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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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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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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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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야수(野獸)처럼 살다

DUMMY

진원성이 제영반점에서 점소이 생활을 시작한지 1 년이 되고, 계절은 다시 늦가을이 되었다. 진원성은 요즈음 매일 천불산과, 그 옆의 역산과 그 옆에 뒤에 있는 산 들을 청소가 끝나면 한시진 씩 열심히 뛰어다녔고 점차로 산 속의 지리를 알아가게 되었다. 여름에는 해녕 산속에서처럼 가끔은 달리다가 훌훌 벗고 계곡 물 속에 자맥질하러 들어가곤 해왔었는데, 늦가을 들어서 해보니 벌써 살 속까지 엄청 찬 기운이 밀려들었다. 그동안은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오늘따라 물 속 차가움에 서릿발이 있어서 조용히 느껴보았더니, 어찌된 노릇인지 진원성은 아려올 듯이 찬 기운이 스며드는 데도 한편으로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마치 화상을 입은 곳에 얼음주머니를 대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차가움이 해녕의 산 속에서 토끼를 잡았을 때에 마침 목이 말라서 토끼의 생피를 마셨을 때에, 따뜻하면서 비릿한 맛과 함께 느꼈던 시원함과 같은 것임을 진원성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차가운 물 속에서 한참을 가다듬고 생각을 해보니,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공부는 강력한 양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것이고, 그래서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인가보다 하고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 몸에서 음한기가 모두 빠져나가고, 왼팔과 온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런 생각은 일부는 맞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틀린 것이었다. 피부에 화상을 입었을 때에 차가운 것이 닿으면 순간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은 진원성의 몸에서 양기를 만들어내는 기공이 과도하여서 일종의 화상을 입은듯, 그것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원성은 이런 사실까지는 알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잘되리라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였다.


그러나 공부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진원성의 키는 거의 자라지 않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40 명 이상 되는 점소이들 중에서 1 년 동안 키가 거의 자라지 않은 것은 진원성과 이미 다 커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이 많은 형들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먹는 것이 부실하여 키가 자라지 못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였다. 마치 땅 속에서 누군가가 아니면 귀신이 잡아당기는 것처럼 키가 크지 않는 것은 분명 어떤 이상이며, 알기 쉽게 말하면 병인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해녕 산 속에 있을 때에 훌쩍 자랐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때 많이 자랐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오래 깊이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았다.


해녕 산 속, 그 때는 불이 없어서 모든 것을 생식으로 하였다. 산에서 나는 열매나 토끼나 노루, 산닭, 다람쥐, 들개, 개울 물속에서 잡았던 물고기, 새우, 가재, 조개 등 등 잡히는 대로 칼로 잘라서 그냥 씹어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피까지도 아까워서 다 마셨다. 피까지 마셔야 할 만큼, 먹는 것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렇게 다시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 한 달만 그렇게 해보자 생각하였다. 그렇게 하려면, 소금봉지와 칼만 있으면 되었다. 지금의 진원성은 짐승을 잡을 만큼이 되는, 가짜 활은 스스로 잘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진원성은 아침에 호흡법이 끝나면, 본채 2 층에 일찍 와서 혼자서 청소를 하였다. 그리고 천불산으로 달려가서, 먼저 옷을 갈아 입었다. 산 속 생활은 옷이 많이 상하게 됨으로 아예 산에서 입을 옷을 따로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가짜 활을 등에 메고, 창법을 하면서, 달리면서 막대에 돌을 묶어 만든 가짜 창을 던지기도 하고, 가짜 활을 쏘기도 하고,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하였다. 그래서 피와 고기를 생식으로 먹었다. 나무 높은 곳에 있는 열매들도 활로 쏘거나 가짜 창을 던져 떨어뜨려서 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천불산과 역산과 그 뒤로 펼쳐이어지는 더 높은 산과 다시 이어지는 더 높은 산들을 시간이 되는대로 뛰어다녔다. 점소이 들에게 주어지는 열흘 만에 하루 씩의 휴일이 되면, 진원성은 아예 전날 밤부터 산에 뛰어들어, 산 속에서 자고, 산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산을 넘고 또 다시 산을 넘어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멀리에 보이는 곳까지 가볼 수가 있었다.


