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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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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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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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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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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2

DUMMY

낙화유수는 밝힐 수 없는 경로로,

론리가 먼 훗날 시민연합정부의 큰 적이 될 인물임을 알아냈다.

그가 세운 첫 번째 계획은 론리를 호프리스로 만드는 것이었다.


만약 론리가 이것을 극복한다면 다음 계획은 적을 더 가까이 두는 전략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자신에게 극도의 경계와 두려움을 표하고있는 론리에게,

낙화유수는 그를 우선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너무 무서워할 필요 없다. 단지 너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려고 온 거다.”


“제안이라뇨?”


론리는 시간을 끌기위해 낙화유수의 말에 대충 대답을 했지만,

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서 피를 닦으며 나온 정부요원이,

단순히 자신에게 제안하기 위해 왔다는 것은 믿기 힘들었다.


그는 최대한 그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집중했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낙화유수에게서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겠지만,

직업탐색과정 중 이상한 능력을 얻은 론리에게는 최선의 방법이 절로 그려졌다.

그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네 걸음 약간 안 되는 거리를 유지했다.


“너도 알다시피 현재 챔핀코 정부는 밸류 컴퍼니의 협조를 받아,

여섯 개의 명찰로 국민들의 직업군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색깔은 레드, 그레이, 블루, 바이올렛, 화이트, 옐로우로 나뉘어져있지.


옐로우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무기력자들.

화이트는 문학, 그림, 춤, 성악, 악기 등 예술을 담당하는 자들.

바이올렛은 육체가 발달해 스포츠, 무술, 건설노동, 치안을 담당하는 자들.

블루는 특출한 능력없이 단순 기계조작 및 생산업을 담당하는 자들.

그레이는 지능이 평범한 자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

회사의 사무나 국가의 하급행정을 담당하는 자들.

그리고 레드는 지능과 신체능력 모두 다른 이들보다 월등하게 좋은 이로서,

국가의 상급행정, 사법기관, 원로원, 언론을 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제 7의 네임카드인 블랙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론리는 낙화유수와의 대화에 살짝 흥미가 생긴다.


“일곱번째 카드라니. 그게 뭐죠?”


“사실 이런 직업체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통제체계다.

각 행정부서와 기업들을 뛰어넘어,

유연한 정보수집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없지.

시민정부의 안보나 이익추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블랙이라는 네임카드가 있다.

이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밀이기 때문에 직업탐색과정에서 호명되지는 않는다.

레드 중에서도 너 같은 S등급에 해당하는 자들을 찾아내 선택의 기회를 줄 뿐.

너는 블랙의 자격이 충분히 된다.


어떤가? 네가 여기서 동의만하면 방위정보국 역량개발센터의 적절한 훈련을 거쳐,

사령관 경호실이나 방위정보국 부서에 배치될 수 있다.”


론리는 그의 의도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정말 내가 레드중에서도 S등급이라 매뉴얼에 의해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방금 내가 극심한 어지럼증과 고통을 느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런데 저 사람은 이런 제안을 하면서 애초에 왜 나를 경계하고있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낙화유수의 태도였다.

그는 명백히 긴장하고 있었고,

론리가 그의 의도와 다른 대답을 한다면 틀림없이 공격할 것이라고 느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낙화유수와 대화했다면,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만큼 그의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고도로 훈련된 요원임을 떠나서,

언제나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 이외의 모든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낙화유수의 개인 성향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론리다.

론리에게는 마치 독심술이 주어진 것처럼 관찰하는 사람의 내면이 훤히 보였다.

그래서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선택의 여지라는 게 있는 건가요?”


론리의 질문에 요원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정말 원하는 대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냔 말이에요.”


“물론이다. 여긴 챔핀코 시민 연합정부다.

모든 개인의 판단은 자율이며 그 의사는 존중하는 것이 제 1원칙이다.

만약 네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집으로 가도 좋아.”


겉보기에 아주 완벽한 위장이었다.

낙화유수는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끈질기게 낚싯줄을 잡고 버텼다.


사람들은 누구나 권력을 원한다.

세상의 자원을 마음대로 분배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몫이 떼일 염려를 하지 않을뿐더러,

더 큰 몫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


그들에게 돈이나 이성과의 잠자리는,

언제든지 수급할 수 있는 충전기 같은 것일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권력에 도전해오는 사람들과 투쟁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도록,

세상을 조종하는 데 골몰한다.

자신을 위해 우주가 움직이고 세상 전체가 그의 게임판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이란 큰 것일수록 좋다.

정부 부처를 초월한 권력은 그런 권력에 매우 가깝다.

더 좋은 것은 그렇게 큰 것을 쉽게 잡는 것이다.

블랙은 선거없이 훈련을 거쳐서 바로 획득할 수 있는 권력이다.


레드 네임카드를 부여받은 대부분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야망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론리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낙화유수는 상상도 못 할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자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누군가의 편에 서는 것보다는,

세상이 조금 더 자연의 이치에 맞게 돌아가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정치나 정보요원들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것을 위해서 온갖 인위적인 개입을 하죠.”


“네가 지금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른으로 살면서 수많은 불의와 부조리,

그리고 대중의 어리석음을 접하게 될 거다.


그때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한들,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권력이 나쁜 것 같나?

권력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너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걸 후회할 게 뻔해.”


한 번 건너가면 돌이켜 돌아올 수 없는 강.

낙화유수의 제안은 그 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번의 거절로 어쩌면 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순식간에 쓰레기통으로 집어넣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정부의 고위직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해볼 수 있었다.

수많은 직장을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 있고,

치안관들이 잡지 못하는 악당들을 잡을 수도 있으며,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거지들을 구원할 수도 있다.


낙화유수에게 보이는 수상한 태도를 모조리 감출 수 있을 만큼,

그의 제안은 매력적인 것임에 분명했다.


그 속에서 론리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론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자연의 이치를 사람들의 사회에서 실현시키는 것은,

관찰자가 아니라 오히려 권력자가 아닐까?


“론리 져스틴. 나는 진심으로 너같은 인재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대답해주게.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고민 끝에 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요원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했다.

론리 져스틴은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논리에 대한 함정에 빠졌다.

이제 낙화유수는 론리 져스틴이라는 폭탄을 끌어안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하지만 그가 정부를 망치는 운명을 걷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는 정부와 함께 물들어갈 것이다.

욕망과 죄악에.

그리고 자연과 인위 사이에서 결국은 인위를 선택할 것이고,

언젠가는 안위를 선택할 것이다.


“네가 최선의 선택을 할 줄 알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낙화유수가 반갑게 손을 내밀었지만 론리는 그 손을 잡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이 제안을 거절하면,

분명 나중에 세상을 저주하고 지금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변하지 않는 제 믿음이 있어요.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은 커다란 권력이나 통제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몫만큼 기능을 다하는 것.

그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원님의 제안을 거절하겠습니다.”


낙화유수는 악수하기 위해 내밀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변화가 없던 표정 속에 아주 잠깐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론리에게 물었다.


“내 제안에 대한 마지막 대답이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잘 알겠다.”


낙화유수는 웨이브건을 꺼내 발사했다. 어느 새인지도 모르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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