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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4.04.15 18:05
최근연재일 :
2024.05.21 08:0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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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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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202

작성
24.04.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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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촬영이 끝나고 LA에서 배우, 스태프들이 다같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지만 노아는 여기에 끼지 않고 서둘러 귀국했다.

왜냐하면 봄학기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제공사, 배급사의 변경 문제로 딜레이되면서 촬영종료일도 뒤로 밀렸다. 때문에 노아는 학교를 생각보다 더 많이 빠지게 되었다.

노아는 유급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와! 두 번이나 미국에 갔다 온 노아다! 헤헤, 잘 놀다왔어?"


"야! 누가 놀아? 열심히 일하고 온 거야."


안 그래도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는데 안본 사이에 더 증식한 것 같은 페터의 얼굴을 밀어내며 노아는 자기의 자리에 앉았다.

보통 오랫동안 학교를 빠지면 어색함을 겪는다던데.... 노아는 촬영 중지 기간에 다시 학교에 나와서 잠깐이나마 수업을 다시 들었기 때문에 그냥 휴가 두 번 다녀온 그런 기분이었다.


"오늘 미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온 노아가 돌아왔어요. 다들 박수로 환영해줍시다. 그런데 노아, 선생님은 이 말을 전에 한 번 더 했던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하하하하하!


올라브 선생님의 유머러스한 말에 노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중간에 촬영 끊기고, 또 끊긴 촬영이 재개될 줄 알았나.

올라브 선생님을 비롯한 같은 반의 친구들은 노아가 미국 어린이 영화의 작은 역할로 출연한 줄 알고 있다.

노아는 자신이 찍은 영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설명을 해줬는데도 그냥 허풍을 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노아는 그냥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나중에 노르웨이에도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그때 뭐라고 하지 마라.


"그럼 이제 영화 촬영은 완전히 끝난 거야?"


"응. 감독님이 편집만 남았다고 했어. 편집도 끝나면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거래."


"우와! 완전 기대된다! 시내 영화관에 걸리자마자 바로 보러 갈게!"


다들 노아의 영화 자체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요스테인만 관심을 가져줬다.

노아는 그게 너무 고마웠다.


“노아가 물건을 훔친 도둑으로 나온다고 했었지? 너무 귀여울 거 같아. 헤헤헤.”


“...아니. 그게 아니라... 에휴!”


요스테인마저도!

노아는 책상에 엎드려서 푸념했다.


===


<나 홀로 집에>의 촬영으로 노아가 받은 돈은 6만 달러였다. 노르웨이 돈으로 환산하면 약 52만 크로네.

명색이 주인공인데 너무 낮은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사실 경력 없는 아역배우에게 저 정도 금액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일단 영화 자체가 1400만 달러짜리 저예산 영화였고, 할리우드에서 경력이 없는 배우, 그것도 아역배우는 정말 말도 안되는 염가로 후려치기 당하는 게 일상다반사란다.


“워너브라더스가 제공사로서 이 영화를 엎으려고 트집 잡을 때 너의 과한 출연료도 그 중 하나였지. 정말 보는 눈이 없는 족속들이라니까.”


노아에게 매우 큰 호감과 기대를 걸고 있는 폴 네이션 캐스팅디렉터는 이 사실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노아는 워너브라더스의 이름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어쨌거나 큰돈 들어온 기념으로 알뜰살뜰 챙겨주신 부모님께 큰 선물을 주려고 했다. 순일에게는 번듯한 새 자동차를, 희진에게는 고가의 화장품세트와 옷을.

그러나 순일과 희진은 한사코 거절하며 노아의 미래를 위해 아껴두라는 말만 반복했다.

순일과 희진은 노아가 출연료로 번 돈을 쓰지 않고 통장에 넣어뒀다. 예전에 아동모델로 일을 하면서 벌었던 돈이 들어있는 노아 명의 그 통장이었다.

이제 아마 리스 그리지 초등학교에서 노아보다 더 돈이 많은 학생은 없지 않을까.


...그런 노아에게 새로운 돈을 벌 기회가 또 찾아왔다.


- 반갑구나, 노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혹시 새로운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니?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전화에 다짜고짜 직구를 던지는 이 사람. 도대체 뭐지?

노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제 이름이 노아는 맞긴한데 전화거신 분은 누구시죠?"


- 배우에게 영화 출연을 묻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야... 영화감독?"


- 그래, 영화감독이란다. 그래서 대답은?


어린 노아는 비록 많은 사람을 만나보진 않았지만, 말투나 어법에서 이 남자가 평범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극단적인 마이페이스라고 해야할까.


"영화를 더 찍고 싶어요. 관심 있습니다."


- 그래? 그럼....


"물론 어떤 영화인지에 따라 다르지만요. 배역이 뭔지, 영화의 스토리가 어떤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영화감독님은 누구인지 같은 것들이요."


