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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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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44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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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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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초승달 뜬 밤

DUMMY

식사 자체는 단출했지만 만족했다는 것이 하룬델의 웃는 얼굴에서 잘 드러났다.


“잘 먹었어?”


“응 맛있었어.”


물어보지 않아도 얼굴에서 잘 드러나고 있었지만, 에밀리는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인지 굳이 물어보았고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넌 언제 돌아가?”


친구와의 만남이 반갑고 기분 좋았지만 하룬델은 다시 돌아가야만 했고 그 사실을 시겔은 잘 알고 있었다.


“뭐?! 너 다시 돌아가?”


하지만 에밀리는 전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깜짝 놀라고 말했다.


“응 이틀 뒤면 나를 데리러 마차가 다시 올 거야”


“뭐야... 난 여기서 같이 사는 줄 알았는데”


에밀리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하룬델은 왕궁에서 잘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좀 서운하네”


조금 전의 쾌활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었다.


“자주 놀러 올게”


달래주듯이 하룬델이 말했지만, 여전히 에밀리는 시무룩했다.


“에밀리, 네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하룬델이 마음 편히 못 떠나”


“응... 알겠어”


시겔의 훈계에도 여전히 에밀리는 시무룩했다.


“자주 놀러 온다고 하잖아 그만 기분 풀어”


“알고 있어”


조금은 기운을 차린 것 같은 에밀리는 고개를 돌려 하룬델을 바라보았다.


“자주 와야 해”


“응 자주 올게”


시겔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에밀리는 조금은 안심한 듯 보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있으니까 왠지 옛날 생각나지 않아?”


모닥불의 불빛 때문인지 에밀리는 감성적으로 된 것인지 갑자기 옛날 일을 회상했다.


“옛날?”


“저택에 오기 전에는 이렇게 모닥불 피워놓고 밖에서 잤던 적도 여러 번 있었잖아”


“아 그랬지”


에밀리의 어린 시절 추억 회상에 시겔도 동참했다.


“그때 에밀리는 정말 무서웠는데 나 때리려고 쫓아오면 정말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야 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하룬델에게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듯 공포로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맞아 그랬지 나는 그걸 말리느라 고생 좀 했지”


시겔과 하룬델이 추억을 공유하며 얘기하고 있을 때 불현듯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헉”


고개를 돌린 시겔은 턱하고 숨이 막힐 정도의 살기를 내뿜고 있는 에밀리를 보게 되었다.


“어떻게 저런 애가 그렇게 얌전히 살았는지 몰라”


하룬델은 이 살기를 전혀 감지하고 못 한 것인지 입을 멈추지 않았다.


“뭐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긴 시겔이 서둘러서 하룬델의 옆구리를 팔꿈치를 찔렀다.


“힉”


그제야 하룬델도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는 에밀리의 상태를 보게 되었고 시겔과 마찬가지로 턱하고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너희들 각오는 되었겠지?”


꿀꺽


시겔과 하룬델은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고 슬그머니 일어난 에밀리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으악”


어둠으로 물든 숲속에서 생전 처음 듣는 동물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이미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늦은 밤


왕은 책상 위 촛불 불빛 하나에만 의존한 채 집무실에서 아직 남겨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폐하, 대장군이 왔습니다.”


“들라 해라”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니콜라스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인가?”


“마녀의 새로운 소재를 찾았습니다.”


“벌써 찾았다고?”


“직접 본 게 아니라서 확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쪽에 사는 사냥꾼이 숲속에서 붉은 머리 여자를 봤다고 합니다.”


고뇌에 잠겨 표정이 좋지 않았던 왕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제 아들과 다른 기사들을 보내놓았으니 빠르면 내일이면 데려올 것입니다.”


“잘했네 대장군”


니콜라스의 빠른 행동력은 왕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자네 아들은 이번 예언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이 많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본인도 폐하께 도움이 된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 많았네! 피곤할 테니 어서 돌아가 보게나”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니콜라스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나갔다.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네 다섯 명 정도 되는 인원이 급하게 어디론가 향했고 그 중에게는 친위 대장도 있다고 합니다.”


“카일이?”


보고를 받은 하라즈는 고심에 빠졌다.


“갑자기 친위 대장까지 해서 어딜 그렇게 가는 걸까요?”


“흐음~”


침음하며 계속 생각을 이어가던 하라즈는 돌연 미소를 지었다.


“카일이 움직이는 거라면 마녀와 관련된 거겠지”


“마녀에게 가는 거라면 친위 대장 혼자 가도 될 텐데 굳이 다른 기사들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나요?”


“그건 쫓아가 보면 알겠지”


하라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여 있는 관을 애잔한 얼굴을 하며 손을 쓸었다.


그리고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고는 보고를 하는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당장 그놈들을 쫓을 준비를 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웜도 준비하고”


“네”


앞에 서 있던 자가 사라지고 하라즈의 시선은 다시 관으로 향했다.


“조금만 기다려 반드시 너의 복수를 해줄 테니”






“카일, 이쪽으로 가는 게 맞나?”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카일의 말 옆으로 애딘이 바짝 붙었다.


“정보가 맞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거겠지”


카일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갔다.


“말이 지친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 가는 게 어떤가?”


“그러지”


카일이 먼저 말을 멈춰 세우자 뒤따라오던 네 명도 따라서 말을 멈추었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겠네”


말에서 내린 애딘은 바로 물부터 시원하게 들이켰다.


“자네는 물 안 마시나?”


“난 됐네”


다른 기사들은 애딘처럼 물을 마시거나 기지개를 피기도 했지만 카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쉬고 있었다.


