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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15,707
추천수 :
732
글자수 :
51,752

작성
11.03.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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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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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0쪽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一)

DUMMY

과연 그랬다.

한쪽 벽을 잡고 위로 기어 올라가 둘러보니 도흔이 달라보였다.

절반가량이 보이지 않고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철무강은 고개를 갸웃하며 가까운 곳을 살펴보았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각도가 달랐다.

위쪽에서 보았을 때 사라져버린 도흔들은 아래쪽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암벽을 파고든 모습이었다. 그러니 위에서 보면 도흔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절묘하게 감추어진 비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철무강은 잔뜩 기대어린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다.

그러나 곧 실망어린 얼굴이 되었다.

식이 없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왜지?”

그때였다.

“멍청이, 사라진 것들이 진짜일 수도 있잖아!”

아래쪽에서 소녀가 소리쳤다.

막 같은 생각을 하던 철무강은 멍청이라는 소리에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혹시나 모를 단초는 찾았으나 문제가 있었다.

사라진 흔적들, 그러니까 아래쪽에서 그은 도초들을 어떻게 구분하고 기억한단 말인가?

사방 암벽에 도초의 흔적을 남긴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절묘하게 안배를 하여 아래쪽에서 보면 각도와 상관없이 모든 흔적들이 다 보였다.

아래쪽에서 그은 흔적들만 따로 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래로 내려온 철무강은 고민이 되었다.

일일이 흔적들을 눈과 손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거 시간이 걸리겠는데······.”

저 많은 걸 일일이 확인하고 외우자면 족히 열흘은 걸릴 것 같았다.

난감했다.

별 거 아니라면 모를까. 혹여 진짜 절세도법이라도 된다면 보물을 눈앞에 두고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니 정말 억울할 일이다.

“내가 도와줄까?”

문득 사도용아가 끼어들었다.

철무강이 바라보니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무언가 방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내가 도와주면 나한테 뭘 해 줄 거야?”

“진짜 방법이 있어?”

“당연히.”

“뭔데?”

“뭘 해줄 건데?”

“글쎄, 뭘 해줄까?”

마땅히 줄 게 없으니 되물을 수밖에.

사도용아는 그런 철무강을 향해 자신의 조건을 말했다.

“첫째 내가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날 바라보아야 해.”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지 뭐.”

철무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나 사도용아는 진지했다.

“그렇게 성의 없이 대답할 거면 그만 둬.”

“그럼 어떻게 대답할까?”

“무릎 꿇어.”

“야!”

철무강이 호통을 질렀다.

적잖이 화난 듯했다.

그러나 사도용아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소신녀라는 지고한 신분의 그녀였다. 지금은 눈앞의 변태 곰탱이가 자신을 몰라봐서 무례를 범하고 있지만,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 스스로 무릎을 꿇을 터였다. 문제는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힐 수 없다는 것이지만.

“어차피 꿇게 되어있으니까, 지금 꿇어도 상관없잖아.”

“시끄러! 이게 누구더러 무릎을 꿇으라 마라야?”

“그깟 무릎 좀 꿇는다고 무릎이 닳아?”

“장부의 자존심을 버리라는 것이냐?”

“장부?”

“하긴 네가 뭘 알겠냐?”

철무강은 어린 소녀와 티격태격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탄식하듯 고개를 저은 철무강은 암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알아볼 생각인 것이다.

사도용아는 그런 철무강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장부라고?’

장부의 자존심······!

그런 것에 대해 교육 받지 못한 사도용아였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철무강의 반응으로 보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도용아는 철무강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저 눈으로만 보지 않고, 철무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긴 건 진짜 변태 곰탱이 같은데······.’

성정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퉁명스레 대할 때도 있지만, 따듯하게 대할 줄도 아는 것 같다.

신녀님도 그랬다.

엄할 땐 정말 무섭지만, 따뜻하게 대해 줄 땐 마치 엄마처럼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사도용아는 철무강이 다시 보였다.

언제고 자신을 보필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보았을 때부터 거리감이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철탑 같은 덩치를 보니 든든한 느낌마저 들었다. 곁에 있으면 온갖 사악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보는 이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접하지 못한 사도용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도용아는 정에 굶주린 아직은 어린 소녀였다.

“저기 있잖아.”

사도용아는 한참 만에 철무강을 불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척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철무강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사도용아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내가 너의 무례를 눈감아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너도 내가 모르는 걸 이해해야 해.”

애써 생각해서 한 말인데, 듣지도 않는 것 같다.

