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864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19 09:32
조회
1,967
추천
59
글자
10쪽

가상세계 2

DUMMY

우주의 끝을 돌파하려다가 좌절했던 론리는 허공을 정처없이 떠돌며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간을 되돌려 애초에 자신에게 생긴 모든 일들을 막는다면,

그 역사가 잠들어있는 론리에게 영향을 미쳐 현실에서 몸을 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전에 확실히 해둘 일이 있다.

이 일에 개입한 이들의 정체와 음모의 동기를 알아내는 일.

그래야 현실에서도 자신이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살려줘. 목숨만 살려주면 아무짓도 안할게!”


론리는 절규하며 비는 요원에게 섬광을 날려 목을 몸과 분리시켰다.

뒤에서 한 무리의 요원들이 기습적으로 웨이브건을 발사했지만,

론리에게는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론리와 파동 사이의 공간이 미묘하게 비틀리며,

증폭된 파동들이 그에게 끝까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론리가 손가락 하나만 빙글 돌려도 공간이 미묘하게 뒤틀렸고,

그것은 질량이 있는 물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 사람이 있는 공간을 비틀지 못했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섬광을 얼마든지 내뿜었기 때문이다.


섬광의 색은 다양했는데 론리가 마음에 내키는 대로 취사선택 할 수 있었고,

색마다 그 특성은 조금 다른 듯 했다.

이번에는 보라색 빛이 바늘처럼 뻗어나가 한번에 여러명의 요원을 동시에 관통해 죽였다. 그가 지나가며 뿌린 피는 연합사령관의 집무실 앞까지 물들었다.


「론리!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잖아.」


목소리가 론리에게 다급하게 말했지만 론리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뭐하러 신경쓰지? 어차피 내 상상이 만들어낸 존재들인데.”


「현실에선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잘 알텐데.」


“실제로 죽이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여기서 나를 막는 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나는 너의 정신상태를 걱정하는 거야.

보안요원들이야 그렇지만 저항하지 않는 이들은 왜 죽이는 거지?

너의 의식 안이라지만 필요 없는 짓이잖아」


“아니. 이들은 비록 내 의식 안이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개체처럼 두려움이나 공포도 함께 갖고 있어.

사령관에게 내가 얼마나 무자비한 사람인지 보여 줘야해.

그래야 내가 정말로 사령관을 죽일 수 있을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할 거야.

나는 지금 자비로운 사람이 돼서 평생을 죽은 것처럼 살아야 하느냐,

살인마가 되어 내 생명을 보전하느냐의 기로에 서있어.

윤리는 내가 살아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거야.”


사령관실 문을 벌컥 열자 간이완강기를 이용해 3층 창문을 뛰어넘으려는 사령관이 보였다.


“어딜 나가려고!”


론리는 섬광을 이용해 로프를 잘라내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추락하던 사령관의 몸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서서히 집무실로 끌려온 사령관의 몸이 그의 의지와달리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론리는 그런 사령관 앞에 서서 눈을 마주치고 얘기했다.


“단 한 번의 헛소리도 용납 못해.

모른다는 얘기를 해도 넌 죽게 될 거야.

지금 여기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여기 왔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론리의 질문에 사령관은 대답조차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해봐.”


“한 번도 본 적 없소!”


“얼굴은 모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론리 져스틴이란 이름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해.”


“도대체 그게 누구요! 당신입니까?”


론리가 허공에 손을 뻗어 움켜쥐자 사령관이 ‘컥’소리를 내며 숨을 쉬지 못했다.

아무런 실체가 없으니 사령관이 팔을 뻗어 저항해보려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1분간 바둥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져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론리가 손을 풀었다.

사령관은 켁켁대며 기침을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자. 다시 한번 물을게. 마지막이야. 론리 져스틴이야. 아... 잠깐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론리의 모습에 목소리가 반응했다.


「무슨 일이야?」


“이 사건의 이면에는 단순히 내가 타겟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어.”


사령관이 혼잣말 하는 론리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에 대답을 했다.


“그럼 당연히 내 이름을 모르겠지.

어떤 공통된 통계학적 특성을 가지고있는 인구집단.

그 전부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했을 수도 있는거야.”


론리는 그대로 사령관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을 수정했다.


“밸류 컴퍼니. 밸류 컴퍼니에서 실행하는 직업탐색과정에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거지?”


그 질문에 사령관이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다.

앞의 두 질문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뭔가 알고 있는 게 확실하군. 잘 생각해봐.

이걸 말하면 네 인생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죽는 것보다 그 비밀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건지.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직업탐색과정에 불만을 품는 자들이 있다는걸 마인드 스캐너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자들을 교정하는 작업을 한다고만 알고 있어요!

그거 말고는 정말 아는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인명피해가 우려될 만큼 심각한 어떤 사건이 있었어.

바로 내가 겪은 일이지. 그러니까 한 번 더 물을게. 또 다른 걸 알고 있는 것이 있어?”


“그... 그건...”


“당장 말해!”


