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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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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33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2.20 23:58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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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다시 돌아오다.

DUMMY

“에밀리 맞아?”


분명 하얗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붉은색이 되어 있었고 어쩐지 다른 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에밀리는 맞는데 네가 아는 에밀리는 아닐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영문 모를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고 애초에 에밀리가 죽은 것을 봤는데 어째서 살아서 자신과 대화 하고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흐음~ 아무래도 일단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을 시켜줘야겠네”


“뭐?”


가까이 다가온 에밀리는 시겔의 양쪽 어깨를 잡고 뒤로 돌렸다.


“자 봐”


뒤를 돌아보니,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을 보는 것같이 검을 끌어안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저건 나잖아?”


뭐가 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뒤에 다가온 에밀리가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화명”


순간 정신이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멀어졌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제자리 돌아오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뒤돌아서 에밀리를 본 화명의 눈은 커져 있었다.


“이제 다 기억났어?”


“나 어떻게 된 거야?”


“음~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일단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넌 지금 전생의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는 거야”


에밀리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네가 겪었던 것은 전생의 기억이고 원래 너는 시겔이 아니라 화명이라는 사람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는 없었던 기억들이 내가 원래 내 기억 속에 있었던 것처럼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두 개였던 것이 혼잡하게 섞인 것만 같았다.


“잘 생각해 봐 네가 누구인지”


조금씩이지만 혼잡하게 섞여 있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질서를 찾아갔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어때 이제 좀 알겠어?”


“내가 왜 전생의 기억 속에 있는 거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넌 마녀척살단한테 잡혀서 고문당했어 그리고 그 충격으로 정신이 이곳까지 도망친 거고”


원래라면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이해하지 못 했겠지만, 이제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에밀리 넌 어떻게 여기 있는 건데?”


“내 영혼의 봉인이 어느 정도 풀리면서? 그래서 네 정신에도 들어올 수 있었어.”


“그렇구나...”


이제 기억은 완전히 자리를 되찾았고 불현듯 한 소녀가 떠올랐다.


“헬렌? 헬렌은?!”


“헬렌이라면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잘 있다는 말에 안심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덕분에 찾느라 고생 좀 했어.”


“고마워 찾으러 와 줘서”


에밀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아직도 전생의 기억 속에 갇혀있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전생의 기억을 알게 된 기분은 어때?”


“조금 혼란스럽고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헷갈려”


“헷갈릴 필요 없어 넌 화명이고 시겔이라는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살짝 웃음을 품으며 장난기 있던 얼굴은 진지해졌다.


“네가 비록 시겔의 환생이라 할지라도 넌 엄연히 다른 사람이야.”


화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돌아가 볼까?”


“잠깐만”


화명은 다시 뒤돌아서 전생의 모습을 보았다.


“전생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보고 싶어”


“그걸 왜 보고 싶은 거야?”


“이상하게 그 기억만 없어”


“그런 기억은 필요 없잖아”


에밀리 입장에서는 굳이 자신의 죽음을 알려고 하는 화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알고 싶어”


하지만 화명은 왠지 모르게 그때의 기억을 알아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는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가 그 기억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네 기억을 네가 보겠다는 데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고마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나도 네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궁금해졌을 뿐이니까”


타악


에밀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스크린이 어두워지고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


“자 이게 네가 원하던 장면일 거야”


시겔 아니 화명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고 물을 건드린 것처럼 파동이 생겼고 장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룬델...”


병실처럼 보이는 공간에 하룬델이 있었고 침대 위에는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이 누워있었다.


“부탁이 있어.”


“뭔데?”


“내 영혼도 에밀리처럼 검에 넣어줘”


하룬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줄 거지?”


“그래 알겠어...”


삐이이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신호가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병실에 울렸다.


“잘자 시겔”


하룬델은 나지막이 말하고는 병실 벽에 손을 대었고 그러자 초록빛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생기면서 병실 전체가 초록빛으로 빛났다.


“조금만 기다려”


허공에 손을 몇 번 흔들자 초록빛 타원이 생겼고 그 안으로 하룬델이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을 든 채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룬델은 검을 뽑아서 검집은 침대 옆에 세워두고는 검을 조심스럽게 시겔 위에 올려 두었다.


“시작한다.”


대답을 바라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한번 쉬고는 양손을 시겔의 몸 위에 올리자 초록빛이 전신을 감싸고 사라지더니 투명한 보석이 생겼다.


하지만 에밀리 때와는 다르게 몸이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역시 기억을 빼내는 게 한계네”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는 검 위로 보석을 떨어뜨리자 검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그럼 다시 갖다 놓아야지”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는 아직 열려있는 원 안으로 들어가려던 하룬델은 멈추고는 조용히 누워있는 시겔을 바라보았다.


“하아~”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원 안으로 사라졌고 동시에 원도 사라졌다.


초록색이었던 병실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오며 스크린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된 거구나...”


전생의 마지막을 보고 나니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에밀리...”


고개를 돌려 본 에밀리는 이미 검게 변한 곳을 멍하니 응시하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


에밀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몸을 돌려 화명을 껴안고는 통곡하듯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몰라 하던 화명은 그냥 말없이 토닥여 줬다.


한참을 울던 에밀리는 겨우 울음을 멈추었다.


“좀 진정됐어?”


“응...”


남은 눈물을 닦으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아가자”


“그래”







똑똑


“헬렌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방에 들어온 노인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왕궁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무슨 내용인가요?”


“내일 무조건 오라는 내용입니다.”


