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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51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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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DUMMY

하룻밤 사이에 데스칸 황자는 얼굴이 많이 핼쑥해져 있었다. 


이미 궁의는 왔다 갔다고 했다. 황제는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그런 황제의 뒤편에서 짧은 인사만을 덧붙일 뿐. . .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데스칸 황자의 시종들이 간단한 다과와 차를 내왔다. 황제와 나는 차만 한두 모금 마시고서는 황자를 쉬게 하고자 오래 있지 않고 나왔다.


황제는 정무를 보러 접견실로 향했고, 나는 황후궁으로 돌아왔다. 어젯밤에 늦게까지 수를 놓은 터라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식사는 황후궁에서 간단히 먹는다고 했다. 눈치 빠른 시종이 피곤한 것 같다면서 목욕 후 마사지를 정성껏 해 주었다. 손놀림이 가문의 사용인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돌아갈 때 은근슬쩍 데려가고픈 생각도 들었다.


온탕에서 몸에 열이 오른 상태였는데, 마사지 받고 나니 더욱더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혈액 순환이 더 잘 돼서 그러는 것 같다. 황궁은 바렌가나 하멜가보다 더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훨씬 더운 날씨였다. 


자기 전 갈아입은 슈미즈 역시 몸이 훤히 비치는 것으로 소재가 얇았다. 촉감도 아주 부드러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운 건지 아니면 목욕 후 마사지가 잘 된 것인지. . 열이 계속 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종들의 인사를 끝으로 이불도 덮지 않고, 침대에 누운 나는 이제는 몸이 살짝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에 열기가 간질간질하게 퍼지는 것 같았다. 숨 쉬는 것도 더 힘들고 머리도 몽롱해지고. . 갈증이 심해 목이 타는 듯한 느낌까지 났다. 누워있는데 발가락까지 힘이 들어가며 온몸이 뒤틀리듯 꼬이는 듯했다. 아랫배에 열기가 모이는 기분도 생생히 들었다.





* * * 





새벽에 설사약을 받아서 먹은 후, 속을 다 비운 것 같다. 


아픈 것을 핑계로 사냥을 빠져야 하니 실제로 얼굴이 반쪽이라도 나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번거로운 짓거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황제와 2황자, 길리아드까지 병문안 올 것을 대비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했는데, 다행히 2황자와 길리아드는 사냥을 계획대로 떠나주었고, 황제와 셀린느만이 병문안을 왔다.


한 모금만 마셔도. . . 약효는 분명하니. . . 셀린느가 두 모금 정도 마시는 것을 관심 없는 척하며 다 지켜봤다. 


네시간이나 다섯시간 후 부터 슬슬 약효가 올라올 것이다. 이미 황후궁의 배정된 시종에게는 손을 써 두었다. 다른 곳도 아닌 황궁에서 내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기력을 회복하는 약을 마시니 한결 좋아져서 배 아팠던 것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제 내 여인을 취하러 가 볼까. . . 


이미 황후궁의 경비들과 시종들은 다 치워진 후였다. 2층으로 올라가 침실문 앞에 다다랐다.


손잡이를 잡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더운 열기를 느껴서인지 셀린느는 속이 다 훤히 비치는 슈미즈를 입고서 반쯤 열린 창가에 주저앉아서 헐떡이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발이 고혹적이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가 더 야한 분위기를 풍겼다. 눈도 반쯤 풀려서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더구나 슈미즈를 입었어도 땀과 함께 비치는 실루엣이 아름다웠다. 품을 맛이 저절로 나는 여자였다.


“봐줄 만하군. . 아주 좋아. . 너를 취하는 것이 아주 즐겁겠어. . . ”


“어. . . 어. . . 떻. . 게. . . 황. . 황자. . . ”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이해할 수 없겠지. . . 


그녀에게 다가가려 움직이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창문 틈으로 손을 내밀더니 무언가를 쏘아 올렸다. 


‘핏~~~’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 것은, 허공에 빨간 점 같은 문양을 남기고는 금세 사라졌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서둘러 그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다가갔다.


그 순간, 그녀는 손을 들어, 손등이 바닥을 향하게 한 후 내리쳤다. 


삽시간에 그녀의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침실 전체로 한 번에 퍼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불길을 피해 뒷걸음질 치며 급히 침실에서 나왔다. 


“라피드! 서둘러 황후궁을 벗어나야겠다. 그년이 밖으로 소식을 전한 듯싶다. 불까지 질렀어. 젠장. . 약을 처먹고도 아직 이능의 힘을 쓸 수 있다니. . . 독한 년. . . . 어서 황자궁으로 가서 대비해야겠다.”





* * *





열기가 점점 심해진다. 지난번 납치 때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도 난다. 하지만 의식이 끊어지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창가로 걸어갔다. 중간에 다리가 완전히 힘이 풀리면서 기는 수준이었다. 창문을 열고 싶은데 그조차도 쉽지 않다. 겨우 조금 열어 놓은 것이 전부다.


‘길리아드. . 나 몸이 이상해요. . . . .’ 길리아드를 떠올리자 그가 준 작은 통이 떠올랐다.


바로 창문 옆에 놓아두었는데. . . 


손을 뻗으려는데 침실 문이 열리고 황자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어떻게 그가. . . 


황자는 모든 것을 이미 짐작한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고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강제로 취할 생각인 양 말했다. 난 그 순간적은 통을 떠올리며 길리아드만을 생각했다. 있는 힘을 짜내어 통을 쏘아 보냈다. 


그리고 남은 힘을 다해 약혼반지를 바닥으로 내리쳤다. 순간 불길이 솟은 것 같은 기억이 나면서. . . .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


레작은 사냥을 떠나는 주군의 명을 받들어 황궁밖에 높은 곳에 올라 황후궁만 바라보았다. 


