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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4.04.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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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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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별이 되다 - 3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단순하게 엄마한테 혼이 나서 슬프고 서러운 아들을 연기하는 거라면 당장 집어치우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요, 감독님. 그럼 어떤 감정이 더해지길 원하시나요?"


"감정의 복잡함이 중요한 게 아니야! 관객들이 너를 보며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해! 마치.... 그래, <나 홀로 집에>에서 너 혼자 이웃집의 크리스마스를 보는 장면, 알지?“


”알죠.“


무려 오디션에서도 선보였던 씬이 아니던가.

제임스 카메론도 그 씬을 꽤나 인상 깊게 본 듯 했다.


”그 장면 이상의 표현력과 설득력이 필요해.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을 너의 감정에 온전히 동화될 수 있도록! 그렇게 할 수 있겠지? 내가 네게 어려운 요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만."


못한다고 하면 때릴 기세였다.

그러나 노아는 카메론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다. 자신도 있었다.


"...알겠어요. 그런 의미의 연기를 한번 해볼게요."


"역시 명석하구나, 키드! 되도록이면 짧게 가자고."


노아를 돌려보낸 카메론 감독은 강하게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내일 말리부로 가는 건, 촬영 로케이션상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즉, 오늘 촬영분은 밤을 새서라도 찍어야 한다는 뜻이지! 자랑스러운 굼벵이 여러분, 안 그래도 시간 빠듯한데 서로 화딱지 나게 만들지 말자고! 휴식과 자유, 그리고 인권은 소중한 법이니!"


말리부에서의 촬영은 자동차 수십 대를 부수고 건물 전체를 폭발로 날려버리는 등 매우 스케일이 큰 장면들이 여러 번 들어간다.

당연히 이를 위해 적지 않은 경찰들과 소방차량이 동원되었고 인근 지역에 대한 교통통제까지 이루어질 예정.

이러니 말리부의 촬영은 이곳에서의 촬영이 늦어진다고 뒤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씬을 앞두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지금 촬영장에서 거의 공포의 대상이 된 카메론 감독.

‘내가 너희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게 만들지 말라’ 면서 엄포를 놓는 카메론의 압박에 스태프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 채 촬영준비에 서둘렀다.

린다 해밀턴, 아놀드 슈워제네거 같은 경력 있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각본을 다시 살피고 입과 표정을 가다듬으면서 연기를 준비했다.

촬영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옆 사람의 숨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카메론 감독은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몰아붙이는 걸 즐겼다. 가끔씩 이렇게 압박감을 줘야 양질의 결과물을 뽑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래도 안되면 아예 다 뒤집어 엎어버리지만.

그래서 카메론을 잘 아는 사람들은 카메론이 엄포가 허풍이 아니란 걸 알고 더 열심히, 정신 똑바로 차린 채 일을 했다.


"스탠 바이.... 큐!"


T-800이 운전하는 차 안, 사라 코너의 윽박지름으로 세 배우의 연기가 재개되었다.


"...나를 위해서라면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존, 너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사람이라고! 이런 엄마 말을 알아듣지 못했니!?"


사라 코너를 연기하는 린다 해밀턴은 아까보다 훨씬 격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머니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은 강인한 여전사, 군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전 엄마를 구해야했어요. 죄송해요...."


훗날 인류의 위대한 영웅이 되지만 지금은 어머니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에 불과한 존 코너.

그런 존 코너를 연기하는 노아의 눈에는 물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나지막한, 그리고 목이 메인 목소리.

그러면서도 끝내 눈물을 터트리지 않았다. 이후의 장면을 위해서다.


"네 도움은 필요 없다! 나는 나 스스로 지킬 수 있으니까."


"......"


지금이라는 듯, 터트리지 않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투명한 눈물이 흰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시선 처리. 살짝 깨무는 입술과 끊어질 듯 내뱉는 옅은 숨소리까지.

존 코너의 처연한 분위기는 냉혹한 군인 같던 사라 코너와 완벽하게 대비된다.

제임스 카메론은 숨을 죽인 채 감탄사를 숨겼다. 그가 바란 모습이 바로 저것이었다.

촬영장의 스태프들과 보조출연자들, 조연배우들까지 노아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저것이 연기임을 알면서도 소년의 표현하는 바에 설득당해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역시 저 녀석에게는 사람들의 감정선을 잡아끌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게 하는 힘이 있어. 무수한 스타 배우들도 가지지 못해 안달 난, 배우로서의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군.'


장면은 계속 이어진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의 갈등 아닌 갈등을 지켜보던 T-800.


"왜 눈에서 물이 나오는 거지?"


존 코너는 감정을 애써 갈무리하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대화는 모하베 사막에서의 이야기, 기계가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결말까지도 이어지며 카메론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철학, 가치관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 된다.


"OK!!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하하하하!! 노아, 귀여운 녀석! 이리 와서 이 다정한 파파에게 안겨보렴!"


무릎을 치며 함박웃음을 짓는 제임스 카메론을 보며 그제서야 스태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오늘도 촬영장의 폭군을 진정시킨 건 턱수염을 들이미는 카메론을 질색하면서 밀어내고 있는 어린 배우였다.


“아악! 따가워!”


===


"엄마, 아빠! 나 이번 주말에 영화 보고 싶어요."


"얘는... 생전 그런 거에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무슨 영화니?"


"내 친한 친구 노아 알죠? 걔가 영화를 찍었어요. 그것도 무려 주인공으로! 그래서 그 영화 꼭 보고 싶어요."


"??"


학교에서 노아와 거의 단짝처럼 붙어다녔던 페터.

