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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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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껍질을 깨고 - 4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리스 그리니(Ris Grini) 초등학교는 쇠르주 보육원 옆 블록, 철물점과 도서관 사이에 있는 작은 공터에 위치해있다.

철물점 뱅클린 아저씨가 '내후년이면 녹조 때가 잔뜩 낀 저 빌어먹을 건물이 쓰러지겠는데? 얘들아, 얼른 건설회사에 취직하려무나. 무너진 모교를 너희들이 다시 세워야지, 껄껄!' 같은 질 나쁜 농담을 해댈 정도로 리스 그리니 초등학교는 허름한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촌동네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저 학교가 오래됐기 때문이다. 무려 1881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까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건물인거다.

전교생 330여명이 7개의 레벨, 5개의 클래스로 운영되는 리스 그리니 초등학교는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배우고, 동등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치실현을 위한 학습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한다.' 라는 모토하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유서 깊은 학교의 훈령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미꾸라지는 존재하는 법.


"고아들의 무리에서 탈출한 걸 환영해, 노아! 그런데 그만 노란원숭이무리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네?"


으헤헤헤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한편으론 잔인하기도 했다.

남이 자신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 그걸 빌미로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가학적인 면이 있었다.

부모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육원의 아이들은 학교의 문제아 시구르드 무리에게 찍혀서 놀림 받고 괴롬힘 받을 이유가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시구르드 무리의 첫번째 타겟은 노아였다.


"이... 이 나쁜 놈들아! 노아를 못살게 굴지 마!"


노아의 친한 친구인 페터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지만 시구르드와 그 무리들은 코웃음만 쳤다.


"그 고아랑 놀지 말랬지, 페터. 또 맞고 싶어?"


시구르드는 또래 중에서 덩치가 컸다. 그런 시구르드가 주먹을 꽉 쥐고 흔들자 페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를 모욕하는건 신경 안 쓰고 넘길 수 있지만 친구를 위협하고 가족을 욕보이는건 못 참았다.


"페터를 때린다면 너는 오늘 먼지 나게 맞을 줄 알아. 그리고 다시는 내 부모님을 욕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새파랗게 빛나는 눈빛에 시구르드는 잠깐 흠칫했지만 이내 씩씩거리며 노아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시구르드는 노아를 싫어했다.

왜냐하면 노아는 고아 주제에 질투 날 정도로 잘생겼고, 시구르드의 힘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기 때문.

무엇보다도 시구르드가 좋아하는 같은 반 여학생 요스테인이 노아를 좋아했다.


"시구르드! 그냥 때려눕혀!"


"너야말로 오늘 죽었어, 고아자식!"


오늘에서야 반드시 저 건방진 고아를 때려눕힐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구르드 무리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너희들 또 노아한테 시비걸지!? 멍청이들! 못난이들!!"


"당장 우리반에서 나가! 특히 시구르드! 못생기고 뚱뚱한게!"


"노아한테 한 번만 더 그따위 말 해보기만 해! 선생님한테 다 이를거야!"


노아를 둘러싼 여학생들의 맹폭격. 시구르드와 그 친구들은 멘탈이 흔들렸다.


"비, 비겁하게 여자들한테 보호나 받고... 헤, 헹! 역시 노란원숭이들의 새 자식다워...."


"끔찍할 정도로 천박해."


그러나 가만히 있던 요스테인의 한마디는 결정적이었다.

질색하는 그녀의 표정과 더럽다는 듯이 내뱉은 한마디에.

결국 시구르드는 눈물을 찔끔 머금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저 못된 애들한테 너무 마음쓰지 마, 노아."


"그래! 나중에 또 덤벼들면 우리가 지켜주면 되지."


노아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고, 여자아이들은 두손을 모으며 눈을 반짝였다.


"근데 노아... 그러면 이사가는거 아니야? 새 부모님이 사시던 곳으로 가야되는 거잖아."


