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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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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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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별이 되다 - 8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제임스 프랜시스 카메론은 천재적인 연출가임이 분명했지만 그 호불호가 명확한 성정 때문에 적도 많았다.

카메론의 적들에게 <어비스>는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흥행의 성공가도를 달리던 카메론이 처음으로 좌초된 영화였기에.


‘카메론은 끝났다. 그의 천재성은 그의 지독하고 끔찍한 자아에 지쳐 증발했다.’


‘실패한 감독의 길에 들어선 또 하나의 낙오자를 발견한 것인가?.’


카메론은 그의 또 다른 연출작 <피라냐2>에 나오는 피라냐떼들에게 물어뜯기는 기분이라며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겸 기자인 루이스 A. 슈월처도 그 중 하나였다.

슈월처와 카메론의 악연은, 그의 비평에 카메론이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이 계기.

슈월처는 '카메론 헤이터'들 중에서도 꽤 영향력이 센 헤이터다.

그는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매거진, '필름 코멘트'에 정기적으로 영화 비평을 올리는 사람이었으니까.


"역시 이런 자리에 자네가 빠질 리가 없지. 하하하! 어서 오게, 친구여!"


"Shit, 오늘 하루도 불행의 연속이겠구만."


슈월처는 시사회가 있는 영화관 안쪽에 먼저 자리 잡고 앉아있는 악우, 빌 콘도를 보며 눈살을 확 찌푸렸다.

같은 업계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이 악우는 입이 너무 방정맞아서 영화감상을 같이하기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콘도는 슈월처를 끌고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소개하기 바빴다.


"옆에 캐밀런 양과는 초면이지? 인사들 나누라고. 오늘의 4시간을 함께할 사이니."


"만나서 반가워요, 슈월처 씨. '무비 워크'에서 기자일을 하고 있는 닐컴 캐밀런이라고 해요. 당신의 글을 오래 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구독자이기도 하고요."


"뭐, 반갑습니다. 필름 코멘트의 루이스 A. 슈월처입니다. 썩 괜찮지 않을 제 글이 업계에 팔린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만."


"호호, 뉴욕의 시네필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평론가의 글이 괜찮지 않은 글이라면 여기 있는 수많은 기자들은 대부분 펜대를 접어야겠네요. 그리고 오늘.... 촌철살인과도 같은 평론을 기대해봐도 되겠죠?“


캐밀런의 말에 슈월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슈월처와 카메론과의 악연을 이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특히 슈월처의 <어비스>에 대한 평론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특수효과로 눈을 가리려 했지만 겉멋과 허세의 맛만 느껴지는 조악한 영상물. 중구난방스러운 스토리 잡탕이 뇌를 어지럽히고 신경을 교란시킨다. 이런 걸 찍으려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그렇게 괴롭혀댔나?' 라는 평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평이라고.

슈월처는 카메론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드는 법이 없이 제 할 말을 다했다. 만일 이번 시사회의 영화가 슈월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시 지독한 비판을 쏟아내겠지.

주변인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앙숙의 대면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를 싫어하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영화평론에 집어넣을 만큼 직업의식이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터미네이터>에는 호평을 남겼던, 순도 100퍼센트 슈월처의 진심이었다.

물론 영화마저도 형편없다면 그 난도질에는 사감이 빠지지 않으리.


시사회가 열리는 LA 센츄리 시티의 Cineplex Odeon은 이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니콜라스 케이지, 실베스터 스탤론, 샤론 스톤 같은 톱스타 배우들과 마이클 더글라스, 솔레일 문 프라이 등 유명가수, 프로듀서, 스타 연출가들이 잔뜩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들과 인터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기자들과 시네필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번잡한 것은 딱 질색인 슈월처에게 이 공간은 지나치게 번잡했고, 그의 미간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정된 좌석에 앉은 슈월처는 시끄러운 주변환경에 신경을 끄기 위해 차라리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사회 진행자의 설명과 소란스러운 주변의 잡소리들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이번 영화의 팜플릿을 꺼내들었다.


'<터미네이터2 : 심판의 날>'


"그 양반다운 거창한 제목이구만.... 7년 전에 개봉한 전편은 자네의 까다로운 입맛에도 제법 괜찮지 않았나?"


"...확실히 그랬긴 했지. 굳이 속편을 찍어낼만한 모멘텀은 없어 보였지만."


콘도의 말에 대답하면서 슈월처는 오늘 시사회 영화의 이전 편을 떠올렸다.

<터미네이터>는 그 영화 하나로도 완결성이 있었다.

