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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8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2 09:00
조회
63
추천
1
글자
12쪽

연습

DUMMY

길리아드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숲속 정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이 자리를 어떠한 마음으로 마련했을지. . .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아니 속상한 것 같았다.


늑대 후손으로 태어나고 싶어 그리 된 것도 그의 의지가 아니었고, 나에게 각인된 것도 그의 의지가 아니었고, 나와 빛의 서클을 공유하게 된 것도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늑대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내가 그를 혐오해도 이해한다는 표정이었고!


나를 각인하게 된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라도 있으면 아니되겠냐는 비굴한 자세였고!


나와 빛의 서클을 공유한것도, 마치 내 힘을 훔친것 처럼 미안해하고 있었다.


싫다!


그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싫다.


"길리아드, 늑대 후손이라는 특별함이 멋지네요!"


"저와 힘을 공유함으로서 더 멋진 분이 되셨고, 저 또한 혼자서 이 힘을 어찌 해야하나. . 걱정이 많았는데 길리아드도 저와 같다니 너무 든든하고요!"


"그리고. . . 저를 각인해주시고 바라봐 주신다니. . . 그것도 평생. . . 바. . 바람필 걱정은 덜었는 걸요?"


길리아드가 나를 바라봤다.


눈빛이 흔들렸다.


나도 흔들리는 그의 눈빛을 똑바로 응시했다.


"셀린느, 잠시 안아봐도 되겠습니까?"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허락으로 생각한 길리아드가 두팔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넓은 가슴에 안기고 보니 내가 그에 비해 아주 작다는 생각과 그의 체온이 유독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그의 심장 소리인지. . . 아니면 내 심장 소리인지는. . . 정신이 없어서 알 길이 없었다.


내 목에 그의 얼굴이 와 닿았고,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와 닿았다.


"셀린느, 그리 말해 주어. . . 고맙습니다. . . 사랑합니다. . . "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내 심장이 터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 몸이 간질거리고 기분좋은 감정이 자꾸만 퐁퐁 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허~~험~~~ 그럼, 이제!! 우리 연습 좀 해 볼까요? 누가 누가 더 잘하나?"


뭐지? 뭐냐고. . . 유치원 재롱발표도 아니고 여기서 갑자기 누가 누가 더 잘하나? 라니!!!


아~~ 이러니 내가 서울에서 모태솔로였던 거야. . . 절망감인지 쪽팔림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 그나마 이 어색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 주는 듯 했다.


우리는 본성 서문 끝자락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큰 나무들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고, 중앙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다.


이미 집사장에게 시켜서, 주위에 사람이 없도록 해 놓았기에 연습하기에도 좋았다.


길리아드의 말에 따르면 선조때부터 기록 된 고서와 돌아가신 공작부인이 남겨둔 일기로 짐작해볼때, 숨의 이능력은 세가지의 능력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그와 내가 알고 있는 빛의 서클이라 했다.


그것은 지난번 그의 말처럼, 나와 상대방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그의 설명에, 연습하면 할 수록 그 범위가 다양해 진다고 했다. 커질수도 작아질수도!


아마 길리아드가 먼저 경험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물과 불, 대지의 능력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포레스 호수에서 물방울들과 모래 알갱이들이 모여 들면서, 내 주위를 회전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길리아드가 두 번째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 알아본 방법으로는, 각 상성에 맞는 것으로 충분한 연습을 한 후, 동시에 물과 불, 대지의 힘을 함께 섞어 자유자재로 힘을 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 . ? 나 지난번에 모래와 물방울을 같이 움직였는데. . . '


"길리아드! 잠시만요"


난 분수대 앞으로 한 손을 뻗고, 나머지 손은 정원 바닥을 향하게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에게 와달라는. . . 생각을 했다.


그 순간. . . 포레스 호수에서처럼 공기가 이질적으로 변하더니, 분수의 물기둥과 정원 바닥에 흙더미들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는 양쪽 손에서 자유롭게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방향을 틀며 움직였다.


옆에서 '세상에. . 이럴수가. . ' 감탄하는 길리아드의 음성이 들려왔다.


난 춤추듯 움직이는 물기둥과 흙더미들을 보느라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는 못했지만, 내심 내가 이렇게 바로 잘 할 수 있었나 싶어 뿌듯했다.


두 힘을 섞어서 쓸 수 있다고 했으니 한 번. . . 시도해 볼까?


나는 양쪽으로 움직이던 팔을 가운데로 모으며 박수치듯 '짝~!!' 소리를 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길리아드와 내가 진흙 구덩이에 빠졌다가 나온 거 같았다.


오늘의 내 의상 컨셉이 고혹적인 장미라고 했던가??


지금 내 덕에 길리아드와 난 진시황제 무덤에서 나온 토용 같았다.


"길. . 리. . 아드?"


"괜찮습니까? 셀린느?"


그가 토용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고장난 바비인형처럼 뒤뚱 뒤뚱 거리며, 괜찮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마구 남발했다.


어느 말을 더 많이 했는지, 어느 말을 더 먼저 했는지. . 기억나지도 않았다.


바렌 공작가의 사용인들은 쥬시와는 다르게 침착하고 호기심이 없는 듯 했다.


그져 나를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주기 위해 노력할 뿐, 어느 것도 묻지를 않았다.


따로 은화를 더 챙겨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각 상성에 맞는 것을 충분히 연습 한 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우리는 다음 날 다시 서문쪽 정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정원은 밖에서 안이 보이지도 않았고, 사람도 미리 오지 않도록 했기에 연습 장소로는 딱이었다.






* * *






공작가 본성에 마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젤란 남작 부인이었다.


