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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15,711
추천수 :
732
글자수 :
51,752

작성
11.03.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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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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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9쪽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三)

DUMMY

태양열천관은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어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들어서자마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숨통을 조였다. 화로가 이글거리는 대장간에 들어선 것 같았다.

철무강은 원시림이 살아있는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

“저기군.”

한참을 헤매다 보니 구양 노인이 말한 거대한 고목이 보였다.

어른 다섯 사람이 양팔을 벌려야 할 만큼 엄청 굵은 고목이었다.

철무강은 주위를 한차례 살펴본 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거목 위로 올라갔다.

“저기가 화령동 입구인가 보군.”

멀리 붉은 암벽 한가운데에 뻥 뚫린 동혈이 보였다.

듣기로 입구에는 지독한 열기가 쏟아져 나와 공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는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방법은 여기뿐이라고 했지.”

철무강은 자신이 딛고선 아래를 내려다봤다.

구양 노인의 설명대로 고목의 한가운데에는 시커먼 구멍이 뚫려 있었다. 철무강이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구양 노인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정말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궁금증을 뒤로했다.

철무강은 자신의 거도를 구멍 속으로 밀어 넣어 크게 휘저어본 후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곧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고목 안은 어두웠다.

그러나 몇 개의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있어 어슴푸레한 정도는 되었다.

“지독하군.”

고목 특유의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구양 노인의 말로는 오래 맡으면 어지러울 것이니 서둘러야한다고 했다.

철무강은 주위를 살폈다.

과연 구양 노인이 말한 대로였다.

한쪽 바닥에 녹이 잔뜩 슬어있는 쇠붙이가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쇠로 만든 거북이 세월을 타 뭉뚝해진 것 같았다.

철무강은 쇠거북을 중앙 쪽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처음엔 잘 움직이지 않던 쇠거북이었지만, 파륜공을 일으켜 있는 힘을 다해 끌어당기자 ‘그르륵!’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순간 철무강이 딛고 선 바닥이 팍 꺼졌다.

철무강은 지옥의 입구처럼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어둡고 긴 통로를 지나자 구양 노인이 말한 장소가 나왔다.

빛과 어둠이 공존했다. 지독한 열기와 냉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었다.

천장을 쳐다보니 어른 몸통만큼이나 커다란 수정이 보였다.

구양 노인의 말로는 수정이 아니라 빙정이라고 했다.

저 빙정이 화령동에서 쏟아지는 열기를 막고 있다고 했다.

빙정 주위로 몇 개의 야광주가 박혀 있어 장내를 밝히고 있었다.

철무강은 주위를 둘러봤다.

열기와 냉기가 대립하는 곳이라 그런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온갖 기화요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저 중에 전설의 영초라도 있으려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으니 절대 먹지 말라고 구양 노인이 신신당부했다. 지독한 열기와 냉기를 먹고 자란 놈들이라 강한 독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철무강은 괜히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 철무강의 눈에 묘한 광경이 비춰졌다.

“저건······!”

틀림없었다.

사방에 둘러쳐진 시커먼 암벽에 무수히 새겨져 있는 선들은 틀림없는 도흔이었다.

예리하게 그어진 흔적들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한번쯤 사방을 둘러보라더니, 저걸 보라는 것이었나?’

구양 노인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었다.

이곳을 나가기 전에 사방을 둘러보라고.

‘역시 구양 노인은 이곳에 왔었던 게 틀림없어.’

아니면 오래전에 이곳에 왔던 사람에게 전해 들었을 수도 있다.

철무강은 사방 암벽에 새겨진 무수한 도흔들을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뭐냐? 암만 봐도 미친놈이 발광한 것처럼 보이잖아!’

어지럽게 그어져 있을 뿐, 그 어떤 식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에 대해 일천한 철무강이지만, 제 아무리 상승의 절기라 하더라도 저토록 어수선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철무강의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투둑!

갑자기 천장 한쪽에서 작은 돌멩이들이 떨어졌다.

‘뭐지?’

궁금하여 몇 걸음 다가가던 철무강은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

천장 한쪽에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을 통해 천조각을 묶어 만든 줄이 아래로 튀어나오더니, 작은 몸집의 여아가 줄을 타고 내려오다 철무강과 두 눈이 마주쳤다.

“어?”

“······!”

두 사람은 멍청히 서로를 쳐다봤다.

너무나 돌연한 상황에 할 말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꺄아악!”

어린 소녀가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철무강은 걱정이 되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놀라지 마라. 나 나쁜 사람 아니다.”

그러나 소녀가 비명을 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쳐다보지 마!”

“뭐?”

“고개 돌리란 말야! 이 곰탱아!”

철무강은 그제야 소녀가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소녀는 속곳 바람이었던 것이다. 겉옷은 저 줄을 만드는데 쓰인 모양이었다.

