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서장. 나는 그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거센 바람이 불던 그 날의 스승님을…….
“쉽지 않겠구나.”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아서 버티는 것도 힘든 지경이었다.
스승님은 그런 나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 앙상한 손이, 그렇게도 부드럽고 따스할 수 없었다.
그러던 순간, 스승님의 눈이 바다의 한 곳을 직시하기 시작했
다. 나도 스승님의 눈이 향하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태풍.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태풍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 것은 나의 시야에서 빠른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태풍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스승님과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해서, 정확히…….
파도는 거대했다.
나는 단연코 이렇게 무서운 파도를 본 적이 없었다. 그 무엇이
라도 집어삼킬만한 엄청난 파도.
몸이 벌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바람은 더욱 거세어
져 있었고, 이내 젖은 모래마저도 이리저리 휘날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찡그린 채 실눈을 뜨고 스승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은 평소 때와 똑같은 모습이셨다.
오히려 스승님의 눈빛만큼은 평소 때보다 더욱 고요해진 것 같
은 느낌이었다.
촤라락- 촤라라락!
스승님은 어느새 양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펼쳐 들고 있었다.
나는 살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승님이 내 앞에서 두 개의 부채를 펼쳐 든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기에.
바람이 부는 소리가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을까.
세상을 모두 찢어발길 양, 바람은 매섭기 그지없었고 세상을
덮어버릴 듯한 파도는 높기만 했다.
나는 그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승님은 그런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셨다.
그 앙상하고 메마른 손길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한순간 마음
마저 평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스승님의 몸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의 귓가로는 여전히 잔잔한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량아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이제부터 나의 모습을 잘 봐두
어라.”
“스, 스승님!”
스승님의 주문과는 다르게 내 마음 속에 있는 두려움은 전혀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커진 상태였다.
몸마저 날아갈 것만 같은 엄청난 바람.
그 빤한 위험 속으로 다가가는 스승님의 모습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느낌까지 풍겨졌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것이 본문 최고의 절기인 선무이다!”
부채를 가만히 들고 있는 스승님에게서 들린 전음성.
거대한 태풍을 마주하고도 당당하게 서 있는 스승님의 모습에
서는 왠지 모를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졌기에 더더욱 두려웠는지
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협이다.”
그 말과 함께, 스승님의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그 때부터는 눈을 찌르는 듯한 거센 바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스승님의 춤사위에 빨려들고 있었다.
너무나도 큰 놀람에, 머릿속의 모든 것이 텅 비는 느낌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휘휘 날려 버릴 것만 같은, 그 대자연의 압도
적인 힘.
그리고 그 앞에 선 한 인간의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저항.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도저히 지워지지도 않는 그 날의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는 그 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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