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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4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19 20:3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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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초대장

DUMMY

쥬시의 시중을 받으며 단장을 마친 나는,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까 들어온 마차는 분명 바렌 공작가였다.


길리아드가 온 것일까?


아님 초대장을 보낸다고 했으니 공작가의 사용인이 왔으려나?


때마침 1층에 다다랐을 무렵, 난 뜻밖에 상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갖 선물 상자들이 사용인들에 의해 바렌 공작가 마차에서 1층 중앙홀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앞에서 그런 사용인들을 진두지휘하는, 처음 보는 나이든 사용인이 서 있었다.


각 잡힌 태도와 가슴께에 늑대문양 브로치를 보건데, 바렌 공작가의 사람인 듯 싶었다.


나는 두리번 거리면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따라내려온 쥬시는 선물을 옮겨나르는 사용인들 틈에서 기어이 이 상황이 어찌된 것인지 물어보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가씨"


나를 부르는 소리에 옆을 쳐다보니, 하멜 백작가의 집사장이 서 있었다.


지난번 누워있을때 종종 얼굴을 보던 이로, 깔끔한 성격에 군더더기 없는 말투가 기억나는 이였다.


머리가 중간 중간 새었지만 아직 젊은 남자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정중하게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그는, 1층 응접실로 나를 이끌었다.


길리아드 바렌 소공작이 부모님과 만나고 있다고 했다.


"가주님.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잠시 후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자 집사장은 나에게 문을 열어주며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인사드립니다. 셀린느 하멜, 길리아드 바렌 소공작님을 뵙습니다."


예법에 맞추어 드레스를 왼 손으로 잡고, 오른손은 가슴께에 올린 후,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길리아드가 급히 일어나서 나에게 성큼 성큼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힌 후, 짧은 손등 키스를 했다.


길리아드는 공작가문이고 나는 백작가의 여식인데, 그의 인사는 예법치고는 과했다.


"길리아드라 불러 주십시오. 셀린느, 건강은 어떠십니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물으며, 내손을 잡고 응접실 의자로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집사장이 빼 주어야 할 의자마저, 그가 빼어주며 나를 극진히 살폈다.


"큼. 큼"


아버지께서 헛기침을 하시면서 길리아드를 노려본다.


옆에서 어머니께서는 연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왠지 요상한 상황이 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셀린느, 바렌 공작가에서 오늘 너에게 초대장을 보내 왔더구나. 선물도 많. 이. 보내시면서 말이다."


아버지의 말에서 '많이'가 특히 강조되며 들렸다.


길리아드는 무엇을 해도 아버지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왔다.


"초대장이요?"


"그래. 바렌 공작가에서 이번에 네 소식을 듣고는 염려되어 돕고 싶다는 구나"


'돕고 싶다고? 혹시 부모님께 이능력 발현 사실을 말하고 공작가로 초대되는 것을 말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길리아드가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저희 바렌 공작가는 선조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대지의 이능을 담은 수정구'가 있습니다. 땅의 기운인만큼 흙에 발을 디디는 모든 생명체의 기운을 회복해주는 특별한 힘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던 말을 멈추고 한 박자 쉰 후, 아버지와 어머니, 나를 한번 둘러 본, 길리아드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일을 전해 들으신 아버님께서는 저희 가문의 수정구가 셀린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셨고, 돕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길리아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머니께서 말을 이으셨다.


"세상에나 선조때부터 내려온거고, 대지의 이능을 담았으면 가보일텐데, 우리 아이를 위해서 공작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다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네요. 그렇죠? 여보?"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모든 이능을 다 담은 수정구가 있다해도 불쾌할 것 같은 얼굴을 하셨지만, 어머니의 물음에 이내 긍정으로 답하며, 썩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런데 여성분에게는 수정구의 힘이 강하여 매일 조금씩 받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의 회복과 기력증진에 좋다고 전해 내려오는 지라, 이번에 바렌 공작가에서 한달 정도를 지내시면서 건강을 찾으시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한달 이라는 기간을 듣고는, 부모님 두분 모두 난색을 표하셨다.


아직 성인식을 치루지 않았지만 1년만 있으면 곧, 성인식을 할 터인데 다 큰 딸이, 바로 이웃 영지이긴 하나 한달 씩이나 가 있는다는게, 자칫 추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을 인지한 것인지 길리아드가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공작가에는 블랙 다이아몬드 기사단이 있습니다. 황실 기사단과 대등한 실력으로 제국에서 인정 받고 있는데, 그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여성 기사 두명을 셀린느의 호위로 붙일 것 입니다."


"또한, 황실과 명문귀족가에 성인식 교육을 담당하시는 이젤란 남작부인께서 셀린느의 명예를 위해, 한 달간 함께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너무나도 준비된 대답에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눈만 꿈벅 꿈벅 하시곤 입을 쉽사리 떼지 못하셨다.


건강도 챙겨준다하고, 호위도 붙여준다하고, 거기다 황실과 제국 최고 명문가 여식들만 겨우 볼 수 있는, 이젤란 남작부인과 함께 지내며 추문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니, 부수적으로 그녀가 귀족가 여식으로서 제대로 된 예법을 경험 하게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준비 된 자를 어찌 당해내겠는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승낙을 받고, 바로 다음 날, 나는 바렌 공작가로 떠나기 위한 마차에 몸을 실었다.


나때문에 바렌 공작가에서 마차를 보내주었는데 그 크기와 화려함이 장관이었다.


