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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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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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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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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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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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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야만의 정의 1

DUMMY

「론리 져스틴의 소재를 알아냈습니다.」


전화를 받은 맥 져스틴과 에이든은 안도했다. 한 달 만이었다.

론리 져스틴이 부모에게 편지 한 통 남겨놓고 집을 나간지.


생각해보면 론리는 언제나 제멋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져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 적도 많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어김없이 했으며 가지 말라는 곳에는 어김없이 갔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론리의 선택의 끝에는 부모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우주에 탄생한 그 순간부터 무한한 상상과 경험을 필요로했지만,

세상의 끝에 서보는 경험과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결국 부모의 곁에 멤돈 녀석이다.

하지 말라는 것을 했어도 자신과 남을 다치게 하는 것은 하지 않았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갔어도 맥과 에이든이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러니 세상 누구보다도 특별하고 출중하게 태어난 존재를,

평범한 부모와 창조주 사이 어딘가에 점철시켜,

어른으로 성장시켜버린 것 같은 죄책감이 맥과 에이든에게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궁금했다.

처음으로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론리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 ※ ※


치안관들이나 정부 요원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은,

햇빛이 들지 않고 습한 지하도시나 폐건물들밖에 없었다.


한반도에서는 서울과 평양, 그리고 부산 외의 모든 도시가 거의 그랬다.

돈 있거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도시의 높은 건물에 입주했다.

땅으로 내려오면 악취와 강도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증권시장이 붕괴하고 대규모 식량난이 온 시대에,

시민혁명이 일자리를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망해서 초국적기업만이 남아있었고,

세계적으로 팍스, 밸류, 씨드, 스트로 사 네 곳이 큰 편에 속했다.


길거리에 굶어죽은 시체 썩는냄새가 진동했고,

프로틴바조차 사먹지 못하는 자들은 시궁창을 돌아다니는 쥐를 잡아먹었다.


이미 건물이 세워진 시멘트바닥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농경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설령 얼마 남지 않는 농경지에서 농사를 한다고 해도,

씨드사가 공급하는 농작물의 종자가격은 어마어마해서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감수하고서라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작물들을 부자들에게 비싼 값에 납품하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나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빈민들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론리가 시체를 밟지 않도록 조심히 지나가다가 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러 명의 불량배들에게 한 노인이 맞고 있었다.

코를 막던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그들에게 다가가던 론리를 누군가가 만류했다.


“너 같은 애들을 잘 알지.”


그는 다짜고짜 론리의 옷을 뒤집어 까서 오른쪽 어깨를 확인했다.

명찰이 이식되지 않은 론리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너도 옐로카드냐?

아무 재능도 없고 일할 의지도 없지만 수용소는 가기 싫어서 도망쳐나온.

그러면서 무슨 정의감으로 쟤들한테 맞서려고 하는 거야.

저 할아버지는 여기서 유명해.

자기가 산 약값도 안 내고 배짱부리기로.

네가 쟤들을 이길 리 없지만,

만약에 이긴다고 해도 앞으로 빅 브라더를 상대할 수 있겠어?”


“빅 브라더?”


상대는 론리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해야 더 많은 정보를 주겠다는 표정으로.


론리는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스스로 알아낼 시간을 가질 만큼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돈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빈털터리였다.

집에서 보이는 현금을 모조리 가져왔지만 돈이 많이 있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 정보를 얻어야 했다.

론리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나는 김진우야. 너처럼 옐로카드지.”


“나는 옐로가 아니야.”


“내가 올해 들어본 농담 중에 꽤 괜찮았어.

빅 브라더는 우리같은 호프리스들이 숨어살면서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가짜 명찰을 이식해줘.

당연히 레드나 바이올렛은 안 되겠지? 눈에 띌 테니까.

블루나 그레이정도가 적당하지.


그렇게 이 마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빅 브라더에게 대항한다면 가짜명찰도 이식받지 못한 채로,

영영 빅 브라더에게, 또 치안관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는거지.”


