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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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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36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18 18:00
조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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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도망치자

DUMMY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의 허공에 원이 그려졌다.


“아얏!”


원이 토해내듯이 셋을 내뱉었고 하룬델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직 이 마법은 연습이 더 필요하겠네”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하룬델이 원을 향해 손을 젓자 원이 사라졌다.


“으...”


옆에서 들려오는 시겔의 고통에 감긴 목소리에 하룬델의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갔다.


“상처 좀 보자”


고통에 신음하는 시겔을 옆으로 눕혀 등에 난 상처를 유심히 보던 하룬델은 상처에 손을 뻗고는 눈을 감았다.


“......”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손에서 초록빛이 나와 상처가 점점 치유되어 갔고 앓는 소리도 점점 작아져 갔다.


“이제 됐어.”


상처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어때?”


“좀 괜찮은 것 같아”


아직은 미약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인지 시겔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무리하지 마 마법으로 치유했다고는 해도 네가 받은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 이제 멀쩡해”


애써 미소 짓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직 고통이 잔존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어때?”


“아... 에밀리도 봐야지”


하룬델은 인상을 찡그리며 아직 멍한 에밀리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흐음~ 역시 각성한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폭주 된 게 원인인 것 같아”


“각성? 폭주?”


낯선 단어들이 연달아 튀어나오니 시겔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의 한계를 맞이한 사람이 가끔 폭발적으로 마력량과 마법의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에밀리는 지금 각성한 상태야”


“그럼 폭주는 뭐야?”


“각성한 사람들 중에서 그 폭발적으로 늘어난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서 날뛰어버려 조금 전의 에밀리처럼”


“그럼 어떻게 해야 해?”


“폭주 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본인이 정신 차리고 마력을 제어하는 것 하나는 제어하지 못하는 마력을 방출하는 것”


하룬델의 설명에 시겔은 한 가지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건...”


“네가 생각하는 그게 에밀리가 마력을 방출한 거야”


독심술이라도 하는 것인지 시겔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하룬델은 바로 알아차렸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 되었든 운이 좋았어 그리고 너한테 피해가 안 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제어를 한 것 같고”


“어쨌든 에밀리는 괜찮다는 거지?”


“응 생명에는 지장 없고 흐트러진 마력을 내가 정리만 해주면 곧 정신을 차릴 거야”


그제야 시겔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맞다 이거 받아”


하룬델에게서 자신의 검을 넘겨받은 시겔은 의아한 표정을 했다.


“네가 하도 안 와서 오두막으로 먼저 갔는데 이상한 놈들의 마력과 에밀리 마력이 느껴져서 네 검을 들고 널 찾으러 갔었어.”


“그랬구나, 난 네가 저 놈들한테 잡혀간 줄 알았어.”


“내가 저런 놈들한테 잡힐 리 없잖아”


살짝 자만이 섞인 얼굴과 목소리였다.


“빨리 에밀리 정신 차리게 하고 여기서 벗어나자”


“그래”


에밀리를 똑바로 앉힌 뒤 등 뒤에 두 손을 올리고서 하룬델은 눈을 감았고 손에서 초록빛이 나왔다.


손에서 머물던 초록빛은 천천히 에밀리의 전신에 퍼졌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겔은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 주위를 경계했다.


“이제 됐어”


초록빛이 사라지며 하룬델은 천천히 눈을 떴지만 에밀리는 아직 멍한 상태였다.


“조금만 있으면 곧 정신을 차릴테니까 에밀리가 정신 차리면 여기서 벗어나자”


처음으로 하룬델이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친구의 변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긴 시간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 모습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공간 이동하는 마법이라던가 마력을 정리하는 것이라던가 학원에서 배운 거야?”


“음... 학원에서 배운 거기는 한데... 정확히는 도서관에서 본 책으로 내가 독학 한 거지”


“이런 걸 독학한다고?”


이런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몰랐지만, 독학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보면 안 되는 책들이기는 하지만...”


하룬델이 조용히 중얼거리는 이 말까지는 시겔은 듣지 못했다.


“그나저나 방금 그 여자가 마녀척살단의 수장 맞지?”


“맞아”


“에밀리의 폭주한 마력을 맞고도 멀쩡하다면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라는 이야기인데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거지...”


유능한 마법사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모습은 시겔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대단해도 에밀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에밀리가 그렇게 대단해?”


“대단하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은 마력량과 위력 그리고 각성까지 하고 이제는 진짜 괴물이라고 괴물”


하라즈와 직면했을 때도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하룬델은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누가 괴물이라고?”


옆에서 보고 있던 시겔의 입에서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에밀리는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해 보시지?”


하얀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백사처럼 흐느적거리는 그 모습이 더욱 공포스러웠다.


“난 그냥 네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공포에 물든 하룬델의 목소리는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후우~ 네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까 이번 한 번은 봐줄게”


“응...”


어찌어찌 목숨을 구제받은 하룬델은 모든 힘이 빠져있었다.


“그럼 이제 여기서 도망치자 저쪽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우선 그곳으로 가서 재정비하고 더 멀리 가자”


“도망? 우리 셋이면 그 여자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도망가야 해?”


각성하고 나서의 힘을 확실하게 느끼고 에밀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이 힘을 합친다면 그 여자를 이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 이곳에 왕국의 기사들이 와 있어.”


“기사가 와 있다고?”


“응 다섯 명 정도 되는 것 같아”


“거기에 카일은 있어?”


“카일? 친위 대장님 말하는 거야?”


