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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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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4.08.30 07:02
최근연재일 :
2024.09.19 19: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575
추천수 :
528
글자수 :
121,659

작성
24.09.09 19:20
조회
603
추천
26
글자
12쪽

2회차 시작.

DUMMY

조금쯤은 인간다워진 것 같다.


원래라면 비를 맞으면서 바위나 뜯어내고 있었을 것인데, 이렇게 내리는 비를 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하는 것을 보면.


쏴아아...


하늘이 뚫린 듯이 쏟아져 내리는 비.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쏟아 붓고 있었다.


그 비를 보면서 옆에 놓인 전복을 씹었다.


“싱싱하네.”


싱싱하다 못해 살아서 꿈틀거린다.


이게 바로 문명인으로서의 삶이 아닐까 싶다.


“시원하게...”


쿠웅.


“... 내리는구나. 뭐 이렇게 자주 떨어져?”


기왓장 대신에 올려놓은 나름 평평한 바위들이 자꾸만 떨어진다.


물이 흐를 수 있게 지붕을 경사지게 만들었더니, 자꾸만 떨어진다.


쪼르르...


바위가 막고 있었던 나무 틈새로 물이 흘러내린다.


나무들을 다듬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그냥 얹어만 놔서 틈이 상당히 크다.


그곳을 막고 있던 바위가 사라졌으니, 본격적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


심지어 물이 나무 골을 타고 모여서 그냥 비가 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이 주르륵 떨어진다.


그 곳이 하필이면 내가 앉아있는 자리였다.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비오는 풍경이 가려졌지만, 괜찮다.


그 옆의 벽에도 구멍이 뚫려있으니까.


어느 쪽으로도 들어오기 편하게 네 곳에 전부 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귀찮아서 벽을 세우다 말았다.


“좋네.”


시도 때도 없이 울화와 살기가 치밀어 오르던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선천진기가 늘어나면서 생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드르륵. 쿠웅.


쪼르르...


옮긴 자리에도 물이 흘러내린다.


다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문 바로 앞으로.


한데 모여서 흐르는 것보다 바람에 밀려들어오는 빗방울들이 오히려 나은 것 같아서 옮긴 거다.


이전 같으면 ‘어차피 망자인데 뭘.’ 하면서 그냥 맞았을 건데, 이제는 자리를 피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사람일적의 행동을 흉내 내려하는 중이다.


‘이정도면 완전 사람이지.’


하루의 대부분을 물속에서 생활했다.


물고기를 상대로 수련도 하고, 잡아도 먹으면서.


덕분에 선천진기가 많이 쌓였다.


선천진기가 쌓이면서 생기도 많이 늘어났다.


‘늑대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말이지.’


물론 늑대는 먹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니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플레이어도 먹지 않았는데, 생기가 빨려 들어왔어.’


결정적으로 느낌도 다르다.


차원전장에서 만난 늑대는 물고기나 내가 입에 넣고 씹고 있는 이 전복과 미묘하게 달랐다.


진짜 살아있는 것 같이 행동하기는 했지만, 분명히 뭔가 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어.’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늑대보다 훨씬 더 작은 이 전복에서조차 생기가 느껴진다.


오도독. 오도독.


식감도 좋고.


스으으...


물론 생기는 더 좋다.


상단전에 쌓인 선천진기가 이제는 제법 묵직하다.


끼이익... 슈욱.

쉬익. 팍!


떨어지는 바위를 손으로 잡아챘다.


“비 그치면 다시 올려놔야지.”


손가락 구멍이 뚫려있는 바위를 옆에 내려놓았다.


변형 응조법도 어느새 4성이다.


그러나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다.


‘속도를 더 올려야 돼.’


원래 응조법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무리를 포함하고 있는 무공이다.


쾌(快), 변(變), 강(强), 와(渦).


하급 무공 치고는 여러 무리가 적절하게 잘 조화되어있다.


물론 하급 무공답게 위력도 낮고, 극에 이르렀을 때 기대해 볼 수 있는 고점도 낮다.


그래도 조법의 기초를 닦는 데는 괜찮은 무공이다.


반면에 내가 변형한 응조법은 실전성을 높인 버전이다.


그 방법은 한 가지 무리에만 집중하는 것.


‘속도.’


쾌(快)가 기본이자, 모든 것이다.


‘다른 무리는 너무 어려워.’


그래서 다 포기하고 오로지 쾌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극에 이르렀을 때, 성장의 고점이 낮아진다.


그러나 일정 수준까지는 빠르게 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은 살아남아 진금을 모으고.’


무공이 막히면 그때 진금을 사용해서 뚫어내면 된다.


그러니 차원전장에서 진금을 많이 모아야 한다.


“슬슬 갈 때가 되었는데...”


[차원전장에 참가하시겠습니까?]

[거절 횟수가 삼회 남았습니다.]

[세 번 연속으로 거절하시면 플레이어 자격이 박탈됩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호랑이도 아닌 것이 제대로 찾아왔다.