그 산 봉우리는 사람들이 태산이라고 부르는 산동성 제남부에서는 아마 가장 높은 산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태산까지 가려면 적어도 높은 산봉우리를 두 개나 네 개를 더 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진원성은 언제 쉬는 날이 3 일 정도 이어지면 그 때에는 한번 가보리라 생각을 하였다. 이때에 진원성은 산속에 들어서면 아마 토끼보다는 훨씬 빠르고, 거의 늑대만큼 빠르게 산 속을 달려다닐 수 있게 되었고, 키도 부쩍부쩍 자라서, 사냥한 동물의 피와 살을 먹은 것이 분명 효과가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단전도 심하게 엉겨붙는 그런 느낌도 사라지고 하여, 분명 몸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효과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차왔던, 번거로운 모래주머니도 내던져버렸다. 그러나 생피와 생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산을 내려오면서는 옷을 갈아입기 전에 소금으로 꼭 양치를 주의깊게 하였다. 이것은 범정이와 심양에서 창개굴을 구경한 다음, 물고기를 구어먹고 비린내 때문에 들켜버린 것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서기 1604 년 ==


다시 봄이 찾아오자, 진원성은 옷가게에 가서 새 옷을 여섯 벌을 사야 되었다. 키가 한 겨울철을 보내면서 적어도 네 치 가량 컸기 때문에 옷이 모조리 너무 작아졌던 것이다. 진원성은 키 큰 것이 너무 통쾌하여 혼자서 한참을 낄낄대며 웃었다. 산에서 입는 몸에 착 달라붙는 면으로 만들어진 검은 옷(이것이 무인들이 입는 무복(武服)이라고 하는 것을 진원성은 아직 몰랐다.)과 점소이 일할 때에 입는 옷 두 벌씩과 잠잘 때에 입는 옷 한 벌과 외출할 때에 입는 옷 한 벌 이렇게 여섯 벌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도 이제 난쟁이가 될 일은 없어졌다는 생각으로 흐뭇하기만 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진원성의 키는 아직은 보통의 열한 살 먹은 아이들 중에서 조금 작은 축에 든다고 해야될 정도였다.


새해가 되고 대보름이 지나자, 임향주는 풍추관을 만나서 권술비무에 대해 여러가지 협의를 해야 되었는데, 풍추관은 민병대의 운영 자금을 도박 수수료를 올려서 해결하자는 지시를 하였다. 풍추관은 종래 2 푼의 수수료를 받던 것을 4 푼으로 올려서, 2 푼을 민병대 운영 자금으로 삼아서 민병대 운영 계획을 세웠고, 제남지부의 내락을 얻었던 것이다. 임향주는 제남지부가 민병대 운영 자금이 아니고 세금을 붙이겠다고 하여도 두말하지 못하고 명을 받아야 했었다.


보인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불평이 터져나올지 하는 걱정이 있었으나 임향주는 싫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해가 갈수록 관에서 뜯어가는 은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 도박사업을 세금을 내고 임향주 자신의 사업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금년만 하고 손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뒷머리를 순간 스쳐 지났다. 이렇게 민병대와 얽혀들어가서는 이 도박사업은 만성 중에 누가 자기사업으로 만들 여지가 없어진다고 봐야할 것이었다.


민병대의 발상이 터지기 전, 그러니까 지난 해의 용호상박이 끝난 직 후 술수를 내서 추관과 지부님을 설득해서 어떤 결정을 만들어 두었다면 잘 될 수도 있을텐데 이제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만 것이다. 임향주는 기회가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을 2 년쯤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에 이런 생각을 미쳐 해내지 못한 스스로를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는 아주 짧은 순간만 옆에 머물렀다가 떠나는 것이다. 임향주는 이렇게 배운 것을 잊지않고 있다가 훗날 다시 기회가 찾아오자 놓치지 않고 붙잡아, 용쟁호투 보인을 파는 도박 사업을 손에 쥐게 된다.


2 월이 가까워오자, 제남부성은 온통 용호상박(龍虎相搏), 용쟁호투(龍爭虎鬪)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로 들끌어 올랐다. 무관들이 20 곳씩 백호파와 청룡파로 대결구도가 지어졌으며, 이미 지난 해 9 월부터 간간히 이야기가 오고가며 하던 것이 이제는 - 나는 호에 얼마 걸었네, 나는 용에 얼마 걸었네 - 하며, 오히려 자기가 돈을 건 쪽을 응원하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미 1 월 17 일 경부터 제영반점에서 일다경쯤 걸어가면 있는 도박소에서는 길다란 대나무 여러 개에 오색의 천들을 걸어 늘어뜨려놓고, 눈을 끌도록 만든 다음에 보인을 팔고 있었다. 작년에는 금액을 일일이 써 주었는데, 금년에는 아예 인쇄가 되어 있어서 파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고, 도박소에 내걸려진 배당률 표시는 하루 하루 호가 이길 것인가 용이 이길 것인가가 왔다갔다 하는 편이었다. 이것은 작년에는 백호파가 굴러온 돌이었고 비룡방, 녹수방이 박힌 돌이라며, 아무튼 그 덕으로 비룡방 쪽이 응원을 많이 받았던 것이지만, 금년에는 백호파도 박힌 돌로서 대우를 인정받고 있음이었다.


