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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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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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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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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약혼식

DUMMY

두 여성분의 진두지휘 아래 약혼식 준비는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사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식 때는 공작님과 백작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여지를 보이고서야 약혼식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황제는 약소하게 두 집안끼리 약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소는 공작가와 백작가가 맞닿아 있는 ‘포레스 호수’로 정해졌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었다. 셀린느가 납치되어 끌려가게 된 장소이기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을 굳이 약혼식 장소로 고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포레스 호수가 약혼식 장소로 받아들여진 것은 셀린느가 원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호수에서 약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그녀는, 호수 위로는 바렌가 아래로는 하멜가가 맞닿아 있어서 중간인 점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실, 길리아드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깨달은 곳도 포레스 호수였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굳이 이유로 내세우지 않았다.


장소와 인원이 정해진 뒤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모든 것을 어머니와 이젤란 남작 부인이 신경 써 주셨기 때문에 나는 특별히 할 게 없었다


그러나, 몇 날 며칠을 인형 못 갈아입히기 놀이의 대상이 되어 드레스며 보석, 헤어 장신구까지. . . 골라주는 대로 입어 보고 걸쳐보고 있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길리아드는 그런 나에게 중간중간 꿀 같은 휴식을 선사했다.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나를 데리고 산책이나 뱃놀이를 나갔기 때문이다. 


아니면 기력 회복을 해야 한다면서 수정구를 이용해 피로를 풀어주기도 했다. 내 감정을 느낀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 . 난 그의 감정의 흐름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는 내가 느끼는 작은 감정의 변화들을 잘 잡아내고 맞추어 주었다. 


하루는 구두를 고르는 중에, 마음속으로 ‘길리아드, 지금 나에게로 와줘요.’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되뇌었는데, 실제로 길리아드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길리아드에게 물어보니 내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거의 텔레파시 수준이었다. 또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어느덧, 약혼식 날 당일이 되었다. 야외라 날씨를 걱정했지만 너무나 화창했다. 주위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비오는 날이나 흐릿한 날에 약혼은 너무 우중충한 기분이 들 것 같았기에, 나는 화창한 날씨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약혼식을 며칠 앞두고서는 하멜 백작가로 다시 돌아와 지내고 있었다. 길리아드는 며칠 떨어져 지내는 동안 매일 매일 백작가로 찾아왔고, 이제 그가 언제쯤 백작가를 방문할지 사용인들은 시간까지 맞추는 경지가 되었다.


약혼식 날, 나는 하멜가의 마차로, 길리아드는 공작가의 마차로 각자 포레스 호수에서 만나 약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마차로 이동하고 내려선 후, 나는 너무 놀라서 순간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뻔했다.


‘약소하게 한다고 들었는데. . . ’


온갖 종류의 꽃장식들로 장식된 입구와 못 보던 조형물까지!


향기와 아름다움이 포레스 호수를 가득 메웠다. 호수를 배경으로 그 앞에는 아치를 이루는 여신의 석상이 양쪽에 기둥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 둘이 서약식을 할 공간으로 보이는 원형의 대리석이 작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객을 위한 자리는 원형의 테이블 하나였다. 그 자리에는 공작님과 이젤란 남작 부인, 어머니 아버지가 앉아 계실 예정이었다. 길리아드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관계로 약혼식 하나하나 이젤란 남작 부인이 나서서 바렌 공작가의 일들을 챙겼다.


제일 크게 놀랐던 것은 약혼 장소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경계석이었다.


다 조각상인데 늑대와 독수리가 들어간 조각상들이 번갈아 가며 약혼식장을 에워싼 것이다. 각각의 조각상 눈에는 마정석이 끼워져 있었는데, 비가 오면 마정석의 기운으로 약혼식 공간에 막이 쳐지면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거였다. 그 가격이 저택 한 채 값으로 구하기도 어렵고 비싼 물건인데 그것을 경계로 빙 둘러서 사용하다니. . .


그래서 날씨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던 거였나??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유력하지만, 공작님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체 무엇이 간소한 약혼식인지. . . 어느면이. . . ?


길리아드는 흰색 바탕에 황금색 자수로 테두리 전체에 바렌가 문양이 새겨진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머리에 공작부인이 쓰시던 티아라를 쓰고 있었는데 블랙 다이아몬드가 알알이 박혀 있었다. 


