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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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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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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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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2

DUMMY

“보름이 넘도록 수백킬로미터의 언덕을 오르내렸다.”


사령관의 멱살을 잡은 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인간을 초월한 눈빛에 압도된 유정무 사령관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산을 오르기도하고 골짜기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고,

며칠동안 먹을 것도 물도없는 자갈사막을 가로질렀어. 내가. 그리고 레오파드가.

아무 말도 없이 살아서 진실을 들어야겠다는 생각하나만 붙들고 걸었다.”


“그럼 레오파드는...?”


사령관의 물음에 붉게 충혈된 매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묵직하게 흘러내렸다.


“내가 먹었다.”


매가 농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장난을 할 리도 없었다.


“레오파드는 먹을 것 없이 몇날을 버티다가 굶어죽었다.

죽기 전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

자기를 먹어서라도 살아남으라고. 그리고 너에게 진실을 들으라고.”


“으악!”


유정무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꺾여 뼈가 부러졌다.


“크아악! 매 너 이자식!”


매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호흡을 고르며 다시 이야기했다.


“레오파드의 몫까지 살아남아 결국 티벳으로 도착했다.

서량과 뤄양을 거쳐 황해의 난민들 무리에 섞여 인천으로 밀항했다.

너같이 더러운 놈이 챔핀코연합의 총사령관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제일 먼저 한게 뭔지 아나?”


매의 질문에 유정무는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군인의 덕목을 스스로 져버린 놈의 생각 따위를 알게 뭐냐.

증오하던 놈이 총사령관이 돼서 화를 냈나? 아니면 슬퍼했어?”


“네가 군인의 덕목을 거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네 꼴을 봐 유정무.

내가 모시던 날렵하고 강인한 유정무 소장은 어디에 가고,

배나온 겁쟁이 사령관만 챔핀코 사령부에 떡하니 앉아있는거냐.


화가 나거나 슬펐냐고? 아니.

나는 챔핀코 사령부의 설계도를 구해서 여기에 침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화를 내거나 슬퍼할 시간 같은 게 너무 아까워서.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 서서 네놈에게 진실을 듣고.”


“크악! 크아아아아아아악!”


유정무의 오른손 중지손가락마저 꺾였다.


“그리고 너를 죽이려고.”


사령관이 황급히 책상에 있는 비상벨을 눌렀다.

하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통신과 전자장비는 진작에 끊었다.”


“원하는 게 뭐야?”


유정무는 그제서야 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현재 둘은 총사령관과 탈영요원의 관계가 아니라 강한 인간과 약한 인간일 뿐이다.

더 나쁜 것은 강한 인간이 약한 인간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놈은 단순히 나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죽일 생각으로 여기 온거다.’


“3년 전 내가 투입됐던 인도작전에 대한 전말.”


“이미 다 설명해줬잖나.

인도에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고,

우리 군은 인도 정부를 돕기 위해 정찰기를 먼저 투입했지만 격추됐다.


그 정보가 있어야 우리군이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었어.

그런데 작전이 발각됐기 때문에 벵골만에 구조헬기를 보낼 수 없었다고.


더구나 UN은 그 시점에 인도 반란군을 인정했다.

반란의 규모는 커져서 지금의 인디스탄이 결성됐지.


너희들은 격변하는 세계 정치에 희생된 챔핀코의 군인들이었을 뿐이다.

이게 순전히 내 탓이었던 것같은가?”


유정무의 말에 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왜 손가락 두 개를 미리 부러뜨린 줄 아나?”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이미 두 가지의 거짓말을 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이제 한번만 더 거짓말을 할때마다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부러뜨릴 손가락이 없으면 네 목을 부러뜨릴거다. 잘 판단해라.”


사막의 매가 속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유정무에게 보여주자 유정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예상대로 이건 추락한 정찰기의 블랙박스다.

작전 현장에서 도주 직전에 내가 직접 가서 회수해왔지.

우리가 죽인 군인들의 복장은 인도 정규군의 복장이었다.

그리고 이 블랙박스 안에는 카트만두의 어떤 지역이 찍혀있더군.

차이나 대륙을 겨냥한 수소폭탄 미사일 기지가.”


“수소폭탄 기지가... 확실히 있었나? 그 자료를 넘겨주게!”


“이제 솔직히 말해라.”


“말하면 자료를 넘겨 줄건가?”


“말하면 네 목숨을 살려주겠다.”


“그 자료가 있어야 인디스탄과 맺었던 조약을 파기하고 선제공격할 수 있단 말이다.

네 동료들의 목숨을 헛된 것으로 만들 셈인가?”


“그 전에 말해. 진실을 말하라고!”


유정무는 눈을 감은채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인디스탄은 반란군에 의해 수립된 연합정부가 아니다.

세계 최초로 정부 간 자발적인 지역 연합체로 발전한 케이스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다른 비극을 통해 동남아 각지의 지도자들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챔핀코는 인도정부가 인디스탄 연합정권을 세울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그들을 방해했다.


그렇게 큰 연합체가 탄생한다면 우리는 경제, 식량, 안보 모든 것에 위협을 받게 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인디스탄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소폭탄 기지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는 동맹협약을 깨고서라도 그 사실을 확인해야했고, 정찰기를 띄웠다.”