"멜리나. . . " 나직이 친구의 이름을 되뇌인 이젤란 남작 부인은 처음이 아닌것처럼 반기는 사용인들과 인사를 나눈 후 본성에 들어왔다.


사트 헨릭 바렌 공작과는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서로 말이 없는 편이기에, 멜리나가 없는 상황에 이 자리는 단순히 안부인사와 셀린느 하멜을 잘 부탁한다는 평범한 말이 오가는게 고작이었다.


다시 엘레네 성으로 들어가는 길. . . 이젤란은 생각이 많았다.


멜리나가 살아 있을때는 자주 방문해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던 곳이다.


배가 불러오는 그녀와 함께 산책도 하고, 태어날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멜리나가 떠나가고 혼자 남겨진 길리아드가 눈에 밟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 .


그즈음, 이젤란의 남편도 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도와 준 이는 바로 사트 헨릭 바렌 공작이었다.


지금도 그는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남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아닌 공작은 떠나간 아내의 하나 밖에 없는 친우를 위해, 황실에 부탁을 하였고, 그것이 연이 되어 황녀의 교육까지 맡게 되면서, 지금의 이젤란 남작 부인이 있게 된 것이었다.


공작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했으리라!


한 해에 절친한 친우와 남편을 잃었으니. . . 그 힘듦을 쉽사리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엘레네 성에 들어가자 역시나 낯익은 얼굴들이 반겼다.


하녀장 테스도 와 있었다.


나는 그녀와 서로 마주보며 미소로 인사했다.


"셀린느 아가씨께서는 지금 목욕중이십니다. 끝마치시는데로 남작 부인이 오신것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테스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엘레네 성에 올때면 늘 지냈던 익숙한 방으로 안내 되었다.


'이곳은 하나도 변한것이 없구나! 멜리나. . . '





* * *





씻고 나온 길리아드는 이젤란 남작 부인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집사장에게 전해 들었다.


서둘러 준비한 후 엘레네 성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뵙는 이젤란 남작 부인은 여전히 따스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나를 저렇게 바라봐 주시는 분이 아버지 말고 더 있다면, 그것은 이젤란 남작 부인 뿐일 것이다.


"소공작님을 뵙습니다. 이젤란. . "


"격식에 맞춘 인사는 필요 없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오시는 길이 불편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이젤란 남작 부인의 인사를 중간에 끊으며, 길리아드가 친근하게 말했다.


"갑자기 부탁을 드렸는데도, 흔쾌히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젤란 남작 부인은 미소로 모든 대답을 하는 듯 했다.


"지난번 뵈었을 때보다 키가 더 크신것 같습니다. 소공작님이 셀린느 영애를 만나게 되어. . . . 참으로 다행입니다."


마지막 말에서 물기가 묻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곧 평정을 되찾은 얼굴로 다시 화사하게 미소 지은 부인은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남편과 친우를 병으롤 떠나보낸 이젤란 남작 부인은 건강에 관한 한 다소 민감했다.


나와 아버지를 만날때면 바렌가의 주방에 들러 주방장에게 여러가지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공작저의 주치의를 만나고는 항상 공작님과 나를 부탁한다는 말과 늘 신경을 써 달라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잠시 후, 단장을 마친 셀린느가 함께 자리했다.


"하멜 백작가의 셀린느 하멜이라 합니다. 이젤란 남작 부인을 뵙습니다."


셀린느의 인사에 이젤란 남작 부인은 스스럼없이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셀린느가 나와 이젤란 남작 부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무슨 상황 . .이지?'하는 얼굴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영애, 정말 고맙습니다. . . "


이젤란 남작 부인의 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영민한 셀린느도 그 뜻을 이해 했는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셀린느라 불러 주세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앞으로 셀린느와 이젤란 남작 부인은 이능력 운용 연습 시간이외에, 따로 한시간씩 시간을 정해 성인식 교육 및 예법을 위해 함께 할 것이다.


일정에 대한 말을 들은 셀린느는 치마폭을 넓히며, 영광이라며 봄날의 햇살처럼 웃어보였다.





* * *






이젤란 남작 부인과 함께 하는 본성에서의 저녁 만찬 자리.


조용한 공작님과 길리아드를 나란히 두고, 나와 이젤란 남작 부인은 즐거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셀린느, 포레스 호수에서 뱃놀이는 해 보았나요?"


"뱃놀이요? 아니요? 그런 것이 있나요? 포레스 호수 근처 숲이 아름답다고 들어보긴 하였지만. . . "


"이런~이런, 무심한 분들께서 레이디에게 아직 그 아름다움을 보여드리지 않으셨나 보네요."


말을 하며 흘긋 길리아드와 공작님을 바라보시는 이젤란 남작 부인때문에, 공작님께서는 "길리아드, 아직 그곳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냐? 난, 길리아드가 이미 보여 줬을 줄 알고. . 큼. .큼"


그말에 의문의 1패를 당한 길리아드는 배신당한 표정으로 공작님을 바라봤다.


"네. . . 내. . 내일 가려고 했습니다. . . "


"정말요? 길리아드 우리 내일 뱃놀이 가나요? 너무 기대되요."


셀린느의 잔뜩 기대어린 목소리에, 길리아드의 뺨이 붉어졌다.


그녀가 설레여하니 내가 그 배로 더 흥분되는 것 같았다.


당장 식사가 끝나고 서재로 돌아가 내일 뱃놀이 계획을 전투적으로 세우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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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죄와 벌 (완결) 23.03.31 29 0 10쪽
16 잠들지 못하는 밤 23.03.30 34 0 11쪽
15 23.03.29 35 0 11쪽
14 함정 23.03.28 34 0 14쪽
13 약혼식 23.03.27 35 0 13쪽
12 사랑 23.03.26 41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 연습 23.03.22 64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50 1 13쪽
5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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