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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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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24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6.16 15:26
조회
339
추천
3
글자
12쪽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1)

DUMMY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몸이 약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던 나를 위해, 부모님은 여행을 계획했었다.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매연이 자욱한 현대의 문명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바람이 나부끼는 그런 깊은 계곡으로.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흘러나오는 노래와 흔들리는 무수히 많은 나무들은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그것을 꿈꾸게 하였다.


바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여행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채,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트럭이었나... 바위... 추락? 정확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울리는 머릿속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힘겹게 눈을 떴을 때 의사 선생님과 친척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날 끝없이 돌봐 주었고, 마침내 재활 치료와 심리 치료만 지속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과도 같은 상황도 흐린 하늘이 뒤덮어 버린 내 마음에 햇빛을 내리쬐어주지는 못 했다.


부모님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레이스는 그 무렵 병원에서 만난 친구였다. 우연찮게 휠체어에 의존해 정원에서 바람을 느끼고 있던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내 먹구름 사이로 처음 들어온 빛이었을 것이다.


"그게 뭐야?"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VRLR 을, 심리 치료의 목적으로 착용하고 있던 날 향해 다가왔던 부잣집 아가씨 같은 아름다운 아이.


"가상 현실 하는 기계야... 바다도 볼 수 있고, 돌고래도 봤어."


"우와~ 이런 것도 나왔어? 우리 집에 가상 룸은 있는데..."


"으응..."


머뭇거리는 내 손을 꽉 움켜잡으며,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 친구 할래?"




그리고 그 뒤로, 나는 더 이상 우울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레이스에게 마음을 열고 그녀를 통해 세상을 봤다. 그것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와는 다른, [진짜] 세상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다른 학생들의 학업을 쫓기 시작하면서, 나의 상태도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그때 즘, 나는 우연찮게 게임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탑엣츠의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탑엣츠 온라인? 이것도 가상 현실 게임인가..."


"하지만 이건 VRLR 로 구현하는 최초의 게임이라 뭔가 대단할 것 같아."


"흐응... 감각이 실제로 느껴진다면 아프거나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거짓된 느낌이 아닌, 실제의 인지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탑엣츠는 대전 모드를 주력으로 내세운 유저 간 대결 구도의 게임 컨텐츠였다. 하지만 구태여 다른 사람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내가 고른 레이드 모드는, 무척이나 지루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레나는 대단해. 그렇게 도전해도 포인트를 얻지 못하는데, 계속 시도하는 걸 보면."


"나는... 랭킹을 올리려고 게임하는 게 아니라서..."


괴이한 형체의 괴물을 없애고, 없애고, 또 없애면서 나는 내 좋지 않은 기억의 흔적을 지우는 느낌이 들었었다.




회상을 머릿속에서 날려 보내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그레이스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말아 가볍게 쓸어내려준다.


"힘내."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급변했다. 내가 PVP 를 시작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9 레벨 레이드를 오픈해서? 그것도 아니면...


내가 탑엣츠를 시작한 것이?




아니, 역시 이것들은 신에게 도전하려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말로인 것이다.




"비교적 밖이 조용해졌군."


루카스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습격 받기 시작한 우리가, 그들을 물리치고 그레이스의 집으로 왔을 때 이곳 역시 온갖 무기로 무장한 폭도들에게 공격받으려 하는 찰나였다.


더 이상 이것은 탑엣츠 내부의 문제도 아니고 가상 컨텐츠를 사용하는 모든 유저들의 문제만도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묵묵히 있던 정부가 그 내막을 드러낸 것이다.


"문자가 왔어. 학교도 이제 무기한 휴교다..."


루카스의 말에 나는 대답 없이 그레이스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주었다.


"난리도 아니군. 하기야, 정부의 입장에서는 해커의 공격을 받아 외부로 노출되는 것보다는 스스로 드러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지."


