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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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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22,894
추천수 :
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4.24 00:31
조회
1,127
추천
35
글자
11쪽

무뢰(無賴)를 죽이다

DUMMY

무뢰 두 명은 아직도 자기들에게 벌어진, 정말 생각할 수도 없는 도전에 진정 당황하고 말았다. 그래도 꼬마를 따라서 1층으로 그리고 객점 앞의 공터로 나갔던 것이다. 객점마다 앞마당이 있었고, 여기는 마차를 잠시 대어놓던가, 아니면 말을 잠시 묶어놓던가 하는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냥 참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뢰 두 명에게도 이것은 뭔가 이해가 잘 안 되는 일이었다. 이때는 이미 유시가 넘어가는 즈음인지, 긴 여름의 해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땅거미가 바싹 내려와 있었다. 낮이었다면 2층에서 창문으로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불가능 하였고 그래서 2층에 있던 손님들은 대부분 이 이상한 대결 즉 도전과 응전을 보려고 객점 앞 공지로 따라 내려왔고, 1층에 있던 손님들 역시 이게 무엇인가 하여 따라 나서게 되었다.


진원성이 다시 말했다.


"둘 중에 누가 덤빌거냐?"


무뢰 두 명은 이 황당한 일을 당해서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하지 못한 채로 주위를 삥 둘러 싸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혹시 이게 어느 누가 시킨 일인지 또는 이 꼬마를 아는 사람은 없느냐 하는 것을 눈으로 묻고 있는 모양이었다.


"왜 말이 없느냐? 둘이 한꺼번에 덤빌려고 그러냐?"


얼굴에 밥 범벅을 뒤집어 쓴 놈에게 다른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형님, 아무래도 내가 오늘 저 새끼를 잡아서 안주를 삼아야 할 것 같소."


"아니다. 저 놈이 누구던지 간에 내가 오늘 잡아서 가죽을 벗겨야 하겠다. 넌 비켜라."


"아니요. 오늘은 내가 형님을 모시고 온 것인데 이런 불상사를 당했으니 이 아우가 처리하게끔 해주시요."


이 때에 진원성이 말했다.


"좋아, ...... 여기 모이신 여러분, 이것은 정당한 대결이니 누구도 끼어들지 마시오. 둘 중에 한 사람이 죽게될 터이니 끼어들지 말고 지켜만 보시요. 죽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것이요. 야 이 곰 같은 자식아, 뒈져도 좋다고 한마디 해봐라."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키로 봐서도 몸무게로 쳐서도 두 배 쯤은 될 차이이지만, 이런 상상불가의 싸움을 보게 된 사람들은 모두가 어찌되려나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게다가 관주님과 총관님은 진원성 이 아이가 자기들과 관련이 된 사실을 밝히고, 개입하여 어떤 수습을 할 기회를 잠깐 놓쳐버리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설마 어린아이를 죽이기야 하겠냐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한 켠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에-잇"


어른이 달려들었다. 단숨에 움켜쥐어버릴 기세였다. 꼬마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어른은 뒤쫓았다. 그러나 어느새 꼬마는 옆으로 비켜서서, 어른의 뒷종아리에 발길을 한번 먹였다. 종아리를 제대로 한 대 채인 어른이 대번에 다리를 절뚝거렸다. 그러나 다시 기운을 내서 절뚝거리면서도 달려들었다. 꼬마는 다시 비켜서면서, 다시 한번 어른 무뢰의 뒷종아리에 발길질을 해대었다. 아까 그 자리를 또 맞았는가 보았다. 어른 무뢰는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한발로 서서 말했다.


"요, 생쥐 같은 놈이 몸이 빠르고, 발길질이 보통으로 매섭지가 않소. 이 아우는 한쪽 다리가 마비가 되어 더 이상 움직이기가 힘이 들게 되었소. 형님이 이 쥐새끼를 잡아 죽여 주시요."


"알았다. 요 쥐새끼를 내가 쥑여버리마."


이제 다른 어른이 나섰다. 그러나 처음의 어른처럼 무대뽀로 덤벼들지 않고, 서서히 다가 들었다. 어른과 아이가 둘이서 주먹을 쥐고서 마주선 형국이 되었다. 갑자기 어른이 아이를 잡으려고 뛰어들었다. 아이는 날쌔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런 절차가 두 번이나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세 번째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물러서는 방향에 아까 아이에게 채여서 아직도 한발로 서있는 어른이 있는 방향이었다. 서있던 어른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뒤로 물러서는 아이에게 덮쳤다.


