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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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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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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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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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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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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범대인(范大人)

DUMMY

= 1602 년 =


항주에 다시 돌아가서 운하에서 소주로 가는 배를 타려고 하였다. 그런데 검문소에서 호패(=신분증)을 검사하였는데, 진원성에게 신분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잃어버렸다고 하였으며, 소주 휘주상단의 이관주님을 안다고 말했더니, 항주에 있는 휘주회관을 찾아가 보라고 하였다. 진원성은 항주의 휘주회관을 찾아가서 알만한 사람을 찾아 물렀으며, 결국 이관주님이 남겨두신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혹시 진원성이 찾아오면 그 사건은 탈없이 해결되었으니 걱정 말고 소주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겨두고 가셨던 것이다.


사흘을 이리저리 기다리고서야 진원성은 항주 아문에서 발행한 증명서와 노자 돈 동전 이백 문을 받아서, 소주 행 여객선에 올라 탈 수가 있었다. 여행길은 별일 없었고, 배에서 파는 밥을 사먹으면서, 주변 운하의 풍경을 둘러보면서, 5일 만에 소주에 들어서게 되었다. 소주부성을 다시 보게 되자 묘한 감회가 밀려왔다. 장원으로 찾아가서 이관주님을 뵈었다. 그리고 항주에서 휘주회관을 찾아갔던 이야기와 동전 이백 문을 받아서 백오십 문을 쓰고 오십 문이 남았다며, 동전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그 동안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렸고, 자신은 고향인 산동성으로 가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관주님은 알았다고 말씀하시고 일단 이삼 일 쉬라고 하셨다.


이틀이 지난 후에 다시 관주님을 뵈었더니 금번에 휘주상단에서 북경으로 비단을 보내는 표행이 있는데 그것을 따라서 북경에 갔다가, 다시 산동으로 가라고 하셔서 진원성도 그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이번 일을 맡은 표국은 부강표국이라는 항주에 본점이 있는 표국이었으며, 소주에도 표국의 지점이 있었고, 이미 표행 길은 출발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배에는 북경에 갈 비단 육천 필이 실려서, 길일(吉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원성은 항주에서의 검문소 경험이 있어서, 호패를 만들어 주실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이름과 성, 태어난 곳과 년시를 물었다. 그래서 이름은 진원성이고, 태어난 곳은 만일을 위해서 절강성 해녕으로 해달라고 하였으며, 태어난 일시는 9 년 전 모월 모일이라고 대답하였다. 진원성은 자신의 생일이 봄날이었다는 것만 알 뿐,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관주님은 총관을 불러서, 관아에 가서 처리해줄 것을 명하였으며, 진원성은 다음 날에 총관에게서 호패를 받았다. 진원성은 호패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과 생일을 적어놓은 것을 확인하였으며, 소주부의 휘주회관의 일꾼(=事役)이라 쓰여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진원성이 북경까지 가면서 해야 할 일은 휘주상단의 대표로 따라가는 휘주회관 범대인의 심부름을 하는 일이었다. 심부름이라면 진원성이 누구 못지않게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냥 하는 일 없이 따라간다는 것은 사실 공짜로 밥 먹는 일이어서 내키지 않는 일이었기에 오히려 잘되었다며 총관님에게 이제 가면 산동성 고향으로 간다며,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배는 운하에서 주로 화물을 운반하는 천선이었으며, 승선인원은 물건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강표국에서 나온 표두 1 명과 표사 8 명 그리고 배를 운용하는 선수(船首) 1 명과 선부(船夫) 10 명과, 물주가 되는 휘주회관의 범대인과 그의 시종인 진원성 합하여 총 인원은 22 명이었다. 물건의 출발지는 소주부이며, 물건의 도착지는 북경성 내의 휘주회관이었다.