“응”


카일을 그냥 존칭 없이 부르는 시겔의 모습에 하룬델은 당황한 듯 보였다.


“나무한테 들은 거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어.”


“나무? 나무한테 들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동물이나 식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법도 할 수 있어”


친구들이 놀란 얼굴을 하며 믿지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내오자 하룬델은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그런 것도 책을 본 거야?”


“맞아”


책을 보고 마법을 독학했다.


이게 정말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시겔의 마음속에서 다시금 피어올랐다.


“그런 걸 너 혼자 깨우쳤다고?!”


시겔이 놀라는 거야 당연했지만 에밀리는 더욱 놀라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응”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자부심과 자만심이 공존하며 얼굴은 완전히 우쭐거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근데 왜 왕국의 기사들이 우리를 쫓아오는 거지? 설마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들킨 건가?”


왕명을 어기면서까지 카일이 자신들을 살려준 것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었다는 것에 시겔은 미안함과 걱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건 아닐거야”


그런 생각을 간파한 것인지 하룬델은 확신하는 듯이 말했다.


“만약 들켰다면 기사가 아니라 군대가 몰려왔을 거야”


안 들켰다면 다행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어서 이동하자”


선두에 서며 하룬델이 재촉했고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둘은 일단 따라나섰다.


“근데 네가 마법을 써서 마을로 한 번에 이동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편리한 마법이 있는데 이 울창한 숲을 힘들게 걸어 다녀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 마법을 쓰려면 그곳에 한 번 갔다 와야 해”


“뭐?”


먼 공간을 단번에 이동한다는 것이 신기했었는데 그런 제약이 있는 줄 몰랐기에 시겔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깐”


에밀리의 목소리가 평소랑 다르게 무거워졌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왜 그래?”


시겔이야 몇 번 본 모습이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하룬델에게 있어 낯선 모습이었다.


“뭔가 오고 있어”


“뭐가 온다는 거야?”


왜 저러는지 하룬델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시겔은 바로 검을 뽑아 들고는 주위를 경계했다.


“이 마력은 분명 그 여자야”


“마녀척살단 수장 말하는 거야?”


“응”


일단 하룬델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무와 풀로 뒤덮인 숲에서 뭔가를 보기는 힘들었지만 딱히 뭔가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하룬델은 여전히 에밀리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에밀리를 믿어야 해”


이미 여러 번 경험해봤기에 시겔은 에밀리의 감각을 믿고 있었고 두 친구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하룬델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나무한테 한번 물어볼게”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 손을 올리고는 눈을 감은 하룬델의 몸에서 초록빛이 나왔다.


“알려줘”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동굴에 있는 것처럼 울리는 신비한 음성이었다.


“응”


진짜로 나무와 대화하듯이 하룬델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뭐?!”


하룬델은 놀라며 나무에서 손을 뗐다.


“그 여자가 우리 주변에 와 있어!”


큰소리로 외치는 하룬델의 그림자 비정상적으로 길어졌고 점점 사람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하룬델 위험해!”


시겔이 재빨리 하룬델에게 달려들었지만 늦었다.




“읏”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돌린 하룬델의 복부로 차가운 금속이 꿰뚫고 들어왔다.


“죽어라 애송이”


금속이 다시 뽑히며 선혈을 주변에 흩뿌렸고 하룬델은 힘없이 쓰러졌다.


“하룬델!”


시겔이 포효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하라즈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보이지 않는 막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했고 시겔과 하라즈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네 놈도 죽어라”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지만 빠르게 피한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제법 빠르군”


시겔의 움직임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 자식...”


다시 하라즈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등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에밀리가 엄청난 마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에밀리?”


폭주했던 때처럼 상태가 이상했고 그때보다 더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길 또 폭주하는 건가?”


하라즈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양손을 뻗어 큰 마법진을 만들었다.


“안돼 하지 마!”


시겔이 곧바로 그 행동을 저지하며 마법진이 사라졌다.


“저 마녀를 여기서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는다!”


“시끄러!”




강한 풍압이 밀려오며 거대한 불길이 에밀리를 삼켜버렸다.


“에밀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한 게 아니라 자신의 마력에 삼켜지고 있는 거다.”


하라즈는 뒷걸음질 쳤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지”


“기다려!”


시겔이 붙잡기도 전에 하라즈는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에밀리!”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불기둥이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언제든지 주변을 불태워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기는 에밀리를 막아야지”


고개를 돌린 시겔 옆에 하룬델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하룬델 너 괜찮아?”


“아니 전혀 안 괜찮아”


시겔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가 복부로 향했고 그곳에는 분명 꿰뚫렸던 흔적이 있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나중에 말하려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네”


지금 이 상황이 못마땅한 듯 하룬델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나 불사의 몸이 됐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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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마녀척살단의 수장 21.02.27 68 0 11쪽
77 재회 21.02.25 76 0 12쪽
76 결승전 21.02.24 68 0 12쪽
75 익숙한 만남 21.02.23 69 1 12쪽
74 검술 대회 21.02.22 70 0 12쪽
73 연결과 속박 21.02.21 74 0 12쪽
72 다시 돌아오다. 21.02.20 78 0 12쪽
71 금기된 마법 +1 21.02.19 71 1 14쪽
» 도망치자 21.02.18 82 1 12쪽
69 조금씩 앞으로 21.02.17 69 1 12쪽
68 하얀 마녀 21.02.16 88 0 11쪽
67 초승달 뜬 밤 21.02.15 71 0 12쪽
66 오두막 속 친구들 21.02.14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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