페터의 말에 반의 분위기가 축축 쳐졌다. 노아랑 헤어지기 싫은데....

그러나 노아는 걱정없다는 듯 밝게 대답했다.


"엄마, 아빠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로 했어. 그러니까 이사 갈 일 없고 전학 갈 일도 없을 거야."


"지, 진짜? 잘됐다!"


"와아아! 헤헤!"


여자아이들은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요스테인도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참, 요스테인!"


"어? 어, 노아야. 왜?"


대뜸 자기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마주한 노아에 살짝 놀란 요스테인.

그러나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예쁜 미소를 짓고 노아를 맞이했다.

주변 여자아이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으면서.


"나 다음달부터 'After School Club'에 못 나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체스 선생님에게 알려줘."


"뭐, 뭐? 왜!?"


"축구클럽에 축구 배우러 가거든. 그걸로 After School Club 수업을 대체하기로 했어."


"뭐? 축구!?"


"노아가 축구클럽에 들어갔다고!?"


축구가 나오자 턴이 넘어갔다.

노아에게 들러붙은 여자애들을 밀어내고 남자애들이 달라붙었다.


"어디? 어디 클럽이야? 올레순 FK? 몰데 FK? 아니면 SK 브란? 로센보르그 BK?"


"노아는 축구 진짜 잘하니까 외국 클럽일수도 있어!"


"축구선수 되는거야? 완전 부럽다! 와!"


밀려 나간 요스테인은 웃는 표정 그대로 굳었다.

노아랑 같이 있고 싶어서 재미도 없고 취향도 안 맞는 체스부에 들어갔던건데.

이젠 그 노아가 없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노아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 클럽에 갈 날만을 기다렸다.


===


그리니는 노르웨이의 텔레마르크(Telemark)주에 속해있으며, 이 주의 주도는 시엔(Skien)이다.

시엔에는 노르웨이 최상위리그(Tippeligaen) 축구단인 오드 BK가 있었다.

오드 BK가 창단된 날은 리스 그리니 초등학교와 거의 대등할 정도로 오래됐다. 무려 1894년, 19세기의 아이들.

노아가 유소년 선수로서 입단하게 된 축구클럽이 바로 이 오드 BK였다.

노아의 입단 과정은 참... 진귀하다고 해야 할지 다이나믹하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


로센보르그 BK의 스카우터 하콘 요한센은 노아의 재능을 알아보고 끈질기게 쇠르주 보육원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노아와 순일, 희진 부부를 설득했다.

노아는 그야말로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 로센보르그 BK는 진심전력으로 노아를 서포트할거다, 유소년 계약으로는 이례적일 정도의 금액과 혜택들을 줄 예정이다 등등.

오만방자했던 첫 만남의 이미지가 옅어질 만큼 하콘 요한센은 노아에게 지극정성을 다했다. 노아와 순일, 희진 부부도 흔들렸을 정도이니.

그러나 이 입찰경쟁에 다른 클럽팀이 참여하고 말았으니, 바로 시엔을 연고지로 삼는 오드 BK다.

오드 BK의 직원 중 하나가 로센보르그 BK의 스카우터의 인상을 파악했고, 그가 뺀질나게 인근 도시를 오가자 수상하게 여겨 조사를 해봤던 것.


'이놈들이 감히 우리 안방에서 유소년 스카웃을 하려고 해? 당장 계약서 준비해! 우리가 먼저다!'


노아 프레데릭센이란 소년의 존재를 파악하자마자 오드 BK의 수뇌부는 베팅을 시작했다.

이건 그 소년의 재능 유무에 상관없이 텔레마르크의 주도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오드 BK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순일이 로센보르그 BK의 스카우터에게 노아를 소개시킨 것은, 당시 순일이 살고 있던 도시가 로센보르그 BK의 연고지인 트론헤임이었던 게 컸다.

만약 노아가 입양된다면 트론헤임에서 살게 될 거고 그러면 집에서 가까운 클럽을 다니는 게 아들과 함께하기 훨씬 쉬울 테니까.

