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린키나 님의 서재입니다.

TopETs life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게임

완결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6.05.30 18:58
최근연재일 :
2016.08.08 06:0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028
추천수 :
126
글자수 :
185,729

작성
16.06.14 14:23
조회
267
추천
4
글자
13쪽

4. 습격(2)

DUMMY

강렬한 충격에 나는 몇 바퀴인지 모를 만큼 바닥에 나뒹굴어 걸레 쪼가리처럼 담벼락에 부딪혀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속이 쓰리다... 입 안쪽으로부터 무언가 쇠 맛이 느껴지고, 당장에라도 전부 쏟아낼 것 같이 울렁거렸다. 감각 공유 패치가 없다고 생각되자 더욱 이 고통이 현실로 생각된다.


도대체 뭐냐고 이 상황은. 분명히 저 모습과 주위의 상태는 탑엣츠 그 자체이다. 게임 속일 뿐이라고! 아무리 현실같이 느껴진다고 해도, 어딘가 어설픈 이 공간의 묘사는 틀림없는 게임일 뿐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그것은 생각에 그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내가 접속한 적이 없다는 틀림없는 사실이 족쇄가 되어 나를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로 끌어당기고 있는 기분.


"할 마음이 없는 건지, 아니면 탑엣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건지 잘 모르겠다만."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으며 멜리사가, 아니 윈트리가 다가온다.


"체력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LP 를 내놓고 끝내자. 물론, 이 대전이 끝나도 나는 네 모든 LP 를 뺏을 때까지 대전을 걸 예정이지만."


이 여자... 완전히 작정하고 왔어!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며 나는 오기에 가까운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생각하자... 레나... 생각해...




만약 레이드의 그 사건과 이게 관계가 있다면? 9레벨 오픈으로 인해 탑엣츠의 히든 시스템이 개방된 형태라면... 아니, 현실에서의 그 사건들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 복잡하다... 너무나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내 불꽃은 기다려 주지 않아."


냉정하게 내뱉은 그녀는 손에서 또 하나의 불덩이를 생성해 내었다.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대. 설사 게임 속이라 확신해도 싸움의 결과를 알 수 없을 만큼 강적! 그런 위기 상황임에도 나에게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가볍게 한 번 이기고 볼까나~. 받아라!"


수박만한 불덩어리가 마치 공처럼 응집되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걸로...


나는... 끝?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때, 커다란 사람의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불을 온몸으로 받아 내었다.


"정신차려, 레나."


검과 결합된 형태의 방패로 일렁이는 불꽃을 막아낸 그는 다름 아닌.


"아벨 선배."


"한 명 더 있지."


정면에서 강대한 일격을 막은 탓인지 조금 힘겹게 말하는 그의 발아래에서, 지면을 타고 굵은 나무의 뿌리들이 멜리사를 향해 돌진하여 포위하기 시작했다. 저건... 그레이스의 스킬!


"귀찮은 녀석들이 추가되었네. 뭐 나는 별로 상관 없다만 말이지."


멜리사는 피식 웃고는 팔을 휘둘러 불꽃으로 뿌리들을 태워 버렸다.


"괜찮아?"


위쪽에 있었는지 그레이스가 내 옆으로 착지하며 묻자 나는 대답 대신 어벙한 얼굴로 두 사람을 돌아 보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난입할 수 있어? 습격에 의한 서포트는 플레이어인 내가 죽어야 가능한 것 아니었어? 게다가 한 번에 두 명이 어떻게..."


"조금 전 루카스에게 긴급 연락을 받고 이쪽으로 달려온 거야. 그 바보가 숨기고 있던 중요한 정보도 들었고."


중요한 정보라니?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기다려 줄 생각이 없는 듯 다시 거대한 불을 일으킨다.


"꼬마들의 수다는 오프라인에서 사이좋게 하도록 하렴. 어차피 이제 오프라인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진 상태지만."


아이론가드. 클레마티스. 두 사람의 ID 를 돌아본 나는 내 머리에도 떠 있는 프로필을 보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명히 게임 속 현상이다... 상대는 물론, 친구들까지 게임 속 모습 그대로. 만약 탑엣츠가 루카스의 말대로, 현실에 덧씌워지기 시작한 거라면?


나는 겨우 숨을 고르고 일어나 긴장하고 있는 두 사람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며 되뇌었다.


"무장 전개."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야.




내가 바람을 믿지 않고 있어...


상상의 힘이 구현되는 이 세계, 탑엣츠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착실하게 랭킹만 올려온 껍데기에 불과했던 거야. 어쩌면 나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레나?"