“무조건? 정말로 무조건이라는 말을 썼나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무조건이라는 말로 강압적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알겠습니다.”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 이번에는 가야겠습니다.”


이 정도로 강압적으로 나왔으니 좋은 이유이든 그렇지 않은 이든, 이유가 있을 테니 갈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전달하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노인은 인사를 한 뒤 나갔다.


“하아~”


노인이 나가자마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무슨 이유로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왕궁에 갔을 때 좋았던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너무 높았다.


“무조건이라... 절대 좋은 이유는 아니겠지”


그냥 불러도 불안한데 ‘무조건’이라는 말을 했으니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화명, 나 너무 불안해”


곤히 자는 화명의 머리카락을 쓸자 눈을 뜨고는 순진무구한 투명한 눈동자로 헬렌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깼어요?”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화명은 상체를 일으킨 뒤 헬렌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에 비비적거렸다.


“간지러워요.”


헬렌은 그 모습을 보며 살며시 웃었다.


“오늘 날씨도 좋은 데 밖에 나갈까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화명은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자 가요.”


헬렌은 손을 잡고 당겼지만, 화명은 그 이끌림에 별다른 저항 없이 따라왔다.


저택에 갇혀있다시피 한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 정원밖에 없었다.


언제나 보던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 둘에게 있어 매번 새로움을 주는 소중한 곳이었고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이제 돌아갈까요?”


시간이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놀고 나서 다시 돌아왔고 저녁을 먹고 나면 잘 준비해야 했다.


“잘 자요.”


이제는 같이 자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고 노인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쿠우우우”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명은 완전히 곯아떨어졌고 헬렌은 그 모습을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나도 이제 자볼까?”


똑바로 눕고 눈을 감으려 할 때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진동?”


분명 진동이 느껴진 것만 같았고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았지만, 달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앞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쿠웅


분명 진동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진동이지?”


불길한 진동은 계속 되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진동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끼야아아악


갑자기 들려온 굉음과 함께 들려온 괴성에 헬렌은 방을 나가 복도로 나갔고 움직이는 하얀 기둥이 보였다.


“어째서 웜이 여기에?”


분명 죽었었던 웜이 멀쩡하게 나타난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크으으으”


진동에 깬 것인지 어느새 화명은 옆에 다가와 으르렁거리고 있었고 본능적으로 무기인 것을 아는 것인지 ‘백귀’를 들고 있었다.


“여긴 위험하니까 그거 주고 어서 들어가세요!”


그런다고 들어갈 화명이 아니었고 들어가기는커녕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안돼!”


황급히 헬렌이 쫓아가기는 했지만, 화명의 달리기 속도가 훨씬 빨라기에 막을 수 없었다.


“크아아악”


“화명 안돼!”


밖에 도착했을 때는 화명은 검을 뽑고 웜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워낙 둔한 움직임을 가진 마수였기에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듯한 검에도 쉽사리 당했지만 그다지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위험해 화명!”


가만히 있던 웜이 거대한 입을 벌려 화명을 향해 떨구었지만, 화명은 그것을 알지 못한 것인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결국 헬렌이 전력으로 뛰어가 몸을 날려 화명을 낚아챘고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다행히 화명은 멀쩡했지만 웜은 땅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쿠구구궁


진동이 강해지면서 웜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피해요!”


정확하게 자신들에게 오고 있음을 알아차린 헬렌이 소리치고 도망쳤지만 웜이 모습을 드러낼 때 발생한 토사에 휘말렸다.


“윽”


땅바닥에 떨어지며 그대로 충격을 받아버리며 전신에 고통이 퍼졌다.


“화명...”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도 헬렌은 화명을 먼저 찾았고 똑같이 토사에 휘말린 탓에 정신을 잃고 조금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


끼아아아악


자신의 공격이 먹힌 것이 기쁘기라도 한 것인지 웜은 괴성을 질렀고 땅바닥을 기고 있는 헬렌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자신의 바로 앞에 탁하고 끈적이는 액체가 떨어지자 헬렌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고 웜이 입을 살짝 벌린 채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끼아아아악


웜은 또다시 괴성을 지르고는 빠르게 흉악한 입으로 헬렌을 집어삼키려 했다.


“이제 끝이구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헬렌은 눈을 감았다.


끼아아아악


웜의 괴성이 다시 들려왔지만 어째서인지 고통이 느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헬렌은 다시 눈을 떴고 웜은 초록빛 액체를 뿜으며 괴로움에 날뛰고 있었고 자신의 옆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다녀왔어 헬렌”


익숙한 목소리, 전신에 발하는 푸른빛, 백발과 붉은 눈, 새하얀 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화명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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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소녀의 눈물 21.03.07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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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이제 네 차례다 +1 21.03.01 72 1 12쪽
78 마녀척살단의 수장 21.02.27 68 0 11쪽
77 재회 21.02.25 76 0 12쪽
76 결승전 21.02.24 68 0 12쪽
75 익숙한 만남 21.02.23 69 1 12쪽
74 검술 대회 21.02.22 70 0 12쪽
73 연결과 속박 21.02.21 74 0 12쪽
» 다시 돌아오다. 21.02.20 78 0 12쪽
71 금기된 마법 +1 21.02.19 71 1 14쪽
70 도망치자 21.02.18 81 1 12쪽
69 조금씩 앞으로 21.02.17 69 1 12쪽
68 하얀 마녀 21.02.16 87 0 11쪽
67 초승달 뜬 밤 21.02.15 71 0 12쪽
66 오두막 속 친구들 21.02.14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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