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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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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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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다들 저길 봐. 말리 영감이야."


"누, 누군데?"


"...58년에 자기들과 주민들의 반을 살해한..."


"컷! 데빈(케빈의 큰형 버즈 역을 맡은 배우)! 그 사이에 생략된 대사가 있을 텐데?"


"앗! 죄, 죄송합니다."


"오케이. 다시 한번 침착하게 가자고."


버즈의 대사는 길었다.

순진한 케빈을 놀리기 위해 옆집에 사는 말리 할아버지가 극악무도한 살인마라는 거짓말로 겁을 주는 내용이었다.

긴 호흡의 대사를 적정 속도로 의미심장하면서도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하는, 아역이 하기에는 제법 난이도가 있는 대사.

그 때문인지 연기경력이 꽤 되는 버즈 역의 데빈 라트레이도 NG를 연달아내며 제법 애를 먹고 있었다.


'이번에도 NG면 잠깐 쉬었다 가야겠군.'


갈길 바쁜데 짜증을 내면 오히려 배우가 더 압박을 받는다. 데빈처럼 아역배우라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크리스 감독은 다시 슬레이트를 내렸다.


"저 영감이 옮기는 소금통 보여? 저게 바로 시체들을 담았던 바로 그 통이야."


대사를 읊는 템포가 이번에는 빨랐다. 은근하면서도 천천히, 겁주듯이 말하는 게 포인트인데.

NG를 입에 담으려는 순간이었다.


"허억!"


대본에는 없던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노아에게서 나왔다. 애드리브였다.

크리스 콜롬버스는 애드리브에 관대한 감독이 아니다. 특히 땅 짚는 것부터 배워야 할 아역들이 애드리브를 함부로 치면 건방지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노아의 저 숨소리는 경우가 달랐다. 배우들의 흔한 과시, 흥분으로 생성된 부산물이 아닌, 끊어진 흐름을 이어주는 접착제와 같았다.


"통에 담긴 시체는 남아있는 소금들에 의해서 서서히... 변해가지. 바로 비쩍 곯은 미라로 말이야."


데빈의 템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린 동생을 놀려먹는 버즈의 짓궂음은 배가 되었다.

크리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케이 사인을 보낼 수 있었다.


"생에 첫 연기, 첫날부터 이런 애드리브라니. 정말이지 될 놈이구만."


이때의 크리스 감독은 노아가 단지 첫 연기에 흥분해서 과한 액션이 나온 거라고 봤다.

데빈의 실수를 덮기 위해 일부러 애드리브를 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


"왜 내 피자를 뺏어먹은 버즈형과 날 멍청이라 놀린 제프형은 내버려두고 나만 다락방에서 혼자 자야 되는데? 모두들 나만 미워해!"


"그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 가족을 바꿔 달라고 소원을 빌어보렴."


"다 필요 없어! 가족은 있으나 마나야!"


"올라가렴! 오늘은 더 보기 싫구나!"


"난 영원히 엄마 보기 싫어! 다른 사람들도 보고 싶지 않아!"


케이트와 케빈의 격렬한 대립이었다.

노아는 지금 너무나도 사랑하는 순일과 희진에게는 물론 이전 양부모들에게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노아는 삐딱하고 반항기 넘치는 케빈 그 자체.

눈에서 불꽃이 튀기고 있는 노아는 캐서린 오하라의 싸늘한 분위기에 밀리지 않고 폭언을 쏟어냈다.

주위의 감탄사와 함께 크리스 감독의 컷 사인이 들렸다.


"컷! 휘유~! 노아, 연기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조금 쿨다운을 해줬으면 좋겠어."


"알았어요, 감독님!"


노아는 대번 크리스 감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이 영화는 코믹한 가족영화. 케이트와 케빈의 대립은 이후 복선이 되는 초반부의 갈등일 뿐이다.

노아는 감정을 절제하기로 약속했다.


"...정말이지, 놀랍구나. 노아."


노아의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낀 케이트 역의 캐서린 오하라.

10살짜리 아역과 연기대결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그녀는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제 실수였어요. 죄송해요, 캐서린."


"나도 약간 흥분했으니 우리 둘의 실수라고 치자꾸나. 다시 해볼까?"


"네, 마망."


노아의 대답에 부드럽게 웃은 캐서린.

촬영이 재개되었다.


"...진심이 아니라고 믿으마.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으면 정말 슬플 텐데?"


"난 진심이야."


