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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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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30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6.15 18:01
조회
284
추천
3
글자
12쪽

4. 습격(3)

DUMMY

적막감.


이것은 내 삶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것이었고, 특히 그 사고를 기점으로 탑엣츠를 만나기 전까지 나를 가두었던 새장이었다.


그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익숙한 감정에 저항하듯 나는 몸을 둥글게 말아 다리를 끌어안은 채 벽에 기대어 멍하니 TV 를 보고 있었다. 잇다른 사고 소식이 [하이드] 를 통해 올라오고 있었지만 TV 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뀌어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 쪽이 거짓인지, 내가 꿈을 꾸는 것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일 이후로 탑엣츠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VRLR 자체를 만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우유부단하게 현실에서 또 도피하는 거냐고?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자문자답해 버렸다. 이것은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총격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지키고, 나 자신의 행복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떨쳐내지는 않았다. 단지, 지금은 VRLR 에 대한 혐오감이 그 마음보다 조금 앞서 있을 뿐.


- 레나... -


"어... 괜찮아?"


- 조금 진정은 됐어. -


하루 한 번 이렇게 그레이스와 통화를 해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지만, 그 행위조차 나 자신의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제 탑엣츠는 더 이상 하나의 컨텐츠가 아닌, 확실한 현실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어두운 먹구름을 내 가슴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은 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발코니로 다가가 이중창을 힘차게 밀어 젖혔다.


"그 소녀가 나왔습니다! 브리즈 윙입니다!!"


이미 그들이 와 있었다는 건 한 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세 번째 방문자들. 이놈의 게임에는, 사생활 정보 보호 따위도 없다니까.


어떻게든 나를 잡아 LP 를 뺏으려는 클랜 단위의 무리들을 내려다 보던 나는, 그대로 아래를 향해 뛰어 내렸다.


"자, 자살인가?"


기분 좋은 바람이 불안감을 날려 버린다... 귓가에 스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떨어지는 듯한 쾌감을 전해온다...


그들 역시 멜리사가 말한 티켓을 따내기 위한 무차별 PVP 를 시작한 도전자일 뿐. 그것에 대한 의미도 곧 찾아낼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쉬지 않고 몰려오는 플레이어들을...


"전부 쓰러뜨리겠어."




잠시 후, 부서진 거리를 지나는 동안 한숨만이 새어 나왔다. 폭격을 맞은 듯 엉망으로 주저앉은 담벼락과 쓰러져 있는 철골들, 어지럽게 널브러진 유리 파편... 나는 이런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병원에서 그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은 건가?


잘못된 것은 탑엣츠도, 가상 현실도 아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 했던 인간의 끝없는 욕심... 적어도 지금 우리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어서오세요."


공복을 느끼고 들어선 편의점에는, 늘 반겨주던 알바생이 아닌 점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앉아 전자신문을 보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삶도, 분명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거겠지.


세상은 전시도 재난 중도 아니지만 무언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거스름 돈 여기요."


멍하니 서 있는 나의 앞에 비닐봉지에 담긴 인스턴트 음식들과 동전 몇 개가 내밀어졌다.


"학생?"


"아... 죄송합니다! 수고하세요."


허겁지겁 그것들을 받아 든 나는 편의점을 뛰쳐나와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랬다. 분명히... 방금 편의점 주인 머리 위에... 보였었다.


탑엣츠는 아니지만 뭔가의 프로필 같은 것이.


VRLR 의 착용 없이 어째서 저런 것까지 확인이 되는 거냐고? 나는 서둘러 손목의 휴대폰을 열어, 아직 상실감에 잠겨 있을 그레이스를 제외한 두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말이니까, 학교 앞 공원에서 볼까?]


[난 안돼. 뭐 일단은 수험생이라 학원 가야 한다.]


음... 그러면 루카스랑 둘이 봐야겠네.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 데려갈게.]


루카스의 말에 자동으로 고개가 갸웃거린다. 누구 이야기지? 그러고 보면... 엘은 그날 이후로 아예 안 보이네. 나야 속 시원하긴 하지만.




그가 데려온 사람은 우리 또래가 아닌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루카스는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소개하지. 일전에 내가 말한 해커야."


친구... 라고 하지 않았냐.


"오~ 네가 레나구나. 반갑군."


보기와는 다르게 두껍고 커다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그의 태도에, 나는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손을 잡아 주었다.


"네가 습격을 당한 날을 기준으로 요 며칠 사이에 말 그대로 엉망이 되어 가고 있어. 뭐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만 내 쪽은 집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거든. 하는 수 없이 이 사람에게 신세 지고 있고."


"뭘~ 우리는 친구 사이 아니겠니 루카스. 크흐흐..."


그런 의미의 친구인 거냐...


"보자고 한 이유는? 그레이스가 괜찮아질 때까지 너도 집에 얌전히 있겠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유저들은 별로 날 얌전히 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던데."


"뭐...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


그랬으면 좀 도와주지 그랬니. 마음 놓고 샤워도 하지 못 했던 요즘을 떠올리며 나는 이를 갈았다. 뭐 그래봐야 루카스와 입씨름을 해서는 나만 손해일 게 뻔하니까,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침 묻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이 분이 같이 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야기될 지도."


