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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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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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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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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5.0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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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심양(瀋陽)의 범정(范程)

DUMMY

심양성(瀋陽城)은 높은 곳은 3 장 5 척 정도 낮은 곳은 2 장 5 척 정도였으며, 소주성보다는 성벽의 높이가 높았으므로 처음에는 소주성보다 큰 성인줄 알았으나, 크기는 짐작보다 작았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니, 진원성이 북경성의 선무문과 정양문 사이를 오가면 눈짐작으로 재 보았던 그 거리보다 오히여 더 작을 것 같은 성이었고, 건물 들도 중심부에 있는 몇 채의 큰 건물 말고는 이렇다할 건물 들도 없었다. 그 큰 건물 중에 하나가 범대인의 백부라는 범홀 대학사의 집이었고, 심양 휘주회관에서는 걸어서 일다경 쯤 걸리는 거리였다. 범홀 대학사는 이미 돌아가셨고, 범홀의 장자인 범남(范楠)이라는 범대인의 종형(從兄)이 살고 있었는데, 범남은 심양성 수비대 지휘첨사직에 있는 군관(軍官)이었다.


그리고 범남 첨사의 동생은 역시 군관으로써 철령위(鐵嶺衛)에 나가있다고 하였다. 범대인과 진원성은 그 날부터 범지휘첨사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범남은 범대인보다 나이가 더 많은 듯 흰 머리도 많이 있었고, 아들은 삼형제인데 두 아들은 둘 다 무관으로 산서성 대동 근처 국경장성에 있다고 하였고, 진원성보다 두 세 살 어린, 늦게 본 막내 아들이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범씨는 무관을 배출하는 집안이었다.


다음날 범대인은 진원성에게는 성 밖으로는 나가지 말고 성안에서 구경하며 지내라 말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보러 나가셨다. 진원성은 첫 날은 성 내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였고, 가끔씩 보게되는 북방민족 들의 모습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머리를 이상하게 앞쪽을 짜르고, 뒷머리만 세 갈래로 묶은 사람들도 가끔 눈에 보이고, 그게 아니면 그냥 머리를 위로 묶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저런 것들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고, 한 군데에서 진원성은 화석(火石 부싯돌과 화면 火綿 이 함께 묶여져 있었다.) 파는 것을 발견해서, 동전 50 문을 주고 그것을 하나 샀다. 해녕의 산 속에서 살면서 꼭 있었으면 했던 것이 화석과 소금과 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었는데, 화석은 북경에서도 파는 것을 볼 수가 없었던 터라, 눈에 띠자 반가웁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손칼은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 북경성 휘주회관 창고에서 표물 중에서 하나를 슬쩍 주머니에 담았던 것으로 여섯 치 정도 길이의 것이었다.


범대인은 먼저 싣고 온 물목 들을 처분하는 일에 들어갔다. 심양 휘주회관의 관주님을 통해서 심양에 있는 상인들을 불러모아, 들여온 물목 들을 보게하고 흥정을 했다. 세금을 뜯어가야 할 징세리 한 명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알고 나타나서 범대인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제 성문으로 물목을 실은 조천표국의 마차 들이 들어 올 때에 이미 세금을 얼마나 메겨야 할 것인지 결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실린 물건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세금을 메겼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범대인은 하는 수 없이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겠냐고 묻고 마차 대당 200 량 이며 다섯 대이니 백은 1000 량이라는 것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심양 휘주회관 관주도 옆에서 거들었으나 금액을 조정하기에는 시간만 지나가고 역부족이었다. 결국은 징세리한테 1000 량을 뜯기고 말았다. 징세리에게 얻은 소득이 있다면, 여기서 물목을 다시 만들어 북경으로 갈 때에는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사흘이 걸려서 물목을 모두 처분하고 나니, 심양 회관의 수수료도 제하고, 조천표국에서 표물운송비로 은자를 주고, 물목 손실 본 것의 보상으로 받은 은자까지 합하여 이번 심양행 장사는 1000 량이 남는 장사였고, 북경과 휘주의 반씩 합작이니, 소주 휘주회관 몫의 이익은 500 량이었다. 목숨이 오락가락 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여기서 물건을 해가지고 북경으로 가면 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범대인은 다시 총 4천 량의 물목을 이곳의 특산물로 구입하고자 하였다. 또 심양 휘주회관도 이번 기회에 같이 거들면 분명 돈이 만들어지는 좋은 기회인지라 이천 량을 합작하기로 하였는데, 심양 회관의 이천 량 중에 천 량은 징세리가 심양 회관주에게 밀어넣은 돈이었고, 눈치 빠른 징세리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끼어들어 결국은 징세리는 세금으로 받은 1000 량을 다시 이번 장사에 투자를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심양 휘주회관의 관주 님과 범대인은 물목 구입차 사흘 동안 무순마시를 한번 다녀 올 생각을 하였다. 범대인은 아침에 떠나면서 진원성에게 다시 한번 타일렀다.


"성 밖에는 나가지 말고, 성 안에서만 구경을 하거라."