어머니는 이런 마차라면 셀린느가 편히 도착 할 수 있겠다 하셨고,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아버지께서는 당장 집사장에게 제국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마차를 구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길리아드와 함께 타고 가는 마차안에서, 나는 연신 어색한 분위기가 견디기 어려워 창밖만 바라보았다.


"셀린느. 그동안 혹시 이능력을 운용하고자 연습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네?. . . 네. . 한 두번 연습 한 적이 있어요. 호수근처에서 한 번, 밤에 침실에서 한 번. . 이요"


"호수요? 혹 포레스 호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러시군요.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마음을 편히 갖고 천천히 하시다보면 자연스레 익히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야외에서 연습하실때는 제가 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놓일테니까요"


길리아드의 말을 듣다 보면 지나치게 내 안전을 신경 쓰는 듯 해 보였다.


아무래도 첫 만남에서 내가 낙마할 뻔해서 더 신경이 쓰이나보다.


"고마워요. 길리아드" 난 활짝 미소지어 주었다.


그 순간 길리아드의 귓볼이 빨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웃었을 뿐인데 나보다 더 부끄러워 하긴!


길리아드도 어찌보면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어느 새 마차는 바렌 공작가의 성안으로 빠르게 들어가고 있었다.


같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공작가의 성은 황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그 위용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대륙의 경계를 지키는 공작가의 위상이 클수록 엠피스 제국도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는 황실과 제국민의 뜻도 담겨 있었다.


마차가 멈추고 길리아드가 먼저 내려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고 내리면서 잠시 발목이 삐긋하며 휘청거렸다.


순간 길리아드가 허리에 손을 감으며 날 그의 품안으로 안아 들었다.


너무나 가까워진 그의 얼굴과 , 서로의 가슴이 맞닿아있는 상황이, 불에 댄 것 처럼 화끈거렸다.


"감. . . 감사합니다. 넘어질뻔 했네요. 이제 내려 주세요. . "


수줍게 말하는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던 길리아드가 이내 천천히 그의 품에서 내려 주었다.


양 쪽으로 나란히 줄 서 있는 사용인들이 나보다 더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 건 내 착각일까?


아님 저녁 노을에 물든 탓일까. .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사용인들 사이를 지나 바렌 공작가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길리아드의 소개로 집사장과 하녀장, 그 밖에 사용인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중앙 홀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사트 헨릭 바렌 공작님께서 서 계셨다.


"아버지"


길리아드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남자는 큰 키에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도도한 미모의 여자를 떠올릴만큼 미남자의 표본같은 느낌이었다.


흑발에 붉은 눈동자는 길리아드와 똑같아서 부자지간인 것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길리아드의 얼굴이 더 완벽에 가까웠다. 왜 제국민들이 하나같이 바렌 공작가 남자들을 향해 제국 제일가는 미남자들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셀린느 하멜 영애를 모시고 왔습니다. 셀린느, 이분이 저희 아버지, 사트 헨릭 바렌 공작님이십니다."


길리아드의 말에 나는 , 한 손으로 치마폭을 넓히며 예를 갖추었다.


"하멜 백작가의 여식, 셀린느 하멜이라 하옵니다. 제국의 울타리이자, 방패이신 공작님을 뵙습니다."


예법에 맞춘 인사에 공작님께서는 얼굴 가득 미소를 담으시고는 "이렇게 아름다운 영애를 뵙게 되어, 나 또한 영광이라네. 부디 있는 동안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있어 주게나."


다정하면서도 간결한 인사에 그의 성격이 묻어 나왔다.


바렌 공작가에서의 생활이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시작 될 것만 같았다.








* * *








노을 빛이 들어오는 화려한 응접실에 세명의 사내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엠피스 제국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보냈건만, 이런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폐하! 명을 내려 주시옵소서. 당장 셀린느 하멜을 데려오겠습니다."


흰색의 털 외투를 입은 기사로 보이는 이가 말했다.


턱 밑에 손가락 하나 마디 만큼의 흉터를 가진 사내로, 황제의 비밀 수호기사인 스캇 모리이다.


"폐하, 셀린느 하멜은 지금 바렌 공작가에 있습니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바렌 공작가는 늑대의 후손으로 인간의 전투능력을 뛰어넘습니다. 신중히 생각하고 접근하셔야 합니다."


이번에 포레스 호수에서 셀린느의 이능을 본 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발칸 황제의 소꿉친구이자 책사인, 바론 리드이다.


"이번에 상처입고 돌아오더니 겁만 늘었군!! 폐하 소신을 보내주시옵소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시금 스캇 모리가 끼어들며 말했다.


한 참을 듣고만 있던 발칸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스캇. 가거라. 가서 그 여인을 데려오라. 발칸의 황제, 나, 이실도르 서머셋 라미오의 여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명 받듭니다." 스캇은 바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외투를 휘날리며 나가 버렸다.


"폐하. 어찌 그리 성급하게 명을 내리십니까? 신중해야 할 문제입니다."


바론이 걱정이 담긴 말을 건냈다.


"안다. 하지만. . . 이번만큼은 . . . 기다릴 수 가 없구나. . 그 여인을 취하고, 바다로 뻗어나가 발칸을 부흥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후사를 본다면. . . 다른 이능도 아니고 숨의 이능인만큼 대물림 되어 나타난다. 반드시 내가, 늑대 놈 보다 먼저 가져야 한다."


바론은 친우이자 현 발칸의 황제인 이실도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의 뿌리 깊은 피해 의식은 이해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번 일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하고 진행되어야 하거늘. . . 바론은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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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3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49 1 13쪽
»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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