사도용아는 살짝 인상을 썼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

“너······!”

사도용아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내가 소신녀인데······. 너 그러면 안 돼.’

사도용아는 화가 났다. 아니,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서운 한 것 같기도 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해 그저 인상만 쓰고 있었다.

철무강이 입을 연 건 사도용아가 한참을 인상만 쓰고 있을 때였다.

“이해하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라.”

순간 사도용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그래.”

“그럼 날 봐야지.”

“조금 있다가.”

“내가 방법을 알려 줄 테니까. 날 봐.”

“휴우!”

철무강이 한숨을 쉬며 돌아봤다.

사도용아는 철무강을 보며 방긋 웃었다.

너무나 순수해 보이는 웃음이라 철무강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방법이 뭔데?”

철무강이 물었다.

사도용아는 그런 철무강을 향해 다시 진지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첫째, 내가 있는 곳에서는 날 보아야해.”

철무강은 졌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째, 내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어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좋아. 할 수 있는 건 뭐든 들어주어야 해.”

“그래.”

“음······ 세 번째는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끼리니까 한 번 더 맹세해줘.”

“뭔데?”

“날 지켜줘.”

순간 철무강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지켜달라고······?’

어린 소녀의 치기어린 말이 아닌 것 같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철무강은 사도용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사도용아 역시 철무강을 똑바로 쳐다봤다.

묘한 느낌이 둘 사이에 흘렀다.

잠시 후 철무강이 입을 열었다.

“난 교에 매인 몸이다. 향후 교주님과 신녀님을 지켜야 할 사명이 있다. 약속하마. 두 분을 제외한 그 누구보다 먼저 널 지켜주마.”

“장부의 자존심을 걸고 약속해줘.”

“장부로써 맹세하마.”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사도용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철무강 역시 밝은 얼굴이었다.

“지금 한 약속 절대 잊지 마.”

사도용아는 눈앞에 있는 큰 체구의 철무강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이 아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걸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많이 힘든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처음 보는 자신에게 기대고 싶을까.

‘그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주마.’

장부가 한 약속이다. 목이 떨어져도 지킨다. 지금은 아니지만 추후 반드시 사신무장이 되어 이 아이가 맘 놓고 기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하나 그건 먼 훗날이 이야기고 지금은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있다가는 어색해질까 싶어 일부러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생각한 방법이 뭐냐?”

“외우는 거야.”

“외우는 거라고?”

철무강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돌아봤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난 돼.”

“뭐?”

“용아는 다 외울 수 있어.”

애써 진지하게 대해주었더니,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저걸 다 외운다고?”

“응. 위에서 보이는 건 벌써 절반 정도 외웠는걸.”

“그 거짓말 진짜냐?”

“용아는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아.”

철무강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사도용아를 째려봤다.

“못 믿겠으면 시험해 봐도 돼.”

“좋아. 틀리면 딱밤 열 대다.”

“맞으면?”

“맞으면 내가 맞는 거지.”

“아니, 맞으면 이름을 알려줘.”

“그러지 뭐.”

철무강은 피식 웃으며 한쪽 벽면을 가리킨 후 거기에 있는 선들을 땅에 그려보라고 했다.

사도용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바닥에 죽죽 긋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도용아가 허리를 펴고 일어서자 철무강은 바닥에 그어진 선들을 한참 동안 살핀 후 반대편 벽으로 올라가 사도용아가 바닥에 그린 것과 비교해 보았다.

‘정말이잖아!’

놀랍게도 똑 같았다.

철무강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사도용아를 내려다봤다.

“똑 같지?”

“그래. 같다.”

“좋아, 이제 약속을 지켜.”

철무강은 땅으로 내려섰다.

“철무강. 난 철무강이라고 한다.”

“철무강······ 히히! 좋은 이름이네.”

사도용아는 철무강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철무강은 괜히 머쓱해졌다.

자신보다 두어 살은 더 어려보이는 사도용아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두 사람을 엮으려드는 그런 묘한 느낌이었다.

“난 사도용아야.”

철무강이 이름을 먼저 밝혔으니 이젠 자신의 이름도 알려준 사도용아였다.

‘깜짝 놀라겠지?’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들었을 터였다.

사도용아는 기대어린 얼굴로 쳐다봤다.

“응?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것 같은데······.”

철무강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사도용아는 실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바보! 곰탱이!”


작가의말

제컴이 이상한 건지, 아니면 문피아가 이상한 건지...
많이 버벅거리네요.

주말 잘 보내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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