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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0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4 09:00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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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분노

DUMMY

황제의 침실이 소란스럽다.


긴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사트헨릭 공작이 이 시간에 독대를 청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침실 옆 응접실로 들어오는 공작의 눈빛에 날이 서 있다.


"떠오르는 태양, 여신의 축복을 받은. . "


"쓸데없는 소리말고 앉지!"


황제는 바로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폐하!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신 후, 부탁을 들어주셨음 합니다."


황제의 고개가 살짝 모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공작 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 . .'


황자시절부터 알고 지낸 그는, 자신의 벗이자 동지였고, 충직한 신하였다.


엠피스 제국에서 자신만큼 그를 잘 아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 . . 저런 모습은. . .


공작은 작게 숨을 내 쉬었다.


'멜리나, 그대와의 약조를. . . 못지켜서 미안하오. 하지만 우리 아들을 위해서니 그대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하오. 그대였어도 이리했을터이니. . '


생각을 마친 공작은 천천히 비밀을 꺼내 놓았다.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차는 이미 한참전에 식어버린지 오래였다.


공작은 이야기를 마친 후 가만히 기다렸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황제였다.


"셀린느 하멜을 온전히 구해올 수 없게 된다면, 길리아드는 어찌 되는 것이지?"


"저처럼 홀로 살아가겠지요. 심장이 뜯긴것 같은 고통을. . .죽을 때까지 느끼며 살게 될 겁니다."

"바렌가에게 각인자란 그런 존재 입니다."

"더이상 늑대로 변화하지는 않겠으나 반려를 온전히 품어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다면, 짐승이 아니더라도. . . 이내 짐승처럼 이지를. . . 잃겠지요."


황제는 긴 숨을 내쉬고 말했다.


"공작! 그대의 뜻대로 하게나!"

"엠피스 제국은 그대말대로 이번일을 따라줄 것이다."

"그러니, 발칸을 상대로 제대로 해!!"


황제의 간결하고도 빠른 허락에 공작은 고개를 들고 황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서 움직이지 않고 무얼하는건가?"


". . . 감사합니다. 폐하!"


바로 일어난 공작은 빠르게 방을 나섰다.


황제는 다시금 긴 한숨을, 이번에는 소리내어 쉬었다.


황자시절부터 황태자가되기까지 황실에서 살아남으며 황제가 되기까지. . . 그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순간 순간을 함께 한 벗이자 신하인 사트헨릭과는 비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 .


그런 고통이 있을 줄은. . . 멜리나를 잃고, 이능력의 힘조차 드러내지 않으며. . . 북부에서 제국의 방패로만 살아가는 그를. . . 참. . . 그 답다고 해야 할지. . .


공작부인도 그렇고. . . 셀린느 하멜도 그렇고. . . 다른 이와 혼약으로 묶였다면 필시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도구로 쓰였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간 황실에 위협이 되었겠지. . . .


바렌 공작가와 인연이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오로지 공작가 기사단의 힘만으로 발칸을 친다는 걸 윤허해 달라니. . .'


황제는 이번에야말로 제 친우인 사트 헨릭이 제대로 돌아버린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이기에 광증어린 분노가 합당하게 표출되리라고 믿고 있어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오늘은 아침이 밝아올때까지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 새벽, 황제의 응접실을 빠져 나간 이는, 공작 한명만이 아니었다.


검은 인영이 시간차를 두고 나온 뒤, 빠르게 황자궁쪽으로 향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 *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어지럽고 뱃속이 뒤틀리며 구역질이 올라오는 거 같다.


정신을 차릴 수는 없지만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침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들이마시는 공기가 밖이라는. . . 숲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


눈을 떠보려 애를 써도 잘 되지가 않는다.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았다.


정신을 집중해서 눈을 뜨고자 몇번이나 시도했을까. . . . 겨우 보게 된 상황은. . .


짐짝처럼 누구가의 어깨에 얹혀져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직 목소리를 낼 정도로 정신이 돌아오지도, 몸이 말을 듣지도 않았다.


분명 엘레네 성의 침실에서 잠이 든거로 기억하는데. . .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 .


나는 이 사람이 적어도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양손이 등뒤로 해서 묶여 있었고, 밧줄이 팔목을 파고드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발목역시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밤에 숲길을 빠른게 이동하는 사내의 어깨에 손발이 묶인채, 정신도 혼미하고 몸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다면. . . . .