나는 가볍게 심호흡 한 후 두 사람 앞에서 손바닥을 펼쳐 들었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남자와 나 사이에 가벼운 바람이 선명한 형태로 압축되어 휘날린다... 루카스는 비교적 태연했지만, 남자는 놀란 눈으로 연신 안경을 추켜 올렸다.


마침내 난 그것을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대단하군. 역시 네 말 대로구나 루카스."


"스킬 구경은 아닐테고 뭐가 궁금하지?"


태연히 묻는 그를 향해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도 이런 모양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


"VRLR 없이 탑엣츠의 너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 말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 남자에게 말했다.


"이건 나보다 당신이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뭐... 루카스 군이 그렇다고 한다면야 내가 알아낸 걸 전부 말해주도록 하지. 이 공원은 행인이 적은 편이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탑엣츠의 출처에 대해 알아냈어! 이건 말이지..."


꿀꺽... 그가 마른침을 넘기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부에서 만든 뉴테크놀로지의 집약체다."


"네, 네? 정부에서 왜 이런 게임을..."


"그 부분까지는 방화벽이 워낙 두꺼워서 뚫지 못했지만, 확실해. 이 컨텐츠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고 정형화된 프로그램도 아니야."


"VRLR 이 출시된 후 실제 감각도 그대로 느껴지고 체험식에서 벗어난 완전한 가상 세계의 구현이 되었지?"


"어..."


루카스는 낮은 목소리로 힘을 주어 또박또박 되물었다.


"만약 그것이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닌 세계 정부의 음모라면?"


물론... 그런 추측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도대체 정부에서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고 하기에 VR 은 연령 계층 종족을 떠나 대부분의 인류가 사용하는 편의 문명 중 하나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런 기술을 내놓는다고 하여 정부에서 대중을 상대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조사는 계속하고 있어. 방화벽이 보통 단단한 게 아니지만 대부분 네트워크 정책이라는 건 반드시 구멍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아마 그레이스의 아버지 역시, 딸의 부탁으로 기밀을 엿보려 하다 당했겠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안은 그만큼 중요하다."


"너무해... 고작 이런 것으로 뭘 얻을 수 있다고 이렇게까지..."


"이미 하이드에 알려진 대로 녀석들은 상위 랭커가 되어 선택받은 자가 되면, 하늘로 향할 수 있는 티켓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하늘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건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지."


"작전명 [천국의 열쇠]. 그것이 정부에서 말하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다."


거드는 남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그들의 말에서 한가지 결과를, 나도 모르게 도출했기 때문이다.


"설마..."


루카스는 조금 전보다 무게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의 세계 정부는, 인류의 멸망을 꿈꾸고 있는 거지."


"모두 미쳤어."


"미쳤지. 그 이유나 계획, 구체적인 결말에 대해 아는 것은 아직 없어. 이 사람이 속한 해킹 조직도 경찰에 쫓기는 몸이고..."


"대체 그게 뭐라는 말이야?"


"VRLR 을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스킬 발동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레나, 내 생각은 조금 틀려."


루카스의 눈이 날카롭게 한 곳을 응시한다. 어느새 고요하던 공원의 입구에서 몇몇 사람들이 광기 어린 얼굴로 우리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VRLR 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들의 신경과 뇌는 그 하드웨어의 전뇌에 일부가 되어 버린 거라고."


"설명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이야..."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나와 루카스 뒤로 물러섰다. 모여드는 사람들은, 탑엣츠의 유저도 있고 전혀 생소한 어플리케이션의 프로필을 달고 있기도 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까와 동일하게 내 눈에 그것들이 모두 보인다는 것이다.


모니터 렌즈조차 착용하지 않은 내 눈에, 똑똑히...




"강행 돌파하는 수밖에 없겠군. 이제는 어느 쪽이 현실인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PVP 에서 패배한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너도 그렇게 말했었고..."


"틀려. PVP 가 아니야."


루카스의 주위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염력... 탑엣츠에서의 그가 가진 스킬!


"PVP 에 패배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탑엣츠 유저들 간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탑엣츠가 완전한 진화를 이루기 전의 이야기였지."


"그런..."


"지금 여기서 죽게 되면, LP 가 문제가 아니라 신경이 파괴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치게 돼."


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설마 그동안 있었던 많은 사건들... 죽어간 사람들은...


다른 컨텐츠를 사용하던 도중 탑엣츠의 유저에게 PVP 를 당한 건가?


그리고 이제는... VRLR 사용자 간의 목숨을 건 배틀이라고?


"정신 차려. 여기를 뚫고, 그레이스를 구하러 간다. 분명히 그 녀석도 위험에 처해 있을걸."


루카스의 말은 비틀거리고 있는 내 정신에 일침을 놓은 것과 같았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아직 이 위험한 도시의 한복판에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게임이 아니야."


루카스는 이를 악물고, 마침내 달려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향해 토해내듯 외쳤다.


"생존을 위한 액세스다!"

4-(3)샵1.jpg


작가의말

드디어 밝혀지기 시작... 레나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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