그러나 노아 가족은 트론헤임으로 이사가지 않고 그리니에 정착하여 살기로 인생플랜을 바꾸었다. 이 도시에 정이 든 노아를 위해서.

그리니에서는 로센보르그 BK가 있는 트론헤임까지는 거리상으로 600km가 넘었다. 자연스럽게 가까운 오드 BK에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로센보르그 BK 수뇌부들의 의지는 스카우터 하콘 요한센의 제안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노아의 재능, 가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하콘 요한센이 아무리 설명하고 애걸복걸해도 소용없었다. 그는 구단의 임원들에게 그다지 신뢰받지 않고 있는 듯 했다.

로센보르그 BK는 노아의 축구 실력, 재능이 아닌 모델로서의 면모에 오히려 더 관심이 있어보였다.

딱 봐도 얼굴마담, 구단 홍보 용도로 노아를 써먹으려는게 눈에 보였기에 아무리 후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더라도 노아 가족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으리라.

그렇게 노아는 오드 BK 입단, 정식으로 유소년 계약을 작성하며 클럽 축구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잘 놀다가 오렴."


희진이 노아를 꼭 껴안아주었다. 안타깝게도 이 다음부터 아이 부모는 갈 수 없었다.

가끔 아이 부모들에게 축구 교실의 문을 열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넌 정말 운이 좋은 거란다. 원래대로였으면 정식 입단테스트를 치렀어야 하는데 하필 이때 담당자가 휴가를 떠나서 말이다. 뭐, 그것도 네 복이지만."


희진과 헤어지자마자 시설안내를 맡은 파트타임 코치 한명이 거들먹거렸지만 사실 그의 말은 그냥 어린애 겁주기 위한 헛소리에 가까웠다.

레알 마드리드나 아약스,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AC 밀란 같은 빅클럽이 아닌 이상, 클럽은 12세 미만의 유소년들에게 많은 걸 바라지도, 가혹한 훈련을 시키지도 않는다. 입단테스트도 그냥 뻥.

연고지의 아이들에게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해서 가르치고, 축구에 대한 재미와 열정을 알려주는 것이 클럽 유소년 축구의 가장 큰 목적이다.

그 아이들이 설령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커서 축구를 알려준 클럽의 서포터로 자라나게 된다. 유소년 축구의 선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안내인이 거들먹거리거나 말거나 노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구경하기 바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공을 차고, 달리고, 경합하고, 뒹굴고, 뜀 뛰고, 헥헥대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공을 차며 뛰지 않고 있어도 코치들의 지시와 설명을 열심히 듣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체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으로 보이는 훈련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모두 축구였다. 온 세상이 축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네가 새로 온다던 그 친구로군! 아주 잘생겼구나, 반갑다! 나는 오드 BK 유소년코치란다. 이름은 켄스 린다롸이(Kens Rindarøy), 편하게 켄스 코치라고 부르렴."


"네! 켄스 코치님."


얼른 축구를 배우고 싶다. 그런 마음이 우러나온 각진 인사였다. 노아는 순간 군인의 경례 표시를 할뻔했다.

켄스는 배를 두드리며 껄껄 웃고는 노아를 인솔해온 코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곤 노아를 인계받았다.


"그래, 노아. 너는 어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니?"


"어.... 혹시 포지션에 대한 질문이신가요?"


"하하하! 물론 나중엔 포지션에 대해서 배워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묻는 게 아니란다."


그렇다면 질문 그대로의 물음이리라.

노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공을 찰 때마다 사람들이 제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말을 해요. 만약 이 재능이 진짜라면....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렇구나. 특별한 재능이라..... 분명 그런 잠재력이 있다면 썩히는건 죄악이나 다름없겠지. 그럼 어디 그 특별한 재능이란 걸 내게 보여주겠니?"


"물론이죠. 켄스 코치님."


=


켄스 린다롸이는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짓궂은 사람이다.


