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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님의 서재입니다.

외계에서 온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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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4.04.15 18:05
최근연재일 :
2024.05.21 08:0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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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45
추천수 :
4,391
글자수 :
166,202

작성
24.04.19 00:05
조회
7,997
추천
134
글자
10쪽

껍질을 깨고 - 1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쇠르주 보육원의 작은 운동장은 보육원의 모든 아이들이 뛰기에는 비좁다.

원래라면 이 작은 운동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거나, 아니면 키 큰 보육원의 형, 누나들이 그냥 힘으로 독식을 하고 나머지는 옆에서 흙이나 만지고 놀아야할 테지만.

그러나 지금은 어린 노아도 당당하게 운동장 한 자락에서 자리를 차지하며 뛰놀고 있었다.

바로 ’쇠르주 보육원배‘ 축구 시합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아, 받아!"


노아가 기억하지 못하는 ######들과의 특별했던 만남으로부터 2년이 지났다.

노아는 여전히 또래에 비해서 작은 편이긴 했지만 예전보단 훌쩍 키가 커졌다. 그리고 아주아주 날쌨다.

후욱 하면서 나온 입김이 허공에서 흩어질 때, 노아의 몸은 공과 함께 직선거리를 질주했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는 2살 위의 멧킬리 형. 노아가 친근하게 멧~ 이라고 부르는 사이.

그러나 남자들의 스포츠 앞에서 형동생은 의미없다.


타닥! 탁!


왼쪽 발바닥으로 공을 긁듯이 올렸다.

공은 자석에 달라붙은 철조각마냥 노아의 발을 따라 올라갔고, 멧킬리의 발은 안쓰럽게 허공만 갈랐다.

노아는 공중에 뜬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그대로 턴, 오른발로 툭치고 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와아아!!"


"노아오빠 엄청 잘해!!"


"노아, 힘내! 골 넣어버려!"


네팀 내팀 안 가리고 보육원 여자아이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노아.

남자아이들은 입을 댓발 내미거나 우우우 야유를 퍼부었지만 역으로 억센 여자아이들에게 응징당하고 말았다.

노아가 환호 받는 이유, 물론 외모덕분도 있지만 축구를 제일 잘했기 때문도 컸다.


축구시합 하는 아이들 중에서 노아는 가장 어린 편에 속했지만, 가장 눈에 띄었다.

그의 별명인 다람쥐를 떠오르게 만드는 날쌘 속도에, 가로막는 덩치 큰 형들을 순식간에 제쳐내는 화려한 개인기.

특히 개인기는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타이밍을 깨고 공간을 쪼개는 동작을 스스로 체득하고 실행했다. 마치 각인된 본능처럼.

어느덧 골키퍼 토마스와 1대1 상황.

나무막대와 플라스틱 그물로 대충 만든 골대 구석을 향해 노아는 공을 툭 밀어찼다.

토마스는 반응하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굴러가는 공을 멀뚱히 바라만 봐야했다.


"vakker(아름답군)-! 저 꼬마 녀석, 진짜 기가 막힌데?"


"혼자 수준이 달라. 어느 축구팀 유스인가?"


"바보야. 걔잖아, '걔'."


지나가다 구경하는 사람들 몇몇이 노아를 알아본 것 같다.

노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그 시선을 피했다.

'그 일' 이후 노아는 모르는 사람들의 저런 시선들이 꺼려졌다.


"와... 축구를 정말 잘하는구나?"


고개를 푹 숙이고 걷던 노아에게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양인 남자가 웃으면서 노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에 펑퍼짐한 옷이 눈에 띄었다.

나이는 짐작이 안 갔다. 동양인들은 워낙 동안이 많아서.


"고...맙습니다?"


"혹시 꿈이 축구선수니?"


동양인이 영어도 아니고 노르웨이어를 구사하는게(조금 어색하긴 했어도) 특이했다.

함부로 몸에 손대지 않는 것도 가산점이었다. 외모 때문에 제법 고생해봤던 노아는 경계심을 조금 풀었다.


"할 수 있으면요."


"응원하마. 아저씨가 축구는 잘 모르지만 너는 재능이 있어 보여. 분명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럼 가볼게요."


이후 그 동양인 남자는 15분 정도 보육원배 축구시합을 더 보다가 자리를 떴다.

시합은 이번에도 역시 노아가 있던 팀의 압승.


"우리 팀이 이겼으니 오늘 대청소의 할 일들은 전부 너희 차례다! 방청소와 빨래, 설거지까지! 으하하!"


"이건 완전 사기야! 예전부터 그랬지만 저 녀석을 가진 쪽이 무조건 이기잖아!"


"그래서 누가 가위바위보에서 지래? 이겨서 뽑던가. 흐흐흐."


왁자지껄한 형들을 뒤로한 채 노아는 남자가 떠난 자리를 잠깐 보았다.

왠지 자주 만나게 될 거 같다는 예감 아닌 예감.


"이 귀여운 녀석! 하하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축구를 이리 잘할 수가 있냐? 응?"


“...오늘도 봐주느라 힘들었다. 내 연기 실력 어때?”


