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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온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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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4.04.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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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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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비롯된 재능 - 2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항성들을 장난감처럼 조종하며 은하의 절반을 식민지화하고, 단위 진동수 당 에너지를 손실 없이 100% 이용하여 초은하단 바깥까지 수많은 관측기기들을 보낼 수 있는.

현 우주의 최고의 문명임을 스스로 자부하는 ######들은 지금,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하고 하등한 생물체 하나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탄소자기부상장치로 쓰러진 생물체를 띄우고 맥박을 확인한 ######들은, 이 작은 생물체가 아주 미약하게 숨이 붙어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아마 몇 초 후에는 확실히 숨이 끊어지겠지.

######들은 탄소 유기체들의 이화작용과 분해를 막는 특수액체를 담아 생명을 일단 연장시켰다. 이 액체 속에 있으면 적어도 외부의 위협이 없는 한, '소멸'의 위험은 사라진다.

놀랍게도 그 액체 속에 담긴 생명체는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추고 움직임도 잦아졌지만 죽지 않았다. 마치 급속냉동의 동결과정에서 세포파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어떻게 보면 시간정지 상태에 놓여있다 보아도 무방했다.


[어... 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기장님? 제가 외차원관리검사섹터에 일하면서 한 번도 이런 사고를 겪어본 적이 없어서.....]


[외우주종족관리법에 따르면 우리 쪽의 과실로 다른 항성 또는 행성의 지적생명체에 해를 입혔을 경우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한 치료와 특정적 피해보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빌어먹을. 플라즈마 자기장과 강착 원반에 행체가 흔들려 감지시스템이 잠시 먹통이 됐을 때, 하필 그 위치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 줄이야. 우리도, 이 생명체도 정말 더럽게 운이 나빴군.]


######들은 궁시렁거리면서도 긴급시술대에 올라간 조각난 어린 생명체의 몸을 특수장비로 컨트롤하여 원래의 형태로 복구시키기 시작했다.

DNA를 분석하여 남아있는 유전정보로 하여금 최적의 신체적 사이클을 찾아 맞추면 되는 일이다.

특수용액 속에서 박살난 뼛조각들이 자연적으로 합쳐졌고 갈라진 실금들이 사라지며 서서히 이어붙기 시작했다.

난도질당한 신경과 근육, 인대, 연골 등 역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고 회복이 진행되었다. 이음새가 맺어지며 교합이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생물이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때의 자연적 회복의 수천만배 이상으로 빨랐다.

어느덧 긴급시술대에 올라간 지구 생명체는 세포 하나하나의 단위까지 완벽하게 이전의 상태로 복구되었다.

치료가 아닌 원복(原復)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이 모든 수술적 과정은 현재 인간의 기술력과 의학지식으로는 이론의 정립은커녕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완전한 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재가공된 의식을 주입하면 바로 깨어날 겁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 이 생명체를 깨워서 원하는 ‘특정적 피해보상’에 대한 것을 물어볼까요?]


[그러면 이 모든 상황과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이 생명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우리를 만난 기억까지 소각해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고 의미없는 일이야. 음, 어디 보자....]


기장이라 불린 ######는 길고 얇은 전도체로 생명체의 두개골에 미세파열을 일으킨 다음, 초소형나노로봇들을 대뇌피질에 투여했다.


[종의 명명은 인간, 이 인간의 이름은 노아 프레데릭센. 나이는... 대략 유년기라고 할 수 있겠군. 생물학적 보호자는 존재하지 않음.]


대뇌피질의 내부까지 침투 가능한 초소형나노로봇들을 통해 ######는 노아의 기억과 무의식까지 읽어나갔다.

그 모든 과정은 지구 시간으로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지구의 생명체.... 그러니까 ‘노아’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원하는 건 미래의 이름난 '축구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군. 비율로 치자면 대략 7:3.]


['축구선수'와 '영화배우'? 그게 뭡니까?]


[...축구선수는 두 개의 발과 다리로 지름 22cm의 공기가 담긴 구체를 다루어 신체적으로 경쟁하는 게임의 플레이어를 뜻한다는군. 영화배우는 영화라는 영상컨텐츠에서 피조물, 조형물로서 활동하여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직업인 모양이야.]


[거참, 특이한 일들을 하고 싶어하는군요. 별로 생산적이지도 않아 보이고.]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어쨌든 외우주종족관리법에 따른 '특정적 피해보상'으로 노아 프레데릭센의 이름을 가진 인간이라는 종이, 이 두 가지 직무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면 되는 일이니까.]