'어지간히 떠받듦을 받고 자란 모양인데 한 번쯤 큰코 다칠 때가 됐지.'


축구를 배우려는 아이들 중에서 유독 이런 부류가 많았다. 주변에서 좀 칭찬하는걸 듣고 아이 부모가 '아! 내 자식은 천재인가보다!' 라고 착각해서 아이에게 과한 기대감을 거는 부류.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코치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

켄스는 노아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노아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재능 운운받았다는 걸 듣자마자 켄스는 노아에게 '한계'를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이 잘생긴 소년의 앞날에도 더 도움이 되리라.


"워우! 화끈한 신고식을 준비 중이시군요. 이러면 차라리 정식으로 입단테스트를 받는 게 더 나았겠는데요?"


"...저 아이는 겨우 9살이라고요. 처음부터 망신을 당하면 축구가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파트타임 코치 중 한 명은 키득키득거리며 웃었고 다른 한 명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5대5 미니게임. 노아는 이 중 B팀에 들어갔다.

A팀의 아이들은 한눈에 봐도 B팀의 아이들보다 키도 컸고 나이도 많았으며 공을 찬 경력도 제법 된다. 제대로 붙으면 그냥 압살이다.


"경기는 전반, 중반, 후반 각각 5분씩이다. 5분이 지날 때마다 1분의 휴식시간을 가지며 임의대로 팀을 바꿀 수도 있음을 기억하도록."


켄스의 계획은 이러했다.

전반동안 노아가 섞인 B팀이 먼지나게 털리면 노아의 멘탈도 그만큼 털리리라. 이대로 끝내면 저 앞에 파트타임 코치놈이 말한 것처럼 상처를 입고 축구에 대한 흥미까지 잃을 수 있다.

중반, 후반에는 팀을 섞어서 게임한다. 그 사이에서 노아는 팀으로서 활약하기도, 개인으로서 체면을 구기기도 할거다. 이런 경험을 통해 협응력을 기르고 실패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거다.

그게 바로 유소년 코치 켄스의 목적이었다.


'흠.... 근데 저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었나...?'


막상 일을 벌려놓으니 이런 생각이 든 켄스 코치.

누구 말대로 겨우 9살짜리 꼬마다. 그것도 이곳 유소년 센터에 처음 온, 축구조차 배우지 않았다는 소년.

공차는 것도 한 번도 못 본 그냥 잘생긴 소년인데 콧대 눌러주겠다고 이런 거창한 시험대까지 준비하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그러나 이건, 오랫동안 유소년 코치일을 하면서 수많은 원석들을 보아온.

저 소년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켄스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그의 육감이었다.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미니게임이 시작됐다.

공을 몰고 천천히 전진하는 노아. A팀의 아이들은 여유롭게 접근한다.

노아를 데려올 때부터 거들먹거리던 파트타임 코치가 비웃었다.


"자신감은 좋네요. 근데 게임이 되겠습니까? 경력 차이가 얼만데.... 어억!?"


바깥의 왼쪽 발로 공을 툭 치면서 상대의 눈을 속이고 반응을 이끌어 낸 후, 곧바로 나간 공을 회수하며 반댓발로 치고 나가는 개인기. 플립 플랩이었다.


=


공을 차기 전부터 노아는 기대만발이었다.

솔직히 보육원의 형들은 너무 싱거웠다. 축구시합 때마다 아무리 노아에게 핸디캡을 줘도 노아가 속한 팀이 무조건 이겼을 정도니까.

나중 가서는 형들의 체면을 위해 설렁설렁 뛰었다. 그럼에도 노아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노르웨이 1부리그인 오드 BK의 유소년들은 뭔가 다르겠지. 보육원 형들이랑 경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밌을거야....

그러나 공을 차고 불과 1분이 지나지 않아서 노아의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어어!?"


"우씨! 쟤 뭐야!?"


“좀 막아봐!”