“가자.”


팟.


밝은 빛과 함께 시야가 사라진다.





*****


[참가자 91/100. 시작합니다.]

[최종 45인에 포함되면 플레이어 자격이 유지됩니다.]


시야가 되돌아옴과 동시에 메시지가 떴다.


‘나한테 사기 쳐서 사게 만든 것들은?’


시스템이 나에게 사기치고 진금을 훔쳐간 듀얼 시야, 생존자 숫자, 천리안 삼종 세트 이야기다.


‘어떤 식으로 적용되려나.’


[미니맵이 뇌에 새겨집니다.]

[생존자 숫자의 변동 발생 시 자동으로 알게 됩니다.]

[천리안 사용횟수 10/10]


‘이런 식이구나.’


새롭게 변화된 기능을 잠시 살펴보다가, 뇌에 새겨진 지형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바로 뛰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소로를 따라, 완만한 산길을 달려 올라갔다.


근력이 올라간 덕분에 속도가 나름 빠르다.


그리고 지치지도 않고.


순식간에 목적지가 가까워진다.


‘저기에서 바위를 끼고 돌면.’


조그마한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키보다 살짝 더 높은 흙벽과 그 뒤로 보이는 마른 식물로 지붕을 올린 집.


무협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옥의 형태다.


이번 전장의 배경은 무협인 것 같다.


속도를 높여 흙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점프.


인간의 한계를 능가하는 각력이 내 키보다 살짝 더 큰 벽을 뛰어넘게 만들어준다.


타탓.


가옥의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방 안쪽에 있...’


“무인? 경공이 투박하군?”


금속 방어구를 착용한 기사가 서 있었다.


왼손에는 네모난 방패.

오른손에는 본인의 키보다 살짝 더 긴 창.

눈구멍만 뚫려있는 투구.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금속 방어구를 착용한 기사였다.


흙벽에 딱 붙어 서 있다 보니, 모르고 지나쳤었다.


그 기사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초반부터 싸울 필요가 있나? 물러서겠다.”


아직 초반.


굳이 여기에서 위험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


아이템이 아깝지만, 지금은 물러서는 게 나은 판단이다.


상대방도 초반이라서 부담이 될 건데, 내가 물러서주면 저 기사도 응할 것이다.


“준비하도록.”


철컹.


방패로 앞을 가리고, 창을 내 쪽을 향해 겨눈다.


어이가 없다.


물러서 준다고 해도 싸우겠다고?


굳이?


“싸웠다가 피해를 입으면 그쪽도 손해 아닌가?”


“강한 적과의 일전은 언제든 환영이다. 플레이어 자격을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그게 무슨 멍청한 소리야? 차라리 이렇게 하지. 플레이어 자격 유지가 확정되면, 이곳에서 다시 만나서...”


“대화는 그쯤이면 되었다. 준비하도록.”


꽉 막힌 벽창호 같다.


‘열 받네.’


꾹 눌러놓았던 살심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좋냐?”


“무슨 말이냐.”


“강한 척. 뭐 있는 척 하니까 좋냐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리스크가 뻔히 보이는데도 싸우겠다는 거. 그거 자의식 과잉이잖아.”


“나르시즘? 그것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라면 당연히 강자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는 법이다.”


“솔직히 말해. 겉모습을 보고서 네가 나보다 강할 것 같으니까 허세 떠는 거잖아.”


찢기다 못해서 넝마가 되어버린 옷과 맨발.


방어구도 없고 무기도 없다.


누가 봐도 만만해 보일 거다.


“적을 보고서도 물러서려고 하는 것을 보니, 너의 실력이 약해 보이기는 하는군.”


딱 봐도 태생부터 떠 받들어주는 삶을 살아온 티가 팍팍 나는 놈이 잘난 척은.


전형적인 재벌 3세 분위기를 내뿜는 놈이다.


조금의 노력으로도 과도한 대가를 받으면서, 가난한 자들을 노력도 안하는 놈들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놈들.


“쓰레기같은 새끼.”


“말이 험하군.”


“남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서 걷다보니까 인생이 쉬워 보이지? 그거 네 거 아냐. 네가 노력해서 얻은 건 한 개도 없다고.”


“예의를 갖추도록.”


“예의 같은 소리하네.”


이 정도면 차고 넘치게 예의를 갖춰준 거지.


서바이벌에서 물러서주겠다고 하는 것보다 더 예의 바른 행동이 어디 있어?


‘원하면 죽여주마.’


양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리고, 놈을 노려보았다.


마치 고양이 흉내를 내는 아이 같은 모습.


“재미있는 자세군. 준비되었으면 가겠다.”


“오든가.”


퉁!


10여 미터정도 떨어져 있던 육중한 몸체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왔다.


퓩.


점 하나가 일순간에 커진다.


쉬악! 콰득!


본능적으로 펼쳐낸 응조포착이 창의 밑을 잡아챘다.


