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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영칠 님의 서재입니다.

너만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사자영칠
작품등록일 :
2023.03.15 11:22
최근연재일 :
2023.03.31 20:2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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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
추천수 :
12
글자수 :
92,909

작성
23.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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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바렌 공작가

DUMMY

하녀장의 안내로, 나는 한달 간 머무를 곳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사이 본성을 지나오며 하녀장은 친절하게 성의 이모저모를 알려주었다.


외부에서 바라 본 바렌 공작가의 성은, 투박해보이면서도 장엄한 느낌이 들었다.


본성 안, 중앙 1층에는 응접실이 두 곳이 있었고, 그 사이에 거대한 홀이 자리잡고 있었다.


2층은 공작가 가주님의 침실과 개인 서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3층은 소공작의 침실과 개인공간 등 이 있다고 했다.


각 층 마다 사용인들의 숙소가 별도로 있으며, 식당과 주방은 본성의 1층에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위한, 환영 저녁 만찬이 1층 식당에서 있을 거라고 알려 주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알러지가 있는지 세심하게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설명을 들으며 느꼈지만, 하녀장은 나이가 제법 있으면서도 인자하고 친절했다.


쓸데없는 말을 늘어 놓거나, 지나친 친근함과 아부를 표하지도 않았다.


담백한 성격으로 본인을 테스라고 소개한 하녀장은 대대로 공작가의 안주인을 모셔왔다고 했다.


공작님께서 간결한 말투와 할 말만 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사용인들도 그런 점을 닮은 듯 했다.


그렇다고 차가워 보이는 건 아니고, 부드러운 말투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본성의 안내를 들으며 외부로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니, 숲같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안에 섬처럼 작은 성이 또 하나가 보였다.


본성이 쓸데없는 화려함을 빼고 강인하고 남성다움을 강조한 거라면, 본성 안 숲속정원에 자리한 작은 성은 흰색을 바탕으로 화려한 금테 장식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성이었다.


테라스의 아치와 창문마다 조각된 황금빛 조각상!


소소한 것 하나하나 공들이지 않은 게 없어 보였다.


하녀장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아가씨를 이곳에 모시게 되어. . .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 바렌 공작가의 사용인들 전부 아가씨께서 이곳에서 지내는 모든 날들이 편안하셨음 합니다. . . "


끝맺는 말에도 떨림이 묻어 나왔다.


이곳은 대체 누가 지내던 곳일까?


아버지 어머니의 연애사만 확실히 기억나고, 다른 것들은 안개 낀 것처럼 가려진 느낌이라. . . 이 아름다운 성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곳은 누가 지낸던 곳인가?"


"돌아가신 마님께서 사용하시던 곳이였습니다. 엘레네 성이라 불리우는 이 성은 대대로 바렌 공작가의 안주인인 공작부인를 위한 곳입니다."


뜻밖에 대답에 난 걸음을 멈추었다.


"공작부인을 위한 곳이라고. . . ? 한달 동안 신세지는 나에게는 너무 과한 곳이 아닌가 싶은데. . 혹 본성에 내가 지낼만한 곳이 없는가?"


주저하는 내 모습에 하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아가씨! 가주님과 소공작님께서 먼저 이곳에서 지내시라고 말씀하셨고, 저희 바렌 공작가 사용인들도 한마음으로 아가씨께서 이곳에서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말을 마치고 앞서 나가는 하녀장을 따라 화려한 문을 열고, 엘레네 성이라 불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성이지만, 가구나 인테리어 장식 하나하나가 화려하고 색상이 다채로웠다.


난 2층에 있는 침실과 그 옆에 딸린 아주 큰 욕실, 별도로 드레스 룸과 개인 응접실 등을 안내 받았다.


하녀장은 2층말고도, 엘레네 성 전체를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해 주었다.


방마다 각 각 다른 분위기와 색상으로 질리지 않게 되어 있었고, 특히 2층 침실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숲속정원이. . . 너무나 아름다웠다. 구름다리 건너 본성과 숲의 모습의 어우러짐도 장관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테라스에 서 있는데 뒤에서 하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엘레네 성에서 아가씨를 보필 할 전속 하녀들 입니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하녀 2명이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서 있었다.


"세라와 제니입니다. 아가씨의 시중을 들 것입니다."


"반가워. 잘 부탁해! 세라~ 제니."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손을 잡고 인사했다.


