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856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17 01:58
조회
2,572
추천
80
글자
10쪽

직업탐색검사 2

DUMMY

“내가 왜 이런 일에 휘말린거지?”


「원인을 파악하는 것보다 직업탐색과정을 이용해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

그게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 될 것 같은데.」


“그게 누군데?”


「내가 너의 의식에 개입하는 건 한계가 있어!

목소리는 내 의지의 일부를 너의 의식에 투여했을 뿐,

나라는 존재가 완전 네 뇌에 결합한 게 아니야.

이 일이 가능한 확실한 한 사람을 추론해봐!」


‘이 기술을 온전히 이해해서 활용할 수 있고 직업탐색과정에 개입할 권력이 있는 사람.

그건 밸류 컴퍼니의 감마 회장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뭐야?”


「그것도 말해줄 수 없어.」


론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추진력을 높여 우주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는 점점 더 높아져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날아갔다.


세상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많은 과학자들, 심지어 이 시대의 뛰어난 천체물리학자라고 칭송받는 감마 회장이나 아마르조차 뮤온입자(광속보다 아주 약간 느린 입자)보다 빠른 속도를 내는 물질은 없다고 인정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이 순간 져스틴에게만은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 세계의 창조자이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

즉 신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태양계를 벗어나고 은하계, 소우주를 벗어나 대우주마저 몇 개를 거쳐갔다.

대부분은 암흑이었지만 간혹 항성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은하에 있는 항성을 포함해 수백만개가 넘는 항성들,

그러니까 적색왜성이나 백색왜성들을 봤다.


질량수축의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블랙홀이 성운을 빨아들이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행성도 볼 수 있었다.

항성주변에서 딸기향이 나는 성운도 있었고,

어떤 항성에서는 질소로 가득찬 분화구가 폭발해,

몇 백 킬로미터가 넘는 불꽃을 내뿜는 플레어도 볼 수 있었다.


빛의 속도보다도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지나쳤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느린 속도로 재생되거나 시간이 되돌아가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것은 하나의 생물이나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는,

우주의 무시무시하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물론 어린 나이의 론리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의미도 없었지만.


「우주의 끝을 통과해서 의식 속에 숨어있는 자신을 끌어낼 생각이군.」


“그래. 그런데 이런 광활한 우주를 이렇게 자세하게 무의식이 구현해낼 수 있는 줄은 몰랐어.”


「마인드스캐너로 무의식은 스캔할 수 없어.」


“뭐? 그럼 잠재력까지 측정해서 진로를 정해준다는 건 거짓말이야?”


「마인드 스캐너로만 보면 그렇지. 하지만 밸류컴퍼니의 기술로 다른 방법을 찾아냈어.」


“그게 뭔데?”


「감마선이야.

과거에는 우주가 지구로 쏘는 방사능이나 빛의 선들을 가공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하지.

이것을 가공해서 특정량을 사람에게 주입시키면 무의식을 의식화 할 수 있어.


그럼 모든 감각이 극도로 발달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데,

이때 대상자가 일생동안 받아들인 데이터들이 정보로 정리되고,

모든 클라이언트와 연결된 슈퍼컴퓨터같은 존재가 되는거야.


다른 이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신의 존재를 인지할 수도 있어.

네가 지금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고.」


“엄청나게 대단한건데 왜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는거지? 사업을 하면 돈도 벌거 아냐.”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미치게 되니까.

애초에 인간은 그 수많은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대가지.」


“그럼 내가 이곳을 빨리 나가지 못하면 미친다는 얘기잖아.”


「사람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그렇지.」


“나에게 왜 이런것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거지?”


론리의 질문에 목소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침묵 속의 목소리는 그 실체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대답을 해줘도 좋을지 망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일에 대비해 내가 존재했어.

그리고 너는 오늘의 일 때문에 삶의 방향을 결정할거야.」


론리는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무게가 느껴졌기에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우주의 끝이 보였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 어느새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위기를 느꼈다.

론리가 정신을 집중하자 푸른 빛이 온몸에 둘러져 그를 보호했고,

열은 그의 몸에 침투하지 못했다.


「비행속도를 높인 것도 놀라운데 외부 영향을 차단하다니.

무의식을 제어하는 수준이 놀랍게 발전했군.」


“몸 속에 어떤 힘이 느껴져.

공간 같은 건데 내 마음대로 휘거나 움직일 수 있어.

그걸 이용해서 내 몸을 두를수도 있고 내뿜어서 다른 물건을 파괴할 수도 있어.”


딱딱한 벽돌도 아니고 기체도, 액체도 아닌 물컹한 어떤 것이 론리를 가로막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었다.

