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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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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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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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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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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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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도피 3

DUMMY

파동은 지구에 있는 어떤 입자보다 빠르다.

입자는 곧 물질이고 물질 중에는 금속이 있다.

추진장약의 폭발로 추진력을 얻어 날아가는 금속을 총알이라고 한다면,

웨이브건의 공격은 총알보다 빠르다고 볼 수 있다.


론리는 그런 웨이브건의 공격을 피했다.

뿐만 아니라 왼발을 주축삼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오른쪽 다리의 발차기로 낙화유수의 발목을 정확히 차서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격투능력이 최상급인 낙화유수도 대처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론리가 파동 자체를 피한 것은 아니었다.

직업탐색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론리의 감각은 극도로 예민하게 발달했고,

낙화유수의 조그마한 움직임조차 유의미한 정보로 다가왔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사람의 움직임,

즉 상대의 의도를 예측하게 해줬고 그가 웨이브건을 쏜다는 사실을 예측해 움직인 것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정해진 미래 속에 정지된 시간처럼,

론리가 어떤 변수도 없이 움직여 그것을 피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상대는 론리의 행동에 상호작용 한다.

예를 들어 일찍부터 웨이브건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낙화유수는 다른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론리는 상대가 자신이 예측한 움직임을 취해주길 기다렸고,

적당한 타이밍에 완벽한 움직임을 구사한 것이다.


‘제기랄! 과도한 감마선의 노출이 오히려 론리의 능력만 가중시키는 꼴이 됐어.

가공됐다고는 해도 저 정도 양의 감마선을 커버할 수 있는 의지력이라니.

괴물이 따로 없군.’


더이상 론리를 도와주는 목소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론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들이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그것들을 이용해야만 했다.


일어서려는 낙화유수의 손을 걷어차 넘어뜨린 뒤 웨이브건을 멀리 치웠다.

낙화유수는 론리가 웨이브건을 치우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 론리를 몰아부쳤다.


아무리 근미래 예측 능력이 있는 론리라고 해도,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훈련되어있는 낙화유수를 제압하기는 힘들었다.


낙화유수는 호흡에 변화 하나 없이 론리를 순식간에 몰아붙였다.

론리의 움직임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는 듯 주먹과 발차기로 론리의 온몸을 공격했다.


론리는 낙화유수의 모든 행동을 비디오로 재생하듯 예측했지만,

반격은 생각도 못한 채 방어하기 급급했다.


‘방어를 해도 데미지가 상당하군.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뒤로 밀리던 론리의 발 뒤꿈치에 검사용 베드가 닿았다.

론리는 뭐라도 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베드에 걸려 넘어져 낙화유수에게 턱이나 명치를 맞고 기절할 것이다.


“제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죽이려는 거죠?”


“너의 능력 자체가 챔핀코 연합의 위협이다.

인간들의 사회에 너같이 유능한 자의 능력은 필요가 없다.

부를 위해 쓰이지 않을 거라면 더더욱!”


“미래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어린애를 죽인다니.

그런 정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 거냐고요!”


그 순간 낙화유수의 공격이 잠깐 멈칫했다.

틈을 이용해 론리는 재빠르게 베드를 등에 받쳐 뒤로 굴러 빠져나간 뒤,

베드를 발로 차 낙화유수에게 적중시켰다.


충격에 잠깐 고개를 숙인 낙화유수가 몸을 추스르고,

검사용 베드를 뛰어 넘으려 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론리의 손에 어느새 웨이브건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론리는 처음부터 웨이브건을 손에 쥐기 위해 시간을 버는 계획을 짜놓은 것이다.


“몸으로는 아직 안되지만, 머리로는 이미 내가 앞서고 있나보네요.”


“나를 쏘면 너는 정부를 적으로 두는 거다.”


“어차피 정부가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이러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내게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는 기회는 이것뿐이에요.”


“방위정보국장의 직책을 걸고 맹세하겠다.

생각을 바꾸고 블랙으로 들어와라.

그렇다면 너의 뛰어난 능력을 온 세상에 이롭게 쓸 수 있게 해주마.”


낙화유수의 말에 론리가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손들고 눈 감으세요.”


낙화유수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나를 죽이더라도 이것만큼은 명심해라.

정부는 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거다.

그 자연의 법칙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 마.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희생될 테니까.”


론리의 처분을 기다린다.

낙화유수의 시간에 먹물이 칠해져 어둠으로 변하는 동안 대답도, 죽음도 찾아오지 않는다.

눈을 뜬 낙화유수는 아차 싶었다.

론리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웨이브건이 검사용 베드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웨이브건을 챙겨서 황급히 나가려는데 누군가 앞을 막아서며 조용히 신분증을 보여줬다.


“팍스 사(올리칸에 적을 둔 초국적 기업으로 전쟁무기와 디벨로이드를 생산한다) 한국지사 AS센터장 맥 져스틴...?”


“실수로 내가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신분증을 보여줬군요.”


론리의 아버지 맥 져스틴은 속주머니를 다시 뒤지며 다른 신분증을 보여줬다.

무언가를 본 낙화유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이런 분이 여긴 왜...?”


“유능한 국장님이시니 최대한 존중을 담아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말씀드리죠.”


맥 져스틴은 낙화유수에게 천천히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분은 론리 져스틴에 대해 당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추적은 이쯤에서 멈추시죠.”


낙화유수는 맥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었다.

맥 져스틴은 문을 나가려다 말고 다시 뒤돌아서 말했다.


“만약 앞으로 방위정보국에 의해,

론리의 신상이 위태로워지거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의 모가지만 날아가는 게 아니라,

당신네 소속 요원 모두가 공동묘지에 묻히게 되는 줄 아십시오.”


머릿속이 새하얘져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낙화유수를 뒤로한 채,

맥은 황급히 론리를 쫓았다.

그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맥은 탁자 위에 놓여진 론리의 편지를 보고, 급하게 전화기를 들었다.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론리를 찾아라.”


17년간 같이 살았던 론리가 나갔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맥의 아들이었다.

손가락을 쥐던 아이의 작은 손바닥,

처음으로 불렀던 아빠라는 말,

휴일에 놀이동산에서 탄 롤러 코스터,

함께 구해준 참새를 무사히 하늘로 돌려보낸 이야기,

모두 그의 아들이었기에 경험이다.


아직 그는 아키텍쳐 스쿨을 졸업한 론리의 포옹을 받지 못했다.


‘그분의 뜻이 뭐든 론리는 내가 지켜낼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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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벌꿀돼지
    작성일
    19.08.26 21:39
    No. 1

    오 그러고보니 얼핏 기억엔 론리 저스티스를 본 것 같은데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벌꿀돼지
    작성일
    19.08.26 21:44
    No. 2

    그렇다면 가상세계 2에서 사령관을 심문할 때 론리 져스티스란 이름을 아냐고 묻는 과정에서 두번 쓰인 론리 져스티스는 바꾸는 과정에서 놓친 걸 수도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주공자
    작성일
    19.08.26 21:45
    No. 3

    으엇 중요한 지적 감사합니다! ㅠㅠ
    중간에 이름을 바꿔서 놓친것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MoiraS
    작성일
    19.08.27 02:45
    No. 4

    정부가 자연의 법칙이라.. 낙화유수 저 양반 태어날때부터 회사에서 사육당했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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