“그 정찰기가 추락했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투입된 거군.”


“그래. 너희를 수송기에 태워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인도 대사와 UN한국지부장이 함께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정찰기를 띄운 사실과,

그 블랙박스를 회수하려고 작전을 수행중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더군.

그들은 이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도 챔핀코간 동맹협약을 파기하고,

UN회원국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협박했어.”


“그래서?”


유정무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사막의 매가 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다.


“잠깐만. 잠깐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어.”


유정무가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고,

매는 그의 입을 막는다고 해서 역사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정무의 입을 막았던 손을 뗐다.


“우리의 작전계획을 모조리 폐기하고 포로를 인도의 처우에 맡긴다.

그 조건으로 UN회원국 자격은 유지할 수 있었다.”


“너는...”


“크억!”


매가 정무의 목을 졸랐다.

어찌나 목을 세게 졸랐는지 숨이 막히기도 전에 정무의 목에 손자국이 하얗게 나타났다.

호흡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정무가 눈물을 흘렸고,

매는 동료들에게 남은 빚은 갚을 수 있어서 눈물을 흘렸다.


“너는 진짜 쓰레기야.”


‘오늘 너를 죽인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죽인다.

동료들과 함께 너를 심판하고 지옥까지 따라가 죽이고 또 죽일거다.’


“형편없는 새끼. 이게 네 속죄의 최선이냐?”


“그게 무슨 소리야.”


“고작 죽이는 거냐. 연합사령관을 죽이면 넌 사형을 면치 못한다.

그렇게 나를 죽이고 네가 죽는 게 최선의 계획이냐고 묻는 거다.”


“무슨 소리냐고!”


“살아서 할 일을 하는 거다.

챔핀코에서 더는 이런 비극이 없게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동료들에 대한 예의 아닌가?”


매는 정무의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을 풀었다.

유정무가 죽이고싶었지만 그의 말에 묘하게 와닿는 구석이 있었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었다.

둘 다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챔핀코 연합사령부의 비서실장 성유나는 사령관과 정체불명의 괴한,

적어도 비서실장의 눈에 그렇게 보인 매가 함께 주저앉아있는 것을 보고,

놀라 그대로 몸이 굳었다.

사막의 매도 긴장하며 여차하면 유정무를 죽일 생각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별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예전에 근무하던 동료가 찾아와서 얘기 좀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요?”


유정무가 비서실장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달래자 성 실장도 눈치를 보며 이야기했다.


“원로원장이 량허 동물 특수지구 설립과 재정문제에 대해 접견을 요구했습니다.”


“실장님. 량허 특수지구보다 몇 배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 친구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30분만 기다려달라고 하세요.”


비서실장이 나가자 매가 물었다.


“왜 나를 살려준 거지?”


“죽은 내 부하들과 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입은 살아있군요.”


“갑자기 존댓말인가?”


“죽이지도 않을건데 이제와서 반말 계속하기도 어색합니다.”


사령관은 서랍에서 마리화나를 꺼내 불을 붙인 뒤 매에게 건넸다.

매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것을 받아 피우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하나를 더 꺼내 자신의 입에도 넣었다.


“믿지 않을진 모르겠지만 한 번도 그 일을 잊은 적이 없다.

다 챔핀코가 힘이 없어서 생긴 일이지.

사령관으로 부임하고 그런 일을 절대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했어.”


매는 대답하지 않고 마리화나의 연기를 피웠다.


“내가 연합사령관으로 부임한 뒤에 아키텍쳐 스쿨이 생겼다.

레드 네임카드를 부여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지.”


“...”


“세상을 바꾸고 싶나? 우선 아키텍쳐 스쿨을 졸업해.”


“농담입니까? 나는 바이올렛이에요.”


“너는 지금부터 레드다.”


매가 농담하냐는 표정으로 유정무를 쳐다봤다. 유정무는 웃음기 없이 매를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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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벌꿀돼지
    작성일
    19.08.26 22:49
    No. 1

    설득당한 붉은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주공자
    작성일
    19.08.26 22:50
    No. 2

    엌ㅋㅋㅋ 붉은맼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MoiraS
    작성일
    19.08.27 03:20
    No. 3

    네임카드를 속이는건가.. 그럼 돈 많은 정치가들의 자식들이 옐로우를 받으면 레드로도 속일 수 있는건가?!?!?! 그나저나 내 손가락이 다 얼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9.08.27 21:02
    No. 4

    식인까지 했다면서 잘 납득가는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독자에게 배경설명을 위해 감정전달같은 부분을 생략한 느낌을 좀 받았구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9.08.27 21:06
    No. 5

    그리고 말투가 캐릭터에 맞게 더 단호하고 강인한 느낌이 있었으면 예를들어 군인식 말투도 좋고..어쨋든 그런부분이 보완된다면 글에 느낌이 더 살것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주공자
    작성일
    19.08.27 22:07
    No. 6

    매와 유정무는 약간 애증의 관계같은거고...
    군인식 말투로 너무 단호하게 하면 오히려 어색해보일것같아 처리했는데 고민해봐야겠네요!
    감정선은.... 저의 약점입니다. 일부러 숨겼다기보단 서사와 전개에 저도모르게 집중하게 되어 호흡이 고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 이런것들을 반영해서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성의 있게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2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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