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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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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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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별이 되다 - 5

이 글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사명 등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DUMMY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배우가 된 케이스에 이젠 노아 프레데릭센이 들어가지 않을까?

북미에서 시작된 신드롬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노아를 찾기 시작했다.

언론은 그의 사생활이나 성격, 취미, 앞으로의 계획, 과거와 일상 등 갖가지 것들을 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현 시점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알 수가 없었다.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주 철통같이 노아를 기자들로부터 분리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아는 지금 오직 영화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원래대로라면 극성인 미국의 황색언론들이 'Bullshit, 말도 안 되는 신비주의 컨셉따위 알게 뭐야?' 라며 개무시하고 24시간 노아를 쫓아다니며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겠지만.

문제는 대중들이었다. 그들은 노아가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어린 노아의 나이와 짧은 배우 경력, 그리고 차기작에 열정을 보이는 노아의 태도를 좋게 평가하는 중이었다.

또 그 괴팍한 카메론 감독이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랐고(카메론은 일전에도 타블로이드지 기자들을 두들겨 팬 전적이 있다) 연방경찰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기에 함부로 스토킹을 할 수 없었다.

스타가 됐어도 어린 아이는 미국의 최우선 보호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노아의 행적들을 역으로 추적하여 정보들을 캐내는 것이었다.

대중들이 궁금해 할만한, 그래서 주목을 받고 팔릴만한 에피소드들을 긁어 모아서 적절히 가공하여 노아 프레데릭센 특집으로 묶어서 파는 것.

몇몇 잡지사가 이런 특집으로 대성공을 거두자마자 미국의 연예기자들은 즉시 노르웨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노아의 고향이 지금 기자들, 인터뷰어들로 북적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좋아, 그래도 이곳은 우리가 가장 먼저 온 모양이군."


"이 시골 촌동네의 축구클럽에 누가 와서 인터뷰를 따내려하겠어요? 파리만 날리는구만."


노아 프레데릭센이 노르웨이 리그의 오드 BK 소속 유소년 축구선수라는 사실은, 미국의 연예부 기자들이 노아에 대해 조사만 제대로 한다면 알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취재팀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만 좀 불평해, 안나. 어쨌든 그 꼬마의 특집편 분량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잖아."


"옆동네 잡지사는 노아를 파양했던 전 양부모들 인터뷰를 잡았다는데.... 우리랑 그쪽이랑 같이 잡지를 내면 누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겠어요? 어휴! 우리 보스는 감이 없다니까."


작은(?) 불평불만이 있었지만 어쨌든 LA에 지사를 두고 있는 이 타블로이드 잡지사는 오드 BK의 유소년관리팀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고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여기 축구 아카데미가 바로 케빈(노아)이 축구를 배웠던 곳이 맞나요?"


"'배웠던' 곳이 아니라 '배우고 있는' 곳입니다. 노아는 우리 클럽을 그만 다니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아직도 계약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유소년 팀장이란 사람이 짐짓 불쾌하다는 듯이 답했지만 잡지사 인터뷰어들은 귓구멍을 후비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노아 프레데릭센 특집'에 짤막하게 끼워넣을 조각글의 조연에게 비위를 맞춰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노아의 축구 실력은 어떤가요? 그가 연기할 때만큼이나 특별한가요?"


"그야말로 최고의 재능입니다! 노아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들과 자웅을 겨룰만한 자질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클럽에서도 아주 예의주시하고 있는 재원으로, 노아의 진정한 재능은 연기가 아니라 축구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오! 그거 정말 대단하군요. 저흰 처음 듣는 말이지만요."


"하하하! 확실히 노르웨이는 소식이 느리긴 한가 보네요. 노아 프레데릭센의 연기가 영화평론가들과 선배 배우들, 감독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것을 보면요."


차라리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에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냐면서 가볍게 웃으면서 말하는 인터뷰어를 보며 오드 BK의 유소년총괄센터장 요르겐 라르손은 이마에 참을 인자를 세 번 새겨야 했다.


"...하! 하! 과연 '미국인'다우시군요."


“노아는 농구에도 큰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마이클 조던도 몰랐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가 다른 구기 종목에 도전하려 한다면 어떤 종목이....”


“노아가 이곳에서 축구를 배울 때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것 혹시 들을 수 있을....”


요르겐은 축구에 별 관심 없는 미국인을 설득시킬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그의 머리 속에는 이 인터뷰를 잡은 친구이자 동료인 디렉터를 어떻게 잡아먹을까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어쨌거나 노아의 축구클럽인 오드 BK에 대한 미국 잡지사의 인터뷰는 매우 형식적이고 건조하게 진행되었고 별로 건질 만한 이야기도 없이 짧게 끝났다.