“볼 것도 없구만, 지랄이람!”

철무강은 피식거리며 돌아섰다.

이윽고 낑낑대며 줄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가 끝나는가 싶더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무강은 천천히 돌아섰다.

“돌아보지 말라니까!”

어찌나 암팡진 소리였는지 철무강이 깜짝 놀라 돌아보던 걸 멈출 정도였다.

“옷 벗어!”

뒤에서 들려온 말에 철무강은 인상을 쓰며 한 마디 하려다 소녀의 옷차림을 떠올리고는 묵묵히 상의를 벗어주었다.

“이제 됐어.”

허락이 떨어지자 철무강은 천천히 돌아섰다.

자신의 상의를 마치 커다란 장포처럼 걸치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나 십사 세 쯤 되어 보이는 얼굴이라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말본새는 지랄 같더니······ 훗! 귀엽군.’

철무강이 웃자 소녀가 느닷없이 발길질을 했다.

퍽!

“아얏!”

철무강의 정강이를 걷어찬 소녀가 도리어 자신의 발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성질이 그 모양이니, 팔다리가 고생하는구나.”

철무강은 고소를 지었다.

“변태 곰탱이!”

소녀가 분한 듯 소리쳤다.

철무강은 상체를 숙여 눈높이를 얼추 맞춘 다음 소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난 변태도 아니고, 곰탱이도 아니다.”

“이, 이이! 지금 누굴 건드리는 거야!”

“누구긴? 고양이 새끼처럼 천방지축 날 뛰는 녀석이지.”

“고, 고양이? 너, 일러 버린다!”

“누구한테?”

“신녀님께 이를 거다!”

“이크! 무서워라! 무서워서 불알이 다 쪼그라들려고 하네!”

철무강이 무서운 척 과장스럽게 행동하며 놀리자 씩씩거리던 소녀의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 마치 분함을 삭이지 못해 어찌 할 줄을 모르는 눈치였다.

조금만 더 두었다가는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뭐냐? 고양이 새끼처럼 지랄 맞게 굴 때는 언제고······!’

“험험! 미안하다. 내 장난이 심했다.”

소녀는 철무강이 사과하자 한참 후에 분을 삭였다.

“한 번만 더 놀리면 진짜 신녀님께 이를 거야.”

“그, 그래. 안 그러마.”

‘끄응! 신녀님이 네 녀석의 보모라도 되냐!’

철무강은 소녀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근데 넌 뭐야?”

“나?”

철무강은 묻는 소녀를 멀뚱히 바라봤다.

그러자 소녀가 짐짓 화난 척 말했다.

“그래. 네가 누군지 밝혀야 할 거 아냐!”

“상대를 물을 땐 자신을 먼저 밝히는 거다.”

“난 안 그래도 돼.”

“네가 누군데?”

“난······.”

소녀는 망설였다. 자신이 먼저 신분을 밝히는 게 아니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소녀가 망설이자 철무강은 피식 웃었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그런 게 아니야. 네가 먼저 밝혀야 해.”

“자신을 먼저 밝히는 게 순서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됐어.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날 본 적 없어?”

“그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철무강의 대답에 소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변태 곰탱이, 엉뚱한 데를 보니까 그렇지.”

“뭔, 헛소리냐?”

“헛소리 아니야!”

소녀, 사도용아는 화가 났다.

그날 눈앞의 변태 곰탱이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면 지금 한눈에 알아보았을 터였다. 엉뚱한 데나 보니까 이렇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뭐, 어쨌든 잠깐만 기다려봐라.”

철무강은 아이를 달래는 듯한 투로 말하며 다시 사방 암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도용아는 철무강의 시선을 좇아 사방 벽을 둘러보다 곧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잠깐만 조용히 좀 해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러니까.”

철무강이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나 사도용아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저거 절세도법이라도 돼?”

“몰라.”

“근데 이상하다.”

“잠깐만 조용히 해봐.”

“변태 곰탱아, 저거 진짜 이상하다니까.”

사도용아가 자꾸 말을 걸자 철무강이 홱 돌아봤다.

“입 닫고, 잠시만 조용히 하는 게 그리 힘드냐?”

“이상하니까 그렇지!”

“네가 더 이상해.”

“씨이! 진짜 이상하다니까, 왜 내 말을 안 들어!”

사도용아는 화가 나 다시 철무강의 정강이를 걷어차려다가 좀 전의 일을 떠올리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대신 악을 쓰듯 소리쳤다.

“변태 곰탱아! 저거 위에서 볼 때와는 다르단 말야! 그러니 안 이상하냐고!”

“뭐? 다르다고······!”

철무강의 두 눈이 한껏 커졌다.


작가의말

일본 지진....
적어도 인명피해 만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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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12 11.03.07 20,70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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