세라와 제니는 얼굴을 붉히며 정성껏 모시겠다는 말을 한 후, 수줍게 웃었다.


세라는 빨간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으며, 양쪽 뺨에 주근깨가 귀엽게 자리하고 있었다.


제니는 갈색 머리에 덩치가 조금 있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푸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저녁 만찬 전에 목욕하시고 새로 꾸미시는게 어떠냐는 하녀장의 말에, 나는 그러겠다고 답하고 잠시 차 한잔을 부탁했다.


세라와 제니는 서로 손발이 척척 맞게 움직였다.


짐정리하고 욕조에 물을 받고. . . 제법 일머리가 돌아가는 아이들인 듯 싶었다.


테라스 앞 티 테이블에 앉아서 여전히 숲속정원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 나에게, 테스가 차를 가져왔다


"어? 쟈스민 차네? 내가 좋아하는 차인데. . . "


특별히 쟈스민 차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수많은 차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내오다니. .


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하녀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녀는 "다른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는, 허락 받고 방을 나갔다.


이곳 사용인들을 아직 다 만나보진 못했지만 다들 친절한 것 같았다.


텃세나 심술을 부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 .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느껴졌다.


목욕물이 다 받아졌다는 세라의 말에 욕실로 이동하기전 남아있던 쟈스민 차를 마져 더 마셨다.









* * *








하녀장 테스는 본성에서 길리아드의 물음에 답하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하셨나?"


"네. 처음에는 엘레네 성에 머무르는 건 과한것 같다고 하셨지만, 가주님과 소공작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니, 별다른 말씀 없이 따르셨습니다."


하녀장의 말에 길리아드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숲속정원을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차를 부탁하셔서 좋아하시는 쟈스민 차로 준비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목욕중이시니 좀 후에 단장하시고, 본성 저녁 만찬에 참석하실 겁니다."


셀린느에 대한 보고를 받은 길리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녀장은 조용히 고개숙여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혼자 남은 길리아드는 테라스에서 모처럼 불빛이 새어나오는 엘레네 성 2층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왔군. . . 나의 반려. . . 내 운명. . . "


혼잣말을 하던 길리아드가 손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레작!"


단호한 그의 부름에 어둠에 숨어 있던 인영이 불쑥 드러났다.


"너의 주인이다! 목숨을 다해 지켜라!"


그 인영은 길리아드의 명에 다시 소리없이 사라졌다.









* * *









목욕을 마치고 드레스 시중을 받을 차례가 되자, 세라와 제니가 바퀴달린 드레스장을 각자 하나씩 끌고 왔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것도 상당한데. . . 나를 위해서 이것들을. . . ??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다시 또 왔다 갔다 하면서 드레스장을 몇개를 끌고 와서 드레스 룸의 네 면을 가득 채운다.


난 수많은 드레스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나를 위해 그 짧은 기간안에 어찌 저렇게 다 준비했을까???


세라와 제니는 여러벌의 드레스를 갖다 대어 보이며, 서로 전투적으로 고민을 하더니, 결국 몸매가 드러나는 머메이드 스타일의 흰 실크 드레스를 골라주었다.


부드러운 실크의 느낌과 실루엣이 몸매에 맞게 떨어지며 여신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인생 2회차는 성공이네. . .


나 조차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세라와 제니도 굽이치는 찬란한 은발과 드레스가 너무도 아름답다며 계속해서 조잘조잘 거렸다.


때마침, 저녁 만찬 시간에 맞추어 하녀장이 왔고, 나는 그녀를 따라 다시 본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구름다리가 아닌 숲속정원에 난 길을 따라 본성으로 들어가는데, 아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신선한 공기와 잘 정돈된 조경, 사방에서 느껴지는 행복한 꽃내음이 저절로 만족감을 선사했다.


"흐~~음~~~"


나도 모르게 기분 좋아져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하녀장의 물음에 난 이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웃어주었다.


내 웃음에 하녀장도 함께 미소로 답했다.


본성에 다와갈 무렵, 성의 동쪽 문에서 수십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우루루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각자 다들 무엇이 그리 할 말이 많은지. . . 시끌벅적했다.


그러던중 나와 그들의 시선이 차츰 맞닿았다.


침묵. . . 침묵. . . 더 어색한 침묵. . .


나는 먼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들 중 몇몇은 눈이 커지고, 몇몇은 볼이 붉어지고, 몇몇은 얼어 붙은 것 처럼 굳어 있었다.


