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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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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23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6.10 13:45
조회
326
추천
5
글자
11쪽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3)

DUMMY

내가 미쳤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들이고, 태연하게 잠이 들어 버렸다니. 상대가 여중생이라 방심한 건가! 그렇다고는 해도 어제는 왜 그렇게 졸렸던 거야.


그런 걸 목격하고 긴장이 풀려버린 건가? 아니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아침 해에 눈이 부셔 황급히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옆에 없었다. 뭐 태연하게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겠지만 막상 인사도 없이 나가니 어쩐지 서운하다. 어제와 별다른 게 없는 거 보니 뭔가 가져갔거나 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


뭐 그런 것보다... 어제 도서관에서 들었던 목소리는 정말 엘이 그곳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내 착각이었을까. 있었다면 어째서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게임 접속을 시도한 걸까.


생각의 줄기가 끊이지 않고 연결된다. 이래저래 고민해 봐야 당사자가 없어진 이상 나만 머리 아플 거라 생각되어 나는 적당히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집을 나섰다.




"...따라서 이때부터 맺어진 협정으로 인해 달과 화성의 콜로니 건설을 위한 우주시대 개막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었고..."


머어엉... 선생님의 말조차 귓가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듯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혹시나 했는데 어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


일전에 루카스가 알려준 그 커뮤니티에 한번 가 볼까? 하지만 지금 수업 시간은 가상 컨텐츠 활용이 없는 시간인데...


멍 때리며 턱을 괸 채 앉아있던 나는 딱딱거리는 소리와 천장의 형광등을 가리는 커다란 그림자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호오... 제법 우등생이라 생각했는데 수업 시간마다 항상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구나. 내 수업이 재미없니 레나?"


"아, 아니요!"


으... 최악이다.




그레이스와 함께 처음으로 올라가 본 학교 옥상은 상당히 고지대에 위치한 이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끝내주는 경치. 대부분 고층 건물들 뿐이라 빌딩 숲이 펼쳐져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니 새삼 새로운 기분이 든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당연하다는 듯 옆에 따라다니던 루카스가 보이지 않네.


"어제 정말 엄청났지. 그런데 생각보다 큰일은 아닌 걸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확실히 하이드에서 확인해 보니 사망 사건이래... 게다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정말? 그런데 왜 정부에서는 발표가 없지."


그레이스는 우려 섞인 내 말을 가만히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응? 그녀의 시선은 옥상 출입구 계단에서 막 걸어 나오는 루카스에게 닿아 있었다.


"너도 참 양반은 되지 못하는구나. 옥상에 있는데도 잘도 찾았네."


"뭐 발붙일 곳이 딱히 많은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그레이스 넌 유명인이라 약간의 탐문이면 충분히 찾는다."


잠깐, 분명히 그레이스의 입에서 귀찮은 녀석이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린 것 같았는데... 이 녀석 점점 성격이 변하고 있어!


"어쨌든 어제 그건, 도대체 무슨 일이래? 하이드에서도 탑엣츠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고 떠들어 댄다고."


"일전에 내가 말한 좋지 않은 일들이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큰 일인 거 같은데."


루카스는 손사래를 치며 옥상 난간에 여유 있는 포즈로 몸을 기대었다. 가끔 보면 얘는 과묵한 건지 수다쟁이인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니까.


"뭐 이런저런 조사를 해 봤는데, 좋지 않은 소식이랑 더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


어쩐지 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피할 수는 없겠지.


"둘 다 좋지 않다면 더 좋지 않은 것부터 들어볼게."


반쯤 체념하고 말하는 나를 향해 루카스는 실소했다.


"뭐 웃을만한 일도 아니지만. 최근 일어나는 사건... 그러니까 어제와 같은 일이, 탑엣츠와 연관이 있는 게 맞아."


"그건 우리도 예상하고 있었긴 하지만... 역시 그렇구나."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거야?"


루카스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이드와 팬카페 등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클랜 정보망인 인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비슷한 사례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고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이 도대체 무엇인지,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역시 관심이 많았으니까... 듣기만 하던 일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차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 결과, 탑엣츠는 진화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것 이외에 히든 코드가 있다는 설을 확인하였다. 그것은 버그조차 없어 보이는, 말 그대로 빈틈없는 프로그래밍 그 자체가 사실은 그 이상의 존재라는... 즉 엑스트라 프레임워크(Extra Framework)!


"아 미안, 좀 쉽게 설명해 줄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내가 침울해하자 그는 헛기침을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간단히 말해서 단순한 게임이 아닌 계획된 프로그램이라는 거지."


"뭘? 누가? 왜?"


"어이~ 그런 자세한 것 까지는 아직 모른다고."


그의 핀잔에 내가 움츠려 들었고, 대신 그레이스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째서 탑엣츠에 그런 사연이 있을까... 그럼 탑엣츠를 하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


루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그건 아니야. 단순히 온라인 게임을 한다고 사람이 죽거나 하지는 않지. 그러기에는 엄청 많은 유저 수에 비해 적은 사망자니까. 차라리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을걸?"