"다시 말해보렴. 산타가 소원을 이뤄줄지도 모르잖니?"


"다신 그 바보들 안 보였으면 좋겠어!"


다른 아역들은 감정을 잡기 위해,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노아는 반대였다.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정제된,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정답이었다.

크리스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


순일과 희진은 감독의 배려 덕분에 노아의 연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그동안 어리게만 봤던 아들이 펼치는 연기를 바라만 보는 중이었다.


"집안에서는 꽤나 장난꾸러기였나 봅니다?"


혼자 남은 집안에서 부모가 본다면 뒷목을 잡을만한, 온갖 난장을 피우고 있는 케빈.

계단에서 시원하게 눈썰매를 탔고, 형누나들의 방에 들어가서 물건을 다 뒤집어엎거나, 소리 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장난감 총을 부엌에서 난사하거나, 선반 위로 올라가다 아예 집기구를 다 무너트리는 등.

그런 케빈을 무척이나 실감나게 연기하는 노아를 보며 촬영스태프 중 하나가 웃으면서 물었다.


"아뇨! 우리 노아가 얼마나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인데요."


"한번도 저희 말을 안 들은 적이 없습니다. 특히 침대에서 신발 신고 저리 뛰는 건...."


노아가 침대 위에서 신발 신고 뛰는 상상을 해봤다. 아마 최초로 노아에게 회초리를 꺼내 들지 않을까?

노르웨이 7년차이지만 한국인의 개념은 여전한 순일과 희진이었다.

물론 착하디 착한 노아가 저런 막돼먹은 짓을 할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하, 그래요? 생활연기가 아니라면 저 아이는 정말 타고난 연기자로군요."


노아는 착하고 성실하며 똑똑한 아들이었고 노아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축구뿐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하더라도 순일과 희진은 노아의 연기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도 같이 방방뛰며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현실성 있게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노아가 카메라 안에서 다른 기성배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강렬한 연기를 뽐내며 존재감을 내보이는 걸 보니.

그제서야 부부는 그의 아들이 진정으로 영화배우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 방금 비누로 온몸을 씻었답니다. 발가락이랑 배꼽까지 구석구석 말이죠. 성인용 샴푸와 린스로 머리도 감았고요. 칫솔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오늘 사러 가야겠어요. 그 외엔 모두 좋아요!"


마치 자신이 스타가 되어서 방송사 인터뷰를 하는 것마냥 능청스럽게,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욕실에서 미용을 하는 케빈.

그러다 어른용 스킨을 얼굴에 바르는데.... 아악-! 하는 케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노아가 연기를 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면을 계속 보여주는거 같아요, 여보."


"그러게. 정말... 요정 같은 아이야."


노아의 코믹스러운 연기에 웃음을 터트리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순일과 희진은 손을 꼭 맞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행복했다. 사랑하는 노아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지켜볼 수 있어서.


===


케빈 맥칼리스터는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당차며 당돌하다.

가족 하나 없이 넓은 집에 홀로 남아도 울지 않고 알아서 집안일을 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는 매우 주체적인 아이다.

이대로라면 케빈의 '홀로 집에서 휴가 보내기'는 걱정 없이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맥칼리스터가의 집을 노리는 도둑들이 없었다면 말이다.

집안에 사람이 있나없나 살피는 도둑들과 어떻게든 사람이 있는 것처럼 위장해서 집을 지켜야 하는 케빈 사이의 눈치, 지략싸움은 노아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백미였다.

노아는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할 때 120%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천성이 있었다.

음악을 크게 틀고 마네킹과 입간판을 세워서 마치 집안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도둑들을 속이고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노아는 누가 보더라도 잔뜩 신나고 재미나게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이번 씬도 NG없이 한 번에 감독의 OK를 받아낼 수 있었다.


"크하하! 이 당돌한 꼬마배우 같으니라고! 우리를 엿 먹이는게 그렇게 재밌었냐? 아주 신났구만!"


감독과 함께 찍은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다시 보고 있는 노아에게 다가온 사람은, 조 페시와 함께 우스꽝스러운 좀도둑 역할을 맡고 있는 다니엘 스턴이었다.

그는 거친 말투와는 달리 무척 신사적이어서 노아의 연기실력을 인정한 이후부터는 꼬박꼬박 배우라고 표현해주었다.

그 앞에 ‘꼬마’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솔직히 노아가 보기에는 그냥 놀리는 거 같긴 했지만.


촬영장의 분위기는 훈훈 그 자체였다.

