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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1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1 09:05
조회
39
추천
1
글자
12쪽

비밀

DUMMY

저녁 만찬 전, 셀린느를 기다리며 서 있는 시간이 너무 나도 길게 느껴졌다.


그 순간, 멀리서 새하얀 드레스와 은발이 달빛을 머금고 빛나는게 보였다.


셀린느였다.


굽이치는 탐스런 은발에 몸매를 드러내는 드레스를 보며, 온 몸에 피가 뜨겁게 달아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파란색 눈동자와 붉은 입술까지. . . 뜬금없는 갈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대체 언제부터 내 마음을 이리 다 채우고도 남았을까?


각인자라서 그러 하다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녀의 숨소리, 표정 하나하나, 눈빛까지. . .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녀만 바라보고 있고, 그녀의 기분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런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바렌 공작가의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지내게 된 것이 이리도 설레이는 일일 줄이야!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식사하는 동안에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이미 배가 부른 것 같았다.


공작가의 음식이 맛있다며 그녀는 자기 몫에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주방장에게 금화를 두둑히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식사 후,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산책 하던 중, 구령 소리와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연무장이 근처라서 아마도 훈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그녀가 놀랄까 우려되어 연무장이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블랙 다이아몬드 기사단을 알고 있다며 칭찬의 말들을 쏟아 내었다.


어떤 녀석이 그녀의 눈에 들어 멋있게 보였는지. . . .


부단장 럭스틴을 조용히 불러 봐야 겠다.


길리아드는 자신이 점점 질투와 소유욕이 심해지고 있음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 * *







새소리와 꽃향기에 기분 좋게 눈을 떴다.


낯선 곳인데도 편안하게 잠을 자서인지 피부에서 윤기가 흘렀다.


세라와 제니는 아침 인사를 하며, 소공작님께서 숲속정원에서 뵙기를 바란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나는 테라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을 한 후, 뵈러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침식사로는 바렌 공작가의 실력 좋은 주방장이 만든 결이 살아있는 빵과 오렌지 에이드가 나왔다.


오렌지에이드는 마실때 알알이 터지는 느낌이 상큼했다.


곁들여 나온 블루베리 잼이 너무 달지도 않게, 알맞게 담겨져 있었다.


목욕시중을 받고 단장을 하면서 오늘은 오프숄더 느낌의 붉은 색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


허리 아래로 풍성하게 퍼지는 드레스는 기본 플라워 망사원단이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로, 화려한 자수가 수 놓아져서 걸음걸이마다 꽃잎이 만개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초록빛이 가득한 숲속정원에서 붉은 색 드레스는 너무 아름다운 색의 대비를 이룰 것 같다면서 세라와 제니는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을 마구마구 쏟아 내었다.


세라와 제니의 표현으로라면, 어제의 내가 여신이었다면 오늘의 나는 고혹적인 장미라고 했다.


세라와 제니의 시중을 받으며 숲속정원에 들어섰다.


정원에는 어제 스치듯 바라본 가든 가제보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중앙에는 간단한 다과도 차려져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여기서 길리아드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건데. . .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길리아드, 아침은 드시고 나오셨나요? 아침 햇살이 너무 눈부시네요."


나는 말을 하고는 화사하게 웃어 주었다.


그런데 길리아드는 멍한 표정이 되어 굳어 있었다.


왜 저러지??


따라 들어온 세라와 제니가 큭큭 거리며, 다시금 소공작을 불렀다.


비로소 정신이 들었는지 길리아드가 허겁지겁 나에게 다가오며 손등 키스를 했다.


"셀린느. 너무. . . 아. . 름 다우십니다. 순간 할 말을 잃어 버. . . 려서. . .그만"


난 그의 말에 귓볼과 목, 어깨까지 붉게 물들어 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세라와 제니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을 당황시키고 길리아드도 참. . .


다정하게 늘 대해주면서도, 아름답다는 말까지 면전에서 바로 하다니. . .


길리아드는 나를 자리로 안내하며 '수정구'에 대한 말과 이능력 운용 연습에 대한 것 때문에 만남을 청했다고 했다.


실제로 수정구에는 대지의 이능력이 담겨져 있어서 손을 대면 몸의 기력이 회복되어 진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이라서 한달 간 나누어 기력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고, 숨의 이능력을 연습할 핑계를 대고자 함이었다고 순순히 밝혔다.


속으로 짐작하고 있던 바여서 크게 놀라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길리아드는 매일 매일 연습을 하게 되면 피곤해질 수 있으니 연습 후에, 피로감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수정구를 이용하자고 했다.


공작가의 가보를 내 피로 회복제 따위로 쓰자는 그의 거침없는 말에 난 고마워 해야할지. . .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할지. . . 당황스러웠다.


그것을 기민하게 읽어냈는지 길리아드는

"바렌 공작가의 어떠한 것도 셀린느, 그대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그대에게 쓰여지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영광으로 여겨질 겁니다."


아~~~듣고나니, 더 민망해졌다.


바보같으니라고. . . 무엇이든지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데. . .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 전에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잠시 옆에 가까이 다가가 앉아도 되겠냐는 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젤란 남작 부인께서는 오늘 오후 늦게 쯤 도착하실 겁니다."


