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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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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34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6.08 17:59
조회
409
추천
5
글자
10쪽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1)

DUMMY

그날은 날씨가 좋은 목요일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등굣길에, 비교적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목발이 필요 없을 정도로 힘이 실리기 시작한 다리였지만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의존해 왔던 터라 습관적으로 가지고 나온 내가 그것을 질질 끌며 짐짝처럼 들고 가던 날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향해 며칠 전에 그레이스의 추천으로 가본 케이크 가게를 지날 때...


"안녕?"


생기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내 앞을 가로막는 소녀. 마치 일부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날 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에? 응?"


"레나 블론디아 언니지?"


누구지 얜... 적어도 내 기억 속에 있는 친척이나 이웃 사람은 아닌데.


교복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 근방 중학교는 아니다. 색조 대비가 강한 디자인에 그것을 전체적으로 부각시키는 커다란 리본 옆으로 보인 중학교 표식에 내가 머릿속으로 얼마 되지 않는 이 동네 교복들을 모조리 검색해 보았지만 말이다.


"누구... 니?"


친척인가?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난 언니 팬이니까."


팬?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브리즈 윙."


햇빛을 모조리 반사시킬 정도로 환하게 웃는 천진난만한 얼굴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두운 밤길에 만난 무서운 사람처럼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지?


물론 탑엣츠에서는 갑주나 의상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덮어 씌기는 하지만 외모의 큰 변화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내 정체를 들키는 것은 소름 돋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방송 역시 그레이스의 어떤(?) 조치로 공개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퍼지지는 않아서, 골수 유저들만 본 것이고 인터뷰 내용만 기재되었기 때문에 학교의 동급생들도 나에 대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어떻게..."


"어떻게 알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난 말이야, 언니를 한참 찾았다고."


순간적으로 루카스가 말했던 그 사건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얘는 여중생인데... 정말 단순한 극성팬 같은 건가?


"용건이 뭐야?"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 나는 곧바로 대응 스타일을 바꿨다.


"태세 전환이 참 빠른 언니네~. 말했잖아 팬이라고. 완전 이쁘시네!"


"..."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그러니까... 그런 거 아냐 이거? 스토킹... 이라던가... 사인이라도 해 달라는 건가?


"저기 말이야 언니,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내 반응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발랄한 어조로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어떤?"


"랭킹을 쉽게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흠... 의외로 평범한 질문이네... 아니, 진짜 유저라면 그냥 제일 궁금할 법한 것 중 하나기는 하지. 역시 잠시 전의 걱정은 기우인 모양이다.


그런데 막 입을 떼려는 순간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나의 LP 획득 방식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탈 탑엣츠 방식의... 말하자면 센세이셔널 한 공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초반에 엄청나게 고생했고 안다 해도 쉽게 할 수는 없지만 이 방법이 알려진다면 누구도 대전을 원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키고 싶은 탑엣츠의 근간을 흔들지도 모른다.


"어... 그게..."


"뭐 말하기 어려우면 상관없어. 나는 초보라, 스킬 레벨을 올리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


"응... 근데 학교는?"


"패스."


쾌활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개념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 아이의 말에 어쩐지 조금 화가 났다. 나는 굉장히 가고 싶었던 곳인데.


"그래도 가야 하지 않을까."


"흐응~. 다리 다쳤어요?"


여전히 내 말은 상큼하게 무시해 주는구나.


"이젠 괜찮아."


"그럼 언니, 친구 추가는 해도 될까?"


"으응... 뭐 그 정도는."


반사적으로 대답해 버렸지만, 생각해봐도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싱겁다고 느낄 정도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추가 신청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고작 그런 거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일부로 찾아온 건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공연히 그레이스에게 말해봐야 걱정거리만 늘리는 셈이 되겠지. 딱히 방송 이후에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 지금 시간이... 문득 떠오른 난 급히 손목에 감겨 있는 휴대용 플랙시블 폰을 바라보았다.


"지각이잖아!!"




.




.




.




"오늘 일진이 좋아 보이지는 않네, 레나."


오후의 쉬는 시간,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스가 위로하듯 말해 주었다.


"말도 마... 아침에는 지각, 쪽지시험은 꽝, 초과학 시간의 케이블은 결합 장애..."


어휴... 스스로 생각해도 답답했던 오늘 일진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지금 여기 신경 쓰이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고!


"아?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내 두 번째 클랜원이야."


내 시선이 닿아 있는 곳에는 루카스와 함께 앉아 있는 키가 큰 남학생이 빙긋 웃고 있었다.


"안녕?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아벨 네이브, 3학년이다."