<나 홀로 집에>에서의 분량은 케빈이 거의 원톱 수준으로 많았고 그만큼 촬영도 많이해야 했는데, 노아가 나이에 맞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크리스 감독과 휴즈 각본가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노아는 다른 아역들과는 달리 NG나 실수도 거의 없었다. 그랬기에 촬영 딜레이도 매우 짧은 편이었고 낭비되는 필름도 그만큼 적었다.

제작비 절감, 촬영일 단축이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노아로부터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감독과 스태프들은 매일매일 미소를 머금은 채 노아를 업고 다녔다.


촬영 중간 잠시 시간이 난 노아는 다리를 주물렀다. 신나게 춤을 춰대서 무릎이 조금 아팠다.

스태프들이 다음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로 놀러간 맥칼리스터가의 가족들의 이야기.

케빈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난리가 난 장면들을 따로 찍을 차례였다.


"데빈 형!"


"노아! 오늘도 역시 훌륭하고 재빠른 연기였어."


그 동안 노아는, 케빈의 형인 버즈 역의 데빈과 제법 친해졌다. 노아가 촬영 첫째 날에 애드리브로 구해준 바로 그 데빈이다.

처음에는 나이도 훨씬 많고 인상이 험해서 다가가기 좀 어려웠는데 알고 보니 그냥 마음씨 좋은 형이었다.

노아는 왠지 농구에 대해서 잘 알 것 같았던 데빈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음... 근데 BULLS 23번? 옷을 입고 있는 이 선수는 누구야? 농구선수인 거 같긴 한데...."


도둑들을 겁줘서 내쫓기 위해 입간판을 장난감 기차에 태워 이동시켰던 케빈.

노아가 그 입간판의 선수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데빈은 펄쩍 뛰었다.


"맙소사! 이 깜찍한 녀석, 마이클 조던을 모른다고? 갓, 댐! 내가 지금까지 조던을 모르는 애랑 대화하고 있었다니!"


"노아, 너희 집에는 TV가 없어? 어떻게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을 모를 수가!?"


마이클 조던? 유명한 선수인가? 노아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데빈과 마이클(케빈의 둘째형인 제프 역)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 시대 최고의 농구선수라고! 비록 아직 NBA의 우승이 없긴 하지만 반드시 우승을 할 거야! 너도 조던의 경기를 보면 단번에 그 위대함과 특별함을 알게 될걸?"


"노아, 너 축구단의 유스 선수라고 했지? 그래서 지금 농구를 얕잡아보는 거냐? 우리한텐 축구는 농구와 비교되지도 못해!"


참나, 농구선수 모르면 농구를 얕잡아보는 거냐. 난 야구선수도, 미식축구선수도 모르는데.

노아가 픽 웃으면서 반박했다.


"그럼 마이클 형은 마르코 반 바스텐 알아?"


"마르코 반 바스텐? 그게 누군데? 농구선수 중에 그런 특이한 이름은 없어."


"반 바스텐은 농구선수가 아니라 축구선수야. 그것도 현재 최고의 선수지."


"축구선수는 마라도나밖에 모르는데...."


"거봐! 형이 반 바스텐도 모르는 것처럼 나도 마이클 조던을 모를 수도 있지. 분야가 다른데."


물론 노아는 마이클과 달리 농구선수는 한 명도 몰랐다.

당당한 노아의 말에 데빈과 마이클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지만 반박할 논리가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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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이 되다 - 5 +10 24.05.08 4,304 1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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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할리우드 천재 소년 - 9 +18 24.05.01 4,584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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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15 24.04.29 4,712 118 10쪽
15 할리우드 천재 소년 - 6 +12 24.04.27 4,772 123 10쪽
14 할리우드 천재 소년 - 5 +5 24.04.26 4,785 118 10쪽
»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4 24.04.25 4,834 123 12쪽
12 할리우드 천재 소년 - 4 +7 24.04.25 4,870 120 8쪽
11 할리우드 천재 소년 - 3 +6 24.04.24 5,068 123 9쪽
10 할리우드 천재 소년 - 2 +10 24.04.23 5,140 112 10쪽
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 +5 24.04.23 5,412 1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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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껍질을 깨고 - 5 +7 24.04.20 6,026 125 10쪽
6 껍질을 깨고 - 4 +6 24.04.20 6,494 125 18쪽
5 껍질을 깨고 - 3 +3 24.04.19 6,617 121 7쪽
4 껍질을 깨고 - 2 +5 24.04.19 6,959 1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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