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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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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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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글자수 :
51,752

작성
11.03.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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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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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9쪽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一)

DUMMY

철무강은 다시 형옥에 갇혔다.

그리고 그날 해가 지기 직전에 사도용아가 찾아왔다.

소신녀 복장을 갖추고 있는 사도용아의 모습은 화령동에서 볼 때와는 극명히 달랐다.

화사함과 순수함 그리고 신성함 마저 느껴져 철무강을 당황하게 만들어 똑바로 쳐다볼 수 없도록 했다.

“발은 괜찮아?”

“소신녀께서 내리신 금창약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사도용아는 안심했다는 표정을 했다.

“내가 고맙다는 말을 안 했지?”

“개의치 마십시오. 의당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고마워.”

“송구합니다.”

철무강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변태 곰탱이, 내가 있는 곳에서는 날 보기로 했잖아.”

“하오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그리고 장부의 자존심을 걸고 한 약속이잖아.”

사도용아의 말에 철무강은 고개를 들었다.

“잘 했어.”

“송구합니다.”

“변태 곰탱아.”

“말씀 하십시오.”

“너 약속 지킬 거지?”

“약속이시라면?”

철무강이 의아한 얼굴로 되묻자 사도용아의 안색이 변했다.

“내가 시키면 뭐든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날 지켜주겠다고 장부의 자존심을 걸고 맹세했는데 그새 잊은 거야?”

“아, 아닙니다. 그 약속은 목이 땅에 떨어져도 지킬 것입니다.”

“정말이지?”

“장부의 약속입니다.”

사도용아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활짝 펴졌다.

마치 날아 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자, 받아.”

사도용아가 작은 책자를 내밀었다.

철무강은 얼떨결에 받은 후 사도용아를 쳐다봤다.

사도용아는 철창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외운 거 있잖아, 그거 전부 기록해 왔어.”

철무강은 소스라치게 놀라 서둘러 책자를 펼쳤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철무강.

일부는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사도용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네가 강해져야 날 지켜줄 수 있잖아.”

철무강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자의 내용이 절세도법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상승의 도법을 익혀 소신녀를 보필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사도용아는 철무강의 결연한 표정을 바라보며 무척 기뻤다.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어 기뻤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더욱 기뻤다.

“난 가야해.”

사도용아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철무강은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소신녀라 하나 아직 어렸다. 그런데 어느새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여인으로써가 아니라 소중히 지켜주어야 할 존재로써였다.

“날 잊지 말고 강해져. 누구보다 강해져서 날 지키러 와야 해. 알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변태 곰탱아.”

“말씀 하십시오.”

“믿어도 되지?”

철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도용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탄탄한 가슴을 가볍게 두들겼다.

‘장부의 충정은 결코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래, 고마워. 기다릴게.”

사도용아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저쪽에서 사도용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담 대주님, 저 갑니다.”

“예. 살펴 가십시오.”

옆 칸에서 담대후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철무강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게 뭐지?’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려버린 것 같다.

마치 자신의 중요한 무언가가 쑥 빠져나간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되찾아야겠어.”

철무강은 어스름해지는 형옥 안에서 나직이 뇌까렸다.


***


몇 개의 횃불이 지하형옥을 밝히고 있었다.

혼란했던 하루가 가고, 철무강은 차가운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허전함에 책자를 살펴볼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철무강이 갇혀있는 옥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무강은 구양 노인인가 싶어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

철무강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장대한 체구의 담대후가 서 있었던 것이다.

“어, 어찌······?”

철무강은 벌떡 일어났다가 발바닥에서 전해진 극통에 휘청거리며 벽에 몸을 기댔다.

순간 담대후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앉아라.”

철무강은 주저앉듯 자리에 앉았다.

담대후는 자리에 앉은 후 가만히 철무강을 바라보기만 했다.

철무강은 담대후의 태산 같은 기도에 눌려 입도 벙긋 하지 못했다.

반 각 정도 지나자 느릿한 걸음과 함께 구양 노인이 형옥 안으로 들어왔다.

구양 노인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마셔라.”

담대후의 말에 철무강은 움찔하며 찻잔을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을 축이듯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자 담대후가 가슴 철렁한 말을 했다.

“넌 방금 독을 마셨다.”

“예에?”

대경한 철무강은 벌떡 일어나 담대후와 구양 노인을 경계했다.

담대후와 구양 노인은 철무강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각자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 눈앞의 강적 보다 등 뒤의 독수가 더 무서운 법이다.”

“에······!”

철무강은 지금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뭐지? 독을 탔다는 거야? 안탔다는 거야?’

