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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9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30 16:04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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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잠들지 못하는 밤

DUMMY

계속해서 빛의 서클을 운용하며 그녀 안의 미약을 중화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땀을 연신 흘리고 있었다.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황자궁을 불싸질러도 화가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미약뿐만이 아니라 분명 ‘차란’도 들어갔으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이능력자인 그녀가 미약에 이리도 정신을 못 차릴 수는 없었다. 깨었다가 혼절하기를 몇번이나 반복하는지 몰랐다. 


촉촉한 장밋빛의 입술은 버석거리게 갈라져 있었다. 사냥 갈 때 배웅한 지가 얼마가 되었다고 벌써 입술이 이리. . . 


문을 열고 레작을 부르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자르가 만든 해독약이 있다. 가져오너라.” 말을 마친 길리아드는 문 앞에서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문을 움켜잡고 있는 길리아드의 손에 핏줄이 도드라져 버릴 정도로 힘이 들어간다.


문 앞에 서 있기를 얼마. . 바로 나타난 레작이 작은 병을 건네주었다.


바로 받아든 길리아드는 문을 닫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셀린느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았다. 병의 입구를 따서 그녀의 입술에 살짝 흘려 주었다. 


머리를 흔들어대는 셀린느때문에 약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길리아드는 병 안에 약을 단숨에 들이킨 후 셀린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입을 맞추며 그녀의 목구멍으로 약을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도리질하며 거부하던 그녀는 이내 곧 잠잠해졌다. 


입술을 떼려는 순간, 셀린느가 두 팔로 길리아드를 끌어안고 침대로 강하게 이끌었다. 


빛의 서클을 쉼 없이 보내보았지만. . .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계속 열기에 타는 듯이 괴로워하는 그녀를. . . 


길리아드는 거침없이 셔츠의 단추를 풀어버리고 셀린느에게 다가갔다.





* * *





황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 오는 새벽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스키프, 황자궁 소식은?”


“예상하신 대로 입니다. 밤을 타 라피드가 궁을 빠져나갔다가 들어왔습니다. 평민들이 거주하는 곳인데, 여자 한명이 살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을 붙였고 곧 그 여자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황후궁 시종들과 경비들이 매수되었고, 자리를 일부러 떠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황제는 침음을 삼켰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황자들이 늘 측은했기에. . . 잘못된 것이 보여도 핏줄의 정 때문에 모질지 못했던 것이 이런 참극을 불러올 줄이야!!


사실. . 짐작은 했었다. 진작에 손을 댔어야 했다. 숨의 이능력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 .

황제의 자리라는 것이. . . 권력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인 것을. . 


“그 여자와 라피드를 잡아 와! 데스칸 모르게 조용히! 공작가에는 이 편지를 전해주고”


길리아드가 빠르게 움직였으니 분명, 셀린느와 함께일 것이다. 


그럼 나도 내 할 일을 해야겠지. . . . . !!


황제는 시종에게 2황자를 불러오라 명하였다.


얼마 후 레나드 시투아 머레스, 엠피스 제국의 2황자가 알현실에 들었다. 황제는 길리아드 소공작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가 홀로 궁으로 들어온 황자에게 사정을 들었다. 황궁에 일이 생겼다는 말을 기사에게 남기고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는 것이다. 


황제는 어렸을 때부터 데스칸과 레나드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1황자인 데스칸은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배려심이 적었다. 반면에 2황자인 레나드 황자는 조용하면서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라 생각이 많았다. 어머니의 출신이 귀족 가문이 아닌지라 아랫사람을 헤아리는 마음 또한 넓었다. 


둘 다 제 아들들이지만 이능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황제는 레나드에게 이번 황후궁의 일을 떠보았다. 


“레나드. 나는 이번 황후궁의 일에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어찌 생각하느냐?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잠시 생각하던 레나드는 이내 말문을 열었다.

“잘. . 모르겠습니다. 하오나 인간은 누구나 실수가 있는 법, 반성할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황제는 알았다. 레나드가 한 말의 의미를! 


일벌백계하여 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으면 황제는 레나드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이는 곧 정보력이 없어 황궁 내의 일조차 모르는 무능한 황자로 보일 뿐이라는 것을!


반면에 알고 있었다면, 무능하지는 않지만 이 기회에 1황자 데스칸을 치고 계승권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으로 잔인하게 비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레나드는 기회를 언급했다. 이것의 의미는 레나드도 이미 배후가 누구인지 나름대로의 정보력을 가지고 알아내었고, 1황자 데스칸인 것을 안다는 뜻이리라!


또한 그에게 벌을 내리기보다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형제의 정과 배려심을 보여 주었다. 황제는 말이 없었다.


잠시 뒤, 황제는 시종장과 궁내부 대신을 들게 했다. 여전히 레나드 황자가 함께 한 자리였다.


“2황자, 레나드 시투아 머레스를 황태자로 임명할 것이다. 서류를 준비하라!” 황제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인장을 만지작거리며 시종장과 궁내부 대신에게 명했다.


그 말에 알현실의 모두가 놀라움에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다.





* * *





날이 밝으며 커튼 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들어 왔다.


셀린느의 숨소리는 제법 평온했다. 뜨거운 열감도 사라졌다. 얼굴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길리아드는 옆에서 그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다만, 각인자와의 첫 밤을 목덜미에 새겨넣어야 하기에 셀린느의 왼쪽 목덜미에는 옅은 물림 자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길리아드의 잇자국이었다. 