그런데 아이가 옆으로 돌아서 다시 아까 했던 것처럼 발길질을 하였고, 다른 편 종아리를 채였는지, 아까 채였던 곳을 또 채였는지 이번에는 바로 넘어져버렸다. 게다가 아우가 아이를 틀림없이 잡을 것으로 믿고 달려오던 형님은 아우가 쓰러지는 바람에 그 몸에 걸려 역시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에 진원성은 마음 속에서는 더욱 울분이 솟아 올랐다. 쥐새끼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서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이 원인인지 몰라도 가슴 속에서 계속 어떤 뜨거운 것이 넘실대는 것 같았다. 도저히 자기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고 과거에 그래 본 적도 없었기에 도저히 어떻게 표현할 길도 없었다.


진원성은 넘어진 형님이란 놈의 항문 꼬리뼈 근처를 발길질로 한 대를 먹였다. 제대로 된 겨냥으로 먹인지라, 막대기에 맞은 개구리처럼, 형님이란 놈이 두 다리를 완전히 쭉 뻗어버렸다. 그곳은 진원성이 처음 알게 된 숨이 멈추는 위치였던 것이다. 그곳이 인체의 중대 급소라는 것을 진원성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한 사람 위에 비스듬히 엎어져 있는 위치에서 그곳이 가장 겨냥하기에 적당했던 것일 뿐이었다. 그러자 한참이 있어도 형님이란 놈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아우란 놈이 아래에서 궁금했나 보았다.


"형님, 형님, 그만 일어나시오. 내가 답답해서 힘이 드요."


"......"


"형님 그만 일어나시란 말이요. 우리가 아무래도 칠보사 같은 독뱀을 만난 모양이요. 오늘은 그만 갑시다."


"......"


"이 아우도 한 발을 꼼짝도 못하게 되어서, 일어날 수도 없소. 형님 그만 일어나시오."


"......"


"앗, 형님, 형님, …... 앗, 형님이 죽었다, 사람이 죽어, 사람이 죽었다."


"너희 두 놈은 마땅하다."


"사람이 죽었다. 저 쥐새끼가 사람을 죽였어. 저, 저 쥐새끼가."


진원성은 가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이상한 불길을 이미 자제할 수가 없었다. 진원성은 형님의 옆구리에 메어져 있는 칼을 뽑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잘 뽑히지가 않았다. 진원성은 칼을 잡아채어 들었고, 아마 메었던 끈이 떨어졌던지 칼을 들 수 있었다. 칼집을 한 손에 잡고 한 손으로 칼을 뽑았다. 가까스로 칼을 뽑은 진원성은 칼집은 내던져버리고, 칼을 두 손으로 잡았다. 작은 어린이 손이었기에 두 손으로 잡아도 칼의 손잡이는 충분하였다.


"에잇, 네놈도 죽어라."


아래에 깔려 있다가 형님의 몸을 밀쳐내고, 그제서야 몸의 윗부분을 빼내서 일으켜 앉는 아우의 목을 마치 창으로 내지르듯 찔러버렸다. 칼을 빼자 피가 삼척이나 품어져 나왔으나 다행이 둘러싼 사람들에게는 뿌려지지 않았다. 머리에 칼을 맞은 사람, 둘 중에 한 사람은 산다. 목에 칼을 맞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바로 백중(魄中)을 당한 즉사였던 것이다. 진원성은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무의식 중에 한 것도 아니고, 정신이상 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불길을 막을 수가 없었을 뿐이다. 이것은 진원성 자신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는 진원성은 다시 두 손으로 잡은 칼을 높이 들어서 길게 늘어져 있는 형님의 목을 내리쳤다. 목은 반쯤 잘리고, 바로 목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와 땅바닥을 금방 흥건하게 적셨다. 이제 진원성의 두 눈만이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는 듯하였다. 진원성은 칼을 오른 손에 든 채로 어둠 속으로 마구 달려나갔다. 둘러싼 사람들이 얼른 비켜섰고, 그 뒤로 진원성은 어둠 속을 뚫고 어디론지 달려 사라지고 말았다.


한참이 지났다. 이미 어둠이 깊어져서 객점의 총관인 사람이 횃불을 가져왔다. 한여름 밤의 꿈 한편을 꾼 것 같은 사람들은 다시금 앞에 놓인 핏자국과, 두 시체를 바라보고서야, 이것이 정녕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자 연달아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꼬마가 엄청난 고수였구먼요."


"예, 고수였나 봅니다."


"이 두 늑대가 오늘 임자를 만났구먼요. 잘 뒈졌어요. 그 동안 저지른 악업의 댓가를 받은 것이에요."