너무나 반응이 극단적이라, 당황한 나는 하녀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저들이 바렌 공작가의 블랙 다이아몬드 기사단이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는 짧은 설명을 들려준 뒤,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설명을 듣고 보니, 다들 큰 키에 덩치들이 제법 좋았다. 다 같은 복장을 한 것도 눈에 띄었다.


"세상에. . . 내가 지금 멀 본 거지? 여신이야?"


"아니야!! 지상에 내려온 엘프임에 틀림없어!!"


"내가 꿈에 그리던 여인이야!! 저 찬란한 은발 좀 봐봐"


"다들 조용히 해라! 저분은 이웃 영지 하멜 백작가의 셀린느 하멜 영애이시다. 당분간 우리 바렌 공작가에서 지내실 것이니 각별히 예를 갖춰 대해야 함은 물론이고, 어떠한 무례를 범해서도 안된다. 알아들었나?"


불랙 다이아몬드 기사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럭스틴 경의 말에 기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저분이구나. . . ! 소공작님의 반려 되실 분이 . . 저리 아름다운 분이였다니. . . '


셀린느를 본 부단장 럭스틴 경은 차기 공작가 안주인다운 아름다움이라며 마음속으로 칭송했다.


식당 앞에는 길리아드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색 늑대 문양 자수가 새겨진 블랙의 캐시미어 정복을 입고 있는 그는 더없이 훌륭해 보였다.


특히, 흑발과 함께 정복이 주는 깔끔함과 붉은 눈빛의 섹시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레이게 했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셀린느"


나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며 에스코트를 하는 그가 다정스레 물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괜찮다는 말을 하였다.


식당안에는 이미 공작님이 와 계셨고, 길리아드의 시중을 받으며 나도 바로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하는 내내 분위기는 편했고, 내가 낙마사고 후 이틀 동안 누워있을때 공작님께서도 내가 걱정되어, 백작가를 방문 하셨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어쩐지 처음 깨어났을때, 백작가의 하녀들이 제국 제일 미남자들을 원없이 봤다고 수군거렸는데. . . 그게 저 두사람을 같이 두고 보는 의미였구나 싶었다.


바렌 공작가의 주방장도 실력이 좋은지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맛이 있었다.


공작님께서는 식사 후 가신들과 회의가 있다면서 바로 일어나셨다.


나와 길리아드는 공작가를 좀 더 구경하고 싶다는 내 부탁에 함께 본성 주위를 둘러보며 걷고 있었다.


"아까 본성으로 올 때 숲속정원을 지나 왔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어요."


내가 본성과 엘레네 성 사이의 숲속정원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길리아드가 그 숲 말고도 본성 근처에 크고 작은 숲들이 많다는 것과 포레스 호수쪽 숲도 절경이란 설명을 함께 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 곳도 빠짐없이 구경시켜드리겠다는 기특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걷는데, 어디에선가 구령 소리와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들이 섞여서 들려왔다.


걷다보니 연무장 근처까지 왔다는 길리아드의 말에, 내가 아까 본 그들일까 싶어서 얼른 아는 체를 했다.


"저도 보았어요. 수십명의 건장한 기사님들이죠? 다들 멋있더라고요"


저녁식사 전, 오는 길에 보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는데, 순간 길리아드의 얼굴이 싸하게 내려 앉으며 "혹시 그들이 셀린느에게 무례를. . . "


"아니요.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 난 다급히 대답했다.


길리아드의 매서워진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것도 있지만, 나를 보고 다들 어리둥절해서 제대로 인사조차 못한 그들이, 괜시리 쓸데없는 오해를 살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블랙 다이아몬드 기사단에 대한 용맹과 소문에 대해서는 나도 늘 동경했었다는 칭찬을 일부러 덧붙였다.


그런데 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길리아드의 표정이 점 점 더 어두워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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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분노 23.03.24 37 1 13쪽
9 사라진 그녀 +1 23.03.23 44 1 13쪽
8 연습 23.03.22 63 1 12쪽
7 비밀 23.03.21 40 1 12쪽
» 바렌 공작가 +1 23.03.20 49 1 13쪽
5 초대장 23.03.19 46 1 12쪽
4 숨의 이능력자 +1 23.03.18 53 1 12쪽
3 여신의 축복 +1 23.03.17 56 1 12쪽
2 운명의 그대 +1 23.03.16 74 1 13쪽
1 첫 만남 +2 23.03.15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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