진원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호흡공부와 창술을 한 시진 정도 하는 것이 첫 번째 일과였다. 호흡공부를 많이하면 단전 부근이 묵직해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또 그것을 푸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그점이 걱정도 되어서 많이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얼른 세면을 하고 아침을 먹고, 범대인의 아침 시중을 들고서, 범대인이 출타한 다음에는 자유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범대인이 무순으로 가신 후에는 성 안 구경도 이제 할만큼 해서 더 이상 볼 게 없었고 하여,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사(巳)시가 지나고 오(午)시가 되기 전인데, 한 아이가 집에 들어섰다. 진원성은 그 아이가 바로 범대인에게서 들은 셋째 아들임을 짐작하였다. 그 아이도 아마 범대인에게 인사를 하였을 터이며, 진원성에 대해서 한마디를 들었을 것이었다. 진원성이 첫 눈에 보았던 것은 그 애가 들었던 나이보다 키가 껑충하게 커서, 자기와 거의 키가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수를 쳐서 말을 꺼냈다. 그러나 진원성은 당숙질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하여 머뭇거리고 말았다.


"네가 범대인의 거 뭐냐? 뭐라고 하지?"


"맞아, 내가 범대인 당숙의 조카, 당질(堂姪)이라고... "


"그래, 당조카... 네 이름이 뭐냐? 만나서 반갑다."


진원성은 마냥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던 차에 새로운 얼굴을 만났으니, 말로만 반가운 것이 아니라 맘 속으로도 반가웠다.


"난, 범정(范程)이라고 한다."


"난 휘주회관의 일꾼이고, 이름은 진원성이다, 또 내 나이는 아홉 살이다. 넌 여섯 살이지. 그런데 네 이름이 왜 한 글자 뿐이지?"


"나 여섯 살이지만, 이제 거의 일곱살이다. 그래도 네가 형인 것은 맞다. 이름은 우리집은 대대로 이름을 한 자씩으로 짓는 것이 내림인가봐.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나도, 형들도 다 이름이 한 자씩이거든. "


"지금 넌 어디 갔다가 오는 거냐?"


"난 글을 배우고 오는거다. 금년부터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해서, 이제 천자문을 거의 다 배웠어."


"그래, 난 천자문을 반 밖에 못 배웠는데 ... 아무튼 오늘 오후에는 뭐 할테냐? 난 할 일이 없어서 뭐하고 놀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


"그럼 내가 창개굴 구경시켜 줄까?"


"창개굴이 뭔데?"


"성의 동문 밖에 오리 쯤 가면, 자그마한 산이 하나 있고, 그 산에 굴이 하나 있는데, 그 굴 이름이 창개굴이야."


"그 굴에 뭐가 있는데?"


"나도 뭐가 있는지는 몰라, 굴 안으로는 안들어가 봤거든, 안에는 깜깜해서 들어가려면 횃불이 있어야 되."


"흐음, 너도 안 가봤다면서 구경을 시켜준다고 ..."


"응 사실 나도 그 안에 뭐가 있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좀 무서워서 ... 이 근처에 아이들 모두 그 굴에 들어가 본 애는 하나도 없다. 다들 무서워하거든. 네가 형이니까 나를 데리고 한번 가줄래?"


"뭐, 나를 구경 시켜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구경을 시켜달라는 말이 아니냐?"


"흠,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됐네. 그래 형이니까 좀 덜 무서울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를 한번 데리고 가서 구경시켜 주라."


"음, 이거 어떻게 한다? 범대인님이 성 밖으로는 나가질 말랬는데..."


"뭐, 우리 둘이서 살그머니 나갔다가 돌아오면, 누가 그것을 알 수 있겠어?"


"내일은 너 언제 집에 돌아오냐? 오늘은 좀 늦은 것 같다. 횃불도 준비해야 되고, 그리고 산에 갈려면 좀 준비할 것도 있고, 그래서 ... "


진원성은 범정이 몰래 성밖을 나갔다가 오자는 말에 좀 꿀리기 싫다는 생각으로 범대인의 명을 어기고서, 모처럼 맞은 휴일에 산에 가서 좀 놀다 올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일찍 올께, 내일 가자. 그러면 오늘은 뭘 준비해야 되니?"


"응, 횃불은 어제 성 안에 돌아다니다 보니 파는 게 있더라. 그리고 굴 안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르니, 가짜 활도 준비해야 하고, 조그만 칼도 있어야되. 그리고 혹시 집에 대나무가 있냐?"


"대나무가 있으면, 그걸로 ... "


"가짜 활을 만들게, 내가 가짜 활은 만들 줄 알거든, 혹 굴 안에 독수리라도 있으면 쏘아서 도망가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독수리는 높은 나무나 바위 틈에서 산다고 그러던데..."


"아무튼 뭐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이것 저것 준비해가야 하는 거야."