미래에서 온 카일 리스는 사라 코너를 위해 희생하면서 미래 인류의 지도자 존 코너를 잉태시켰다.

사라 코너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지만 임신한 자신의 배를 보며 인류의 희망의 싹을 놓지 않을 것임을 다짐, 한 이야기의 시퀀스를 왕도적으로 끝맺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터미네이터2>에서는 그 시퀀스를 다시 비틀며 이야기의 설정을 추가시켰다.

갑자기 사라 코너가 정신병동에 갇혀있고 존 코너는 비행청소년이 되었으며.

미래 인류는 그런 코너 모자를 지키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파견한단다. 스카이넷은 더 진보된 터미네이터를 보내고.

그야말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유치하고 조잡스러운 시놉시스를 보며 슈월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반쯤 접었다.

다시 한번 날카로운 비평으로 카메론의 얼굴을 일그러트릴 일이 머지않아 보였다.


"흐흐흐, 드디어 그 비싼 얼굴을 볼 수 있겠구만."


옆자리 빌 콘도의 말에 슈월처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휘파람 속에서 무대 위에 오르는 어린 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노아 프레데릭센. 노르웨이에서 건너와서 단 한 편의 영화만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요정같은 소년.

<나 홀로 집에>에서 보여준 당돌하면서 능글맞은, 그러면서도 아이스러운 연기는 슈월처에게도 나름의 인상을 남겼다.

아역배우가 아이스럽게 연기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연한 것을 할 줄 아는 아역배우는 역설적으로 드물었다.

슈월처는 영화 속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어린이인 척을 하고 있는 봉제인형’ 같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본인이 경험한 것, 본인이 처해진 환경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외부감정과 대사전달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에.

즉, 이것은 경험이 아닌 재능와 역량의 문제였다.

노아 프레데릭센은 그런면에서 후자를 갖춘, 봉제인형이 아닌 제대로 연기할 줄을 아는 정말 보기 드문 아역배우였다.


"우리 딸이 쟤를 그렇게 좋아해. 어디서 구해왔는지 1m는 되는 브로마인드를 제 방 벽에다가 붙여놓았다니까. 영화는 또 몇 번이나 봤는지... 어휴."


"...우리 아들도 저 녀석을 좋아하더라고."


"흠... 그건 좀...."


"......"


"...뭐, 조니(슈월처의 아들)는 아직 어리니까! 아무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끄는 걸 보면 타고난 매력은 확실한 녀석이긴 해."


그런 면에서 노아 프레데릭센은 참 알 수 없는 배우였다.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으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할리우드 스타로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일만 남았을텐데.

마치 맨해튼의 신비주의 싱어송라이터마냥 외부활동이 극도로 적었고 노출도 거의 되지 않았다.

주요매체에서 주관하는 영화시사회나 짧은 인터뷰 몇 번을 제외하면 매스컴에 얼굴을 비친 것이 거의 전무하다고 할 정도.

그런 면에서 오늘 시사회는 베일에 싸여있는 아역스타를 취재하기 위한 연예부 기자들의 장으로서도 제격이었다.


"광고주들이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제발 얼굴만 비춰달라고 애원한다던데 그쪽에선 웬만한 조건으론 콧방귀도 안뀐다더라."


"쯧쯧쯧.... 어린 것이 벌써 몸값 올리기에 들어갔군. 저런 인기도 한철인데 욕심부리다 좋은 시기 다 놓치겠구만."


"아니면 테렌스 맬릭(영화감독)처럼 은둔을 즐기는 종자인지도 모르지. 뭐, 돈이든 명성이든 지가 싫으면 그만 아니겠어?"


"그래도 토미 리 존스(배우)마냥 대놓고 괴팍한 성격은 아닌게 어딘가? 어린 나이에 저렇게 떴으면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를 텐데 태도 자체는 겸손하니."


”그러니 그 빌어처먹을 신비주의 전략을 쓰더라도 매스컴에서 욕을 처먹지 않는 거지. 건방지기까지 했으면 뉴욕타임즈에서 ‘어린 스타의 기행, 벌써부터 마약에 손을?’ 이라는 기사가 나왔을 걸? 큭큭....“


슈월처의 뒤에서 이런 이야기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이것이 노아 프레데릭센에 대한 방송계 고위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해야할까.

써먹고 싶은데... 정말 너무도 써먹고 싶은데 본인이 거부해서 그럴 길이 보이지 않는 답답이.