그... 그렇겠지. 수많은 차가 운행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죽는 건 아니니까.


"그럼 어떤 부분에서 연관이 있다는 거야?"


내 말에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탑엣츠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이 VRLR 시스템의 위험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돌출구가 탑엣츠라는 거야."


VRLR 의 위험성?


그러고 보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반동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스럽게 가상현실 VR 의 발전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단순한 체험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세대를 거쳐 실생활에 녹아들 정도로 완벽하게 적용되었지만 누구도 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효성 문제만 거론되었을 뿐, 돈이 되는 사업이었기 때문일까? 의학계나 정계에서도 안전하다고 검증해 버렸었고...


"아! AR 과 관계가 있는거니?"


그레이스의 말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답."


"그... 그게 뭐야?"


"레나 너 수업시간에 졸았지..."


그레이스의 핀잔에 더욱 작아지는 기분이다...


"증강현실 AR(Augmented Reality) 말이야."


"하지만 탑엣츠는 가상현실 컨텐츠인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지. 아니, 사실 그게 맞았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거야. 말하자면 증강가상현실이라 해야 할까?"


약간은 이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탑엣츠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거랑 사람이 피범벅이 돼서 죽는 건 인과가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그 돌출구가 되는 포인트랑 레이드 모드도 관계가 있는 건가?"


"글쎄."


"아니면 VRLR 자체에 문제가 있을까?"


"그럴지도."


"그러면 큰일 아니야? 왜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지. 우리가 괜한 걱정이나 잘못 추측하기라도 하는 걸까?"


뭐야... 죄다 싱거운 반응뿐이야. 어깨를 으쓱하는 루카스가 어쩐지 얄밉게 느껴진다. 멍하니 우리 둘을 바라보던 그레이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나, 어쩐지 말 수가 많아진 것 같아. 뭐랄까 조금 적극적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하하... 차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참!"


그 순간 어째서인지 그 애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무래도 말해야 좋겠다는 결심도 함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할 말이 있는데."


"응?"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상한 녀석이 요즘 따라붙고 있어."


몸을 배배 꼬며 말하는 내 태도에, 두 사람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녀석이라니?"


"중학생 여자애인데... 뭐랄까 격이 없어도 너무 없고 조금 걱정... 아니 신경 쓰인다고 해야 하나?"


"뭐 탑엣츠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같은데."


"그, 그게... 팬이라고 했어. 자기도 탑엣츠 플레이어라고."


"흐음... 랭킹 1위인 네 위치로 볼 때 팬이 있는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지."


으으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머릿속에 복잡해진다. 단순한 팬이 아니라 스토커라 하기에도 웃기고... 가출 청소년을(물론 나도 청소년인 주제에) 멋대로 집에 들이고 재우고 했다는 것도 말하기 조금 그렇고.


저 멀리 종소리가 울린다.


"그럼, 밤에 이 문제에 대해 군것질이라도 하면서 다시 의논해보자. 아직 게임상에서는 특이점이 없었으니까."


그레이스가 조금 안정되었는지 평소의 부드러운 낯으로 말하고는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어쩐지 이 겉멋 든 녀석이랑 둘만 있는 것도 뻘쭘해서, 나도 적당히 얼버무리고 내려가려 하자 루카스는 그 답지 않게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았다.


"뭐, 왜, 왜?"


"아까 분명히 말했지만 더 안 좋은 소식 말고도 안 좋은 소식도 있다고."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말해줘야겠냐... 하긴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궁금한 상태지만. 아아... 그저 게임을 즐기는 건 힘든 걸까. 하긴, 나는 게임을 즐긴다기보다는 탑엣츠의 그 세계 자체가 좋아서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뭔데?"


그 말을 하기 전까지 몇 초 일지 모를 시간이 흘렀다.


"우리 클마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응? 클마... 그러니까, 루카스의 클랜 마스터라면 전에 말한 그 여자인가?


"조심해, 레나."


"일단은 참고할게..."




.




.




.




해가 떨어지고 밤이 지배하는 세상.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오후 내내 고민하던 루카스의 충고가 싹 날아가 버릴 일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골목길 안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요란한 사이렌을 켜고 누군가를 운송하는 구급차.


그리고 하얀 천 아래로 삐져나온 손목에 감겨 있는 VRLR 의 신경감지계.




그것보다 오싹한 것은 사람들 한쪽으로, 그러니까 우리 집 입구에 서 있는 한 소녀였다.


"안녕? 레나 언니. 늦었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나에게 말한 뒤 천천히 다가오는 엘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다.


"너... 넌... 도대체..."


우연이 아니다. 도서관에서의 일도, 내 기억이 맞는 것이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 추측은 확신에 이르었다.


"언니? 오늘은 나랑 함께."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굳어있는 사이 내 손이 그보다 작은 손에 붙잡힌다.


"탑엣츠 하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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