마침 이 행성으로 파견 나간 무인로봇들을 통해 축구선수와 영화배우라는 직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 ######는, ‘특정적 피해보상'의 일환으로서 노아의 신체와 두뇌를 그 직업에 적합하도록 개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인간과 신체적으로 경쟁하는 게임인만큼 우수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육체능력의 효율과 내구성, 회복력이 중요해보였다.

######들은 특수한 용액을 노아의 몸 안에 주입했다. 그 용액은 체액과 섞여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혈관을 따라 노아의 전신으로 흩어졌다.

두근 두근 두근. 근육과 힘줄의 꿈틀거림에서 이전과는 다른 생동감과 끈질김이 느껴졌다.

뼈대는 더욱 탄탄해졌고 관절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으로, 인대는 고무처럼 유연해졌다. 심장의 맥동은 한층 강인해짐과 동시에 또 느려졌다.

참고로 이 특수 용액은 노화까지도 일정 부분 방지한다.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외관상의 노화, 내부 장기들의 노화, 두뇌의 노화까지 전부.


[아! 방금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점성적인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플레이어는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인간이고 그 이전 시대는 펠레, 요한 크루이프, 디 스테파노, 프란츠 베켄바우어라는 인간들이라고 하는데....]


[누가 외우주문명의 탐독자 아니랄까 봐.... 사족은 그만 달고, 과거 최고의 플레이어들의 신체적 장점과 특징들을 적절히 배합한다면 도움이 되겠어.]


######들은 무인로봇을 조작하여 취합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노아의 발과 다리의 모양을 주물렀다. 살을 째고 뼈를 부수지 않았는데도 노아의 발은 찰흙처럼 움직였다.

필요한 부분은 키우고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며 노아의 하체를 축구라는 스포츠에 최적화시켰다. 성장하면서 그 근사치는 이제 완벽에 수렴하리라.


공기가 담긴 구체를 다루는 감각과 기술, 센스 그리고 팀플레이적 지능은 무의식적인 자질과 신경세포의 수, 교뇌의 기능과 특성에 관련이 있다.


[결국 이것은 두뇌에 관한 영역이니 마지막에 손보도록 하죠? 어차피 '정신적 직무재능'을 추가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그게 좋겠군. 그렇다면 영화배우쪽으로 넘어가볼까.]


파견나간 무인로봇들로 하여금 '영화배우'의 정보 또한 취득한 ######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우월한 외모와 발성, 목소리, 구현능력, 감정표현, 카리스마 등이 필요했다. 이러한 능력들이 발현되기 위한 필연적인 신체적인 조정과 시술이 가해졌다.

무인로봇들과 소형로봇들, 그보다 더욱 작은 초소형나노로봇들이 자동화된 인공지능과 시험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노아의 육체와 내부 유기화합물, DNA를 포함한 유전체 전체를 바꾸어나갔다.

이는 성형수술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유전자 단위의 초정밀 미세조정이었다.

반복작업이 끝난 노아의 외관은 이전과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본격적인 성장기를 겪기 전의 기준.

자라나면서 인간이라는 생물을 기준으로 탁월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매력적이고 울림 있는 목소리, 압도적인 주목도와 개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 두뇌를 다룰 차례다. 추가해야할 재능들이 뭐가 있지?]


[음.... 이 행성의 단어로 '연기력'이라 불리는 영상표현력과 상황묘사력, 감정동화능력이 있습니다. 영화라는 영상 자체에 대한 감각능력도 포함되어야 하고요. 미뤄두었던 축구선수로서의 두뇌적, 감각적 자질들도 추가해야되고.... 마지막으로 '정신적 직무재능'까지 추가시키면 완성입니다.]


여기서 '정신적 직무재능'이란 ######들은 물론, ######들이 교류하거나 관찰한 다른 문명들에서도 거의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무적인 재능으로 종의 안정적인 생존과 사회적 성공, 명예와 존중, 개체들과의 관계, 자아실현의 욕구에까지 기여하는, 어떻게 보면 문명체로서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었다.

항상성과 팀워크, 절제력, 승부욕, 용감 및 과단성,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사회성, 판단능력 그리고 리더쉽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모든 재능들을 입력하고 발현되게 하려면 뇌 전반부를 주무르는 미세조정은 물론,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전기신호와 시냅스 등을 진화 혹은 대체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초소형나노로봇들은 입력된 인공지능과 관리시스템의 통제에 따라 노아의 두뇌를 바꿔나갔다.


