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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1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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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글자수 :
51,752

작성
11.03.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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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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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9쪽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二)

DUMMY

수라단에서의 생활은 무척 단조로웠다.

오전에는 잡다한 교육을 받았고, 오후에는 자유였다. 무얼 하든 방치하듯 내버려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팔자 좋게 늘어져 노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무공을 수련하는데 땀을 흘렸다.

철무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고 나면 누구보다 먼저 연무장으로 달려갔고,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린 이가 철무강이었다.

한데 철무강의 수련법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철무강은 점심을 마치면 곧장 연무장으로 달려가 한식경 동안 가벼운 몸놀림으로 전신의 근육을 이완시켜준 후 연무장 뒤편의 천산산맥 산자락을 달렸다.

한 시진 동안 쉬지 않고 험준한 산줄기를 달리는 것이다.

철기둥 같은 두 다리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다시 연무장으로 돌아왔을 땐 후줄근하게 땀에 젖은 상태였다.

반각의 휴식.

철무강은 간단하게 숨만 돌린 후 곧장 야차도를 수련했다.

부아아악!

거의 자신의 키 만 한 크기의 거대한 도를 휘두르면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때문인지 야차도를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건드렸다가 잘못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지난 이틀 동안의 일일 뿐이었다.

삼일 째 되는 날 철무강이 산자락을 타고 전력으로 달리고 있을 때였다.

돌연 다섯 명이 앞을 막았다.

복장으로 보아 육 개월 전에 수라단에 입소한 이들이 분명했다.

아이들은 육 개월에 한 번씩 받아들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라단에 입소한 후 일 년을 보내게 되어 있었다. 물론 하후극처럼 대단한 신분이라면 수라단에 들어올 필요도 없지만.

“네가 철무강이냐?”

두 눈이 유리알처럼 번들거리는 자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물어왔다.

철무강은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그래, 그렇겠지. 너 만한 덩치가 흔치 않은 법이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네 명이 천천히 철무강을 에워쌌다.

“우리가 온 이유가 궁금하겠지?”

“조금.”

“그래. 나도 궁금하다. 우리가 왜 선배 된 도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말이야. 야차도나 익힌 너 따위에게 말이야. 안 그래?”

철무강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배 된 도리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다.

원래 타고난 성정대로라면 이유 없이 당하는 성격이 아니다. 한 대 맞으면 열 대를 돌려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호교무장이 되고, 사신무장이 되기를 바라는 철무강으로써는 문제를 일으켜 위쪽의 눈총을 받기가 싫었다.

그래서 고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독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반항해도 좋다. 독한 놈들일수록 짓밟는 재미가 더 쏠쏠한 법이거든. 크크큭!”

말이 끝나자마자 느닷없이 주먹을 날렸다.

퍽!

철무강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러나 상체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철무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주르륵!

입안이 터졌는지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호오! 역시 맷집이 좋다는 거군.”

빈정거림과 동시에 무차별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몸속의 내기가 외부로 발현되어 공기가 불타오르는 양기발현(陽氣發現)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미약하게나마 경력을 발출할 정도는 되는 치들의 주먹질이었다.

퍼퍼퍽!

근육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이 연달아 강타했다.

그러나 철무강은 휘청거릴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이 더욱 무자비한 구타를 불렀다는 것이지만.

다섯 명은 급소를 가리지 않고 가격했다.

철무강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꽉 눌러 삼켰다. 다섯 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언제고 열 배로 되갚아 주기 위해서였다.

“악감정은 없다.”

철무강이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였다.

돌연 뒤통수를 강타한 무지막지한 충격에 철무강은 의식을 잃고 그 자리에 거목이 넘어가듯 쓰러졌다.

“곰을 잡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독사의 눈을 가진 자가 커다란 철추를 들고 씩 웃었다.

털썩 쓰러진 철무강의 몸 위로 발길질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다.

“멍청한 놈, 하필이면 하후공자님의 분노를 샀느냐!”

다섯 사람은 침을 뱉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철무강이 축 늘어져 있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반각이나 지났을까?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묵사발이 되었구만.”

한 차례 고개를 저은 번일악은 축 늘어진 철무강을 질질 끌고는 산을 내려갔다.


***


“된통 당한 모양이군.”

“그럴 줄 알았어. 야차도를 익힌 주제에 수라단에 들어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절대 아니거든. 수라단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일이야. 그러니 누구든 나설 거라 생각했어.”

“그래도 저건 너무 심했다.”

“병신이 안 된 게 다행인 줄 알아야지.”

철무강이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다.