“자네 무슨 걱정 있나?”


“아니 없네”


“그런데 표정이 안 좋군”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게”


자신과 카일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이런 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그나저나 진짜 예언이 따로 있을 줄은 몰랐군. 자네는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네”


“그럼 불의 마녀는 자네 손으로 처리한 건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럼 그 마녀의 기사도 자네가 처리한 건가?”


“애딘”


카일이 낮게 읊조리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애딘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대답조차 못 했다.


“그만하는 게 좋을 거다.”


“미안하네”


자신도 모르게 사과를 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


“그럼 다시 가도록 하지”


“그...그러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해가 저물고 있었기에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출발이 빨랐다면 오늘 도착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군”


바로 옆에 있었기에 애딘의 말을 카일이 못 들었을 리 없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혼자 중얼거린 꼴이 되었다.


“쳇”


민망함이 밀려왔지만, 상대는 카일이었기에 애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서 조용히 불만을 표현했다.


“뭐해 어서 잘 준비해!”


이미 다른 세 명의 기사는 노숙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괜히 심술이 난 애딘은 소리 지르며 윽박질렀다.


“넵!”


세 기사가 천막을 치는 걸 노려보다가 애딘은 슬쩍 카일을 쳐다보았고 확실히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야?”


처음에는 자신과 같이 이 일을 행한다는 것에 기분이 안 좋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무슨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왕국 최고의 기사가 뭐 저리 고민하는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혼잣말하며 비웃음도 흘리면서도 혹시나 들렸을까 봐 슬쩍슬쩍 눈치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카일은 이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 빠진 것 같아 보였다.


“에휴~ 내가 알 바 아니지”


카일이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애딘에게는 오히려 좋았기에 큰 불만은 가지지 않았다.


“준비가 다 됐으니 안에 들어가자고”


“난 좀 더 밖에 있다가 들어가도록 하지”


“맘대로 해”


밖에 있는 카일을 내버려 두고 다른 네 명은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결국 밖에 혼자 있게 된 카일은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높게 떠 있던 초승달이 다시 기울어질 때까지 연거푸 한숨을 쉬던 카일은 늦게서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 데 괜찮나?”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인지 카일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괜찮네”


무엇인지 모를 고민 때문인지 좋지 않았던 얼굴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어두워지기까지 하니 아파 보이기까지 했다.


“정말 괜찮은 건가?”


“괜찮으니 어서 출발 하지”


애딘이 걱정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지만 카일은 모든 걱정을 무시한 채 말에 올라탔다.


“간다.”


하는 수 없이 애딘도 말에 올라탔고 다른 기사들도 말에 올라탄 것을 확인한 카일은 출발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탁 트인 공간은 하나 둘 씩 생겨나던 나무들에 의해 사방이 막혔고 그들은 어느새 숲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정말로 사람이 산단 말이야?”


울창한 숲은 애딘이 보기에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들이 득실거릴 것만 같았다.


“진짜 마녀라도 살 것 같네”


햇빛이 차단되어 조금 어둡기까지 한 숲은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고 마녀의 이미지와 어울렸다.


“음?”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일까?


돌연 카일은 속도를 늦춰 말을 걷게끔 했다.


“무슨 일이지?”


뒤에서 쫓아오던 애딘 역시 속도를 늦춰 카일에 옆에 섰다.


“뭔가 이상한 냄새 안 나나?”


“냄새?”


애딘은 코를 킁킁거렸고 희미한 탄 냄새를 맡았다.


“어디 불이라도 났나?”


“불?”


카일이 눈이 커지더니 갑자기 빠르게 달렸다.


“이봐!”


황급히 애딘도 카일을 쫓아갔다.


“이럇!”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면 갈수록 메케한 냄새가 눈과 코를 자극했다.


“워 워”


말을 급하게 세운 뒤 카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럴 수가...”


눈앞의 펼쳐진 광경에 카일은 망연자실한 얼굴을 했다.


“뭐야 이게?!”


뒤늦게 도착한 애딘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무고 꽃들이고 불에 타 있었고 잔불이 남아 있었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에는 부족했다.


“어째서 마녀 척살 단이 여기에?”


원래는 하얀 가면이 시꺼멓게 그을려 여러 곳에 뿌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주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수많은 마녀척살단의 시체를 보던 카일은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설마 또다시 내통한 것은 아니겠지?”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의심의 화살이 애딘에게 날아왔다.


“아니야! 난 절대 아니네!”


정말로 억울한지 애딘은 눈이 커졌고 언성도 높아졌다.


“만약 이게 애딘 너의 탓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목을 베어버릴 것 같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한 뒤 카일은 말에서 뛰어 내려 잿더미를 헤치며 숲의 안쪽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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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누나와 동생 21.03.03 71 0 12쪽
79 이제 네 차례다 +1 21.03.01 72 1 12쪽
78 마녀척살단의 수장 21.02.27 69 0 11쪽
77 재회 21.02.25 77 0 12쪽
76 결승전 21.02.24 69 0 12쪽
75 익숙한 만남 21.02.23 69 1 12쪽
74 검술 대회 21.02.22 70 0 12쪽
73 연결과 속박 21.02.21 75 0 12쪽
72 다시 돌아오다. 21.02.20 78 0 12쪽
71 금기된 마법 +1 21.02.19 72 1 14쪽
70 도망치자 21.02.18 82 1 12쪽
69 조금씩 앞으로 21.02.17 69 1 12쪽
68 하얀 마녀 21.02.16 88 0 11쪽
» 초승달 뜬 밤 21.02.15 72 0 12쪽
66 오두막 속 친구들 21.02.14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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