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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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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42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3.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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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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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소녀의 눈물

DUMMY

“헬렌!”


잠들어 있는 것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헬렌을 보자마자 화명은 달려갔다.


“화명 조심해!”


푸욱


“윽”


누군가 화명의 뒤로 접근해 단도를 찔러넣었다.


“제길”


어깨에 박힌 단도를 뽑아 거칠게 집어던지고는 자신을 찌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다름 아닌 왕이었다.


“너도 마녀도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헬렌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단도에는 용도 죽일 수 있는 독이 묻어 있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걸로 나는 예언으로부터 왕국을 지켰다.”


화명은 천천히 왕에게 다가갔다.


“저 애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불의 마녀라는 것 그게 잘못이다.”


화명은 검게 물든 검을 높이 들고서 망설임 없이 내려쳤고 선혈이 벽과 화명의 얼굴에 흩뿌려지고는 왕은 힘없이 쓰러져 바닥을 붉게 만들었다.


검을 한번 휘둘러 피를 털어내고는 검집에 집어넣은 뒤 화명은 헬렌에게 다시 갔다.


“헬렌...”


아련하게 헬렌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화명은 헬렌을 들어 올리고서 내려왔던 계단을 올라갔다.


“아...”


계단을 올라가 보니 앨런이 기다리고 있었고 헬렌을 안고 나온 화명의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화명”


앨런을 지나쳐 긴 복도를 천천히 힘없이 걷던 중 페오를 만났다.


“마녀는 어떻게 된 거지?”


그 물음에 화명은 말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페오도 앨런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명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고 페오는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마녀척살단이 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고 순식간에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화명 어서 가!”


페오가 병사들의 접근을 막아주었지만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윽”


옆구리를 베인 화명은 무릎을 꿇었지만, 헬렌을 놓치지는 않았다.


“으악!”


“화명 어서 일어나라”


페오가 재빨리 다가와 준 덕분에 그 이상의 일은 없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헬렌을 놓치며 옆으로 쓰러졌다.


“왜 그래?!”


“아...”


깜짝 놀란 페오가 다가왔지만,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단검에 묻어 있던 독 때문인지 왕의 말대로 화명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제길!”


이 순간에도 병사들이 공격해 왔기에 페오는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헬렌...”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 있는 헬렌에게로 손을 뻗었다.


힘겹게 헬렌의 손을 잡았고 미약하지만,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미안해...”


두 손을 맞잡은 채 화명의 눈은 서서히 감겼다.


“여기까지 왔는데 죽기에는 아깝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 화명, 너 아직 죽지 않았어.”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조금씩 힘이 돌아왔다.


“허억”


길게 숨을 들이켜며 화명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허어 허어”


거칠게 숨을 내쉬어 호흡을 가다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눈 감은 채 누워있는 헬렌, 자신을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에밀리, 앞에서 열심히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페오 그리고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왜 여태껏 잊고 있었을까?


분명 전생에서 봤으면서


“하룬델?”


“그 이름 오랜만에 듣네”


“하도인?”


“그게 더 익숙하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내가 불사의 몸을 갖게 된 거 잊었어?”


전생의 기억에서 검에 찔려도 시겔이 늙어 죽어도 하룬델은 죽지도 늙지도 않았었다.


“그러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거야?”


“그렇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유롭게 웃음을 짓는 모습을 화명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지만 일단은 헬렌부터 치료하자”


“아 맞다!”


워낙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어?”


“아니 그건 불가능해”


혹시나 하룬델이라면 가능하지 않을 까 생각했지만 단호한 대답을 들으니 다시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죽지만 않았다면 치료할 수 있어.”


“그 말은 아직 헬렌이 죽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 아직 살아있어 하지만 언제 숨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야.”


“그럼 어서 빨리!”


“진정해”


흥분하여 날뛰기 일보 직전의 원숭이 같은 화명을 진정시키고는 하룬델은 헬렌 위에 양손을 올렸다.


“너는 쟤나 도와서 다른 놈들 접근하는 거나 막아”


“알겠어”


화명은 검을 들고서 힘들게 병사들을 상대하고 있는 페오의 옆으로 갔고 하룬델은 눈을 감았다.


“생각보다 심각하네”


초록빛 마력이 뿜어져 나와 헬렌의 몸을 뒤덮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빛은 더욱 강해졌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은 행동을 멈추고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됐다.”


“헬렌!”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자 화명은 다시 돌아와 헬렌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독을 전부 빨아냈으니까 이제 괜찮을 거야”


하룬델의 말처럼 헬렌의 얼굴의 혈색이 조금이나마 돌아온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 하룬델 아니 하도인”


말없이 웃고는 하룬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자”


“그래”


화명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헬렌을 들었고 셋은 빠르게 들어왔던 성문 쪽으로 향했다.


“페오!”


마녀척살단은 어느새 성의 중심지까지 들어와 있었고 그들을 본 하라즈가 소리쳤다.


“일은 잘 해결 된 거야?”


“어떻게든”


화명의 품 안에 안긴 헬렌을 보면서 하라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은 나가도록 해 나는 여길 마무리 해야 하니까”


이미 왕궁 내의 질서는 무너져 버렸고 완전히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도 여기 남겠어.”


페오의 결정에 하라즈는 웃었다.


“그래 그렇게 해”


화명을 바라보며 페오는 허락을 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고마웠어 페오”


작별 인사를 주고받은 뒤 둘은 헤어졌고 화명과 하룬델은 서둘러서 왕궁을 벗어났다.


“아! 이렇게 뛰어다닐 필요 없지!”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하룬델은 허공에 원을 그리듯이 손을 크게 돌리자 다른 공간과 연결된 원이 생겼다.