물론 이런 시술들이 더해진 노아가 그 문명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압도적인 괴물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노아는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재능과 능력들을 부여받았고 이들 하나하나가 다른 인간들에 비해서 뛰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평균치를 낸다면 누구보다도 우수할 수 있겠지만 모든 면에서 독보적이진 않을 것이다.

시술로 인한 능력의 상승량은 해당 문명의 해당 지적생명체의 능력의 평균치와 중간값에 따라 결정된다. 즉, 주위에 지나친 위화감과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시간에 따라 천천히 능력이 발휘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노아 프레데릭센이라는 인간 소년이 정말 큰 불행을 겪게 된다던가 아니면 충격을 받아 엇나가지 않는 이상, 결국 축구선수와 영화배우라는 두 직무에서 정점에 서게 될 것이다.


[...다 끝났군. 정말이지 성가시고 귀찮은 작업이었어. 지적수준이 낮은 생명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이 지구라는 행성과 인간이라는 문명체는 참 특이하긴 했습니다. 문명수준은 한없이 낮은데 직무적 다양성이 이렇게 다양한 문명은 오랜만이라서요.]


[쯧. 어쨌거나 레토르트 입자를 섭취하려다 센서 폭발로 온몸을 다 뒤집어쓴 이 사태를 넘어갈 수는 없지.]


굴덴템페스트호의 기장은 시말서와 감식보고서를 제출하더라도 모든 과정이 담긴 해당 바이어스를 반드시 훼손 불가능한 집적형태로 전송시켜서 이 고물먹통을 팔아먹은 항공우주산업체를 고발하겠다는 다짐을 불태웠다.


[환경, 산업적 가치도 없는 저차원 행성이라서 더 관리, 관측할 것도 없는데 재수만 옴 붙었군.]


[그렇지만 우리의 존재가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를 ’재능‘으로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잖습니까.]


[낭만, 그것은 아름답지만 밥을 먹여주진 않지.]


######들은 노아를 제자리에 내둔 채로 1분 후 의식이 돌아오도록 센서를 조작해두었다.


[그럼 행운을 비네, 인간소년.]


그리고 거대 구체를 타고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약속된 1분이 지난 후 눈을 뜬 노아.


"으음.... 내가 잠이 들었던가? 뭔가 큰 별이 다가오는 꿈을 꾼 거 같은데."


개꿈이었나보네 하면서 하품을 한 채 밤하늘의 별을 다시 관찰했다. 뭔가 밤하늘의 별들이 이전보다 더 실감나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침실에서 노아의 자리가 빈 것을 확인한 스노레 수녀가 뒷동산에 누워있던 노아를 기어코 찾아내 귀를 잡고 끌고 가기 전까지.

노아의 밤하늘 구경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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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별이 되다 - 6 +17 24.05.11 4,362 127 11쪽
24 별이 되다 - 5 +10 24.05.08 4,424 136 12쪽
23 별이 되다 - 4 +10 24.05.08 4,253 125 9쪽
22 별이 되다 - 3 +7 24.05.06 4,490 139 9쪽
21 별이 되다 - 2 +12 24.05.06 4,623 126 10쪽
20 별이 되다 - 1 +12 24.05.03 4,782 130 10쪽
1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0 +11 24.05.02 4,719 130 10쪽
18 할리우드 천재 소년 - 9 +18 24.05.01 4,704 121 11쪽
17 할리우드 천재 소년 - 8 +8 24.04.30 4,833 126 10쪽
16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15 24.04.29 4,834 120 10쪽
15 할리우드 천재 소년 - 6 +12 24.04.27 4,898 125 10쪽
14 할리우드 천재 소년 - 5 +5 24.04.26 4,913 120 10쪽
13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4 24.04.25 4,966 125 12쪽
12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7 24.04.25 4,999 122 8쪽
11 할리우드 천재 소년 - 3 +6 24.04.24 5,208 125 9쪽
10 할리우드 천재 소년 - 2 +10 24.04.23 5,289 114 10쪽
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 +5 24.04.23 5,565 127 10쪽
8 껍질을 깨고 - 6 +10 24.04.22 5,824 122 12쪽
7 껍질을 깨고 - 5 +7 24.04.20 6,189 127 10쪽
6 껍질을 깨고 - 4 +6 24.04.20 6,687 129 18쪽
5 껍질을 깨고 - 3 +3 24.04.19 6,809 126 7쪽
4 껍질을 깨고 - 2 +5 24.04.19 7,161 1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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