 몬스터. +1 24.09.15 502 21 12쪽
17 하이에나. +1 24.09.14 518 20 12쪽
16 오러와 내공. +1 24.09.13 540 22 13쪽
15 오러. +3 24.09.12 561 21 13쪽
14 단꿈. +2 24.09.11 556 24 12쪽
13 무리와 강시. +2 24.09.10 552 23 12쪽
12 2회차 시작. 24.09.09 562 24 12쪽
11 인간답게. 24.09.08 585 24 13쪽
10 응조법. 24.09.07 603 23 13쪽
9 대기실. +1 24.09.06 609 22 12쪽
8 1회차 차원전장 완료. +1 24.09.05 613 25 13쪽
» 선택. 24.09.04 640 26 13쪽
6 폭포. +1 24.09.03 644 26 11쪽
5 샤프니스 나이프. +1 24.09.02 660 25 10쪽
4 첫 살인. +1 24.09.01 672 25 10쪽
3 마법 반지 +1 24.08.31 690 25 11쪽
2 강시공. +3 24.08.30 764 29 12쪽
1 배신과 부활. +1 24.08.30 900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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