“들어가자”


화명이 조심스럽게 들어가고 뒤이어 하룬델이 들어갔다.


“여긴...”


“오랜만이지?”


“어렸을 적에 살았던 곳을 어떻게 잊겠어.”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고 어찌 보면 화명이 여길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헬렌은 여기 눕혀”


하룬델이 가리키는 다 낡아빠진 소파에 조심스럽게 헬렌을 눕히고서 화명은 눈을 떼지 못했다.


“걱정 마 곧 일어날 거야”


그런 화명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하룬델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지?”


하룬델은 의자에 앉은 채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화명도 의자에 앉으니 하룬델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어떻게 불사의 몸이 된 거야?”


원래라면 전생에 들었어야 답을 이제서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여기서 보던 책 기억나?”


“마법 배운다고 보던 책?”


“응”


“그게 왜?”


“그게 사실은 마도서였어 본 사람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는”


“뭐?!”


그런 신비한 책이 왜 이런 빈민가에 그것도 하룬델이 들고 갖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책이 그런 마도서 인지는 어떻게 알았어?”


“마법 학원에 들어가서 배웠지, 사라져버린 전설의 마도서”


“그럼 나랑 에밀리는 안되고 왜 너만 불사의 몸이 된 건데?”


“최초로 읽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어.”


혹시나 자신은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놀리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눈빛을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거는 너랑 연관된 거야?”


“연관되어 있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보낸 거야”


“네가? 왜?”


“친구들의 복수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복수?”


뜬금없는 복수라는 단어에 화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친구를 잃고 혼자 남겨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것 말고는 없잖아”


지금 하룬델의 얼굴은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했다.


“복수를 위해 이 일을 꾸며놓고 어째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야?”


“왕국을 무너뜨리려면 예언이 이뤄져야 하는데 내가 개입하면 예언 자체가 틀어질 수 있어서 그랬어.”


“그럼 지금은 왜 모습을 드러낸 건데?”


“예언이 이루어졌으니까”


이제는 어디서부터 이 세계를 이해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미안해”


갑자기 하룬델은 사과했다.


“아무리 네 전생이라 해도 너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휘말리게 해버려서”


“사과하기에는 이미 늦었어.”


“그렇겠지”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화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야”


“그렇지”


하룬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해?”


“뭘 하냐니?”


“예언이 이루어졌다면 왕국이 멸망한다는 건데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지”


하룬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돌려보내 줄까?”


“아니”


화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헬렌에게 다가갔다.


“내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에밀리 하고도 이야기해야지”


“아...”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 하룬델에게 던졌다.




검을 받아든 하룬델은 불안한 눈빛으로 화명을 바라보았다.


“난 할 이야기가 없는데”


“넌 없어도 난 많아”


갑자기 들려오는 에밀리의 목소리에 하룬델은 움찔하고는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안녕?”


“아...안녕?”


“오랜만이네”


“그러네...?”


“그럼 얘기 좀 해볼까?”


화명이 헬렌의 상태를 지켜보는 동안 에밀리와 하룬델은 대화를 빙자한 폭력을 진행했다.


“으...”


“헬렌! 정신이 들어?”


두통이 있는 것인지 이마를 짚으며 헬렌이 몸을 일으켰다.


“화명? 여긴 어디예요?”


어두컴컴한 공간과 메케한 공기가 낯설게 느껴져서인지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내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곳이야”


“전생 말인가요?”


“응 맞아”


“제가 어째서 여기 있는 건가요?”


“왕궁으로 간 거는 기억나?”


기억이 흐릿한 것인지 헬렌은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마차를 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은 기억나지 않아요”


“왕국에서 예언을 무너뜨리려고 너를 부른 거였어”


“그렇군요...”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던 것인지 잠깐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 괜찮을 거야”


화명이 웃으며 말하자 헬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왕국은 예언대로 무너졌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나와 페오 그리고 마녀척살단이 왕궁을 공격했어 그리고 내가 왕을...”


화명은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굳이 끝까지 하지 않아도 이미 헬렌은 이해했다.


“화명, 당신이 절 구해주신 거였군요”


모든 것을 이해한 헬렌은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괜찮아? 어디 아파?!”


“아뇨 아픈 곳은 없는데...”


헬렌의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기에 화명은 그저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러자 조금씩 흘러내리던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헬렌 괜찮아? 왜 울어?”


울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한창 싸우던 에밀리와 하룬델이 다가왔다.


셋이서 열심히 달래주었지만 한 번 시작된 헬렌의 울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고 낡은 집안에 아직은 여린 소녀의 울음소리가 가득 메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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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눈물 21.03.07 62 0 12쪽
82 구하러 가는 길 21.03.05 68 0 12쪽
81 예언을 위한 시기 21.03.04 70 0 13쪽
80 누나와 동생 21.03.03 71 0 12쪽
79 이제 네 차례다 +1 21.03.01 72 1 12쪽
78 마녀척살단의 수장 21.02.27 69 0 11쪽
77 재회 21.02.25 76 0 12쪽
76 결승전 21.02.24 69 0 12쪽
75 익숙한 만남 21.02.23 69 1 12쪽
74 검술 대회 21.02.22 70 0 12쪽
73 연결과 속박 21.02.21 75 0 12쪽
72 다시 돌아오다. 21.02.20 78 0 12쪽
71 금기된 마법 +1 21.02.19 72 1 14쪽
70 도망치자 21.02.18 82 1 12쪽
69 조금씩 앞으로 21.02.17 69 1 12쪽
68 하얀 마녀 21.02.16 88 0 11쪽
67 초승달 뜬 밤 21.02.15 71 0 12쪽
66 오두막 속 친구들 21.02.14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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