"그럼요, 그 두 놈 때문에 거덜나고, 자살한 사람도 아마 열은 넘을 거에요. 잘 죽었어요. 살아있어 봐야 세상에 해악만 끼치는 놈들이에요."


"자 여러분들 들어가셔서 식사를 마저 다 드세요. 그리고 야, 영위야, 너는 아문으로 가서 포쾌 아저씨 한 분만 모셔오너라. 살인사건을 신고해야지. 어서 뛰어가라."


한시진이나 지났을까, 현장에는 이런 일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 있음을 잘 알고 있어서, 즐겁게 따라나선 아역(衙役)을 몇 명 데리고 포졸(捕卒)이 나타났다. 네 개의 횃불로 마당을 훤하게 비추어 놓고는 현장을 샅샅이 검사를 했다. 그리고 포졸은 객점 주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들었다. 객점주인의 설명에는 이관주나 휘주 상인이나 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다만, 신원을 알 수 없는, 어린 무뢰 소년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두 어른 무뢰와 시비가 붙어서,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벌였고, 순식간에 어른 두 명이 한 소년의 칼에 맞아서 죽었다고 이야기가 되었던 것이다. 무뢰 소년이라고 하는 데에서 다시 한번 포졸은 확인을 했다. '소년이 아니라 키가 좀 작은 사람이었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객점 주인은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키가 작았지요.'라고 대답 하였다. 그리고는 이관주님이 객점 주인에게 전해준, 은자 두 량을 객점 주인이 건네주자, 포졸은 누가 볼세라 얼른 받아 넣고는, 수레에 두 시체를 싣고 떠나버렸다.


발생한 지 두 시진도 지나지 않은 사건이고, 또 설명이 너무나 사실적이고 정확하였으며, 처음부터 보았다는 증인도 객점에 투숙 중인 사람들 중에 열 명도 더 찾을 수 있는지라, 더 이상 다른 의심은 해볼 여지가 없었고, 그래서 포졸 일행은 더 머물지 않고 돌아갔다. 포졸이 돌아가서 보고할 때에는 한 소년 무뢰가 키가 좀 작은 한 고수 무뢰로 바뀌었다. 만일에 소년 무뢰라고 보고하였다면 포졸은 그날 부로 장난질아니 허위 보고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으로 들어갔을 것이 너무나 뻔했던 것이다. 같이 가서 시체를 운반했던 아역들은 동전 오십 문씩 받은 것만 기억할 뿐, 어느 바보가 이것을 오래 기억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내일이면 동전들은 술과 안주로 바뀌어져, 동전 받은 그 기억마저 함께 해체시켜 소화되어, 배설하고 말 것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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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창개굴 탐사(探査) 15.05.06 1,283 23 17쪽
32 심양(瀋陽)의 범정(范程) 15.05.06 1,406 23 12쪽
31 태산(泰山) 입산료(入山料)와 각주구검(刻舟求劍) 15.05.05 1,407 22 14쪽
30 산동성 지부회의(山東省 知府會議) 15.05.05 1,358 23 11쪽
29 신문(訊問) 15.05.04 935 27 11쪽
28 평원(平原)의 전투(戰鬪) 15.05.03 973 27 11쪽
27 호랑이 송곳니 15.05.03 1,449 26 12쪽
26 대보당(戴保堂) 표두 15.05.02 1,507 22 11쪽
25 정백호(正百戶) 15.05.02 1,162 26 12쪽
24 감생(監生) 15.05.01 1,090 23 9쪽
23 조천표국(朝天驃局) 15.05.01 1,484 24 10쪽
22 왕준서와 의형제(義兄弟)를 맺다 +1 15.04.30 1,243 23 10쪽
21 첫 번째 대련(對鍊) +1 15.04.30 1,221 22 12쪽
20 북경성(北京城) +1 15.04.29 1,257 23 11쪽
19 범씨의장(范氏義莊) +1 15.04.29 1,665 25 10쪽
18 산동성(山東省) 포정사(布政司) 회의 +1 15.04.27 1,574 22 18쪽
17 황하(黃河)는 물길을 바꾼다 +1 15.04.27 1,500 30 15쪽
16 경항대운하(京抗大運河) +1 15.04.26 1,580 29 10쪽
15 육합권(六合拳) 15.04.26 1,273 39 13쪽
14 범대인(范大人) +2 15.04.25 1,495 30 12쪽
13 산중(山中)에 홀로 살다 +1 15.04.25 1,238 32 12쪽
» 무뢰(無賴)를 죽이다 15.04.24 1,128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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