"호오..."


작열의 세검.




내가 나를 믿는 그 순간, 선홍빛의 레이피어가 불꽃에 휘감겨 나의 손에서 현상화되었다.


"할 마음이 들은 것 같지만, 앞으로 한 번이면 어차피 넌 끝나."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불이 마치 뱀의 혀처럼 우리들이 서 있는 거리 전체를 위협해온다. 상위 랭커 윈트리의, HSP(Hidden Skill Point) 까지 적용된 완전한 염화는 해일처럼 이쪽을 향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멍하니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나의 머릿속에서, 사고로 누워있던 때 처음 탑엣츠를 접하던 그날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 레나, 너는 어떤 스킬을 갖고 싶어? -


- 글쎄... 뭐가 좋을까. 그레이스는? -


- 꽃이나 나무를 마음껏 심고 싶어. 정원에도 충분히 많이 있어서 떠올리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니까. -


- 액션 게임이라는데 불리하지 않을까? -


-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존재라고. -


- 난... -


탑엣츠는 유저의 상상력으로 스킬이 정착된다. 그것은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각자 가지고 있는 SP(Skill Point) 의 한계를 받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가장 자유롭고 실용성이 좋으며 내 마음에 드는 첫 번째는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스킬을 구현하기 위해, 그다음으로 무장을 성장시켜 레이드 보상인 자체 스킬 부여를 하기 전까지 나는 끝없이 노력해왔다.


모든 것은 레이드 공략을 위해서... 그리고 자유로운 나를 꿈꾸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을 지키고,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온 힘을 다해 바람의 장벽으로 불꽃을 막아내며, 나는 신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속마음을 토해 내었다.


"듣던 대로 상당한 바람이지만, 내 폭염을 계속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나를 향해 멜리사가 냉소한다. 내 검에 새겨진 불은 저 거대한 화마에 비하면 촛불과도 같은 존재...


"레, 레나..."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아벨 선배가 고통스럽게 말하며 나가떨어졌다. 그의 체력이 모두 소모되었고, 그다음으로 그레이스의 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나는 천천히 불타는 검을 들어, 회오리를 형성하여 요동치는 내 바람의 중심부를 향해 겨누었다.


"그레이스. 나... 완성했어."


MAX 레벨의 바람. 그리고 나의 히든 스킬인 융합의 힘으로...


"한 방 먹여."


그레이스의 힘겨운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그것을 바람의 중심에 찔러 넣으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번개검. 기가 라이트닝.


"뭐, 뭐야?"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그녀의 불꽃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그 사이를 똑바로 내가 발생시킨 굵은 번개의 줄기들이 파고들어 돌진한다. 자신의 무장으로 보이는 갑주로 방어 자세를 취한 멜리사가 폭발의 중심에 휘말리는 그 순간 나의 히든카드는 그대로 빛나는 섬광이 되었다.




.




.




.




"괜찮아 루카스?"


두 사람과 함께 다시 도착한 놀이터는, 말 그대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황폐하게 부서지고 그을려진 그곳에서 루카스는 한쪽 벽에 기대어 쉬고 있다 우리를 보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일단 응급처치는 받았으니까."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내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터벅터벅 다가간 그레이스의 손이 기세 좋게 올라간다. 짜-악! 완전히 고개가 돌아간 그를 향해 그녀는 무심할 정도로 차분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맵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하지 않았어?"


역시... 그런 거였구나. 이미 상위 클랜인 그의 클랜도... 탑엣츠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현재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일부로 말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 나도 반신반의하고 있었으니까."


"저기... 나한테도 다 설명해주지 않을래?"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자리를 옮기자."




그의 집은 평소 그의 이미지와 동일하게 무척이나 깔끔했다. 상당히 엉망인 우리 꼴에도 루카스의 어머니는 놀라지 않고 묻지도 않은 채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수건으로 그을음과 핏자국을 닦고, 그레이스가 상처를 돌봐주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속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 지역 전통 과자를 한 무더기 가지고 온 루카스는 우리 사이에 그것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뭐 그 누나가 찾아간 이유는 알 테고, 너희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전부 말해줄게."


"가급적이면 미리 알려주지 그랬냐. 그랬다면 레나가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아까 말했지만 저도 확신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선배."


입맛을 다시며 불만을 토로하는 아벨을 향해 루카스는 적당히 대꾸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전에 말한 레이드 건 있지?"


"레벨 9를 오픈한 후 어느 레벨에서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거?"


