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459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1.17 23:32
조회
1,210
추천
6
글자
5쪽

서장. 검선결(劍仙決)

DUMMY

“이번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군. 설마 나를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긴 백발을 풀어헤친 선풍도골의 미남자. 그는 한 손에는 장검을 쥐고 있었고 똑 같은 장검들이 그를 둘러싸고 원을 그리며 땅에 꽂혀 있었다.


“그럴 리가 있는가? 그런데 굳이 나와 계속 칼싸움을 하자는 이유가 뭔가?”


흑발을 푸른 끈으로 묶은 중년남자는 등에 방패를 메고 왼손엔 장검을 쥔 채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네가 등선(登仙)한 검선(劍仙)의 하나뿐인 전인(傳人)이 아닌가?”


“하, 또 그 얘기인가? 나는 그저 청구자(淸邱子)의 검을 만들기 위해 그의 검도지학을 들었을 뿐이라네.”


“이유야 어찌 됐든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청구자의 청구칠매검결(淸邱七梅劍訣)은 이젠 자네만이 알고 있는 것인데.”


“후우,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는가? 검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구자가 검을 연마했던 세월과 검을 통해 깨달았던 검리가 그를 검선으로 만든 것이지.”


“그 검리가 결국 검결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방금 전에도 자네는 청구검결로 나와 겨루지 않았나?”


“검을 만들며 검을 쓰는 사람의 검리를 모르면 되겠나? 그래서 그의 검리와 검결에 담긴 오의(奧義)를 전해 들었을 뿐이야. 오히려 자네가 청구자와 직접 겨루어 봤으니 그의 무리(武理)를 잘 이해하고 있겠지.”


“나는 그와 세 번 겨루었지만 발치도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뿐, 그가 검을 쓰는 이치는 조금도 알 수 없었다네.”


흑발의 중년인은 잠시 동안 백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뜻을 추측하긴 어려웠다.


“이렇게 자네가 검에 공을 들이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군. 자네의 음률은 세상에 따를 자가 없는데 뭐 하러 등선한 검선에 집착하는가?”


“허허. 자네는 우리 같은 지선이 등선을 미루고 천하를 주유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 사람, 참. 나의 답을 듣고 싶은 건가? 아니면 자네가 등선을 미루는 이유를 짐작하라는 것인가?”


“둘 다 말해보시게나.”


“나는 두렵네. 자네는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일장춘몽에서 깨어나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긴 세월 천하를 희롱하고 있는 그들일지. 아니면 또 다른 긴 꿈일지. 무엇이 되어도 이 생에 깨친 이치가 부정당하지 않겠는가?


“하하하하하핫, 명색이 도통한 선인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그저 인세(人世)의 유희를 충분히 즐기다 떠나면 그 뿐이지. 다음 세계에서도 우리를 희롱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베어버리면 그 뿐.”


“누가 신선 아니랄 까봐 참으로 낙천적이구만. 이 세계를 만든 놈들이 겨우 자네의 검에 베이겠는가?”


“누가 검으로 벤다 했는가? 우리가 신선이 된 것은 천지를 꿰뚫는 도를 얻었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술을 익혔기 때문은 아니지 않는가? 그들이 만든 이 세계의 비밀을 알았고 우주 삼라만상이 창생소멸하는 법칙마저도 초월한 대도가 내 안에 있는데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이 교만한 사람아. 그렇다면 그저 유희로 고되게 검술을 익힌단 말인가?”


“안될 것이 무엇인가? 검선이 등선했으니 이제 내가 하겠다는데.”


“사람 참···. 선인(仙人)이나 되어서 여태껏 그런 집착과 욕망을 가지고 있어서야. 그러니 산에서 도 닦는 수도자들이 거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닌가?”


“자네도 알겠지만 이건 집착이나 욕망이 아니라 진아(眞我)의 자유로운 발현(發現)일 뿐이야. 한데 상고대신(上古大神)들은 접촉이 없던가?”


“글쎄. 백 년 전에 야장술과 야금술을 가르쳐 주더니 여태껏 감감 무소식이군.”


“하, 그들의 생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러면 대체 뭐 하러 그런 것을 가르쳐 준건지.”


“난들 알겠는가? 그들이 천하를 희롱하는 장본인일지, 아니면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인간들이 가여워 돕는 이들일지.”


“등선해 보면 조금 더 알게 되지 않겠는가? 하하하하핫”


“내년에 또 보세. 그땐 자네가 좀 창의적인 검도에 도달했으면 좋겠군. 조물경(造物境)을 장악하고 만드는 건 고작 여섯 개의 팔과 주먹이라니. 청구자는 그런 유치한 수는 쓰지 않았네. 허허허허허허.”


“식상했던가? 새겨 듣지. 자운승천제(紫雲昇天祭)가 3년 남았으니 그전 까진 결판을 내보세.”


두 사람, 아니 두 신선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니면 바람이 되었거나.


작가의말

이 소설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과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이 도인이므로 선협물로도 볼 수 있겠네요. 각종 미스테리와 종교의 기원도 주요 소재 입니다. 다른 환타지와 다르게 실제 역사나 실존 장소가 배경으로 나오므로 가끔 검색해 보시면 실제 풍경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면산 협곡)


다만 30편 정도까지 가야만 이 소설의 핵심소재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비로소 핵심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됩니다. 때문에 그 전까지 다소 지루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문작가가 아니라 평일에 다른 일을 하고 있기에 글을 자주 올리진 못합니다. (요즘은 야근도 잦네요.ㅠㅠ)다만 평일에 생각해 두었던 스토리를 주말에 집중적으로 집필하여 올릴 계획이니 일요일에라도 들르셔서 한 주간 올린 글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천일검(通天一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소림방장 혜공 22.01.18 247 4 13쪽
11 목숨 구한 대가 22.01.18 276 5 11쪽
10 황룡사구층목탑 22.01.18 324 4 12쪽
9 사천으로 가자. 22.01.18 340 5 12쪽
8 우화등선(羽化登仙) 22.01.18 420 7 15쪽
7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 22.01.18 433 9 10쪽
6 명검 22.01.18 488 7 11쪽
5 하산 22.01.17 577 7 12쪽
4 사람으로 죽고싶다. 22.01.17 595 5 12쪽
3 탈출 22.01.17 646 6 11쪽
2 팬데믹 22.01.17 855 6 13쪽
» 서장. 검선결(劍仙決) 22.01.17 1,211 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