그는 TV 를 노려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속보] 라는 문구 아래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 ...따라서 세계 정부는 달에 건설중인 콜로니 이주 계획을 전 국민에게 공표하는 바이며, 수명이 다한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안전의 방책으로 건설중인 지하 벙커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


"웃기는군. 고작 저런 거로 눈속임하겠다는 건가? 부자들의 생각은 알 수 없다더니."


"이제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어."


"뭐 그 사람이 알아내기 전까지 나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절대로 지구 멸망이니 그딴 건 아니야. 오히려 그 천국의 열쇠라는 작전명을 생각해 볼 때 반강제적인 경쟁을 부추긴다고 해야 할까나..."


"면죄부 같은?"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음을 떠뜨렸다.


"조금 다르지만 나쁘지 않은 비유군."


너무해... 이런 걸 위해서, VRLR 을 만들어 배포하다니.


"레나?"


그레이스가 눈을 뜨자 나는 황급히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부축해 주었다.


"괜찮아?"


"응. 좀 지쳤을 뿐이야."


"다행이다..."


안도하는 나를 향해 그녀가 웃어 보인다.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이제 알고 싶어."


그녀의 눈은 결의에 차 있었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갑자기 닥쳐온 상황을, 이겨냈다기보다는 외면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간 계속 싸우고 있어. 탑엣츠의 상위 랭커들에 한해서 구제받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뭐야~ 그러면 우리 레나는 걱정 없겠네."


그녀가 힘없이 웃자 나는 강하게 그것을 부정했다.


"절대로 나 혼자 살아남지는 않을 거야."


그레이스는 그 말에 힘없이 웃으며 내가 가져다 둔 냉수를 들이마셨다. 말라서 갈라진 그녀의 입술이, 어쩐지 메마른 사막처럼 보여 내 마음을 아프게 자극한다.


"그런데 이상한걸. 탑엣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저렇게 된 거야?"


"탑엣츠가... 진화하고 있어, 그레이스. 어쩌면 VRLR 이 그것을 위한 기계가 아닐까 하고 우린 생각하고 있고."


"휴... 집단 최면 같은 거라고 봐야겠구나..."


"..."


인간은 어리석다. 우리를 포함해서...


신경계에 직접 연결하고,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기계를 부작용이 없다는 광고 하나만 믿고 자연스럽게 사용한 것이 얼마나 기술의 발전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는지 단편적으로 말해준다.


가상의 세상을 편리하게 구경하려던 인간의 욕심은, 가상의 세상을 창조하려 하였고 그것은...


성공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현실 인지 기능을 죽여버렸다.


"정부에서 왜 이런 일을 계획했을까?"


그녀의 말에 루카스는 뉴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직 정확한 음모는 숨기고 있지만, 아마도 콜로니 건설은 진짜인 것 같다."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영상에는 어마어마한 미래형 도시가 투명한 반구형 돔에 둘러싸여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그 모습에, 어쩌면 정말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저런 곳에 도시를 지어서 어쩌려고..."


"아무도 가지 않을 테지. 아마도 탑엣츠라는 기준을 정해 놓고, 이 가운데서 상위의 랭킹에 들어간 자들만 입주를 시켜줄 생각인 거 같은데."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가기 싫어."


비록 아직 정든 동네는 아니지만... 나는 이곳이 좋다. 루카스는 그런 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리고 바로 그런 대중의 생각이,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인 거야."


수용인원은 한계... 그래서 우수한 인류를 선별하기 위한 많은 방법 중 하나로, 탑엣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왜?




정말로 지구 멸망?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이렇게나 세상은 멀쩡한데...




"이제 정신 차려야겠어. 학교도 가야 하니까..."


"아참, 그레이스. 학교도 이제 쉰 대... 문자로 전교생에게 보내왔어."


그녀는 허무한 얼굴로 굳게 입을 다문 채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엉망으로 부서지고 불타는 건물들... 굳이 보여주고 싶은 광경은 아니지만, 외면할 수 없는 틀림없는 현실이다.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에 우리들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계획이 뭐야?"