집 전화 너머의 남자는 잠시동안 침묵하더니 곧 웃음을 터트렸다.


- 그 전에 나도 알아야겠지. 과연 이 배우가 내 배역에 적합한지 아닌지. 좋아. 한번 보자고.


"근데 감독님 이름을 아직 못 들었어요."


- 내가 말 안 했나? 흠... 안 한 모양이로군. 난 제임스 프랜시스 카메론이네. 그저 영화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


노아는 바로 부모님께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영화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도 밝혔다. 새로운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영화를 찍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순일과 희진은 아들을 걱정했지만.

노아는 아직 영화 출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감독과의 만남일 뿐이라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물론 <나 홀로 집에>처럼 스토리와 배역이 마음에 들면 무조건 하고 싶었지만.


봄학기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노아.

그곳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처음 만났다. 하관을 다 덮을 정도로 덥수룩한 수염과 두꺼운 안경, 허름한 양복 그리고 무척이나 큰 키.

생각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영화 찍자꾸나."


"...네?"


"널 캐스팅하겠다는 소리다."


여러 가지 연기를 준비해왔던 노아는 벙쩠다.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연기도 안보고 배우를 뽑는다고?

제임스 카메론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몰랐던 노아는 이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었다.

그러나 곧바로 들려오는 카메론 감독의 말.


"네게 맡길 배역은 첫 번째로 이미지, 두 번째로는 비주얼이 중요하지. 연기는.... 뭐 잘하면 좋고, 못해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이미지, 비주얼로는 완벽해. 그래서 합격이다."


노아는 오히려 불타올랐다.

연기를... 중요하게 안 본다고? 노아는 이 소리가 마치 '네 연기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 홀로 집에>의 오디션과 촬영현장을 겪으면서 자신이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노아는 이 무심하면서도 제멋대로인 감독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스토리나 각본이 후지기만 해봐라.'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제가 맡을 배역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카메론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한 개의 얇은 책자를 건네주었다.

노아는 그걸 보았다.


<Terminator 2 : Judgment Day>(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


"뭔가 거창해 보이는 제목이네요."


"...혹시 <터미네이터>에 대해서 모르니?"


"네. 그 영화에 속편인가 보네요. 음...."


노아는 내용이 궁금해 얼른 책장을 넘겼기에 몰랐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표정은 있는 대로 꾸겨진 뒤였다.


'하. 내 영화를 모른다고? 근데 그걸 자랑스럽게 말해?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람보2>나 <에어리언2>가 더 유명하고 더 잘됐지만 카메론이 진짜 아끼는 영화는 <터미네이터>였다.

근데 그 영화 속편에 대한 캐스팅을 받으러 온 주제에 터미네이터를 모른다는 건 카메론이 노아를 괘씸하게 여기기 충분했다.

(카메론은 처음부터 노아에게 터미네이터 속편을 찍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카메론에게 그런 건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카메론이 속으로 욕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노아는 정신없이 이 영화의 줄거리에 빠져들었다.


'와... 이건 도대체......?'


노아는 자신의 입이 점점 벌어진다는 걸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미래에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는데, 기계군 쪽에서 인간군 지도자가 될 존 코너를 살해하기 위해 터미네이터라는 로봇을 과거로 보낸다.

그리고 인간군 쪽에서도 어린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마찬가지로 터미네이터 로봇을 과거로 보낸다.

두 로봇이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살리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발상들을 할 수 있었을까?'


<나 홀로 집에>의 줄거리를 처음 읽고 느낀 감정이 코믹과 재미, 따뜻함이었다면 <터미네이터2>는 압도적인 스릴과 쾌감, 그리고 몰입감이었다.

노아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글자로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직접 연기해본다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제서야 노아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감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카메론은 카메론대로 노아를 보자마자 어떤 영감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가끔은 연기 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눈 앞의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할지 상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녀석이다!'


이 페이스와 이 분위기다. 그가 상상하던 '존 코너'의 모습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이 소년을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번 눈에 띈 이상 '존 코너'는 오직 노아 프레데릭센만이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완벽주의자인 그의 성격상 영화를 찍는 내내 잘못된 캐스팅이 눈에 밟혀 제대로 카메라를 돌리지도 못하리라.

물론 터미네이터를 안봤다 수준도 아니고 아예 모른다는 소리는 카메론의 배알을 제법 뒤틀리게 만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촬영장에서 연기든 뭐든 아주 혹독하게 가르쳐주리라고 속으로 다짐하는 카메론.

한마디로 이 건방진 꼬마의 캐스팅을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지금 당장 <터미네이터>를 보고 와야겠어요."


"흐... 내가 비디오를 주마. 감상문은 써오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터미네이터2>의 '존 코너' 역이 확정되었다.

촬영일을 5개월 앞둔 1990년 5월이었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ㅎㅎ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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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4 24.04.25 5,039 126 12쪽
12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7 24.04.25 5,075 12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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