그가 나타나는 시사회장마다 언론과 대중의 엄청난 주목도를 보면 상품성과 스타성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그걸 쓰질 않고 있으니.

(사실 노아의 아버지인 순일이 업계 물정을 전혀 몰랐기에 관련 인사들을 구하며 튕기고 있을 뿐이었지만 방송관계자들이나 기자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노아 프레데릭센을 보자마자 발정이라도 난 기자들 중 일부가 결국 선을 넘은 모양이다.


”프레데릭센! 잠시만 이쪽을 봐주시겠습니까!? 타이푼 매거진의 잭슨 S.베이커 기자입니다!“


”라못 픽쳐스의 블랑카 P.파월입니다. 노르웨이에 있을 적에 대해서 질문 하나만....!“


”제길, 우리도 늦을 순 없지! 프레데릭센! 지금 LA 홀리스테이트 호텔에 머물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 호텔 CEO가 광고모델 제의를 했다는데....!“


순식간에 무대 앞이 시장바닥이 되어버렸다.

경호원들과 보안요원들이 제지하지 않았으면 완전 아수라장이 됐을 것이다.


"아직 영화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주연 배우에게 달라붙어서 영화랑 관계도 없는 사적인 질문을 던지다니요! 정말 저 기자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슈월처의 옆옆 자리에 앉았던 캐밀런 기자는 얼굴을 붉히며 시사회장의 관행(모든 인터뷰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을 개무시하는 앞선 기자들을 비난했다.

슈월처 역시 거기에 동의했다. 아무리 핫하고 신비로운 배우가 궁금해도 그렇지 저런 무례라니? 게다가 광고에 대한 질문은 정말 짜치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시사회 진행이 더 늦어질 거 같아서 짜증을 참기 어려웠다.


”당장 저 구더기들 내쫓아!“


이번에도 제임스 카메론은 참지 않았다.

단번에 상황을 정리하고 엄포했다.


"감독, 그리고 배우들과의 인터뷰는 영화상영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라고 분명히, 사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또 오해하시는 분들이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하는 제임스 카메론의 날 선 반응에 노아 프레데릭센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려고 준비 중이던 기자들은 합죽이가 된 채로 자리에 앉아야했다.

이럴 땐 저 까칠하고 사나운 성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슈월처는 중얼거렸다.

시선을 돌리던 카메론이 슈월처를 발견했다. 카메론을 계속 쳐다보고 있던 슈월처. 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살벌한 기류가 주변을 잠식했다.


'이 영화를 보고도 악평을 할 수 있으면 어디 해 보시지?'


'흥, <어비스>도 처음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해 했었지.'


그렇기 소란과 기대, 악의 속에서 제작사 캐롤코 픽처스와 배급사 트라이스타 픽처스의 로고가 차례로 지나가며.

1991년 7월 1일,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터미네이터2 : 심판의 날>이 Cineplex Odeon에서 최초로 시연되었다.


작가의말

토미 리 존스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안관 역으로 나온 그 배우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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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작은 거인의 발걸음 - 2 +17 24.05.24 6,194 210 15쪽
34 작은 거인의 발걸음 - 1 +17 24.05.23 6,187 2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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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별이 되다 - 12 +15 24.05.20 6,246 224 15쪽
31 별이 되다 - 12 +6 24.05.20 6,162 216 16쪽
30 별이 되다 - 11 +17 24.05.19 6,540 230 13쪽
29 별이 되다 - 10 +20 24.05.17 6,854 244 12쪽
28 별이 되다 - 9 +18 24.05.15 7,040 244 13쪽
» 별이 되다 - 8 +12 24.05.14 6,997 212 12쪽
26 별이 되다 - 7 +16 24.05.13 7,073 192 12쪽
25 별이 되다 - 6 +24 24.05.11 7,202 202 11쪽
24 별이 되다 - 5 +14 24.05.08 7,296 208 12쪽
23 별이 되다 - 4 +13 24.05.08 7,089 202 9쪽
22 별이 되다 - 3 +10 24.05.06 7,335 218 9쪽
21 별이 되다 - 2 +16 24.05.06 7,521 202 10쪽
20 별이 되다 - 1 +15 24.05.03 7,728 214 10쪽
1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0 +14 24.05.02 7,591 211 10쪽
18 할리우드 천재 소년 - 9 +23 24.05.01 7,543 197 11쪽
17 할리우드 천재 소년 - 8 +11 24.04.30 7,694 203 10쪽
16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21 24.04.29 7,709 195 10쪽
15 할리우드 천재 소년 - 6 +16 24.04.27 7,777 20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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