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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고인물이 업적을 다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공모전참가작 새글

무곰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2
최근연재일 :
2024.06.27 22:0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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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01
추천수 :
3,985
글자수 :
309,626

작성
24.05.08 12:50
조회
5,089
추천
130
글자
16쪽

그냥 죽는 엑스트라

DUMMY

시작한 이야기는 반드시 끝나야만 한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 속 인물들은 내 곁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고, 끝내 세기의 악역이 쓰러진 뒤에도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으면 싶었다.

그럼에도 결말을 봐버리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갔다. 좋아했던 만큼 닳을 때까지 이야기를 보고 또 봤다.


소설이나 영화보다는 게임에 빠지게 된 건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들과 달리 게임은 플레이할 때마다 매번 결과가 달랐으니까.

게임 속에는 선택지가 있었다. 나의 행동에 따라 분기하는 스토리가 있었고 볼 수 있는 결말이 많았다.


이야기의 끝을 미룰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모든 것은 주인공인 내가 플레이하기에 달린 일.


······그렇다고는 해도, 끝은 있었다.


[현재 도감 수집률 : 100%]


“푸하.”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빛나고 있는 건 오직 모니터의 화면뿐.

그 앞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조촐한 성과를 홀로 자축했다.


오늘 또 하나. 게임의 ‘끝’을 봤다.

단순히 스토리 결말을 봤다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끝이었다.

지금 막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전부 확인하고 수집한 참이었다.


도감.

말하자면 게임 세계의 축소판과 같은 것.

등장하는 캐릭터 소개부터 시작해서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 스킬, 마법과 몬스터, 나아가서는 CG나 스크립트, 설정, BGM과 배경 원화, 심지어는 수많은 결말까지도.

그야말로 이 게임의 모든 정보가 담기는 하나의 책.


그 도감의 꽃이라고 한다면 역시 <업적>일 것이다.

특별하고도 희귀한 아이템을 손에 넣었을 때.

히든 보스를 찾아내 무찔렀을 때.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펫을 수집해봤다거나 모든 스테이터스가 최대치에 도달했을 때 등등.


클리어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칭호>를 보상으로 내어주는 도감작의 하이라이트.

그런 기나긴 도감을 오늘에서야 다 채웠다. 오랜 시간 애먹던 마지막 업적을 지금 막 달성한 참이었다.


마우스를 움직여 도감을 열어 봤다. 곧 게임 속 가상의 책이 펼쳐지고, 그곳엔 각각의 칭호를 상징하는 휘황찬란한 트로피로 가득했다.

비교적 얻기 쉬운 동색 트로피로 시작해서 은색, 금색, 마지막에는 최고의 업적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정 트로피까지. 천 개가 넘는 트로피가 그렇게 나열되어 있었다.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끝내고 나니 또 뿌듯했다. 가득 차 있는 도감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 모금을 더 홀짝였다.


그래, 이걸로 또 하나 끝이다. 이젠 이 게임을 떠나보내 줄 때였다.

하도 오랜 시간을 플레이하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정도 들고 그랬지만, 그래 봐야 게임일 뿐.


내일은 주말이라 회사도 안 나가겠다, 하루 정도는 푹 쉴까. 그러면서는 이 다음 붙잡을 게임은 뭐가 있을까 한 번 찾아보고.

이번엔 아카데미 배경의 JRPG였으니까 다음엔 신작 아포칼립스 게임이라도 시작해볼까. 아니면 기세를 몰아 작년에 인기 있었던 JRPG 하나를 더 할까.


“······.”


그런 고민을 하던 도중 문득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도감을 넘기다 보면 나오는 마지막 페이지. 그곳은 어째선지 텅 비어있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처음엔 나도 당연히 뭔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는데, 수집률 100%를 찍은 지금에 와서도 드러나는 건 없었다.

이미 수치가 증명한 이상 나도 더 관심 가지지는 않았다. 그냥 사소한 버그거나 혹은 제작진의 실수겠지. 이런 일이야 게임하다 보면 비일비재했다. 결국은 이것도 사람이 만든 거니까.


시작한 이야기는 반드시 끝나야만 했다. 그것이 사람이 만든 이상에는.

이제는 내가 선택한 결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게임 종료를 눌렀다.

원래라면 그 후 SNS와 커뮤니티를 떠돌며 도감 컴플리트를 자랑하고 떠들고 그래야 했겠으나······.


애석하게도, 내 기억은 그곳에서 끊긴다.