'납치구나!'


'내가 납치를 당했구나!'


남자가 움직일때마다 흔들리며 구역질이 점점 더 심해졌다.


한참을 가던 사내가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나무 밑 풀섶에 내려 놓았다.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고 정신 차린 것을 들키게 되면, 안될 것 같았다.


흰색 슈미즈만 입고 잠을 자던 나는 그 남자의 검은 망토로 몸이 둘러싸여 있었고, 목에는 목걸이처럼 향낭주머니가 걸려 있었는데. . 계속해서 그 향이 숨을 들이마실때마다 역하고 어지러웠다.


본능적으로 저 향을 맡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리아드. . . . . '


무섭고 두려운 느낌이 들면서 길리아드가 떠올랐다.


아니 사실 정신을 차릴려고 애쓸때부터 길리아드만 생각났다.


어떻게든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 . .


"젠장. . 늑대 새끼들! 빨리도 낌새를 챘구나. . . 어떻게 발칸 경계쪽이 아닌, 포레스 호수인줄 알고 따라붙었지?"


"하여간. . 짜증나는 바렌가 새끼!"


"이 여자만 황제께 바치면 더 이상 바렌가고 엠피스제국이고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니. . 그 때까지 어디 잘 버텨보라지. . ."


'바스락 바스락' 풀잎이 밟히며 남자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순간 몸이 더 긴장되고 굳어지는 것 같았지만, 정신을 집중하며 티를 내지 않으려했다.


여전히 의식을 잃은 척 했다.


"아직까지 마취향이 잘 먹히고 있나보네. . 제 아무리 숨의 이능력자라도 약물과 마비향 두가지나 동시에 취하게 되면 버틸재간이 없겠지. . "


"그나저나. . 이대로 가다간 금방 잡히게 될 텐데. . . "

"황제에게 가기전에 정체가 탄로다면 괜한 빌미만 잡히겠지. . . 유인해야겠어. . "

"이 여자는 정신을 못차리니 잠시 숨기는게 . . "


다시 남자가 걸어가며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나를 노렸구나!! 숨의 이능력을 그 동안 철저히 숨겼는데. . . 어찌 알고.


역시나 이 향낭 주머니에서 나는 향을 맡게되면 좋지 않은 거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남자가 좀 떨어진 거리에서 무언가를 주워서 가져오는게 보였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다가온 남자는 내 몸 위에 무언가를 덮는 듯 했다.


느낌으로는 나뭇잎과 나뭇가지같은 것이었다.


순간, 얼굴에 나뭇가지가 스치며 날카롭게 베이는 느낌이 났다.


남자는 계속해서 내몸이 안보이게 덮는 것에만 열중한 거 같았다.


얼굴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게 느껴졌다.


피구나! 피가 흐르는 거구나. . 심하게 베인건가?


내 몸위에 덮는 것을 다 끝냈는지, 다시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난 소리가 멀어지고 한참 후에야 다시 눈을 떳다.


군데 군데 작은 틈만 보이고 온통 어둡다.


밤이라 어두운 것도 있었지만, 잔뜩 내 몸위에 덮어놔서 더 어둡고 축축했다.


피가 흐르던 곳은 멈춘것 같았다. 더 이상 흐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손과 발을 움직이려 하는데 밧줄때문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까는 아예 움직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꼼지락 수준은 되었다.


묶여있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남자가 멀어진 틈에 도망가야 한다.


고개와 어깨를 기울이며 세차게 흔들었다.


향낭 주머니의 위치가 내 코 바로 아래에서 등 뒤쪽으로 넘어갔다.


이렇게만 해도 숨을 쉴때 냄새가 맡아지지 않았다.


몸을 조금씩 꿈틀거리며, 등뒤의 나무 기둥으로 조금씩 기어갔다.


등 뒤로 묶인 양손을 나무기둥에 비비며 어떻게든 풀고자 몸부림쳤다.


그럴수록 상처가 더 깊어지고 새로 더 생기는 것 같았다.


하~~이런 무식한 방법밖에는. . 없는 건가. .


'잠깐. . 이능력을 쓸 수 있을까. . '


숨을 고른 후 정신을 집중하며 빛의 서클을 불러오려 했다.