그는 노아의 영화가 노르웨이 극장에 개봉하자마자 바로 보러 가겠다며 약속했다. 그런 노아에게 영화티켓까지 선물받았는데 친구의 우정을 저버릴 수가 없다!

페터는 당황해하는 부모님을 기어코 영화관으로 끌고 갔다.


"티켓에 적힌 영화 제목이.... <나 홀로 집에>니까.... 아! 바로 이 영화에요!"


페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영화의 포스터에는 무척이나 예쁘게 생긴 금발머리 소년이 양 볼을 잡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페터의 부모님은 <나 홀로 집에>의 팜플렛을 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유아용 영화나 다큐멘터리, 단편영화가 아닌 제대로 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관객들이 유독 몰려있는 폼 역시도 심상치 않았다.


"...이 영화에 정말 페터의 친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페터가 얼마나 자랑을 하고 다녔다고요. 물론 저도 이런 영화일 줄은 몰랐지만...."


얼떨떨해하고 있는 아빠, 엄마들을 이끌며 노아의 첫 주연작, <나 홀로 집에>의 상영관으로 들어서는 페터.

그리고 페터는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 홀로 집에>의 이야기는 어린아이인 페터가 느껴왔던, 집에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 그리고 소외감을 유쾌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깨트리는 영화였다.

주인공인 케빈이 외로움을 느낄 때 페터도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며 서글퍼했고, 케빈이 뛰어난 기지로 도둑들을 물리칠 때 페터 역시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좋아!'를 외쳤다.


"노아라는 네 친구... 연기 정말 잘한다. 어쩜 저리 똑 부러지게 말하고 웃는지.... 노아랑은 얼마만큼 친하니?"


오죽 몰입했으면 페터는 엄마에게 이런 물음을 들을 때까지 저 케빈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마저 잠시 잊었을 정도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페터는 '재밌어! 너무 재밌어!'를 연달아 외치며 짝짝 작은 손바닥으로 박수를 쳤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좋은 친구를 둔 페터 덕분에 보게 됐네?"


“고맙구나, 페터. 오늘은 페터가 좋아하는 크룸카게(Krumkake)와 연어절임을 먹을까?”


"헤헤헤."


페터의 부모님은 행복해하는 페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 미소지었다.

그러나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나 홀로 집에>는 그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딱 페터 나이대의 소년이(실제로 친구라고 하니 더더욱) 주인공으로 나와서 좌충우돌 활약하는 내용이니 몰입감도 더해졌다.

영화를 자주 즐기지 않은 페터의 부모님들도 <나 홀로 집에>가 정말로 잘 만든 영화라는 걸 인정할 정도로.


"언제 한번 노아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하렴. 좋은 영화의 티켓을 선물해준 보답은 해야지."


스타가 될 게 분명한 페터의 친구가 페터와 더 친해지길 바라는 약간의 타산적인 마음을 페터의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페터의 대답은 두말할 것도 없이 ‘greit(네)!’ 였다.


위와 같은 장면들은 그리니 시에 있는 영화관에서 시간차를 두고 여러 번 반복되었다.

왜냐하면 노아의 친구들은 페터 혼자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노아 프레데릭센의 진정한 파급력, 센세이션이 노르웨이에도 본격적으로 밀려들면서.

이 작은 도시를 뒤흔들어놓게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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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작은 거인의 발걸음 - 8 NEW +10 11시간 전 2,442 120 15쪽
40 작은 거인의 발걸음 - 7 +17 24.05.31 4,562 194 14쪽
39 작은 거인의 발걸음 - 6 +15 24.05.30 4,784 182 15쪽
38 작은 거인의 발걸음 - 5 +19 24.05.29 4,964 212 15쪽
37 작은 거인의 발걸음 - 4 +21 24.05.28 5,154 202 15쪽
36 작은 거인의 발걸음 - 3 +18 24.05.27 5,437 197 15쪽
35 작은 거인의 발걸음 - 2 +17 24.05.24 6,216 210 15쪽
34 작은 거인의 발걸음 - 1 +17 24.05.23 6,209 235 12쪽
33 별이 되다 - 13 +30 24.05.21 6,734 229 20쪽
32 별이 되다 - 12 +15 24.05.20 6,273 224 15쪽
31 별이 되다 - 12 +6 24.05.20 6,183 216 16쪽
30 별이 되다 - 11 +17 24.05.19 6,559 231 13쪽
29 별이 되다 - 10 +20 24.05.17 6,869 245 12쪽
28 별이 되다 - 9 +18 24.05.15 7,055 245 13쪽
27 별이 되다 - 8 +12 24.05.14 7,012 213 12쪽
26 별이 되다 - 7 +16 24.05.13 7,088 194 12쪽
25 별이 되다 - 6 +24 24.05.11 7,217 203 11쪽
24 별이 되다 - 5 +14 24.05.08 7,314 209 12쪽
23 별이 되다 - 4 +13 24.05.08 7,107 203 9쪽
» 별이 되다 - 3 +10 24.05.06 7,356 218 9쪽
21 별이 되다 - 2 +16 24.05.06 7,539 202 10쪽
20 별이 되다 - 1 +15 24.05.03 7,748 214 10쪽
1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0 +14 24.05.02 7,610 211 10쪽
18 할리우드 천재 소년 - 9 +23 24.05.01 7,566 197 11쪽
17 할리우드 천재 소년 - 8 +13 24.04.30 7,716 204 10쪽
16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21 24.04.29 7,731 195 10쪽
15 할리우드 천재 소년 - 6 +16 24.04.27 7,798 203 10쪽
14 할리우드 천재 소년 - 5 +9 24.04.26 7,826 198 10쪽
13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9 24.04.25 7,941 202 12쪽
12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10 24.04.25 7,995 19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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