이로부터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아서 진원성과 범정은 완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서, 본격적으로 동굴 탐험 준비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밧줄이라든지 비상식량이라든지 하는 정작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는 둘다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고, 그저 성 밖에 있는 굴에 살짝 고개를 디밀고 안에 무엇이 있나 하는 것만 보는 것으로 목표를 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둘이는 오후에 횃불을 4 개 사고, 주먹밥은 내일 출발 할 때에 두 개를 사기로 하였고, 대나무는 집에 있는 것이 마침 눈에 띄어서, 진원성이 그것을 잘라서 장난감 활 두 개를 만들었다. 진원성은 대나무 쪽을 3척 길이로 잘라서 두 겹으로 붙여 묶어서 강한 활대를 만들었다. 이것은 해녕에서 대나무로 활을 만들 때에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이렇게 만들면 적어도 4 - 5 장은 정확하게 날아가 주는 활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정은 옆에서 진원성의 조수가 되어 대나무를 다듬는 일도 하고, 묶는 데에 손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또 화살 촉도 없고 날개도 없는 대나무 화살 열 몇 개를 만들었으며, 작은 칼은, 진원성은 준비해둔 것이 있어서 되었고, 범정은 집 안에 남아있던 형들의 물건들 틈에서 칼을 하나 찾아와서 챙겨두었다.


그렇게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진원성은 자기가 해녕(海寧)에서 산 속에 혼자 살던 때의 이야기를 범정에게 들려주었다. 사람을 죽이고 도망갔다고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갈 데가 없어서, 산 속으로 갔다고 말했으나 범정은 이 말의 빈틈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래서 진원성이 들려주는 산 속에서 혼자하는 생활은 그야말로 어른 들의 간섭이 전무한, 절대 자유와 낭만이 넘치는 그런 환상의 경험으로 각색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맨손으로 고기잡던 이야기를 하던 중에 다시 소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진원성은 했다. 화석(火石)을 샀으니 소금이 있다면 무엇이든 구워서 소금을 찍어먹을 수가 있을 것이었다. 산이면 개울도 있을 것이고, 개울에는 고기든 뭐든, 잡아서 구어먹으면 맛있을 것이었다.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진원성이 소금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범정은 어디선가 조그만 주머니 하나를 구해와서, 부엌으로 가서 그 속에 소금을, 두 줌이 실히 되게 넣어가지고 왔다. 이것으로 동굴 탐험의 준비는 완벽하게 끝난 셈이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또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 그래 물이 없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진원성은 내일 떠나기 전에 물 주머니를 구해서 물을 가득 채워서 떠나야 한다고 범정에게 말해 주었다. 범정은 마침 형 들의 물건 들 사이에서 칼을 찾다가, 말 안장에 걸어두는 가죽물통을 보았던 기억이 나는지라, 손벽을 치며 환호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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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추관(推官) 풍청남(馮靑男) 15.05.13 1,144 15 16쪽
39 미래법(未來法)을 읽다 15.05.12 1,313 22 11쪽
38 백사도(白沙島)와 보인(寶引) 15.05.11 1,103 20 13쪽
37 백호파(白虎派)의 대두(擡頭) +1 15.05.10 1,306 17 13쪽
36 제남 3 방회 단합회(團合會) 15.05.09 1,298 23 16쪽
35 생떼질 자매(姉妹)를 전담하고, 천자문을 배우다 15.05.08 1,194 21 15쪽
34 점소이(店小二)가 되다 15.05.07 1,283 20 13쪽
33 창개굴 탐사(探査) 15.05.06 1,283 23 17쪽
» 심양(瀋陽)의 범정(范程) 15.05.06 1,407 23 12쪽
31 태산(泰山) 입산료(入山料)와 각주구검(刻舟求劍) 15.05.05 1,407 22 14쪽
30 산동성 지부회의(山東省 知府會議) 15.05.05 1,358 23 11쪽
29 신문(訊問) 15.05.04 935 27 11쪽
28 평원(平原)의 전투(戰鬪) 15.05.03 973 27 11쪽
27 호랑이 송곳니 15.05.03 1,449 26 12쪽
26 대보당(戴保堂) 표두 15.05.02 1,507 22 11쪽
25 정백호(正百戶) 15.05.02 1,162 26 12쪽
24 감생(監生) 15.05.01 1,091 23 9쪽
23 조천표국(朝天驃局) 15.05.01 1,484 24 10쪽
22 왕준서와 의형제(義兄弟)를 맺다 +1 15.04.30 1,243 23 10쪽
21 첫 번째 대련(對鍊) +1 15.04.30 1,221 22 12쪽
20 북경성(北京城) +1 15.04.29 1,257 23 11쪽
19 범씨의장(范氏義莊) +1 15.04.29 1,665 25 10쪽
18 산동성(山東省) 포정사(布政司) 회의 +1 15.04.27 1,574 22 18쪽
17 황하(黃河)는 물길을 바꾼다 +1 15.04.27 1,500 30 15쪽
16 경항대운하(京抗大運河) +1 15.04.26 1,580 29 10쪽
15 육합권(六合拳) 15.04.26 1,273 39 13쪽
14 범대인(范大人) +2 15.04.25 1,495 30 12쪽
13 산중(山中)에 홀로 살다 +1 15.04.25 1,238 32 12쪽
12 무뢰(無賴)를 죽이다 15.04.24 1,128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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