밤이니 너무 환하면 그 남자가 볼 수도 있기에 작은 빛무리를 불러 내고자 더더욱 집중했다.


순간 손이 딱~~하며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양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이게 되는구나!


밧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손목에 새빨간 상처와 핏자국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발목에도 해보았다. 역시 빛의 서클과 만나며 밧줄이 바로 사라졌다.


목걸이처럼 걸려있는 향낭 주머리도 벗어서 옆으로 내던졌다.


검은 망토도 벗었다.


순간, 추위가 느껴졌지만 이 망토에도 뭔가 해로운 짓거리를 해 놓았을 것 같았다.


흰색의 슈미즈만 입고 있는 상태라 밤의 숲속에서 유난히 내 모습이 잘 들어났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


난 기다시피하면서 겨우 나를 덮고 있던 것들을 모조리 걷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포레스 호수'라고 했지. . .


'길리아드. . . 나를 느낄 수 있다면. . . 내가 있는 곳으로. . . 제발 와줘요. . . '


비틀거렸지만, 바로 서서 조심히 걸었다.


맨발이라 발바닥이 따끔거리고 아팠지만 걷는 모양새도 점점더 나아지고 있었다.


나무 사이사이 몸을 숨기며 최대한 바렌 공작가의 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확 잡아 당기며 나를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아~~~악!!"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를 내리꽂은 이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다!


"어떻게 깨어났지? 빌어먹을" 날카로운 칼을 빼어들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얼른 손에서 빛의 서클을 만들어내어 나를 동그랗게 감쌌다.


작은 원형의 옅은 안개속에 웅크리고 들어가 있는 모양새지만, 지금으로서는 빛의 서클밖에는 떠오르지않았다.


'길리아드가 지키는 거랬어. . . . 그러니 나를 지켜줘. . 제발'


순간 빛무리 색이 짙어졌다.


그래도 앞의 그 사내와 어둠이 내려앉은 숲은 다 보일 정도였다.


'길리아드. . . 길리아드. . . 나 무서워요. . . '


그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원모양의 빛무리를 칼로 내리칠것 처럼 높이 치켜 들었다.


칼이 내려쳐지는 찰나, 어디선가 밝은 빛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빛이 사내의 칼을 스치며 칼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셀린느!"


"기. . 길. . 리. 아드??"


길리아드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둠속에서 그의 붉은 눈동자가 불꽃처럼 느껴졌다.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칼이 사라지고 난 후 그 남자는 길리아드를 보자마자 도망을 쳤다.


자연스레 빛무리가 사라지며 그의 모습이 더 선명히 보였다.


길리아드는 도망가는 남자는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나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내 얼굴과 몸을 살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굴었다.


"셀린느, 내가 너무. . . 너무 늦게 왔습니다. . . . 미안합니다."


"그대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 . ."


그리고는 다시금 나를 끌어안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가 미세하게 떨고 있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 얼굴과 몸을 살폈다.


흰색의 슈미즈는 피와 흙으로 인해 얼룩덜룩 했다.


내 얼굴을 손으로 더듬던 길리아드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셀린느. . 피가. . "


그는 오히려 자신이 다쳐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의 눈이 더 매섭게 내 몸을 살피며 손목과 발등. . . 상처가 가득한 발바닥까지 하나하나 담고 있었다.


"죽일 겁니다. 모조리"


그가 나직이 말하며 그의 망토를 벗어서 내 몸을 꼼꼼히 덮어 주었다.


너무 무섭고 그 기세가 흉흉해서 나조차도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대를 이리 만든 놈을. . 그대를 눈에 담은 놈들 모조리. . . "


"길리아드. . 그보다 남자가 도망갔어요. . 쫓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 "


"그대는 아무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가 나를 안아들어올리며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비로소 안심이 되며 난 몸에 힘을 빼었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긴 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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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죄와 벌 (완결) 23.03.31 29 0 10쪽
16 잠들지 못하는 밤 23.03.30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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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함정 23.03.28 34 0 14쪽
13 약혼식 23.03.27 34 0 13쪽
12 사랑 23.03.26 40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3 1 12쪽
7 비밀 23.03.21 39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49 1 13쪽
5 초대장 23.03.19 45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5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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