* * *


······게임을 하다 보면 꼭 그런 캐릭터가 있다.


제작자의 장난으로 태어났을 뿐인 캐릭터.

이야기 속에서 이렇다 할 비중도 없고, 위치도 없고, 무슨 대단한 복선이니 떡밥이니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게임에 등장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그러나 심심풀이 삼아 제작자가 집어넣어 놓은 그런 인물.


내가 오랜 시간 붙들었던 게임에도 그런 캐릭터가 있었다.

칙칙한 금발에 교복을 입고 있으니 학생이긴 할 텐데, 이름도 정체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한참 나중에서야 알려졌다.


그 캐릭터는 평범한 게임 스토리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게임 속 모든 ‘배드 엔딩’에서 이스터에그처럼 화면 구석에 등장했다. 이마저도 관찰력 좋은 유저가 스크린샷을 확대해 가면서 찾은 거다.


그렇게 등장하면 어떻게 되느냐.

죽었다.


이 게임의 배드 엔딩은 대부분 참혹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인물 자체가 적다고 보는 게 맞았지만, 여튼 그 금발에 인상 사나워 보이는 학생도 휘말려서 꼭 죽었다.

왜 그 학생이 거기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게 누군지도 몰랐으니까.


그냥 어느 심술 고약한 제작자가 장난으로 만들었나 보다, 다들 그렇게 여겼을 뿐.


“······.”


거기까지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고 나서.


눈앞의 거울을 쳐다봤다.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거울에는 낯선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스물도 안 됐을 것처럼 앳된 외모. 어디선가 너무 많이 본 교복.

보고 있으면 괜히 사람 열받게 만드는 삐딱한 눈매와, 무엇보다.


금발.

묘하게 칙칙한 금발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 평생 이렇게 생겨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나이가 어려진 것부터가 이상했다.

이게 대단히 잘못된 꿈이 아니라면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게임에 빙의한 모양이다.

그것도 픽하면 죽는 개복치 엑스트라로.


“······허어.”


등 뒤에 놓여있는 침대에 그대로 털썩 드러누웠다.

고풍스러운 각인이 새겨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잘 믿기지야 않았지만 그래도 게이머로서의 본능은 남아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하게.

곤란하다면 우선 손에 쥔 것부터 확인하기. 그게 스킬이든 아이템이든 간에.


지금 내 상황에선 그게 정보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까지 플레이했던 게임에 들어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판타지풍 스토리 JRPG 게임, [Goddess & Bravers].

수려한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과 힘을 모은 끝에 최종 보스인 용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다회차 플레이를 권유하며 루트 분기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 다양한 결말을 나는 다 봤다. 배드 엔딩을 포함해서 전부.

게임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기억하지는 못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 주인공이 배드 엔딩으로 진입했는지 정도는 머릿속에 다 있었다.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었다. 도감 수집률 100%를 달성할 만큼은.


멍하니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게임이다. 갑작스레 빙의 같은 걸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끝을 본 게임.


혼란스러웠던 머릿속도 차차 정리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조금씩 보이는 중이었다.

일단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특히 생존률이 낮은 엑스트라에 빙의해버렸으니까.


그러러면 무엇보다도 게임 스토리가 내 기억대로 흘러가 줘야만 했다. 아카데미 배경에 학생들 나온다지만 스토리가 그렇게 상냥하지만은 않은 게임이니까.

사람 죽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 스펙타클한 상황에 괜시리 휘말리지 않으려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나을 거다.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역시 가만히 있자. 나만 조용히만 지내면 원래 게임 스토리대로, ‘정사’대로 흘러갈 테니까.

그러다가 정말 만약에, 혹시라도 주인공이 곤란해 보이면. 스토리 진행이 막히는 것 같으면. 그때 은근슬쩍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거다.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나서지 말 것.

스토리 진행되는 동안엔 생존이 최우선.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갑작스러운 빙의로 두근거렸던 가슴도 조금은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침착한 상태에서 그 다음을 고민해봤다. 그러니까, 스토리가 끝난 이후를.


이 게임의 스토리는 아카데미 졸업과 함께 끝난다. 분기에 따라 약간은 다르지만 일단 ‘진엔딩’ 루트는 그랬다.

그 다음엔 어쩐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 스토리 무사히 클리어되는 동안 살아남으면 나도 돌려 보내주려나.

아니면 여기에 갇힌 채 그대로 살아야 하나.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할 일을 미리 좀 고민해봐야 되나······.


침대에 대자로 뻗어 그런 생각들을 하던 도중이었다.


