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461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1.18 00:10
조회
488
추천
7
글자
11쪽

명검

DUMMY

두 남자는 모두 병장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두를 먹으며 강호초출인 우혁을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우혁은 마치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점소이에게 은자가 든 주머니를 보여주며 물었다.


눈치 빠른 점소이는 우혁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그의 생각을 읽은 듯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아휴, 대협.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 대장장이가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 그렇지 제가 감히 칼 값을 걱정 하다니요. 도, 검, 창, 극 뭐하나 빠질 것 없이 주문만 넣으면 최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장인 중의 장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칼집은 만들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찾지를 않습니다. 검 따로 검집 따로 만들면 잘 맞지도 않고 귀찮은 일이니까요.”


점소이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우혁은 표정이 진지해졌고 옆 탁자에 있던 사형제도 관심이 있는지 나서서 점소이를 채근 했다.


“그래서? 거기가 어니냐? 칼을 그렇게 잘 만드는 솜씨가 그렇게 좋다면 칼집도 분명 잘 만들 텐데. 가서 목에 칼을 들이밀면 제까짓 것이 만들지 않고 배길까?”


“하하하, 그것 참 통쾌하고 좋은 계획입니다, 사형.”


그들은 뭐가 좋은지 크게 웃었고 우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들을 노려보다 다시 점소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점소이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 대장장이는 칼도 아무에게나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뭐라? 우리 사하쌍웅(沙河雙雄)이 아무나로 보이더냐?”


점소이의 말이 기분 나빴는지 옆 탁자의 사하쌍웅 중 하나가 벌떡 일어서며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기세였으나 다른 하나가 주의를 주며 제지했다. 이에 점소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른 다시 말일 이어갔다.


“대장장이가 어찌나 융통성이 없는지 상무련주인 여의검제 화군악대협도 세 번이나 다녀가서야 겨우 검 한 자루 얻고는 검집은 구경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놈, 끝까지 나를 희롱할 셈이냐? 화군악대협이 진천문에서 내려오는 진천여의검을 가졌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 어찌 천하칠대기보(天下七大寄寶)를 두고 촌구석 대장장이에게 검을 얻으려 다닌단 말이더냐?”


자칭 사하쌍웅 중 젊은 사내는 이번엔 칼을 뽑으며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어지는 점소이의 말에 그도 납득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고, 저는 여기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얘기 할 뿐입니다. 두 해전 중추절 즈음에 진천문의 화대협과 대장로가 분명 여기 앉아서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정말이냐?”


“저도 목숨이 하나인데 뉘 앞이라 거짓을 아뢰겠습니까?”


우혁 또한 점소이의 말에 큰 믿음이 가진 않았으나 바로 물었다.


“그 야장이 있다는 곳이 어디요?”






“깡, 깡, 깡···”


산 좋고 물 좋은 곳. 선기가 느껴지는 어느 골짜기 어귀에 연기가 피어 올랐다. 쇠를 두들기는 맑은 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우혁은 점소이가 제법 길을 잘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니 국수값을 후하게 쳐준 것이 아깝지 않았다. 하산하고 첫 행보가 순조롭다고 느껴졌고 좋은 검을 얻는다는 기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검은 피부의 중년 남성은 우혁을 보지 못한 듯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고 있었고 한 쪽에 있는 모래무더기엔 칼 여섯 자루가 꽂혀있었다. 우혁은 조용히 모래에 꽂힌 칼을 뽑아 살펴보았다.


“맘에 드는 것이 있소?”


대장장이는 여전히 우혁을 보지 않고 망치질에 열중이었지만 우혁의 행동을 다 알고 있었다.


“모두 좋은 칼인데 제가 원하는 것은 없군요.”


“보검을 얻으려면 큰 돈이 필요하지만 명검을 얻는 데는 인연이 필요하지”


대장장이는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며 애매모호한 말을 내뱉었다. 우혁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그저 말없이 대장장이가 칼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그를 줄곧 따라와 숨어 있던 사하쌍웅이 앞으로 나섰다.


“이거이거, 좀이 쑤셔서 더 기다릴 수가 없구만. 듣자 하니 제법 실력 좋은 야장이라는데 유엽도 하나 부탁할까?”