표행 일행은 사 월 십오 일이 길일(吉日)이라고 하여 출발하였다. 진원성은 소주부성을 마지막으로 보고 뒤로하며, 북행으로 수로를 들었다. 진원성에게는 옆 집에 놀러 가는 사람처럼 짐 보따리 하나 없었다. 그리고 화물선이라 선실이 부족하여 임시로 나무 칸막이를 하여 선실이 네 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선실은 표두에게 하나, 표사들에게 두 개를 배당하고, 범대인과 진원성에게 하나를 배당하였다. 배를 운용하는 선수와 수부(水夫)들에게는 원래에 있던 방을 그대로 쓰게 하였다.


진원성이 범대인을 처음 뵌 것은 과거에 장원에서 관주님과 함께였다. 그 이후로도 뵐 때가 있어도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얼굴만 스쳐 지났으나, 배에서 이제 새롭게 만나니, 참 자상하신 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원성이라고 했지. 9 살이라고 하였는데, 나이에 비해서 좀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별로 작지도 않구나."


"예, 지난 겨울에 좀 많이 자란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작은 편이지요."


"그래, 경사(京司 = 北京)에는 이번이 처음이겠지?"


"예......"


"그리고 표행 후에는 산동성에 머문다고 그러시더라. 관주님 말씀이......"


"예, 그렇게 해보려고요."


"산동성에 누구 아는 사람이 있느냐? 부모님이 모두 다 돌아가셨다고 그러시던데......"


"예, 아마도 백부님이...... 모르겠어요. 아직도 거기에 사실지 어떨지요?"


"그래 네 나름대로 어떤 사연이 있겠지만. 나는 네가 내 맘에 든다. 같이 있는 동안이라도 맘 편히 지내고 뭐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거라. 나는 이 길을 많이 다녀서 네가 묻는 것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을 거다."


"예."


"여기에 방 한 칸이 너하고 나하고 같이 쓰게 된 방이다. 넌 짐이 아무것도 없구나."


"예, 필요하면 조금씩 사서 쓰면 되겠지요. 관주님이 동전을 삼백 문을 주셨는데요."


"그래도 되고, 이 상자에 대충 필요한 것들이 있단다. 양치에 쓰는 소금과 세면에 필요한 면포들하고, 또 실 바늘도 있고, 급체할 때 먹는 약도 있고, 하여튼 궁금한 것이든 뭐든 다 나에게 이야기하거라."


"예, 그런데 장사에 대한 것도 물어 봐도 되요?"


"그럼 물어봐도 되지. 뭐 아주 특별한 것은 장사에서도 비밀이라고 할 것이 있는데 말이지 그런 것은 대답을 해줄 수 없지만, 웬만한 것은 다 물어봐도 된단다. 아마 네가 물어볼 만한 것에는 비밀이랄 것도 없을 게다."


"여기 표국이란 데서 사람이 와 있는데, 이 사람들은 도둑으로부터 물건을 지키기 위해서 와있는 것이지요."


"그렇다. 언제 어디서 도둑이나 강도가 들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지키는 사람이 필요하지."


"예, 그러면 지금처럼 표사 아저씨들이 9 명이 나와서 경사까지 지켜주면 얼마나 돈을 받나요?"


"왜 너도 표국 일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구나. 보통 각두(脚頭) 아저씨들이 한 달에 받는 돈이 한 냥 정도인데, 표사는 한량 반 정도 되지. 그러나 표사는 만일에 일이 터지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게 되지. 그래서 결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란다. 그럼 아홉 명 이니까, 그리고 왕복으로 계산하면 넉 달이니까, 참 표사 아저씨 들 중에는 표두가 있단다. 그 분은 두 배니까, 10 명으로 치고, 넉 달이니까, 60 량쯤이 인건비가 되겠구나."


"예 그렇군요. 이렇게 배를 빌려서 물건을 싣고 가는 값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봐도 되요?"