똑똑.


“브리오트 도련님. 도착한 서찰이 있습니다.”


노크 소리에 뒤이은 건 조용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다만 목소리를 들어도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빙의까지 했는데도 이 몸의 기억을 물려받진 못한 모양이었다.

주인공이라면 모를까 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브리오트라고 불린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다. 아마 성이겠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방문이라도 열어주고 생각해야 하나.


“엇.”


그때였다. 내가 일어서기도 전에 방문이 먼저 열렸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메이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여자였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옷차림이 진짜로 판타지 같았다.


그녀는 밀랍이 찍힌 편지들을 탁자에 내려두며 입을 열었다.


“하나는 아카데미에서, 하나는 가문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도련님. 시기를 보았을 땐······.”

“······.”

“······도련님?”


설명을 잇다 말고 여자는 날 쳐다보며 의문을 표했다. 내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게임 속에 빙의해서 처음으로 만난 다른 사람이었다.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좀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 예. 감사합니다.”


서둘러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당연한 인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저쪽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고개를 들자, 여자는 헛것이라도 봤다는 표정으로 서서 날 보고 있었다. 유령을 봤어도 그런 표정을 짓지는 못하리라.

내가 뭘 잘못했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돌처럼 굳어있던 여자는 곧 편지를 내려두고서 방을 나섰다.


“너무 늦은 시간에 주무시는 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도련님. 올바른 생활 습관을 확립하셔야 모레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에도 적응하기 쉬우실 겁니다.”

“······.”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런 반듯한 인사를 남기고 여자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옳은 말씀들이라서 딱히 덧붙일 말은 없었다. 누구신진 여전히 모르겠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탁자로 걸어갔다. 도착한 편지는 총 두 장이었다.

하나는 아카데미에서 보냈고 하나는 가문이랬던가? 밀랍으로 예쁘게 밀봉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대강 예상이 갔다. 편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받아본 적 있는 것들이니까.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 장학금.

그 액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장학금만으로도 필요한 물건들 어지간한 건 다 살 수 있었다.


두둑한 용돈을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괜히 설렜다. 받은 돈으로는 당장 뭘 사야 생존에 도움이 될지부터 자연스레 고민됐다.

역시 괜찮은 방어구일까. 아니면 차라리 이걸로 돈을 불릴까. 그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편지를 펼쳐봤다.


───


[학사 경고 안내문]


쟝 드 아즈일 브리오트 귀하께 드립니다.


귀하께서는 2학년 2학기 수료 과정에 필요한 학점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본 아카데미의 학칙 2조 7항에 근거, 학사 경고가 부여됨을 알립니다.


현재 귀하의 경고 회차는 총 4회입니다.


주의! 총 5회의 학사 경고가 누적될 시 학칙 2조 8항에 근거하여 불명예 퇴학될 수 있습니다.


제국력 822년 2월 28일

성 가브리엘 아카데미 학장 印


───


······장학금 같은 건 없었다.

없기만 하면 다행이지 나 학고란다. 그것도 네 번째.


“어······.”


약간 당황해서 고스란히 탁자에 내려뒀다. 일단 이름 하나는 알았네. 쟝 드 아즈일 브리오트.

어쩐지 ‘도련님’ 같은 낯뜨거운 호칭으로 불린다 싶었더니, 과연 귀족가 출신인 모양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가문에서 도착했다는 편지를 이어서 손에 쥐었다.


그래 학고가 대수냐. 집안이 귀족인데.

귀족이면 돈도 많으실 텐데 아들내미한테 용돈이라도 부쳐주셨을까. 하다못해 격려의 한마디라도 적혀있을까 기대하며 편지를 뜯어봤다.


이건 내용이 더 짧았다.


───


불미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불명예 퇴학 같은 걸 당한다면 이는 장차 가문의 수치가 될 터. 무사히 졸업하지 못하면 네게 브리오트의 이름을 짊어질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 내게 부끄러운 꼴 보이지 말아라.


브리오트 자작 보냄.


───


“······.”


부자지간이라기엔 지나치게 딱딱한 필체와 말투였다. 두어 번 정도 더 읽어봤지만 숨어있는 뜻 같은 건 없어 보였다.

그래도 하나는 더 알았네. 집안이 자작가라는 거.


두 장의 편지로부터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학고 한 번만 더 받으면 퇴학이고, 그러면 호적에서도 파인다는 거지.


그리고······, 귀족 신분을 잃고 아카데미에서도 쫓겨나면.