마치 순대를 시키면 따라오는 염통과 같았다.

아무리 그 벽을 따라가도 통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구멍이 없었다면 우주는 막혔다고도 볼 수 있었다.


우주의 끝에 도달했다니.

그런 사람은 론리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감상에 젖어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고 만져보기도 했다.

항성에서 뿜어져나온 열들이 표면에 막히는 바람에 쌓이면서 뜨거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열이 조금 약한 곳이 있었는데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는 곳이었다.

아지랑이같은 것이 피어올라 손을 대봤더니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구멍을 통해 열이 빠져나가는 건가.

우주의 바깥이 존재해.

점의 무한대는 선이고 선의 무한대가 면이라면.

우주의 무한대에는 다른 차원이라도 있는 건가?’


시도해야만 한다.

론리는 구멍을 통해 나가보기로 했다.

통로는 한눈에 봐도 사람이 들어가기에 힘들어보였고,

그 끝을 알 수 없었지만 론리에게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가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이 세계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자신도 평생 이곳에 갇히거나 미치광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살면서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힘든 일이 운명적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그는 정체불명의 구멍을 손으로 헤집어 넓힌 뒤 그 속으로 들어갔다.

속은 이상하게 초능력이 통하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헤집어서 기어가야 했다.

몇 시간을 기어나가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멍이 작았는데,

물컹거리는 이상한 느낌 덕에 전진하기가 더 힘들었다.

산소가 점점 부족해졌고 무엇보다 공포가 엄습했다.


「정신을 잃으면 안 돼.」


“말만 하는 건 쉽지. 이미 돌아버릴 지경이야.”


「어렸을 때 얘기를 해봐. 궁금하군.」


“어렸을 때? 이런 적이 있었어.

힘든 일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와서 견디라고 강요할 때 말이야.”


「직업탐색검사도 받기 전인 친구가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듣기 싫으면 말아.”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지.」


“빠른 사과 고마워. 나는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어.”


「······.」


웬일인지 한참 동안 말 없는 목소리에게 론리가 되물었다.


“듣고 있어?”


「계속 얘기해봐.」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어.

부모님께 언제 버림받을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사는데 학교생활이 대수였겠냐고.


하루는 어떤 아이가 나를 고아라고 놀렸고,

내가 화가 나서 그놈을 때렸어. 얼굴이 퉁퉁 부을 때까지.


당연히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불렀지.

나는 집에서 쫓겨나거나 혼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어.

대신 아버지는 나에게 한마디 하셨지.”


「뭐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스스로를 용서하라고.”


「······.」


목소리는 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론리는 그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이상하게 나는 그날 이후로 고아라고 놀리는 말에 화가 나지 않았어.”


「쫓겨날 거라는 불안감이 사라져서 그런건가?」


“아니. 그것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있었지.

아버지가 날 사랑한다는 확신.

그게 고아였던 날 론리 져스틴으로 만들어줬어.

내가 나인 것에 대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으니까 화나지 않았던 거야.”


지금은 부모님의 응원이 없었기 때문인지 이야기로도 버틸 수 없었다.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몇 시간을 갔지만 너머의 세계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질식과 광기 사이를 오갈 때 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몇 번의 기절과 고함과 탈진 끝에,

겨우 우주의 끝이 낸 시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하면 부수는 수밖에 없어.’


론리가 정신을 집중하자 벽을 향해 보라색 빛이 나갔다.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것 같은 위력으로 반동충격파가 느껴졌다.

먼지와 운석들이 주변에 모조리 사라질 정도로 강력했다.


폭발로 눈이 잠깐 멀 정도의 빛이 눈을 가렸고,

확성기를 귀에 댄 듯한 이명이 들렸다.

1분 정도가 지나서야 귀를 막던 손을 풀고 감은 눈을 떴다.


론리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벽이 흠집하나 없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허우적대는 것 처럼 절망이 그를 지배했다.

그때부터 론리는 중력도 없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우주에서 먼지처럼 부유했다.


‘어른이 되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잠입 1 +5 19.07.24 819 24 10쪽
9 도피 4 +4 19.07.23 962 29 5쪽
8 도피 3 +4 19.07.22 1,094 40 7쪽
7 도피 2 +2 19.07.21 1,242 38 9쪽
6 도피 1 +2 19.07.21 1,481 41 7쪽
5 가상세계 3 +11 19.07.21 1,743 50 14쪽
4 가상세계 2 +4 19.07.19 1,967 59 10쪽
3 가상세계 1 +12 19.07.17 2,235 64 7쪽
» 직업탐색검사 2 +6 19.07.17 2,573 80 10쪽
1 직업탐색검사 1 +14 19.07.17 3,739 1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