땀내 나는 형들에게 거친 귀여움과 온갖 헛소리를 다 받느라 짜증이 밀려온 노아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축구선수라.... 내가 과연 TV에 나오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공을 가볍게 튀기면서 노아는 생각했다.

보육원 형들은 솔직히 너무 시시했다. 더 잘하는 사람들과 축구를 해보고 싶어졌다.


===


쇠르주 보육원의 보육원생들은 가엾게 버려진 갓난아기부터 13세의 소년, 소녀들까지 그 구성원이 다양했다.

14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없는 이유는, 14세 이상부터는 국립보육원의 지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보육원에서 독립하여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했다.

그나마 노르웨이는 유럽에서도 무척 선진적인 복지체계를 자랑하는 덕분에 독립한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도 일정량의 보조금과 생활지원금이 주어지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14살이 되기 전에 보육원을 나가는 아이들도 적잖이 존재했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이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일지도.


"노아! 노~~아!!"


"노아 형! 수녀님이 찾아~!"


보육원 식구들이 목청 높여 자신을 찾고 있음에도 다락방 침대 밑에 숨은 노아는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보육원생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스노레 수녀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 10분 뒤 노아는 스노레 수녀에게 잡혀 다락방 아래로 끌려 내려왔다.


"저는 입양 안 할래요! 입양가기 싫어요! 여기서 13살까지 있다가 친구들과 같이 나갈 거라고요!"


"그분들이 너를 콕 집어서 데려가시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수녀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이상한 집에 잡혀가서 어떤 일을 당할 뻔 했는지!"


"오, 노아.... 그건 정말 어른으로서 면목이 없구나."


노아는 입양 전례가 있었다. 그리고 파양의 전례도 있었다.

점점 커가면서 노아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화려하고 보석같은 눈을 가진, 누구보다도 확 띄는 외모를 드러내게 되었다.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며 성숙하고 밝은 성격의 노아는, 보육원을 찾아와 입양을 원하는 부부들에게 선택을 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조건을 지녔다.


첫번째 입양 때 노아는 다짐했다. 새로 얻은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친자식은 아니지만 친자식 이상으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그러나 첫번째 입양은 노아에겐 재앙이었다.

왜냐하면 양아버지가 노아에게 지나친 관심, 그것도 '성적' 관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온 몸 구석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어. 노아... 이 아빠에게 오렴.'


'으, 으아아악! 살려줘요!!'


비명을 듣고 달려온 이웃들이 아니었으면 노아는 정말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아동성범죄에 대한 노르웨이 법원은 아주 엄격했다. 노아는 입양 1달 만에 무사히 파양된 채 보육원에 돌아갈 수 있었다.


노아가 두번째로 입양됐을 때의 나이는 9살이었다. 노아의 외모는 그때보다 더 튀었다.

금을 녹인 것 같은 밝은 금발에 긴 속눈썹, 푸른색의 빛나는 눈동자,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까지.

주목을 받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었고, 노아의 두번째 입양부모는 이런 노아를 키즈모델로 데뷔시켰다. 그리고 데뷔와 동시에 '천사아이가 나타났다!' 면서 도시 전역에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

노아가 모델로서 입은 의류들은 완판됐고, 노르웨이 지역지에서는 노아를 광고모델로 썼으며, 심지어 TV쇼에도 출연을 제의받기도 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노아 스스로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두번째 꿈인 영화배우가 될 수도 있었으리라.


'엄마. 아빠.... 나 너무 졸린데요....'


'일단 이것만 찍자니까! 내일 굶고 싶은거니? 엄마말 들어야지!'


'지금이 한창 중요한 때인데 자꾸 약한 소리 할래, 노아!?'


두번째 입양부모는 노아가 벌어주는 돈에 미쳐버리고 말았다. 연이은 촬영 강행군으로 쉴 새 없이 애를 굴려대니 아무리 동나이대 아이들에 비해 체력이 좋은 노아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할리우드 스타! 노아는 꼭 할리우드 스타가 돼서 엄마, 아빠를 구하러 올 거야! 그렇지?'


'......'


아동학대죄로 친권자격을 잃은 두번째 양부모는 경찰에 잡혀가는 와중에도 노아를 닥달했었다.


[인기 아동모델 XX의 양부모, 결국 체포되다!]


[입양 가족공동체의 불행한 파괴, 원인은 바로 입양아가 벌어들이는 돈.]


[아동모델 XX, 파양이 두번째?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을 수도?]


노아를 더 괴롭게 만든 것은 기자들이었다.

지역의 인기모델답게 노아는 나름의 인지도가 있었고, 이건 기자들이 ‘공인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며 노아에 대한 기사를 가차없이 쓰게 만들었다.

그 기사들로부터 받게 되는 대중들의 동정과 안타까움, 의혹, 혹은 뜻모를 악의와 적개심까지.

노아는 여과없이 노출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기 양부모가 체포되는데 애는 저렇게 멀쩡할까?'


'두번째 파양이라잖아. 나름 익숙한가보지.'


'씁! 그런 나쁜 말들 하지마. 쟤는 엄연히 피해자야.'


노아는 어린 나이에 세상의 쓴맛을 보게 되었고 사람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었다.

다시 돌아온 보육원, 노아는 이곳이 오히려 더 편했다.

그리고 다시는 입양되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말

5분 후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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