멍하니 그것을 보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쩐지 화가 난 듯 느껴졌다.


"일개 고등학생이 뭘 할 수 있겠느냐만... 일단은 살아남아야겠지."


루카스는 특히 살아남는다는 부분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보는데."


"정부에서 다른 대안을 준비해 주지는 않을까?"


"그럴 리 없어 레나. 지금 저 뉴스는, 정부가 손을 놓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거야. 뭐 자기들 속을 대중 스스로 파헤쳐 들여다보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겠다는 거지."


"아벨 선배는?"


"내 친구와 함께 DB 자료 백업 받으러 갔어."


"친구? DB?"


잘도 친구라고 말하네 저 녀석은... 그레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화제를 돌렸다.


"아~ 배고프다. 뭐라도 먹고 짐 싸자. 이제 여기도 위험하니까."


이럴 때 밥 생각이라니, 역시 재는 루카스가 맞구나.


"그렇게까지 위험해진 거야? PVP 는 그저..."


"그레이스."


불안해하는 그녀를 향해 난 또박또박, 내가 깨달은 현실에 대해 말해 주었다.


"우리는 지금 탑엣츠의 세계 안에 갇혀버린 거야."


아니, 어쩌면 탑엣츠가 세계 그 자체를 가둬버린 거일 수도.




연락을 받고 우리가 나온 것은 완전한 어둠이 깔린 새벽이었다. 황폐하게 보이는 거리 저편에, 그 해커는 아벨 선배와 함께 낡은 자동차를 세워둔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라도 좀 알아낸 건?"


루카스의 말에 그는 차 트렁크를 열어젖히며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없군. 자료 백업하는 것도 얼마나 긴장됐었다고."


"저기..."


그런 그를 향해, 나는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괜찮다면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그는 피식 웃고는 안경을 치켜 올렸다.


"그냥 제이라고 해."


"제이(J)?"


이름보다는 코드 명 같은 느낌이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그 아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엘... 그녀도 지금 위험에 처해 있을까? 아니면 그녀는 역시, 나의 적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어?"


먼저 차에 타려던 루카스는 머뭇거리는 내 행동에 무미건조한 어조로 물었다.


"일전에... 내가 말했던 그 여자아이..."


"음? 뭐 팬이라고 했던가..."


"응... 그 아이 이름도 알파벳이었거든."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직설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엘. 그 애의 이름이었어."


하지만 제이의 얼굴을 제외한 모두의 표정은, 내가 상상치 못한 수준으로 일그러진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들처럼 그들은 경악에 찬 얼굴로 다 같이 합창하듯 외쳤다.


"엘? 크로우 클랜 마스터인 그 녀석?"


"맙소사 엘이라고?"


뭐... 뭐야 이 반응은. 그 애, 이렇게 유명한 존재였어?


"세상에... 레나, 네가 아무리 랭킹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는 해도 한 번쯤 검색해 봤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레이스마저 관자놀이를 누르며 괴롭게 말하자 나는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왜 그래? 대체 그 애가 누군데?"


그 질문에 루카스는, 매우 명쾌하고도 확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사상 최악의 PVP 클랜 크로우, 이기기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살인도 자행하는 범죄 집단. 그곳의 리더로 탑엣츠 총 랭킹 2위야."


뭐라고?


작가의말

드디어, 이제부터 진짜 탑엣츠의 세계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진행이 빠르고 어렵게 느껴지셨어도, 여기까지 참고 함께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비교적 천천히 게임 아닌 게임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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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1) +3 16.06.08 409 5 10쪽
6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3) 16.06.07 368 5 11쪽
5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2) 16.06.03 328 5 10쪽
4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1) +1 16.06.02 366 6 9쪽
3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3) 16.06.01 442 4 7쪽
2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2) +2 16.05.31 548 7 9쪽
1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1) +2 16.05.30 998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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