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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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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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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글자수 :
51,752

작성
11.03.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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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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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8쪽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三)

DUMMY

야밤에 구양 노인이 철무강을 찾아왔다.

“상황이 좋지 않네.”

“전례가 있으니 일 년 정도면 될 거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했네.”

“어르신!”

“소리치지 말게.”

“내가 자네를 해코지하려고 거짓을 말한 건 아니니까.”

“하면 어찌해야 합니까?”

“알아보니 누군가가 자네를 이곳에 영원히 가두길 원하는 모양이네.”

“예에?”

철무강의 눈이 퉁방울처럼 커졌다.

“안 됩니다!”

“소리치지 말래두.”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걱정 말게. 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니 방법이 있을 것이네.”

“꼭입니다.”

“알았네. 그것보다 보았는가?”

“뭘 말입니까?”

“도흔 말이네.”

세월이 잔뜩 주름져 있는 구양 노인의 눈빛이 보석처럼 빛났다.

순간 철무강은 구양 노인이 자신을 보낸 이유가 그 도법의 흔적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불현듯 떠오르는 불안감.

‘도법을 알아내고 날 죽이려드는 거 아냐? 아니면 알아낼 때까지 이곳에 가둬두거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철무강은 구양 노인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며 대답했다.

“봤습니다.”

“그래, 어떻든가? 도법을 알아볼 수 있겠든가?”

“구양 노인도 그곳에 가 본적이 있지요?”

“맞네. 나 역시 그곳에 가 보았네. 하지만 도흔들 속에서 도법을 찾아내지 못했네. 자네는 찾았는가?”

철무강은 대답을 하지 않고 구양 노인을 가만히 쳐다봤다.

구양 노인은 잔뜩 기대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도법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있는 거 아냐? 그 정도의 집착이면······ 정말 좋지 않은데!’

갈수록 불안해지는 철무강이었다.

하나 철무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도법을 찾아냈습니다.”

“오오! 잘 했네. 정말 잘했어.”

구양 노인의 얼굴에 희열에 가까운 반가움이 가득 떠올랐다.

그러나 철무강은 더욱 불안해졌다.

“그래, 어떻게 찾아냈는가?”

잠깐 망설이던 철무강은 사도용아의 이야기는 빼고 도흔의 각도 때문에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에서 보는 게 달랐다는 걸 설명해 주었다.

“그랬구나! 그랬어. 난 그게 도초의 세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간단하면서도 절묘한 수법으로 감추어져 있었을 줄이야.”

구양 노인의 얼굴에 경탄과 허탈감이 묻어났다.

철무강은 불안한 마음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만큼 허탈감도 크겠지.’

구양 노인의 어깨가 더욱 처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굴의 주름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도법을 물으면 어떡하지?’

알려주어야 할지 고민이지만, 그 전에 알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그 많은 걸 전부 외우지 못했으니까.

‘소신녀 이야기를 할까?’

혹여 소신녀 이야기를 하면 꺼내주려고 노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왜냐하면 소신녀와의 연결고리는 바로 자신이니까.

철무강은 낮은 어조로 말했다.

“그 도법은······.”

“오늘은 그만함세. 내 또 찾아오겠네.”

구양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축 처진 노구를 이끌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 이게 아닌데······!’

철무강은 철창살을 붙잡고 멍청이 구양 노인의 뒷모습만 바라보아야 했다.


구양 노인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다름 아닌 은천기였다.

“영감, 이곳에서 나갈 때가 되었지?”

“예? 그게 무슨······.”

쩔그랑!

구양 노인의 말을 끊은 건 묵직한 전낭이었다.

“은 오십 냥이다. 그 정도면 노후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게야.”

구양 노인은 전낭과 은천기를 번갈아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은천기는 흰 이를 드러내 웃었다.

“오늘 들어온 덩치있지?”

“철무강 말입니까?”

“그래. 철가 놈 말이야.”

“예. 안에 있습니다만?”

“그놈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냈지?”

“예. 한 여섯 달 정도 되는 줄 압니다.”

“그래. 그랬다더군. 수라단의 교육은 받지 않고 이곳을 들락거렸다지 아마?”

“그건 시비를 걸어온 자들이······.”

“아니지, 아니야. 그놈이 시비를 걸었다. 이곳에 들어오려고 일부러 시비를 걸었던 거야. 그놈한테 당한 놈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 그건······.”