"응, 좀 이야기가 길어진다만. 잘 들어보거라. 이렇게 이 배를 움직이는 값을 생각해보자. 배 움직이는 데도 60 량쯤 배에서 일하는 수부들 인건비가 들어간다고 계산해 보자, 그 다음에 배를 빌리는 값은, 넉 달에 아마도 250 량은 될 거라고 본다. 그 다음에 물건을 도적 맞거나 손괴 되거나 하는 경우에 손해배상을 해주는 걸 대비해야 하지 그 돈도 한 백 량 접어두고, 그럼 표사들 값까지 더해서 470량 정도고, 그 다음에 표국에서도 이문을 남겨야지, 이문은 한 300 량쯤으로 보자면, 그리고 도중에 나가는 경비들이 약 150 량에서 200 량 정도로 보고, 게다가 북경에서는 입경 시에 상품세를 일 할 정도 내야 하지. 그러니까 200 량 정도 낸다고 보면 총 얼마나 될까?"


"일천이백 량이 되겠네요."


"그래 그 정도가 이 물건들을 소주에서 경사까지 옮기는 값이 되겠구나."


"도중에 나가는 경비들이라는 것은 또 뭐지요?"


"그것은 우리가 경사까지 운하를 타고 가는데, 그 운하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 돈이 들어갈 것 아니겠냐? 그래서 운하를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그 값을 내는데 배의 크기에 따라서 정해진 돈을 낸단다. 이 배의 경우는 다섯 구간(당시 경항대운하를 팔백 리 전후 길이로 다섯 구간으로 나누어 이용구간에 대해 이용료를 부과하였다)이니 50 량 정도가 되지, 그리고 이제 가다 보면 알겠지만, 도중에 갑(閘)이나 홍(洪) 같은 게 나오면 그 때마다 또 돈을 들여야 한단다. 갑이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여기를 통과하면 배마다 갑문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고료를 조금씩 내야 하지, 그리고 홍이라는 것은 물살이 세서, 배를 밧줄로 묶어서 앞으로 끌어줘야 하거나 뒤에서 잡아줘야 하는 곳을 말하는데, 수 백 명이 밧줄을 잡아 끌어 당기지. 이 때에도 수고료를 내야 한단다."


진원성은 충격을 좀 받았다. 자기는 아직 어린아이 이고, 물어보라고 해서 간단한 거라고 생각하고 표국에 대해서 물었는데 아주 세세하게 가르쳐 주시는 것이 정말로 자기를 귀하게 여겨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 ... ..."


"또 가끔은 배에 실린 화물을 검사하러 나온 순검(巡檢)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오시면 나중에 요기라도 하시라고 은자 한 두 량을 예로 드리는 거란다. 그런 돈들이 결국 150 량에서 200 량쯤 들어가지."


"예, 저는 그런 것을 오늘 처음 들어서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생각해보다 모르면 다시 한번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려무나. 자꾸 물어봐야 하나라도 배우는 게 나온단다. 묻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똥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 비겁한 일이란다. 알겠지."


"예. ......"


진원성은 첫날부터 좀 감격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었다. 집에서 얼떨결에 주먹밥 열 개 싸주시며 가라고 해서 집에서 떠난 이후로,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진원성에게 이렇게 찬찬히 진원성이 알아듣기를 바라며 이야기 해준 사람이 있었던가? 그래, 목숨을 구해주신 무상도인 할아버지가 있었지, 그리고 장사 밑천을 동전 열두 푼에 넘겨주신 점술사 할아버지 그리고 ...... 이 소저가 있었나? 진원성이 잠깐 딴 생각을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는 또 이어서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 이번 우리가 싣고 가는 이 비단은 은 한 량에 세 필이니까, 모두 육천 필이니까 이천 량 어치 물건인데 북경에 가면 경비와 이익을 합해서 보자면 사천 량을 받아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까 비단 한 필 값이 소주에서 한 량 어치면 북경에서는 두 량이 되는 거란다."


"그렇군요. 잘 알겠어요. 그럼 쌀값도 소주보다 북경이 두 배가 되나요?"