먼 훗날, 노아 프레데릭센의 축구를 보며 해당 잡지사는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되지만, 지금은 그저 인터뷰를 일찍 끝낸 게 좋은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오드 BK 유소년 센터를 떠났다.


=


"#@!$@!!! 빌어 처먹을 인간들 같으니....!"


"하하하... 축구에 대해서 뭣도 모르면서 예의까지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센터장님께서 참으시죠."


켄스 코치의 위로에도 요르겐의 머리에 오른 열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축구에 무지한 사람들과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지만 사실 요르겐의 두통을 일으키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뭐, 노아의 축구 재능이 대단해서 뛰어난 선수가 된다 할지라도 할리우드의 톱스타가 되는 것만 하겠어요? 언제 축구를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이런 인터뷰 자체가 시간낭비....'


자기들끼리 영어로 쑥덕이는 소리를 요르겐은 작지만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쓰잘데기 없었던 인터뷰보다 더욱 요르겐을 짜증나게 만드는 말이었다.


처음에 영화를 찍는다고 미국으로 간다했을 때 요르겐은 노아가 스스로의 재능에 취한 나머지 축구에 대한 흥미가 조금 떨어진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해보며 주변을 환기시키면 열정이 다시 돌아오고 훈련도 열심히 할 것 같아서 선뜻 미국행을 지지해준 것.... 물론 노아가 찍는다는 영화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아동용 비디오영화겠거니 했을 뿐.

그러나 바다 건너에서 들려온 소식은 축구 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관심도 없던 요르겐조차도 놀라 뒤집어질만큼의 충격을 주었다.

단 하나의 영화로 노아는 헐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가 되었다.


'노아 녀석.... 정말로 축구를 관둬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안되는데....'


아무래도 축구는 고되고 위험한 스포츠다. 매일같이 땀 흘려 고강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고 경기하다가 크게 다치거나 불구가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지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노아의 할리우드 몸값을 생각해본다면 리스크가 너무 컸다.

또한 축구는 결국 몸으로 말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시간과 신체의 한계를 거스를 순 없다. 즉, 지금 노아가 아무리 세기의 천재라 해도 당장 프로무대에서 뛸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노아는 이미 연기라는 영역에서의 프로이자 스타가 되었다. 그런 그가 10년 후에나 결과가 나올지 모를 미래의 영역에 대한 고된 투자를 과연 하려할까?


유소년 축구 계약의 해지 정말 별거 아니다. 그냥 노아가 전화로 '저 축구 관둘래요.' 한다면 끝이다.

오드 BK의 생각없는 경영진들은 단지 스타성 있는 선수가 아니라 진짜 월드스타를 갖게 됐다면서 만세를 부르며 난리치고 있었지만, 요르겐은 노아 자체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이미 감지 중이었다.

만약 노아가 축구를 관두게 된다면 그건 분명 요르겐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슬픈 일일 것이다. 그 황금 같은 재능이 꽃피우기도 전에 져버린다면.....

생각도 하기 싫어진 요르겐은 오늘은 거하게 취해야겠다며 독한 포도주를 들고 퇴근했다.

그러나 퇴근하기 전까지 구단 사무실 전화기를 꼭 붙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


"아카데미의 일은 정말 안타깝게 되었어. 분명 수상을 기대할만한 실적을 보여줬다고 봤는데."


"...린다, 농담하는 거야, 아니면 놀리는 거야?"


"아니, 난 진심이에요! 노아, 너무 낙담하지 마렴. 난 네가 어리지만 기성 배우들보다 뛰어난 연기력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흐음... 경쟁자가 로버트 드 니로(사랑의 기적), 리처드 해리스(The Field), 제레미 아이언스(행운의 반전), 알 파치노(대부3)인데....?"


"...그래도! 최종 후보에도 못든 건 문제가 있다는 말이죠. 상심하지 마라, 노아! 내겐 노아의 연기가 1등이었어."


두 주연배우인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만담을 빙자한 '노아 놀리기'에 노아는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촬영하는 동안 두 배우와 부쩍 친해진 것은 좋지만... 너무 친해진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나 홀로 집에>는 수많은 흥행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온갖 찬사를 다 받았고, 노아 역시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반응은 흥행 대비 싸늘한 편이었다.

음악상과 주제가상에 후보로 올랐을 뿐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등 다른 모든 부문에서는 후보조차도 오르지 못하고 쓴맛을 봐야 했다.