밤하늘이 고요했다. 순간, 하늘에 신호가 올랐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움직였다.


내달리며 바라본 황후궁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화마에 휩싸였다. 큰일이다. 


황궁의 경계를 넘어서 황후궁까지 다다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때, 그는 두 개의 인영이 빠르게 황후궁을 빠져나와 황자궁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직감적으로 저들이 이 불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주군의 명이 먼저다.


무슨 일이 생겨도 셀린느의 안위가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궁의 시종들이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는 소리치며 황후궁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이상했다. 정작 황후궁에서는 사용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불길을 보고 뛰어오는 모양새였다.


나는 나무와 벽을 타 2층 테라스로 진입했다. 불길이 이미 침실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창가를 타고 밖으로도 불길이 뻗어 나와야 하는데 유독 하나의 창문 쪽으로는 불길이 쏟아져나오지 않았다.


그쪽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작은 원형의 막 안에 몸을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셀린느 하멜이 보였다. 


지체 없이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는 바로 주군이 명한 대로 안전 가옥으로 향했다.





* * * 





그때와 똑같다. 아니 틀리다.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희미하지만 열감에 들뜬 그녀의 상태, 분노가 전해져 온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황궁에 일이 생겼다. 돌아갈 것이다. 2 황자께 전해라” 길리아드가 곁을 따르는 기사에게 빠르게 말하고, 말의 고삐를 급하게 돌렸다. 


영문도 모르는 기사는 황당한 상황에 되물을 새도 없이 달려 나가는 소공작을 바라본 후, 잠시 뒤 2황자에게 향했다.


그녀의 기운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불에 덴 듯한 열감도 지독하다.


예전에 마비시키는 약을 당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제는 그녀의 기운이 황궁이 아닌 다른 곳에서 느껴진다. 


레작. . . 길리아드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말고삐를 더 강하게 쥐었다. 애초에 사냥을 나가지 말것을 황궁에 그녀를 홀로 두다니. . . 또다시 이런 멍청한 짓거리를 한 자신이 용서되지 않았다.


황궁은 황후궁에 불이 난 것이 알려지며 소란이 일었다.


손님으로 온 셀린느 하멜 영애가 있는 침실은, 이미 불길이 심해 들어갈 수도 없었다. 다른 복도와 침실도 불이 번져서 심각한 상태였다.


황제는 황궁에 그것도 황후궁에 불이 난 소식을 접하자마자 서둘러 황후궁으로 향했다.


그는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황후궁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양손을 뻗어 물의 이능력을 사용했다.


한순간에 온도가 뚝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찬 기운이 몰아치면서, 강한 회오리가 황제의 손아귀에서 생겨났다.


 이내 곧 부피를 키우며 거대한 물보라로 변했고 황후궁 전체를 감싸며 화마를 삭혔다.


“당장, 셀린느 영애의 안위를 확인해라. 어서!!” 황제는 분노하여 소리치며 황후궁으로 들어갔다.


불길은 잡혔고 황후궁은 온통 물에 젖은 채 역한 냄새를 뿜어냈다. 


새까맣게 그을린 복도와 침실에는 이미 셀린느 하멜의 흔적이 없었다. 


황자궁으로 돌아온 데스칸 황자는 다시 환복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셀린느 하멜을 갖는 계획이 틀어지고도 한참 잘못되었다. 일이 여의치 않게 되더라도 그녀가 자신을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알아보았기에,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을 황제가 알게 된다면, 공작가의 약혼자를 겁탈하려 했다는 추악한 꼬리표를 달고 황태자로 임명되는 길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피드, 지금 바로 키리에게 가서 약을 하나 더 받아오거라! 기억을 지워야겠다. . .나를 본 기억을. . . 셀린느가 살아 있다면, 혹시 모르니 약을 써야 한다. 어서 가거라!”


데스칸 황자의 명에, 따르던 기사가 바로 움직였다. 


‘제기랄, 독한 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 일을 어렵게 . . . ’ 황자는 짜증나는 상황에 미간을 찡그렸다.


길리아드는 바로 안전가옥으로 향했다. 황궁 근처에 바렌 공작가 첩자들이 쉴 수 있도록 마련해둔 작은 저택이 있었다. 


아까부터 셀린느의 미약한 기운이 그쪽에서 느껴졌다. 서둘러 저택으로 들어가니 레작이 다가왔다.


“그녀는 어디 있지?”


“위층 침실에 계십니다.” 바로 이층으로 뛰듯이 올라갔다.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었다.


그곳에는 숨을 거칠게 쉬며 셀린느가 누워있었다.


“셀린느. . . ” 다가가다 순간 멈칫했다. 이것은. . . 


길리아드의 굳어버림에 뒤따르던 레작이 말을 이었다.


“미약을 드신 듯 합니다. 이능을 쓰셔서 무사하셨기에, 제가 궁에서 모셔 올 수 있었습니다.”


“빌어먹을. . . 누구지?”


“황자궁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명이었습니다.”

레작이 대답을 하는 사이 셀린느가 깨어났는지 뒤척였다.


“하. . . 하. . . . . 뜨거워. . . 불타는 것 같아” 


셀린느의 칭얼거림에 레작은 소리 없이 나갔고, 침실에 남겨진 길리아드는 셀린느의 손을 잡았다. 불덩이 같았다. 


길리아드의 손길에 반사적으로 셀린느가 그를 끌어당겼다. 몸은 더 뜨거웠다.


“셀린느. . 이렇게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 누구보다 원하지만. . ”길리아드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긴 숨을 내쉰 길리아드의 손에서 빛의 서클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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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잠들지 못하는 밤 23.03.30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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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랑 23.03.26 41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4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50 1 13쪽
5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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