그들은 다짜고짜 대장장이에게 하대하며 시건방을 떨었고 대장장이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쥐새끼들이 참을성도 없구나. 어디 자네 검이나 한 번 볼까?”


망치질을 멈춘 대장장이는 처음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우혁은 원래 그러려고 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객잔에서부터 이 우모를 미행했으니 볼일 있다면 손을 쓰시오. 3초는 양보할테니.”


우혁의 굳은 표정에선 조금의 두려움도 찾을 수 없었고 사하쌍웅의 성질 급한 청년은 분기탱천 하여 자신의 칼을 뽑아 날아올랐다. 나머지 한 사람은 사제의 패배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멀찌감치서 뒷짐을 지고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이놈, 강호초출에 우리 사하쌍웅을 만나다니 운이 없구나. 하지만 어찌할까? 그것이 네 초라한 운명인 것을.”


끝이 살짝 휘어진 넓은 도신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으나 우혁은 실눈을 뜨고 한 걸음 움직여 흘려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격은 하지 않고 차분하게 검을 앞으로 세우고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1초를 썼으니 나머지는 신중한 게 좋을거요.”


강호에 나와 처음 생사결전을 겪는 우혁의 표정에선 묘한 희열이 드리웠다. 움짐임은 신중했으나 눈빛에 두려움은 없었다. 굳게 다문 입술에선 강한 자신감과 확신이 느껴졌다.


“받아랏!”


성질 급한 청년은 다시 연거푸 칼을 휘둘렀으나 우혁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고 우혁은 다섯 초가 지나서야 검을 사용해 상대의 칼을 막아내며 도법의 변화를 관찰 했다.


“이놈, 네 사부라는 놈은 도망치는 것만 가르쳐주더냐?”


우혁이 시종일관 인내하며 수세를 취하였으나 제대로 베지 못하자 상대는 승기를 잡았다는 착각속에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입에서 뜻밖에 사문을 욕하는 언사가 나오자 우혁도 긴 침묵을 깨며 검세를 바꾸었다.


“더 부릴 재주가 없다면 한꺼번에 덤비거라.”


오만한 그의 말에 지켜보던 사하쌍웅의 나머지도 함께 움직였다. 주도권을 잡고 있음에도 승부를 짓지 못하고 있던 사제가 걱정되던 차에 상대가 함께 덤비라니 체면을 차리지 않고 나선 것이다.


가세한 사하쌍웅 중 하나는 큰 체격에 장검을 썼다. 2대1의 싸움이 다시 오십합 이어졌고 우혁은 조금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는 듯 보였다. 대도와 두 자루 장검이 어우러지며 어지러운 형세 속에서 우혁은 수세에 몰렸지만 두렵지 않은 듯 크게 기합을 지르며 검기를 흩뿌렸다. 패도적인 기운이 사방으로 떨치며 사하쌍웅의 전신 요혈로 쇄도하자 상대는 위축되어 검기를 피하고 막는데 급급했다. 우혁은 이 싸움에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검술을 펼친 것이었다.


“중요한 자리라 피를 보고 싶진 않으나 네놈들의 행실을 보니 그럴 수 없구나.”


한숨 돌린 우혁이 한마디 내뱉고는 바로 몰아쳐가자 검빛이 찬란하게 빛났고 검기는 춘풍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어지럽게 흩어졌다.


먼저 나선 청년은 이미 전신이 검기에 스쳐 옷자락이 성한 곳 없었고 나중 나선 놈도 사정이 크게 좋진 않은 듯 바지자락이 길게 찢어지며 붉은 선혈이 흩어졌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닌 듯 자세를 가다듬고 집중했다. 자칫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더욱 집중하며 우혁의 움직임을 살폈다.


하지만 우혁의 검초는 더욱 날카롭고 위맹해져 봄바람 같던 검기는 어느새 돌풍처럼 휘몰아쳤고 사하쌍웅은 그대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뒤로 크게 물러서더니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쥐새끼들이!”


“그만하지. 천하의 쥐새끼들을 다 죽이려면 너무 피곤한 일이니.”


우혁이 일갈하며 쫓으려 하자 대장장이는 그를 만류했다. 우혁은 그런 대장장이를 바라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검 한 자루를 주문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장장이의 답은 뜻 밖이었다.