밤새 괴로워하는 연인을 품을 수밖에는 없었지만, 수컷의 흡족함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어느때보다 그녀와의 유대감이 깊게 느껴졌다. 정신이 든 셀린느가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 . . 두려운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


얼마 후, 눈꺼풀이 열리며 파란색 눈동자가 보였다. 셀린느가 정신을 차렸다. 


“길리아드? 어떻게. . 된 거예요?” 난 그녀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반쯤 상체를 일으켜 그녀에게 물잔을 건넸다.


사실 물 잔 안에는 물과 해독제가 같이 들어 있다. 목이 말랐었는지 셀린느는 단숨에 끝까지 마셔 버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흘긋거리며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셀린느는 얇은 슈미즈만 입고 있었고. 나는 단추가 풀어진 상태로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황자가 제 방에 들어왔어요. . 몸이 불에 타는 것같이 아팠는데. . 신호를 보냈던 것도 기억이. . 나요. 이능력을 쓰려 반지를 내려쳤는데. . . 그 후로는 기억이 없어요. . ”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 전에 사실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하니 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늘 확인하는 나에게 불의 이능력을 도와주는 곳의 깨어짐을 발견하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그에 나는 황후궁의 화재도 이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셀린느, 몸이 힘드시지는 않으십니까?” 나는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기에 앞서 그녀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


그제야 셀린느는 몸을 뒤척이다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온몸이 아파요. 다리가. . . 배도. . . ” 


길리아드가 긴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조금 전, 셀린느의 말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 미안한 마음이 덜컥 들었다.


조심하려 했지만 멈출 수도 없는 기꺼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 . 너무 과했다.

나중에는 자신도 속절없이 몰입하여 끝을 보고야 말았기에 아픈 그녀를 두고 짐승과도 같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데스칸 황자가 사냥으로 저와 2황자를 궁 밖으로 유인한 후, 그대에게 ‘차란’이 들어간 미약을 먹인 듯합니다.”


“미. . . 약. .이요?”


“미약으로 자연스레 그대를 취하려 했겠지요. 그리고 우리의 약혼을 깨고 그대를 황자의 여인으로 공표하려 했을 겁니다.”


이 말을 하는 길리아드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미약 때문에 그대의 몸에 열감이 사라지지 않고 괴로웠을 겁니다. 그런 순간을 황자가 노리고 침실로 들어왔을 겁니다. 아마도 황후궁과 황자궁의 시종들이 가담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그대가 레작에게 보낸 신호로 황궁에서 바렌 공작가의 안전 가옥으로 무사히 옮겨졌습니다.”


난 그 말에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사이 그대가 이능력을 사용하고자 내리친 반지는. . 보시는 것처럼 불의 이능력을 도와주는 곳이 깨졌습니다. 아마도 그대가 느낀 몸의 열기로. . . . 불의 이능이 발현된 듯합니다. 순식간에 황후궁이 화마에 휩싸였다 들었습니다. 레작이 그대를 발견했을 때 그대는 아마도. . . 본능적으로 물의 이능 장막 안에서 화마로부터 보호된 듯합니다.”


셀린느는 길리아드가 천천히 말하는 모든 것을 다 듣고만 있었다.


“밤새 그대에게 빛의 서클을 보내며 차란의 해독제를 먹였지만. . 효과가 미비했습니다.”


“. . . 제가 그대를 품었습니다. . . . 그대가 느끼는 몸의 아픔 역시 제. . 탓일 겁니다.”


셀린느의 온몸이 다시 또 화끈거렸다. 어제와는 다른 열감이었다.


사랑하는 길리아드와 자신이 하필. . . 그것도 내가 미약에 취하게 되어, 나를 품었다는 그의 고백이. . 길리아드가 자신을 얼마나 자책하는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길리아드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 침실에서 꼼짝없이 황자에게 능욕당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치를 떨게 했다.


“고. . . 마. .워요. 길리아드. 진심이에요.”


나는 두 팔을 벌려 길리아드를 꼬옥 끌어안았다. 


“셀린느. 이렇게 그대와의 처음을 보내게 되어 미안합니다. 너무나 바란 순간이지만 이렇게 그대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대는 제게 너무나 소중하기에. . . ”


길리아드의 말이 귓가에서 나직이 들려온다. 이 사람은 늘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고 지켜준다.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느끼자마자 사냥을 멈추고 바로 되돌아왔을 때. . . 안전가옥에서 열감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대를 발견했을 때. .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길리아드. 그러지 말아요. 전 정말 길리아드가 지켜주어 무사한 거예요.”


“평생 하나의 반려만을 바라보는 거 맞죠? 저와 밤을 보내시고는 앞으로 다른 여인을 생각하셔서는 아니 되어요?”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길리아드가 나를 더 꼬옥 끌어안았다.


“길리아드 이제 황궁으로 가서 우리의 밤을 고맙게도 앞당기게 해준 사람을 만나봐야 할 시간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길리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의 날을 세웠다.


“이미 아버님께서도 백작님과 함께 궁에 입궁하셨을 겁니다.” 


“그럼 우리도 전투복으로 갈아입어야 할까요?” 다시금 장난스러운 내 말에 길리아드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화려해야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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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 못하는 밤 23.03.30 35 0 11쪽
15 23.03.29 35 0 11쪽
14 함정 23.03.28 34 0 14쪽
13 약혼식 23.03.27 35 0 13쪽
12 사랑 23.03.26 41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4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50 1 13쪽
5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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