"그것은 좀 다르단다. 쌀은 남쪽에서도 많이 나지만, 경사 근처에서도 꽤 많이 생산이 된단다. 그런데 비단은 거의 남쪽에서만 생산이 되거든, 그래서 쌀값과 비단 값과는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이 좀 다르단다."


"......"


"앞으로 두 달 간 같이 갈 거니까, 내게 많이 물어보고 많이 배우려무나,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면, 내가 뭐라고 했더라. 말해보렴."


"똥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 비겁하다."


"하 하 하"


"......."


"아무한테나 마구 물어보면 안 된다. 나같이 너를 맘에 들어 하는 사람에게만 마구 물어보아도 되는 거란다. 하 하 하"


이렇게 두 달 간의 범대인과 진원성의 경항대운하 북행 4천 리는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서기 1600 년 경의 물가에 대해서, 당시 각부(脚夫 =잡부)의 하루 일당은 중식 제공 후, 동전 25 문이었고요, 당시 가장 좋은 직장이 표사직인데 월례(=월급)이 은자 한량 반 정도였습니다. 은자 한 량은 동전 1000 문을 기준으로 은값이 변화함에 따라 900 문에서 1100 문 사이를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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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3 I여울각시I
    작성일
    15.08.09 11:11
    No. 1

    담담하니 글이 참 일기에 편합니다. 덕분에 눈요기 잘하고 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떡봉이
    작성일
    18.09.21 23:20
    No. 2

    이런 글을 이제야 접합니다 초반이지만 느낌이 사조영웅전?같은 대서사시의 초입을 보는듯한 느낌이네요 후속편도 있고...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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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백호파(白虎派)의 대두(擡頭) +1 15.05.10 1,305 17 13쪽
36 제남 3 방회 단합회(團合會) 15.05.09 1,298 23 16쪽
35 생떼질 자매(姉妹)를 전담하고, 천자문을 배우다 15.05.08 1,194 21 15쪽
34 점소이(店小二)가 되다 15.05.07 1,283 20 13쪽
33 창개굴 탐사(探査) 15.05.06 1,283 23 17쪽
32 심양(瀋陽)의 범정(范程) 15.05.06 1,406 23 12쪽
31 태산(泰山) 입산료(入山料)와 각주구검(刻舟求劍) 15.05.05 1,406 22 14쪽
30 산동성 지부회의(山東省 知府會議) 15.05.05 1,358 23 11쪽
29 신문(訊問) 15.05.04 935 27 11쪽
28 평원(平原)의 전투(戰鬪) 15.05.03 973 27 11쪽
27 호랑이 송곳니 15.05.03 1,449 26 12쪽
26 대보당(戴保堂) 표두 15.05.02 1,507 22 11쪽
25 정백호(正百戶) 15.05.02 1,162 26 12쪽
24 감생(監生) 15.05.01 1,090 23 9쪽
23 조천표국(朝天驃局) 15.05.01 1,484 24 10쪽
22 왕준서와 의형제(義兄弟)를 맺다 +1 15.04.30 1,243 23 10쪽
21 첫 번째 대련(對鍊) +1 15.04.30 1,221 22 12쪽
20 북경성(北京城) +1 15.04.29 1,257 23 11쪽
19 범씨의장(范氏義莊) +1 15.04.29 1,665 25 10쪽
18 산동성(山東省) 포정사(布政司) 회의 +1 15.04.27 1,574 22 18쪽
17 황하(黃河)는 물길을 바꾼다 +1 15.04.27 1,499 30 15쪽
16 경항대운하(京抗大運河) +1 15.04.26 1,580 29 10쪽
15 육합권(六合拳) 15.04.26 1,273 39 13쪽
» 범대인(范大人) +2 15.04.25 1,495 30 12쪽
13 산중(山中)에 홀로 살다 +1 15.04.25 1,238 32 12쪽
12 무뢰(無賴)를 죽이다 15.04.24 1,127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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