“앉게. 자넬 죽이고자 번거롭게 독을 쓸 이유가 없으니까.”

손만 내밀면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마영대(魔影隊)의 대주라면 그럴 능력을 갖추었을 것이다.

철무강은 놀림 받은 것 같아 골이 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철무강이 자리에 앉자 담대후가 손을 불쑥 내밀었다.

“무슨 뜻입니까?”

“소신녀께서 주고 간 책자.”

“그건 제 것입니다.”

“안다.”

“예?”

“화령동에서 본 도흔이 뭔지 아느냐?”

당연히 모른다.

철무강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다.”

“예에?”

철무강의 두 눈이 함지박 만하게 커졌다.

전륜구류도는 마영대주, 즉 눈앞에 있는 담대후의 독문 도법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무강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담대후와 구양 노인을 번갈아봤다.

“그건 전륜구류도의 비전 절초라네. 여기 담 대주도 익히지 못한 것이지.”

구양 노인의 설명이다.

철무강은 자신의 왼손에 들린 책자를 보며 망설였다.

‘이게 있어야 되는데······.’

야차도로는 사신무장은커녕 호교무장도 되기 힘들다.

절세 신공인 파륜공을 익히면 뭐하나, 그것을 효과적으로 폭발시켜줄 법과 식이 없으면 그저 힘만 센 아이가 될 뿐이거늘.

하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할 철무강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게야. 돌려주자. 언제고 내게 맞는 도법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하다못해 무력단에 들기만 해도 그곳의 무공을 배울 수 있다. 하니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런 지저분한 짓은 할 수가 없다.

철무강은 아쉬움을 접고 책자를 내밀었다.

담대후와 구양 노인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제압하고 빼앗으려면 역시 손만 내밀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자를 받아든 담대후는 펼쳐보지도 않고 곧장 구양 노인에게로 건넸다.

구양 노인은 책자를 펼쳤다.

그리고 두 사람을 아랑곳 않고 사도용아가 그려놓은 선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철무강은 그런 구양 노인을 멀뚱히 바라보다 곧 담대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담대후가 입을 연 건 바로 그때였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했는데, 그새 잊어버린 것이냐?”

“제 눈을 믿으렵니다.”

“우리가 믿을 만하다는 것이냐?”

“글쎄요, 복잡하게 일을 꾸밀 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담대후는 별다른 표정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기 만했다.

철무강은 그런 담대후의 시선에 괜히 머쓱해져 구양 노인을 힐끔 바라보며 딴 소리를 했다.

“안 궁금하십니까?”

“궁금하지 않다.”

“혹시 전륜구류도를 익히지 않은 겁니까?”

“전륜구류도를 익혔다.”

“그런데 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

전륜구류도를 익힌 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하나 곧 책자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구양 노인의 모습을 보니 알 것도 같았다.

“구양 노인의 것이로군요.”

“아니다.”

“예?”

‘구양 노인의 것도 아니라고? 그럼 대체 누구 거라는 거야?’

철무강은 멀뚱히 눈만 깜박거렸다.

“네 것이다.”

“······예. 예?”

담대후의 말에 철무강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 귀를 의심했다.

“네가 찾아낸 것이니, 네 것이다.”

무슨 선문답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갈수록 대화가 이상해진다.

철무강은 혼란스러워 설명을 바라는 얼굴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나 담대후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철무강은 한 식경 동안 꿀 먹은 벙어리마냥 멍청히 앉아 있어야했다.

담대후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도리가 없었다.

침묵을 깬 건 구양 노인이었다.

“허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이.”

“비공을 후대에 전하셔야지요.”

담대후의 말에 구양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철무강을 응시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두 눈에 광망이 가득했다.


작가의말

이제 제대로 강해지려나 봅니다.

글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걸 잊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럼 즐독 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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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二) +18 11.03.17 13,286 50 9쪽
»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一) +20 11.03.16 13,751 49 9쪽
11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四) +20 11.03.15 13,409 52 9쪽
10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三) +12 11.03.14 12,908 51 8쪽
9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二) +16 11.03.13 13,350 51 8쪽
8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一) +16 11.03.12 13,543 60 10쪽
7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三) +16 11.03.11 13,665 50 9쪽
6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二) +16 11.03.10 13,835 50 10쪽
5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一) +12 11.03.09 14,246 56 8쪽
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三) +13 11.03.08 14,500 56 8쪽
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二) +10 11.03.08 15,064 48 9쪽
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12 11.03.07 20,703 49 9쪽
1 전륜마룡(轉輪魔龍) 서장 +22 11.03.07 24,653 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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