“영감!”

“예?”

“그놈이 화령동에 대해 영감한테 자꾸 물어본 이유가 뭔지 알아?”

“그런 일은 없습······.”

“너무 늙은 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네?”

“예?”

“그놈이 이곳을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이 계신다.”

순간 구양 노인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은천기는 씩 웃었다.

“이제야 알아들은 모양이군.”

은천기는 전낭을 들어 구양 노인의 품으로 던졌다. 구양 노인이 얼떨결에 받아든 순간 벼락같이 도를 뽑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청광이 지하형옥의 어스름을 갈랐다.

“······!”

구양 노인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자신의 목젖에 닫고 있는 칼끝을 응시했다.

“그놈은 화령동에 들어가려고 영감한테 꼬치꼬치 물었던 거야. 그렇지?”

구양 노인은 칼끝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철무강에 대한 논죄가 벌어진 건 삼 일 후였다.

그 사이 발바닥의 화상을 치료했으나 아직 두 발로 설 수는 없는 상태였다.

차갑고 단단한 청석판 위에 철무강은 무릎을 꿇었다.

“화령동에 간 이유가 무엇이냐?”

집법사자의 추상같은 호통이었다.

철무강은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아혈이 짚여 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해 변론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혈이 짚여 있다는 것을 집법사자 역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증인을 대령하라.”

집법사자의 일갈과 동시에 다섯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맹성 일당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철무강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래, 너희들이었더냐? 너희들이 작당을 한 것이란 말이냐?’

철무강의 입장에서는 저들 외에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교에 들어온 후로 반목한 이들은 저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죄인과 있었던 일을 소상히 고하라!”

철무강은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그러나 맹성 등은 그런 철무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있는 말, 없는 말을 쏟아냈다.

요약하자면 철무강이 시비를 걸었고, 자신들은 당하기만 했다는 내용이었다.

“할 말이 있느냐?”

맹성 일당의 모함이 끝나자 집법사자가 철무강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철무강은 여전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집법사자 역시 철무강의 변론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음 증인을 대령하라!”

장내를 뒤흔드는 집법사자의 일갈과 함께 이번엔 구양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은 죄인을 아느냐?”

“예. 알고 있습니다.”

“말하라.”

“육 개월 동안 형옥에 갇혀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하면 죄인과 무슨 말을 나누었느냐?”

순간 구양 노인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저쪽에서 은천기가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구양 노인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화령동에 대해 묻기에 아는 대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화령동에 대해 물었다고? 하면 죄인이 화령동에 들어가고자 증인에게 물었단 말이냐?”

“그런 줄 압니다.”

공손히 대답하는 구양 노인.

철무강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 걸음에 달려들어 증인이란 작자들의 주둥이를 박살 내버리고 싶었다.

진짜 죄인을 바라보는 듯하고 있는 집법사자의 두 눈을 파버리고 싶었다.

철무강은 분노했다.

이곳에는 교의 율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작당과 모의만이 판을 치고 있었다.

더러운 음모와 비겁한 양심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려고 했다.

‘전부 기억해 두겠다. 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모조리 갚아 주마! 잊지 마라. 내 율법에 원한은 열 배라는 것을!’

철무강은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짓씹으며 작당한 이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화령동에 들어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건······.”

구양 노인이 머뭇거리던 순간이었다.

돌연 장내에 울려 퍼지는 맑은 음성이 있었다.

“그건 제가 대답할 게요.”


작가의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댓글이 있으니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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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三) +16 11.03.18 14,033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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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一) +20 11.03.16 13,750 49 9쪽
11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四) +20 11.03.15 13,408 52 9쪽
»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三) +12 11.03.14 12,908 51 8쪽
9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二) +16 11.03.13 13,350 51 8쪽
8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一) +16 11.03.12 13,543 60 10쪽
7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三) +16 11.03.11 13,665 50 9쪽
6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二) +16 11.03.10 13,835 50 10쪽
5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一) +12 11.03.09 14,246 56 8쪽
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三) +13 11.03.08 14,500 56 8쪽
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二) +10 11.03.08 15,063 48 9쪽
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12 11.03.07 20,703 49 9쪽
1 전륜마룡(轉輪魔龍) 서장 +22 11.03.07 24,653 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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