“풍뢰검법이라··· 추정풍의 전인인가?”


우혁은 흠칫 놀랐다. 어찌 야장이 자신의 검술을 보고 단번에 내력을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중년으로 보이는 야장이 그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사조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이었다.


“제 사조와 친분이 있으십니까?”


“친분이라··· 인연이 없다 할 순 없지. 그도 처음엔 너처럼 검을 구하러 이곳에 왔었지. 당시에 많지 않은 나이에도 풍뢰검법으로 제법 강호에서 명성이 있다더군.”


‘사조께선 나와 한 갑자 넘게 차이가 나는데 이 자는 몇 살이란 말인가?’


우혁은 이 대장장이의 내력이 궁금했다. 아직 사십대로 보이는 사람이 백년은 산 노인처럼 과거를 회상하며 조사와의 인연을 얘기하는 것이 이상했다.


‘강호에 기인이사들이 많다더니 그 중 하나일까?’


우혁은 신중하게 말을 아끼며 속마음을 숨기고 필요한 검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이 검보다 열 근 무겁게, 길이는 이것과 같고 무게중심은 손잡이 쪽으로 더 내려 왔으면 합니다.”


“허허, 검의 무게를 늘려 패도적인 검법의 위력을 배가하고 무게중심을 몸에 가깝게 해 무거운 검을 가볍게 쓰겠다? 부드러움과 빠름에서 강한 힘이 나오는 것은 우주의 이치. 자네가 그런 검을 쓰면 천하제일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혁은 그의 물음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몇 마디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랄 것 없네. 야장술은 결국 좋은 무기를 만드는 것이고 평생 도검을 만들며 기본적인 무리도 이해하지 않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

“그런 생각입니다.”


“자네가 원하는 그런 검이 있으면 세상의 어떤 것도 벨 수 있겠는가?”


우혁은 이어지는 야장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천하에 수많은 것들 중 어찌 벨 수 없는 것이 없을 수가 있는가?


“생사가 걸린 결전 중에 자네는 결코 벨 수 없는 방패를 상대가 꺼내면 어찌 이길 것인가? 혹은 상대가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칼을 꺼낸다면 자네는 목을 내놓을 것인가?”


그것은 지고의 무리가 아니라 단순한 이치였다.


“네가 베려는 적은 어떤 존재인가? 가문의 원수? 천하제일 고수? 자네가 추구하는 무리가 어떤 것인지 모르나 결국 그들을 벨 수 없다면 그저 잘 드는 칼 한 자루만 못한 것이지. 자네가 이미 살펴본 그 검들은 세상에서 굳세기로 이름난 재료로 만든 것인데 자네가 원하는 검이 저것들 보다 더 날카롭고 강한가?”


“이 칼과 같은 재료로 제가 원하는 검을 만들어주실 순 없습니까?”


“여기 적힌 재료들을 구해오면 만들어주지.”


대장장이는 대뜸 재료가 적힌 죽간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 든 우혁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가 알지 못하는 재료부터해서 그저 전설로만 생각했던 만년철정과 화룡석 등의 목록을 보는 순간 검을 얻기는 걸렀다고 확신 한 것이다.


“이 칼들이 정말 이런 재료로 만든 것이란 말입니까?”


“자네는 아직 이해를 못하고 있군. 중요한 건 모양도 재료도 아니야. 상대를 벨 수 있느냐, 세상 모든 것을 벨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자네의 검으로 시험해 보게. 그 검들이 자네의 검을 벨 수 있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천일검(通天一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소림방장 혜공 22.01.18 247 4 13쪽
11 목숨 구한 대가 22.01.18 276 5 11쪽
10 황룡사구층목탑 22.01.18 324 4 12쪽
9 사천으로 가자. 22.01.18 340 5 12쪽
8 우화등선(羽化登仙) 22.01.18 420 7 15쪽
7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 22.01.18 433 9 10쪽
» 명검 22.01.18 489 7 11쪽
5 하산 22.01.17 577 7 12쪽
4 사람으로 죽고싶다. 22.01.17 595 5 12쪽
3 탈출 22.01.17 646 6 11쪽
2 팬데믹 22.01.17 855 6 13쪽
1 서장. 검선결(劍仙決) 22.01.17 1,211 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