A팀 옷을 입은, 노아보다 족히 20cm는 클 형들이 노아의 발장난 몇 번에 볼링핀처럼 넘어졌다.

순식간에 골문 앞까지 전진하는 노아. 최종 수비수가 공을 차려는 궤적을 향해 미리 다리를 뻗어 막으려 들었지만.

노아는 다리 사이로 툭, 패스하듯 공을 집어넣었다. 다리 아래로 빠져나간 공은 가볍게 네트를 흔들었다.


2:0


올라가는 스코어, 당황하는 A팀의 형들.

순간 노아는 깨달았다. 아, 이 형들도 마찬가지였구나.

그냥 보육원 형들보다 ‘조금’ 잘할 뿐이구나.


"이... 씨!"


공을 지키려고 등을 지면서 팔을 벋어 노아를 견제하는 A팀의 이름 모를 형. 그러나 노아의 눈에는 빈틈이 훤히 보였다.

가볍게 다리를 뻗어 공을 쳐낸다. A팀의 유소년이 팔을 휘저었지만 노아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피해냈다. 공은 노아의 발에 접착제 발라놓은 것처럼 붙어있다.


"못 가!"


가로막은 이는 A팀 선수 중에서 제일 키가 컸다. 중심을 잡고 다리를 쭉 뻗어보니 노아는 당장 갈 곳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바로 뒤에 노아의 패스만을 기다리는 B팀 동료가 있었으니까.

가볍게 공을 띄웠다. 공중으로.


"어...?"


키 큰 A팀 선수를 훌쩍 넘어 공을 기다리는 B팀 동료를 향해 포물선이 그려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료의 발 앞에 떨어지는 패스.

B팀 동료의 앞을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A팀 선수들이 전부 노아에게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

빈 골대를 향해 가볍게 공을 밀어 넣은 B팀 동료는 노아를 껴안으며 '최고였어!' 라고 소리질러댔다.

스코어는 이제 3:0,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다.


=


"빨리 오시라니까요! 지금 한가롭게 휴가나 즐기실 때가 아니라니까!"


오드 BK의 유소년수석코치, 요르겐 라르손(Jørgen Larsen)은 켄스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어이가 털리는 중이었다.

맨날 언제 휴가가냐면서 마누라 친정보내기만을 기다리는 남편처럼 굴더니.

뭘 잘못 처먹었는지 대뜸 전화로 휴가 접고 복귀하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봐, 켄스. 자네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워라밸이라는 단어도 모르나? 일터와 휴식공간은 분리를 해야지! 누가 보면 아주 자기가 내 상관인 줄 알겠어?"


"워라밸인지 워터파크인지 우리 클럽에 디에고 마라도나가 나타났는데 그게 대숩니까!?"


"뭐? 마라도나가 지금 우리 클럽에 왔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마라도나가 될만한 재능! 노르웨이의 마라도나가 나타났습니다!"


작가의말

- 약 9만∼10만명(입양인, 국제결혼 제외)에 이르는 아시아 계통의 이민자에 대해서 몇 차례에 걸쳐(예를 들어서, 1990∼91년에) 극우적 색채의 젊은이에 의한 소규모 집단 폭력(점포 파괴, 주택 난입)이 있었다. 그 때마다 노르웨이 전국은 깊은 수치심에 잠기곤 하였다. 집단폭력은 물론이고, 아시아·아프리카인의 자녀들이 가끔 학교에서 ‘왕따’가 되어 심한 놀림을 당한다는 보도들도 노르웨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와 같은 충격의 결과로, 1998년에 지역자치개발부의 산하에 ‘인종차별 근절센터’(SMED)가 설치되고, 곧 이어 ‘인종차별 근절법’도 채택되었다. -


소설의 시간대는 1989년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지금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을 때입니다.
불편한 표현에 대해서는 소설적 허용이라 생각해주시고 넘어가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따 정오 즈음에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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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이 되다 - 5 +10 24.05.08 4,424 1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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