“명찰을 이식한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


“마약이나 술을 팔지. 빅 브라더가 일거리를 줘.

나는 너같이 처음 오는 친구들을 빅 브라더에게 데려다주는 일을 하고있고.

오랜만에 쓸만한 친구가 들어온 것 같아서 아주 기쁜 참이지.”


“마약이나 술을 살 사람이 여기에 어디있어?”


론리의 질문이 재밌다는 듯,

김진우는 주변에 손을 한 바퀴 빙 두른다.


“어디에나 있잖아.”


“이 사람들이 마약이나 술을 판다며.”


“그걸 팔아서 번 돈으로 마약과 술을 사지.”


론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그거 말고 다른 일은 없어?”


“마약을 만들지.”


“...”


“별로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일이 있긴 있지. 떼인 돈을 받아내는 일.”


김진우는 방금 할아버지를 때리고 있던 불량배들을 가리켰다. 론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저건 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트럭에서 한가득 실은 쌀과 밀을 나르고 있었다.


“저건 어디서 난거야?”


“뺏었지.”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두 화약무기, 그러니까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6차 제네바협약으로 화약무기 생산이 전 세계에서 제한되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것들이 났지?”


“빅 브라더의 힘을 무시하지마.”


“빼앗은 것들은 어디로 가?”


“일하는 자들에게 나눠줘. 물론 빅 브라더가 제일 많이 먹겠지만.”


“남을 해치거나 빼앗는 것 뿐이잖아.”


“그게 어때서?”


“범죄잖아. 너는 평생 이런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은거야?”


론리의 말에 진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벌이를 가질 수 없게 태어났어.

구분지어졌다고 하는 게 맞겠네.

평생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서 굶어 죽을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이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어?”


“옐로카드들을 보호해주는 시설이 있잖아.”


론리의 말에 김진우는 잠깐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는 론리에게 약간 화가 난 투로 말했다.


“여기에 수용소에 있다가 탈출한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아?”


“그게 무슨 뜻이야?”


론리의 질문에 김진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김진우의 눈을 바라본 론리는 그도 수용소에 다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감히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묻지는 못했다.

그것이 그를 더 슬프고 아프게 만들 것 같아서.


그래도 미안하다고 해서 김진우를 선뜻 따라갈 순 없었다.


“어쨌든 나는 빅 브라더의 일에는 동참할 수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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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벌꿀돼지
    작성일
    19.08.26 22:54
    No. 1

    세기말적 감성b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 MoiraS
    작성일
    19.08.27 03:33
    No. 2

    씁쓸.. 기계로 받은 네임카드라는 틀에 갇혀 부여받은 네임카드대로 옐로우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그래서 마인드스캐너인가??? 마인드까지 그 색깔대로 만들어버리는..
    그나저나 김진우라는 저 친구는 말하는게 단순히 옐로우가 아닌것 같은데, 단순히 저 생활에 찌들어서 그런건가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9.08.27 21:18
    No. 3

    농사지을 땅도 없을정도로 도시화가 진행됐다면 대체 세계인구가 얼마라는 소리인지 감이 안오는군요. 그 숫자가 설득력 있기전에는 온 세상이 시멘트로 덮였다는걸 믿을수가 없어요.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만 살아서 한국이 좁다좁다 하는데 사실 땅자체는 엄청 많거든요. 흙이 없을정도다? 무슨 콜로니 같은데 아니고서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주공자
    작성일
    19.08.27 22:16
    No. 4

    도시화가 진행되어 모든 국토가 시멘트화가 된 것은 아니고, 식량난으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종자의 가격이 폭등하고, 종자에서 2세대가 자라나지 않기 시작하면서 식량난, 부동산붕괴, 증권시장 붕괴가 일어났고, 비싼 종자를 어떻게 해서 구매한다고 해도 강도들의 약탈이 심해서 농사를 포기한 땅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나중에 이러한 설정이 설명되는 장면이 본문에 있는데 이 타이밍에 설명해주지 못하고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중입니다.

    아주 좋은 지적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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