미간 바로 앞에서 멈춰선 창의 끝.


2단계 근력 향상 가호의 힘은 기사의 돌진을 한 손으로 멈춰 세우는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하압!”


놈이 기합성을 발하자, 창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치이익...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창이 엄청난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후웁!’


푹!


창을 잡은 손을 내리 눌러, 창의 끝을 내 복부에 꽂아 넣었다.


“무슨 짓이지?”


‘합!’


대답대신에 놈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놈의 창은 일반 창보다 훨씬 얇았다.


그만큼 찌르기에 용의해 보이지만, 상처의 크기는 작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근육의 손상이 그리 크지 않다.


“이게 무슨!”


우우웅!!


오른쪽 어깨에 내 근육이 버틸 수 있는 최대치의 내공을 모으고.


‘합!’


쏘아냈다.


쉬악! 콰득!


방패에 박혀드는 오른손 손가락.


‘후웁!’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옆으로 잡아당겼다.


“이런!”


활짝 열린 놈의 전면.

강한 힘에 이끌려 완전히 무너진 균형.


그 상황에서도 창을 놓고 오른쪽 주먹을 내지르는 것을 보면 실력은 확실해 보인다.


‘그래도 느려.’


쉬아악! 콰득!


번개처럼 쏘아낸 왼손이 놈의 투구를 잡아챘다.


“잠깐...”


“뒤져버려.”


콰드득!


금속으로 만들어진 투구를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머리를 파고든 손가락과 찌그러진 투구.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놈.


“듣기 좋네.”


콰득.


놈의 왼쪽 어깨를 파고드는 오른손 손가락.


내 손가락을 밀어내는 무형의 힘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야 예상한 바.


강시공의 내공과 근력 향상 가호로 강화된 악력을 버텨낼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뒤져야지!’


콰득. 콰득. 콰득!


손에 잡히는 대로 모조리 잡아 뜯었다.


찌지직! 쫘악!


단단한 금속 방어구가 내 손에 잡혀 그대로 찢겨 나간다.


그러자 단단한 껍질 안쪽에 숨겨져 있던 실체가 드러났다.


고급스러운 천으로 만든 옷과 봉긋한 가슴.


“여자였어?”


“나는 제국의 황녀다!”


“그래서 뭐? 살려달라고?”


“예의를 갖추거라!”


“틀렸어.”


콰득!


봉긋한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뜯어냈다.


“끼아악!”


가슴 아래 근육도, 뼈도.


잡히는 대로 모조리 잡아 뜯었다.


“꺼어억... 힐...링. 힐...”


의미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다.


백번을 말해봐라.


그게 되나.


축 늘어진 채로 부들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겨 귀에 속삭여주었다.


“살려달라고 빌었어야지.”


“제발... 살...”


물컹. 퍼억.


심장을 잡아 터트렸다.


털썩.


놈이 허물어지고 선천진기가 흘러들어온다.


지금껏 얻었던 것들보다 훨씬 더 진한 기운.


그 기운이 상단전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음미했다.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망가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기사.


아니. 자칭 제국의 황녀.


그것이 인형화되어 굳어버린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왜 나대?”


시체를 발로 몇 번 더 걷어차 줬다.


물러서준다고 했을 때, 폼 잡지 말고 들을 것이지.


손도 대기 싫어서 발을 찌그러진 투구 위에 올려놓았다.


[루팅 가능한 아이템을 표시합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관통의 창, 보호의 흉갑, 제국 기초 창술서, 에버튼 창술서, 제국 기초 검법, 황실 오러 연공법, 체력 회복 가호, 오러 강화 가호, 근력 향상 가호, 힐링 반지...]


“아... 마지막까지 짜증나게 하네.”


가지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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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혈강시의 보액. 24.09.17 484 23 13쪽
19 2회차 종료. +2 24.09.16 558 30 13쪽
18 보스 몬스터. +1 24.09.15 543 22 12쪽
17 하이에나. +1 24.09.14 561 21 12쪽
16 오러와 내공. +1 24.09.13 578 23 13쪽
15 오러. +3 24.09.12 603 22 13쪽
14 단꿈. +2 24.09.11 595 26 12쪽
13 무리와 강시. +2 24.09.10 593 25 12쪽
» 2회차 시작. 24.09.09 604 26 12쪽
11 인간답게. 24.09.08 625 25 13쪽
10 응조법. 24.09.07 647 23 13쪽
9 대기실. +1 24.09.06 648 22 12쪽
8 1회차 차원전장 완료. +1 24.09.05 655 25 13쪽
7 선택. 24.09.04 683 26 13쪽
6 폭포. +1 24.09.03 687 26 11쪽
5 샤프니스 나이프. +1 24.09.02 706 25 10쪽
4 첫 살인. +1 24.09.01 718 25 10쪽
3 마법 반지 +1 24.08.31 737 26 11쪽
2 강시공. +3 24.08.30 808 30 12쪽
1 배신과 부활. +1 24.08.30 952 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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