드레스는 어깨를 전부 드러내고 가슴에서부터 시작되는 드레스로, 허리에서 조여졌다가 넓게 퍼지는 드레스였다. 등 쪽은 망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살짝 야한 느낌도 났다. 드레스가 길게 끌리며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가 간지러웠다.


길리아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깔려있는 황금색 카페트를 지나 여신의 석상 한 가운데에 다다랐다. 하객 테이블에는 이미 모두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마음을 담은 서약을 했다.


그리고는 반지를 꺼내어 끼워준 후 짧은 입맞춤을 했다.


드디어, 다함께 즐거운 만찬이 시작되었다.





* * *





어두운 밤, 불을 켜지 않은 황자궁은 더 적막했다.


숨의 이능력이라. . . 얼마만의 이능력자인가. . . 


더군다나 숨의 이능력이면, 내가 황태자, 아니 황제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겠지. . 


지루한 황태자 자리싸움 같은 것은 어린아이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 


그동안 직계 적황자 이면서 바로 황태자가 되지 못한 건 현 황제이신 아버님의 탓도 있겠지만, 제일 짜증 나는 건 황비의 소생인, 천한 놈 때문인 것도 있으리라. 


궁에 들어와 황제 폐하에 눈에 띄여 황비로 책봉된 천것이 주제를 알아야지!


아들을 낳았으니. . . 그 분노와 배신감으로 . . 자신의 어머니이자 황후는 병을 얻었고,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음의 병이라. . . . 한낱 질투와 소유욕이 그리도 육신을 병들게 하다니! 그렇게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마음의 병 따위 애초에 밟아버리시지. . . 그래서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관을 배웠다.


나를 위협하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게 두지 않겠다고!


내가 어머니를 잃었는데 그 천것이 살아 있다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흑마술사 키리를 내가 아낄 수밖에. . . 그녀의 도움으로 황비를 죽였으니. . . 


이 얼마나 세상이 공평하고 아름다운가!


간혹 키리가 애정을 갈구하며 내 품에 파고드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 . .


천것을 품어주고 받아내는 대가는 늘 안전하고 달콤했다. 


키리는 천한 피라서 그런지 밤에 교양 같은 건 떨지 않고 헐떡거려 마음에 들 때도 있기는 했다.


그녀에게 이번에는 ‘차란’을 넣은 미약을 만들라고 해야겠군. . 이 정신 나간 년이 질투에 눈이 멀어 죽이려고 할 수도 있으니, 이제 황궁에서 살게 해 주겠다고 살살 달래줘야겠다.


일이 잘 풀리면. . . 엠피스 제국뿐일까. . . 바다 건너 사라센 제국도, 대륙의 발칸 제국을 넘어 유킨드 제국까지! 다 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온몸이 흥분으로 들끓어 오르는 듯했다. 외모가 내 취향이면 더더욱 좋으련만. .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후궁을 여럿 두어 내 욕구를 풀어대면 그뿐이다. 그녀를 이용해, 내 입지와 멀리는 후계 구도까지 탄탄하게 세울 수 있겠지.


이번만큼은 아버님의 처소에 사람을 심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에 쓸데없는 것만 정보랍시고 물어봐서 지루한 참이었는데 말이다.


조만간 황궁으로 소공작과 함께 온다 했겠지. . . 


그때밖에는 기회가 없겠군. . . 


“라피드! 오늘 밤 출궁을 해야겠다. 모처럼 키리를 안아줘야겠어!”


“명 받듭니다.” 그림자 속으로 기사 하나가 사라졌다.





* * *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는 나와 길리아드가 앉아 있었다.


난 길리아드와 내 손에 나란히 끼워진 반지를 계속해서 보았다.


길리아드의 말로는 이능력을 운용을 도와주는 특별한 반지라고 했다.


내가 낀 반지는 완만한 삼각형 모양을 갖춘 형태로, 각각의 가장자리에 세 개의 작은 물방울 형태의 돔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운데는 바렌 공작가의 블랙 다이아몬드가 위치해 있고, 나머지 하나하나의 물방울 같은 돔에는 물과 불, 모래를 담은 돔 형태의 보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손을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물과 불, 모래가 일렁이며 같이 춤을 추는 듯했다.


내가 늘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성을 가진 것들을 각각의 형태에 담아 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불을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마법과 난쟁이족의 비법이 들어갔다고 했다.