"그래... 그날 이후인지는 모르겠는데, 탑엣츠가 확실히 증강현실로 진화하기 시작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단순한 프로그래밍으로 그 정도까지 성질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그레이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고 보는 것들이, 기존의 게임 룰을 무시하는 모든 일들이 현실이라는 거지? 역시..."


"그것도 백 퍼센트 정확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봐야겠지. 친구 중에 상당한 해커가 있는데, 언론에서도 이 사실에 대해 알면서 발표하지 않고 있어."


"어째서일까."


"전에도 말했지만 뭔가 흑막이 있겠지. 중요한 건 VRLR 을 쓰고 안 쓰고 상관없이 탑엣츠는 이제 현실이나 다름없고 실제로 거리도 저렇게 엉망이 되어 있다는 거지."


그의 말 그대로, 내가 싸운 우리 동네나 아까 그가 있던 놀이터는 복구되지 않았다. 즉, 스캔하여 복사된 필드가 아니라는 이야기... 물론 그것이 실제인지 아니면 우리가 게임 속에 사로잡혀 있는지 그 내막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큰 문제가 된 것이다.


"그, 그럼 혹시 PVP 에서 패배하면 실제로 죽는다던가..."


"나도 그런 부분을 의심해 보기는 했는데 그건 아니었어. 나 역시 졌지만 살아 있잖아? 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 체력이 모두 회복되면 상처도 모두 없어져."


"그러면 확실히 게임 속 그대로인데..."


공간은 현실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우리들은 모두 탑엣츠의 영향을 받는다고? 어느 쪽이 진실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현실?


"아까 겪어봐서 알겠지만 지금와서 탑엣츠를 그만 두던지 그런 것 따위는 더 이상 상관없어. 문제는 단체로 습격할 수도 있다는 거야."


기존의 게임 룰 따위는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다. 무언가 프로텍트가 무너진 것처럼, 이 시스템은 그렇게 변화되었다. 아니... 어쩌면 계속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에서도 계속 쉬쉬할 수는 없을걸. 거리가 부서진 것은, 단순한 게임 속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별개의 문제니까."


그레이스의 말에 나는 적잖게 동감하였다. 루카스는 자신의 플랙시블 폰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그냥 넘기기 힘들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잠시 후 뉴스를 보면 알겠지."


액정에 떠 있는 팝업에는 [속보] 라는 명확한 문구가 간추린 기사와 함께 떠 있었다.


- 뉴스 속보입니다 -


"척하면 척이네. 화면 좀 모니터에 연결할 수 있어?"


아벨의 말에 그는 책상 위 모니터를 끌어당겨 손목의 휴대폰과 연결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진지한 태도로 그것을 응시했다.


- 오늘 시가지 곳곳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정부는 치안 강화를 위해 기동대를 24시간... -


"뭐야 저게?"


폭탄... 테러라고? 신기할 만큼 목격자가 없기는 했지만, 화면에 나오는 자료 사진으로 볼 때 우리 말고도 여기저기서 PVP 가 일어난 모양인데도 그렇게 덮어 버린다니, 말이 나오질 않는다.


- 또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잇다른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자살 카페 등을 조사하여... -


"뭔가 이상해."


그레이스의 말에 루카스 역시, 확실히 그렇다는 얼굴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버지에게 물어봐야겠어."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약간의 위안이 생겼다. 이 지역구의 높은 관료인 그녀의 아버지에게 내막을 물어본다면 무언가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것이 단순한 게임 이슈나 버그, 온라인 범죄 따위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흑막이 적용된 계획적인 사이버 테러라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opETs lif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5. 밝혀지는 흑막! 그리고 버그라니!(1) 16.06.16 340 3 12쪽
12 4. 습격(3) +1 16.06.15 284 3 12쪽
» 4. 습격(2) 16.06.14 268 4 13쪽
10 4. 습격(1) 16.06.13 290 4 14쪽
9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3) 16.06.10 327 5 11쪽
8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2) 16.06.09 274 5 14쪽
7 3. 내가 아는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1) +3 16.06.08 409 5 10쪽
6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3) 16.06.07 368 5 11쪽
5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2) 16.06.03 328 5 10쪽
4 2. 첫 PVP ! 그리고 공표한다(1) +1 16.06.02 367 6 9쪽
3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3) 16.06.01 442 4 7쪽
2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2) +2 16.05.31 549 7 9쪽
1 1. 인기 절정의 미스테리한 액션 게임, 그곳에서 나는 랭킹 1위(1) +2 16.05.30 999 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