물론 다른 영화 후보들이 하나같이 쟁쟁하기도 했고(<대부3>, <늑대와 춤을>, <딕 트레이시>, <좋은 친구들>, <토탈 리콜> 등이 경합했다) 저연령층을 겨냥한 가족영화라는 점도 마이너스가 컸다나 어쨌다나.

애초에 크리스 감독도 아카데미 수상에 기대를 걸지 않았고 노아 역시 시상 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옆에서 저리 긁어대니 괜히 뚱한 마음만 들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또 촬영장에 기어 들어왔군! 궁둥짝을 처맞고 거지꼴로 쫓겨난 네 친구들이 나에 대한 경고를 일러주지 않던?"


"자, 잠깐만요, 감독님!"


쉬고 있던 세 배우의 귀에, 촬영장의 폭군이 내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원래에도 자비가 없지만 촬영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에게는 특히 자비가 없었던 카메론 감독.

파파라치들의 몰래 들고 있던 카메라를 손수 박살내는 위용을 선보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남의 카메라를 부수다니!"


"손해배상 청구할 거에요!"


카메론 감독은 그런 파파리치들을 비웃었다.


"신고하던가 말던가. 참고로 네놈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에는 지금 촬영 중이던 영화의 장면들도 담겨 있던데. 이쪽의 소송도 감당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결국 파파라치들은 부서진 카메라를 들고 터벅터벅 촬영장을 떠나야 했다.

밑에 스태프들 시켜서 쫓아내도 될 일을 카메론 감독이 직접 뛰쳐나가 때려 부수고 돌아왔다.

이건 다시 말하면 그만큼 카메론 감독이 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진짜 클라이막스에 이른 <터미네이터2>의 촬영.

그러나 아홉수라고 해야할까. 갑자기 조연배우 중 한 명이 코카인을 피다 연방경찰에게 체포되는가 하면 스턴트맨 한 명은 철근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또 갑자기 로스엔젤레스 시의회에서는 입장을 바꿔 촬영허가 기간을 단축시켜 버렸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예상치 못한 북태평양 소나기가 내리면서 촬영이 미뤄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폭군을 예민하게 만드는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다 보니 요즘 카메론 감독의 주변은 항상 가시방석이었다.


"역시 너밖에 없다. 해결하고 오렴, 노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노아의 등을 떠밀었다. 저 폭군을 달래줄 사람은 노아밖에 없다면서.

노아의 씬을 찍을 차례였다.

길었던 <터미네이터2> 촬영도 이젠 최종전을 앞두고 있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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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작은 거인의 발걸음 - 5 +19 24.05.29 4,973 212 15쪽
37 작은 거인의 발걸음 - 4 +21 24.05.28 5,160 202 15쪽
36 작은 거인의 발걸음 - 3 +18 24.05.27 5,439 197 15쪽
35 작은 거인의 발걸음 - 2 +17 24.05.24 6,219 210 15쪽
34 작은 거인의 발걸음 - 1 +17 24.05.23 6,213 235 12쪽
33 별이 되다 - 13 +30 24.05.21 6,738 229 20쪽
32 별이 되다 - 12 +15 24.05.20 6,274 224 15쪽
31 별이 되다 - 12 +6 24.05.20 6,185 216 16쪽
30 별이 되다 - 11 +17 24.05.19 6,561 231 13쪽
29 별이 되다 - 10 +20 24.05.17 6,871 245 12쪽
28 별이 되다 - 9 +18 24.05.15 7,058 245 13쪽
27 별이 되다 - 8 +12 24.05.14 7,015 213 12쪽
26 별이 되다 - 7 +16 24.05.13 7,092 194 12쪽
25 별이 되다 - 6 +24 24.05.11 7,222 203 11쪽
» 별이 되다 - 5 +14 24.05.08 7,321 209 12쪽
23 별이 되다 - 4 +13 24.05.08 7,114 203 9쪽
22 별이 되다 - 3 +10 24.05.06 7,361 218 9쪽
21 별이 되다 - 2 +16 24.05.06 7,544 202 10쪽
20 별이 되다 - 1 +15 24.05.03 7,751 214 10쪽
19 할리우드 천재 소년 - 10 +14 24.05.02 7,614 211 10쪽
18 할리우드 천재 소년 - 9 +23 24.05.01 7,569 197 11쪽
17 할리우드 천재 소년 - 8 +13 24.04.30 7,719 204 10쪽
16 할리우드 천재 소년 - 7 +21 24.04.29 7,736 195 10쪽
15 할리우드 천재 소년 - 6 +16 24.04.27 7,805 20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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