반지의 힘도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외관도 무척 아름다웠다. 진귀한 색색의 보석 같았다.


길리아드의 반지는 얼핏 보기에는 진주?라고 오해할 것 같았다. 그것은 빛의 서클을 담은 것이었다. 그걸 끼고 있으면 더 강력한 빛무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길리아드는 황궁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내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다정히 말했다.


1황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 . 욕심이 많은 이기에 아직까지 황태자로 책봉되지 못한 이라고 했다. 


어쩔때 보면 길리아드는 나와 만나는 모두를 다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 같았다.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것도 있고!


물론 어머니 아버지는 예외이지만 말이다.


창밖으로 보니 황궁이 가까워졌는지 저 멀리 온통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성이 보였다.


자신의 권력을 나타내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 * *





오래간만에 와서는 하루도 아니고 몇시간만 있다 가면서 내내 그년 소리다.


셀린느 하멜. . 숨의 이능력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 . 흑마술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지 알면 나한테 그년을 황후로 만든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할 텐데. . . 


키리는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었다.


태생이 천한 것을 어찌하랴. . 하지만 데스칸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하는 흑마술을 다 이해해줬다.


제국에서 흑마술사가 발각되면, 바로 사형이다. 흑마술을 사주한 이도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이일만 잘되면 난 황궁에서 데스칸의 여인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그가 황제가 되고 난 후, 황후를 없애는 일쯤이야. . . 식은 죽 먹기지. . . 


잔인한 미소를 머금은 키리는 윤기 나는 금발을 빗질하면서 새까만 눈동자가 더 깊어졌다.


‘차란’을 넣은 강한 미약은 바로 데스칸이 보이기만 해도, 반항 한번 못하고 그의 여자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데스칸을 위해서는 이런 번거로운 일쯤이야 백번도 할 수 있지. .


그가 황제가 되고 나서 황후가 죽으면 당연히 사랑하는 나를 황후로 올릴 것이야!


셀린느 하멜이 바로 황궁으로 들어올 거라 하니 나도 약을 만들어 놔야겠다.


이번에도 라피드가 가지러 오겠지. . 서둘러야겠다.


나의 입궁을 위한 약을!!





* * *





알현식에는 황제와 길리아드, 셀린느가 함께였다.


차를 가운데에 두고 황제 앞에 나란히 앉은 두사람은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거짓 없이 사랑에 빠진 이들이었다.


황가의 핏줄을 타고나면서부터 사랑하는 여인과 사는 평범한 삶은 자신에게는 한낱 꿈이었다.


제국을 갖게 되었지만 황후도 황비도. . . 옆자리를 오래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된 후 이제는 스치듯 여인을 안을 뿐, 후계가 둘이나 있는 지금, 마음을 줄 여인도 황후로 올리고픈 사람도 없었다.


귀족 가문에서 새파랗게 어린 자신의 딸을 내 침실로 밀어 넣으려 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직 황태자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권력을 쫓는 승냥이떼마냥 어술렁거리는거겠지 . 


그런데 앞에 두 풋풋한 남녀를 보니 내 마음이 옛일을 생각나게 하는 모양이었다.


바렌 공작가의 사람이 된다고 했을 때부터 진작 알아보았다.


셀린느 역시도 멜리나 공작부인처럼 조용한 삶을 택할 거라는 걸!!


눈으로 보니 더 명확해졌다. 아까운 인재이지만, 제국은 이미 반석 위에 서 있고 내 힘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두 젊은 남녀의 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전에 충분한 약혼선물을 주어야겠지.


“황궁에 모처럼 올라왔는데, 3일 정도 푹 쉬면서 나와 그간에 못 한 이야기도 하고 천천히 공작가로 가거라!”


길리아드와 셀린느는 황궁에서의 3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채 시종을 따라 알현실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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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죄와 벌 (완결) 23.03.31 29 0 10쪽
16 잠들지 못하는 밤 23.03.30 34 0 11쪽
15 23.03.29 35 0 11쪽
14 함정 23.03.28 34 0 14쪽
» 약혼식 23.03.27 35 0 13쪽
12 사랑 23.03.26 41 0 13쪽
11 걱정 23.03.25 32 1 12쪽
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3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6 바렌 공작가 +1 23.03.20 49 1 13쪽
5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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