그러면 내가 검과 마법의 이 판타지 세상에서 대체 뭘 할 수 있지? 일자리를 구할 수라도 있나? 평생 사무직에서 엑셀이나 만지고 취미로는 게임밖에 한 게 없는 내가?


주인공을 돕네 마네 하기 전에. 스토리가 진행되네 어쩌네 이전에.

그냥 굶어 죽는 거 아냐 이거?


“······허어어.”


고개를 들어 다시 거울을 봤다.

그곳에 비치는 건 흑발에 잘생기고 터프하며 능력 있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눈매가 열받게 생긴 칙칙한 금발 남자애.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사망 씬이며, 어떻게 꾸역꾸역 살아남더라도 당장 땡전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내쫓길 판.


짙푸른 눈동자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생각은 금방 자연스러운 의문에 도달했다.


“나 사실 X됐나?”


등허리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게 느껴지던 그때였다.


[도감에 새로운 개체가 등록됩니다.]


“······?”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 다음은 이런 말까지.


[업적 <처음 받아본 편지>를 달성했습니다!]

[칭호 <연락을 소중히>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자그마한 트로피 모양의 배지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세세한 빛으로 다듬어지던 그 배지는 물리법칙을 초월한 듯 공중에 떠 있다가, 다 만들어지자 그제서야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밑으로 떨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펴 그 배지를 받아냈다. 거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자그마한 배지를 가까이 가져와 살펴봤다.


이렇다 할 문양도 없고 색도 밋밋한 황동색. 그렇긴 하지만 이 트로피는 내게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도감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업적을 달성해야만 받을 수 있는 보상. <칭호>.


그리고 이 게임은 칭호마다 특수한 능력이 붙어있었다.


───


[칭호]


<연락을 소중히>

- 편지는 누군가의 마음입니다. 잘 가지고 있도록 합시다.

- 지식 +1.


───


물론 황동 트로피는 가장 구하기 쉬운 만큼 대단한 보상을 주지는 않았다. 이 업적 또한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클리어되는 쉬운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은이나 금, 더 나아가 수정 트로피는 달랐다.


가장 어려운 과제를 내어주는 만큼 가장 찬란한 보상을 품고 있던 칭호들.

그런 것들은 게임의 판도를 뒤바꿔놓기도 했다.


“······.”


손에 들려 있던 배지를 꽉 쥐었다. 책상에 앉아서는 펜과 종이를 꺼냈다.

두 장의 편지를 받아보고 제법 식겁한 건 사실이지만, 업적을 깰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퇴학을 피하기 위해. 제적을 막기 위해.

당장 살아남기 위해 깨야 할 업적들이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무곰곰입니다.



이렇게 공모전을 맞이해 새로운 글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준비한 글이 취향에 맞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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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닫힌 문 2 +3 24.06.24 881 52 15쪽
48 닫힌 문 1 +5 24.06.23 945 53 14쪽
47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6 +3 24.06.21 996 57 14쪽
46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5 +5 24.06.20 1,002 50 12쪽
45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4 +3 24.06.19 1,039 50 14쪽
44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3 +3 24.06.18 1,069 50 12쪽
43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2 +4 24.06.17 1,105 58 12쪽
42 한 명은 모범생, 한 명은 1 +7 24.06.16 1,144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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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부르신 건 황녀 저하십니다 2 +4 24.06.14 1,187 62 15쪽
39 부르신 건 황녀 저하십니다 1 +6 24.06.13 1,246 62 13쪽
38 놀아나 주도록 하지 4 +3 24.06.12 1,255 61 12쪽
37 놀아나 주도록 하지 3 +2 24.06.11 1,260 59 13쪽
36 놀아나 주도록 하지 2 +5 24.06.10 1,300 50 12쪽
35 놀아나 주도록 하지 1 +3 24.06.09 1,373 62 12쪽
34 낙제생이 힘을 숨김 5 +1 24.06.08 1,448 63 12쪽
33 낙제생이 힘을 숨김 4 +7 24.06.07 1,516 55 13쪽
32 낙제생이 힘을 숨김 3 +4 24.06.06 1,491 64 12쪽
31 낙제생이 힘을 숨김 2 +3 24.06.05 1,557 65 13쪽
30 낙제생이 힘을 숨김 1 +5 24.06.04 1,670 61 12쪽
29 엑스트라 스토리 4 +7 24.06.03 1,692 79 12쪽
28 엑스트라 스토리 3 +8 24.06.02 1,715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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