이번의 비무대회는 작년의 일을 거울 삼아 여러 사항을 개선하게 되었다. 임향주가 꾀를 내어, 보인을 색종이에 목판으로 인쇄를 하여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보인을 파는 데에서 혼잡을 줄일 수가 있었으며, 보인의 뒷면에는 적중배당금 지급일이 적혀 있었다. 배당금은 2 월 16 일 부터 3일 간 지급하기로 하였다. 16 일은 배당금을 한 량 이하 받아가는 사람들, 17 일은 배당금을 백 량 이하로 받아가는 사람들, 18 일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림 용호상박 보인]


백사도에는 2 월 초부터 비무대가 준비되고, 백사도에 빙둘러서 출입금지의 방책을 설치하였고, 두 군데의 거룻배 대는 곳만 열어두었다. 연무대의 주위로 빙 둘러서 구경하기 좋도록 자리들이 마련되고, 백사도 이곳저곳에 간이 화장실이 마련되고, 단 하루지만 장사할 수 있는 곳이 삼십여 군데 지정하여, 단 하루 장사할 수 있는 자리세가 은자 3 량이라는 엄청난 고액에 팔렸으며, 백사도와 육지를 왕래하는 거룻배는 왕복 뱃삯은 10 문으로 정했다. 아니 잠깐 왔다갔다 하는 데에 무슨 10 문씩을 받느냐 하며 사람들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하였으나, 사실 동전 10 문은 비무의 관람료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룻배는 하루 한 량의 값으로 40 척을 빌려서 사람을 사서 운용하였으며, 또 사람들의 통제에는 각 무술관에서 10 명씩 총 400 명을 차출하여 진행하였고, 제남부 아문의 포쾌 이하 정용들 11 명이 무술관 차출인력 400 명을 지휘 관리하였다. 이날 백사도의 총 수입은 3 백여 량 정도 되었으며, 우선 40 개의 무술관에 똑같이 각 5 량씩 나누어 주었고, 파견나온 포쾌에게 15 량을 수고료로 지원하고, 기타 시설물의 설치와 수거에 따른 비용에 충당하였다. 이 모든 것은 풍 추관 과 오지회 임향주의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여러가지를 생각하여 대비를 한 것이었다.

13보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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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수(野獸)처럼 살다 15.05.14 1,121 16 12쪽
40 추관(推官) 풍청남(馮靑男) 15.05.13 1,144 15 16쪽
39 미래법(未來法)을 읽다 15.05.12 1,313 22 11쪽
38 백사도(白沙島)와 보인(寶引) 15.05.11 1,103 20 13쪽
37 백호파(白虎派)의 대두(擡頭) +1 15.05.10 1,306 17 13쪽
36 제남 3 방회 단합회(團合會) 15.05.09 1,298 23 16쪽
35 생떼질 자매(姉妹)를 전담하고, 천자문을 배우다 15.05.08 1,194 21 15쪽
34 점소이(店小二)가 되다 15.05.07 1,283 20 13쪽
33 창개굴 탐사(探査) 15.05.06 1,283 23 17쪽
32 심양(瀋陽)의 범정(范程) 15.05.06 1,407 23 12쪽
31 태산(泰山) 입산료(入山料)와 각주구검(刻舟求劍) 15.05.05 1,407 22 14쪽
30 산동성 지부회의(山東省 知府會議) 15.05.05 1,358 23 11쪽
29 신문(訊問) 15.05.04 935 27 11쪽
28 평원(平原)의 전투(戰鬪) 15.05.03 973 27 11쪽
27 호랑이 송곳니 15.05.03 1,449 26 12쪽
26 대보당(戴保堂) 표두 15.05.02 1,507 22 11쪽
25 정백호(正百戶) 15.05.02 1,162 26 12쪽
24 감생(監生) 15.05.01 1,091 23 9쪽
23 조천표국(朝天驃局) 15.05.01 1,484 24 10쪽
22 왕준서와 의형제(義兄弟)를 맺다 +1 15.04.30 1,243 23 10쪽
21 첫 번째 대련(對鍊) +1 15.04.30 1,221 22 12쪽
20 북경성(北京城) +1 15.04.29 1,257 23 11쪽
19 범씨의장(范氏義莊) +1 15.04.29 1,665 25 10쪽
18 산동성(山東省) 포정사(布政司) 회의 +1 15.04.27 1,574 22 18쪽
17 황하(黃河)는 물길을 바꾼다 +1 15.04.27 1,500 30 15쪽
16 경항대운하(京抗大運河) +1 15.04.26 1,580 29 10쪽
15 육합권(六合拳) 15.04.26 1,273 39 13쪽
14 범대인(范大人) +2 15.04.25 1,495 30 12쪽
13 산중(山中)에 홀로 살다 +1 15.04.25 1,238 32 12쪽
12 무뢰(無賴)를 죽이다 15.04.24 1,128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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