론리가 손을 다시 조이려는 기색을 보이자 사령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론리의 손이 조여지면서 사령관은 가쁜 숨을 벅차게 쉬었다.

버둥거리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령관을 보며,

론리는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무심하게 더욱 손을 쥐었다.


사령관의 얼굴이 붉어지고 목에는 핏대가 잔뜩 섰다.

무호흡때문인지 죽음에대한 공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바지가 축축히 젖었다.

급하게 바닥을 치는 사령관을 보고 론리는 주먹을 쥐려던 손을 다시 풀었다.


“시간! 시간을 관장할 수 있습니다!”


사령관이 목을 감싸쥐며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밸류컴퍼니와의 관계와 연합정부의 안보가 걸린 문제였지만,

사령관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었다.


“시간?”


“알다시피 감마선의 가공으로 인한 마인드 스캐너는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됐습니다.

마인드 스캐너를 통한 직업 탐색과정과 교육과정, 직업 배정제도는 챔핀코 정부에만 있죠.

감마선을 가공하는 기술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밸류 컴퍼니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마선이 단순히 인간의 뇌파만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론리에게 사령관은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아주 소량이지만 감마선과 전자기를 적정량 혼합해 조건에 맞는 특정인에게 주입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어떤 계산식인지는 여태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몇몇 실험체들이 결과적으로 성공해냈습니다.

챔핀코 정부 고위직들과 밸류 컴퍼니 임원진들은 이를 두고 ‘신의 주파수’라고 부르고 있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니. 그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단 얘기야?”


“뿐만 아니라 이론적이긴 하지만 과거에서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역사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 정부는 밸류 컴퍼니와 ‘신의 주파수’라는 걸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챔핀코는 세계에서 자원이 별로 없는 지역 연합체에요.

유로젼이나 올리칸, 미시안, 인디스탄 등 모든 연합체중

국방력, 연합 시스템, 외교력, 자원 모든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이 뒤집니다.

하지만 시간을 관장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개발된다면...”


순간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니!」


론리는 목소리에 대꾸하지 않고 즉시 사령관에게 되물었다.


“규모를 예측불가능한 어마어마한 통제와 첩보활동이 가능하겠군.”


“바로 그겁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호...혹시 말이오.”


“뭐야?”


“마인드 스캐너의 각성으로 초능력이 생기신겁니까?

감마선이 초능력까지 관장하는 거요?”


“응? 무슨 소리야 여긴 내 의식 안...”


론리는 순간 사령관 입장에서는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이 아니라,

초능력자가 생겼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그렇다면 이건 대단한 발견입니다!

당신도 우리 국방의 병기가 되고 이 실험을 조금 더 진행해 보면... 컥!”


론리는 허공에 손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사령관의 눈이 충혈 되더니 조금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령관 나으리.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시간을 관장해? 초능력자를 양산해? 아주 단단히 정신들이 나갔구만.


데스크에 앉아서 숫자로 된 보고서만 보고들 있으니까,

당신들이 하는 결재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거야?


우리는 신이 아니고 인간일 뿐이야!

완전무결함을 추구하기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오히려 현재를 잃어버릴 수 있어.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란 말이야.


현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현재에 대한 반성뿐이지.

타임머신이나 당신같은 괴물은 필요 없으니까 잘가.”


[퍼석!]


사령관의 목이 순식간에 쪼그라들고 눈알이 튀어나오며 쓰러졌다. 그의 얼굴에 있는 일곱 구멍에서 피와 수액이 뒤범벅되어 나왔고, 이후에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으윽...!”


갑자기 현기증과 과호흡증을 느낀 론리가 벽에 기댔다.


「론리 져스틴 정신차려!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말은 차갑게 해도 넌 이미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그 죄책감이 너의 심리상태에 동기화되고 있다.

네가 얘기했듯이 이곳은 네 의식일 뿐이야.


어서 밸류 컴퍼니를 파괴해!

죄책감을 가지는 순간 세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더 큰 죄가 가려질 수 있으니까.


어서 이성을 되찾아.

인간은 감정과 영감만으로 살아갈 수 없어!」


거칠었던 론리의 호흡이 점차 안정됐다.

식은땀이 나고 몸에 경련이 났지만 그 정도는 통제할 수 있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쉰 뒤 대답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탈출을 시작해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잠입 1 +5 19.07.24 819 24 10쪽
9 도피 4 +4 19.07.23 963 29 5쪽
8 도피 3 +4 19.07.22 1,095 40 7쪽
7 도피 2 +2 19.07.21 1,243 38 9쪽
6 도피 1 +2 19.07.21 1,482 41 7쪽
5 가상세계 3 +11 19.07.21 1,744 50 14쪽
» 가상세계 2 +4 19.07.19 1,968 59 10쪽
3 가상세계 1 +12 19.07.17 2,236 64 7쪽
2 직업탐색검사 2 +6 19.07.17 2,573 80 10쪽
1 직업탐색검사 1 +14 19.07.17 3,740 1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