멸시에 찬 시선으로 철무강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무강은 묵묵히 식사하는데 열중했다.

“왜 그랬지?”

번일악이 맞은편에 앉으며 물은 말이다.

철무강은 대꾸하지 않고 입안의 음식물을 꼭꼭 씹어 삼켰다.

“널 숙소까지 업고 온 나다. 말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알려줄 수 있을 텐데.”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

“······.”

“위에 찍히기 싫다는 거냐?”

“그래.”

“너 바보냐?”

“너한테 바보 소릴 들을 정도는 아니다.”

“들어라. 너 바보 맞다.”

“그만해라.”

“멍청아, 본교는 철저한 강자존(强者存)이라는 걸 모르냐?”

“알아.”

“아니, 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잘 들어. 문제를 일으키면 당연히 위에 찍힌다. 신분상승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아야하지. 그런데 말이야······.”

철무강이 식사를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

번일악이 그런 철무강을 보며 히죽 웃어보였다.

“제대로 사고를 치면 어떨까? 저기 위쪽에 여기 대단한 놈이 있다고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순간 철무강이 벌떡 일어났다.

맞는 말이다.

찍히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본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강자존의 법칙이 철저하게 지배하는 곳이다. 강자만이 대우 받는다. 하니 스스로 강자임을, 강자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입증할 수만 있다면 거리낄 이유가 없다.

‘좋아. 갚아줄 수 있겠군.’

철무강은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선배라는 작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널 두들겨 팰 권리는 없다. 그리고 이유가 합당하다면 그 누구와도 생사투를 벌여도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번일악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철무강이 이미 식당 밖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맹성은 기분이 좋았다.

어제 하후공자가 시킨 일을 제대로 수행했으니 장차 자신의 앞길은 탄탄대로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라단에 들어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어줘라. 제 발로 나가겠다고 무릎을 꿇을 때까지 지옥을 경험하도록 만들어주어라. 알았나?”


하후공자의 심복이 와서 전한 말이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제 그렇게 두들겨 팬 건 인사에 불과하다. 놈은 갈수록 점점 더 지독한 고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후후! 오늘은 일어나지 못했을 테니, 내일 찾아가 볼까?’

맹성은 동료들과 커다란 동혈 안으로 들어갔다.

태양열천관(太陽熱天關)이라는 편액이 걸린 곳이었다.

거의 오십여 장 이상을 이동하자 동굴이 끝나고 별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덥지근한 열기, 잎이 커다란 활엽수, 끈적거리는 습기.

놀랍게도 열대지방의 원시림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했다.

그것도 반경이 수백 장에 달할 정도로 넓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신기한 곳이야.”

“태양화령지(太陽火靈地)를 알면 신기할 일도 아니지.”

“그야 그렇지만······.”

태양화령지는 대지가 품지 못한 태양의 열기를 한곳으로 모아 배출하는 곳이다. 그 때문에 열양공을 익힌 이가 이곳에서 운기행공을 한다면 비약적인 진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태양화령지는 태양열천관 안쪽에 위치한 화령동(火靈洞) 깊숙한 곳에 있다. 그리고 화령동 입구엔 지독한 열기가 쏟아지고 있어 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일찍 온 건가? 조용하네.”

“그러게.”

맹성은 동료들과 잠입술을 시험받을 장소로 향했다.

맹수들의 이목을 속이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오늘의 시험이었다.

그러나 맹성 등은 시험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라야 했다.

거대한 체구의 소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소년의 뒤로 커다란 악독룡(鰐毒龍 악어) 다섯 마리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다는 것이었다.

“기다리기 지루하더군.”

철무강은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의 거대한 도를 움켜잡았다.


작가의말

오늘은 두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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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三) +16 11.03.18 14,034 46 8쪽
1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二) +18 11.03.17 13,286 50 9쪽
1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一) +20 11.03.16 13,750 49 9쪽
11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四) +20 11.03.15 13,408 52 9쪽
10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三) +12 11.03.14 12,908 51 8쪽
9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二) +16 11.03.13 13,350 51 8쪽
8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一) +16 11.03.12 13,543 60 10쪽
7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三) +16 11.03.11 13,665 50 9쪽
6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二) +16 11.03.10 13,835 50 10쪽
5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一) +12 11.03.09 14,246 56 8쪽
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三) +13 11.03.08 14,500 56 8쪽
»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二) +10 11.03.08 15,064 48 9쪽
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12 11.03.07 20,703 49 9쪽
1 전륜마룡(轉輪魔龍) 서장 +22 11.03.07 24,653 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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