길리아드가 옆자리로 다가와 앉으며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이젤란 남작 부인의 존재를 떠올려 주었다.


"그 분은 돌아가신 어머님의 친우분 이셨습니다."


난 길리아드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그가 혹시라도 이젤란 남작 부인으로 인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슬퍼지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엠피스 제국민들에게 북부 사트 헨릭 바렌 공작과 그의 연인이자 영원한 북부의 안주인인 멜리나 바렌의 사랑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다.


북부 영지의 평민 출신인 그녀가 공작가의 안주인이 된 사연!


적의 습격으로 상처받은 공작님을 숲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녀가 공작님을 구해주면서 둘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러브 스토리의 도입부분이다.


둘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고, 제국에 충성을 다하고, 발칸으로부터 엠피스 제국을 수없이 지켜낸 사트 헨릭 바렌 공작에게, 황실은 평민과의 혼인을 허하며, 그의 생명의 은인인 그녀에게는 어엿한 공작부인의 작위를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길리아드를 낳고 나서 사라져 버렸다.


아이를 출산하고 급격히 나빠지는 건강은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백일도 안된 길리아드를 남겨두고 공작부인은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공작은 사교계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아들인 길리아드도 마찬가지였다.


제국 제일가는 미남자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의 완벽한 미남자였지만, 사교계에서 얼굴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그가 나타난 사교계 모임은 그 다음 날로 성지가 되며, 초대장 구하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그는 담담한 표정을 한 채,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셀린느, 바렌 공작가가 늑대 후손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난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북부 공작가에 대한 칭송이 높을 수록 그에 따른 시기어린 질투와 수근거림 또한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바렌가는 늑대 일족과 인간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때문에 육체적인 능력에서 모든 면이 인간을 뛰어 넘습니다."


"하지만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바렌가의 핏줄을 대대로 물려 받은 자들은. . . . . . 늑대로. . .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 고통은 참으로. . . 견디기 힘들지요"


나는 지금 길리아드의 말을 들으면서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담담히 내뱉고 있는 이야기는 바렌 가문의 약점이 될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멈출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각인자' 입니다. 여신의 축복인 이능을 발현한 자 중에서 각인자가 생겨납니다."


"늑대 후손인 바렌가의 사람에게 각인자가 생기면 더 이상 보름달이 뜨는 밤, 고통에 힘겨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로지 그의 늑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늑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각인자 한명뿐 이기때문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허공을 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금 나에게 와서 꽂혔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어머니는 평민이었고, 이능력자가 아니였습니다. 적어도 제국민들과 황실은 아직까지 그리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날 어머니는 우연히 아버지를 만났고, 이능이 발현되었으며, 아버지를 살리셨고. . . . .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각인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이능력을 숨긴 것은 권력에 의해, 어머니가 위험해 질 것을 걱정한 아버지와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원하는 어머니의 뜻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길리아드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피하지 않고 그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리고 결국 제가 태어나게 된 셈이죠"


"늑대는 평생 한명의 짝을 둡니다. 바렌가의 사람들도 평생 한명의 반려만을 바라봅니다."


난 이제까지 듣고서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길리아드가 무슨 의미에서 이런 가문의 비밀을 얘기하는지. . .


그것도 나에게!


난 놀라움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그에게 나란 존재가 평생 하나의 반려라는 의미로 여겨진다는 것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얼굴과 귓볼, 목까지 온몸이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그가 한손으로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내 볼을 감싸며, 자신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셀린느. 제가 그대에게 각인되었다고 부담을 드리고자 꺼낸 얘기가 아닙니다. 전 이미 그대를 각인한 후로 보름달 뜬 밤의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대는 나에게 전부입니다."


"다만 그대 또한 나를 바라봐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대의 마음이 온전히 저에게 향하기를. .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그에게 잡힌 손에서 땀이 스며 나오는 것 만 같았다.


"숨의 이능력을 발현하게 된 것이 어쩌면 저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여, 그대가 운용방법을 익히기 전에. . . 말하고 싶었습니다. 숨겨진 비밀들을 말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 각인 후, 어머니의 대지의 이능력 중 하나인 모래 폭풍의 힘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각인자는 이능력 중 하나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며, 서로가 어디에 있든, 그 방향과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순간, 지금의 내 감정도 길리아드에게 다 보여지는 건가 싶어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저도. . . 그날 각인한 후, 셀린느의 숨의 이능력 중 하나인 빛의 서클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길리아드가 양손에서 환한 빛무리를 소환해 내어 자유롭게 움직여 본 후, 한번에 다시 사라지게 했다.


나와는 다르게 완전히 빛의 서클을 제 뜻대로 다루는 모습이 능숙해 보였다.


"셀린느, 그대가 숨의 이능력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고는 진실되게 도울 수 없을 듯 하여, 그대가 부담을 느끼실거란 걸 알면서도. . 말한 겁니다."


"셀린느. .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그대 옆에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길리아드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내 손 등 위에 진한 키스를 담아 내고는 살포시 손을 놔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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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랑 23.03.26 40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3 1 12쪽
»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49 1 13쪽
5 초대장 23.03.19 45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5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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