호탕하게 말하는 그는 차분한 이미지의 루카스와는 어쩐지 대조적인 이미지로 느껴졌다. 선배구나... 그레이스는 어떻게 이런 선배 오빠를 클랜에 가입 시킨 거야.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클랜 구색도 갖춰야 하고, 레나를 서포트 하려면 나 혼자서는 힘들 수 있으니까 내가 부탁했어."


"뭘~ 학생회 여신인 그레이스의 말이면 당연히 들어 줘야지."


하하... 오글오글 거린다고...


잠자코 간식을 먹고 있던(그렇게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는지 모르겠지만) 루카스는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는 슬며시 물어보았다.


"그럼 클랜원이 이제 세 명인 건가?"


"응."


"한심하군. 우리 클랜이라면 제대로 된 지원이 가능할 텐데 말이지."


잠깐, 이 레퍼토리는...


"그러니까 우리 클랜에 가입을..."


"거절한다."


왜 그렇게 나를 데려가지 못 해서 안달인지, 정말 그 클랜 마스터 때문인 건가? 물론 현재로서는 일단 랭킹 1위인 데다가 전적도 어느새 11승 0패의 무패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에게 완벽한 자신은 없다.


그런데 그레이스도 그렇고 루카스도 그렇지만 나를 어떻게든 영입하려 하거나 서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게 그렇게 필요한 걸까?


"그 지원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거야?"


그레이스는 양손을 모으고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일전에 말한 선호 클랜 이야기 기억나지?"


"응..."


"습격을 통한 대전 신청 시, 만약 레나 네가 패배의 위기에 처해있으면 [호출] 아이템을 사용해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 물론 호출 아이템도 일회성이지만 일반적인 대전이 아닌 무언가 심각한 결투일 때는 지원가가 대신 패배하거나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이야."


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거... 민폐 같은데. 누군가가 날 대신해서 싸우거나 진다는 거 아니야?"


그레이스는 상관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이럴 때마다 가끔 이 애는 엄마 같은 느낌이 든다니까. 만약...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이렇게 날 생각해 줬을까? 아니면, 게임을 관두라고 했을까.


"게임상에서의 PVP 패배는, 레나 네 경우에 엄청난 LP 를 떨구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뿐이면 몰라도 요즘 일어나는 사건으로 볼 때 무언가 버그가 작용될지도 모른다."


"어려워..."


루카스의 부가 설명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오늘 내내 일진이 꼬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어째서인지 그 말에 항변하듯 떠들어댔다.


"어쨌든 지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놀라웠는지, 루카스는 잠시 쿠키를 집던 손을 멈췄다.


"뭐 그렇군... 하지만 탑엣츠는 전 세계에서 하는 게임이다. 정신 나간 녀석들도 많아."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클마도 마찬가지야. 그녀를 조심해, 레나."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레이스는 다독이듯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저 녀석도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까."


"으응..."


하지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언가 일이 현재 진행형으로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렇게나 노출된 상태에서도 별문제가 없고... 더군다나 공연스러운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집으로 돌아온 후 간단한 집안일을 한 뒤, 잠시 고민하던 나는 목발을 늘 세워놓던 방 한편이 아닌 옷장 위쪽에 올려놓았다. 더 이상 저런 것에 의지하지 않아도 다시 제대로 걷고 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어쩐지 흥분된다.


가볍게 빵과 우유로 저녁을 때운 뒤 나는 탑엣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탑엣츠에 접속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랭킹 1위 브리즈 윙 님.]


오늘도 많은 친구 추가가 와 있다... 사실 이건 랭킹이 상위로 오른 뒤 늘 있는 일상이고 내가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약속을 했으니까 그 아이의 초대는 받아 줘야...


어? 잠깐... 그 아이 아이디가 뭐지? 캐릭터 명을 말해주지도 않고 묻지도 않아 버렸다. 안타깝지만 이러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나는 입맛을 다시며 허공의 홀로그램 같은 메뉴창에서 x 표시를 클릭해 커뮤니티 창을 닫았다.


[게임 모드를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깐 머뭇거리는 나... 몇 년을 습관적으로 레이드를 했었지만, 최근은 거의 대전 모드만 하고 있다. 굳이 대전 모드로 갈아탄 것도 아닌데 말이지. 오늘은 오랜만에 도전해 볼까?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이것을...


"레이드 모드."


[레이드 모드가 선택 되었습니다. 잠시 후 해당 지역이 인스턴스 던전으로 활성화 됩니다. 난이도는 레벨 9로 자동 조정됩니다.]


나는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몇 달 만에 클리어했던 레벨 8을 넘어선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3-(1)샵.jpg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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