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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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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563

작성
19.12.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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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

DUMMY

“이상해.”


유리창이 깨져나간 편의점 건물에 몸을 숨긴 크리스티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키야아아아아···.”


벌써 몇 번째 보는 풍경일까.


움직임이 느린 워커 좀비들이 스크리머 좀비를 대동하고 큰길을 가로막았다.


한편 움직임이 비교적 빠른 변이 좀비들이 마치 군견처럼 짐승 좀비들을 데리고 폐허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마치 훈련된 군대 같은 모습.

지성이 없다는 좀비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지만 무언가가 좀비들을 조종해 세건들을 쫓고 있었다.


“무언가 좀비들을··· 조종하는 건가?”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었기에 되묻는 렉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좀비를 조종하는 방법이 있어?”


흥미를 느낀 세건이 물었다.


자칭 학자인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이코 좀비나 브레인 좀비처럼 지휘관 타입 좀비들이 있긴 해. 그런데 그런 놈들은 겨우 수백 마리 정도라···. 이렇게 큰 좀비 무리를 조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사이코 좀비와 브레인 좀비.


‘이상한 이름이네.’


혹시 기억나는 것이 없을까 고민했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엔트위프에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서식했기 때문에 좀비는 매우 드물었다.


간단한 기본형 몇몇을 제외하면 세건은 좀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 놈들이 명백히 우리를 쫓고 있다는 건데···. 어떡할까?”

“으음.”


렉시의 질문에 세건이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상 포위당한 상태.

게다가 뒤에서는 짐승까지 동원한 좀비 수색대가 추격해오고 있다.


무작정 큰길을 돌파하려고 한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함께 있는 스크리머 좀비가 경보기처럼 다른 좀비들을 끌어들일 게 분명했다.


‘젠장.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지나가는 길에 사람이나 도우려고 했더니 일이 점점 더 꼬이고 있었다.


사방에 좀비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니 마치 한 도시의 시민들 전부가 자신을 잡기 위해 몰려든 것만 같다.


고민하던 세건이 결론을 내렸다.


“돌파하자.”

“돌파를?”


렉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이 부근은 다 막힌 것 같은데.”

“그래도 숨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저기 스크리머 좀비들을 보면···.”

“기다려봤자 들킬 수밖에 없어. 아까 그 좀비 무리가 쏟아져 들어오면 좀비가 장님이어도 이 잡듯이 뒤질 수 있을 걸.”


땅을 가득 메우고 있던 좀비 무리를 떠올린 렉시의 깃털이 빳빳하게 일어섰다.


알록달록한 깃털들을 잠시 흥미롭게 바라보던 세건이 눈길을 돌렸다.


“스크리머 좀비는 내가 제거할게. 그러면 조금이라도 반응이 느려지겠지. 그 틈에 빠져나가자.”

“그러면···.”


세건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눈살을 찌푸리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저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야해. 그럼 아까 그 차가 있던 곳까지 갈 수 있어.”

“차? 다시 거기로 돌아가자고?”


세건의 질문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데드맨존을 가로지르는 건 무리야. 안타라스로 가고 싶다고 했지? 차라리 크게 우회하는 게 나을 걸. 아니면 그 좀비 무리를 돌파할 수 있어?”


세건이 고개를 저었다.


좀비를 우습게 여기긴 했지만, 아무리 세건이라도 그 많은 수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절반을 죽이기도 전에 마력이 떨어지겠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차라리 돌아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알았어. 그러면 길을 뚫을 테니 준비해.”


말을 마친 세건이 좀비들을 향해 오른손을 겨냥했다.


우우우우웅


마력이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팔이 덜컥덜컥 떨리기 시작했다.


손끝에 빛이 모이기 시작하자 마침내 좀비들도 세건이 숨은 곳을 알아차렸다.


“우어어어어어···.”


워커 좀비들이 느릿하게 앞으로 나서는 동안 스크리머 좀비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려는 순간 빛이 번쩍였다.


콰아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좀비들 사이로 길이 났다.


“지금이야! 가자!”


세건의 외침에 맞춰 세 사람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좀비들 사이를 달리는 동안 세건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좀비의 행동 원칙은 단순하다.

큰 소음이나 빛 같은 자극을 받으면 접근한다.

생물을 발견하면 공격해서 뜯어먹는다.


그 앞이 명백한 함정이더라도 좀비는 판단하지 않는다.

짐승이라기보단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세건의 주변을 둘러싼 좀비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처럼 보였다.


뻥 뚫린 길 사이로 세건 일행이 달리고 있는데도 다가오는 좀비는 몇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세건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벽을 이루듯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일행은 좀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무사히 포위망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헥헥···! 오늘 평생 달릴 만큼 달린 것 같아!”


계속 달린 끝에 세 사람은 세건의 차가 있는 장소까지 도착했다.


긴장이 풀린 크리스티나가 달리는 것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음···.”


세건은 잠시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중에서 가장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크리스티나였다.


마법사인 세건이나 수인인 렉시와 다르게 일반인인 크리스티나의 운동능력은 평범했다.


이미 숨을 헐떡이는 크리스티나는 쉴 수밖에 없지만···.


‘이대로는 따라잡혀.’

세건은 수색하던 변이 좀비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이미 죽은 시체는 지치지 않는다.


러너 좀비 같은 놈들이 쉬지 않고 뛰어온다면 얼마 가지 않아 따라잡히리라.


그렇다고 억지로 달리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럼 잠깐만 쉬고 있어.”


차에 기대어 주저 앉은 크리스티나를 내버려두고 세건은 뒤로 몸을 돌렸다.


곧 쫓아올 변이 좀비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아, 그럼 나도···.”


함께 쉬려던 렉시도 세건의 의도를 눈치 채고 일어서려 했다.


세건은 손을 내밀고 렉시를 제지했다.


“됐어. 너는··· 크리스티나를 지켜줘. 한 5분 동안.”


가장 중요한 건 크리스티나가 체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다시 도망칠 수 있었다.


세건과 렉시 둘뿐이라면 충분히 달아날 수 있겠지만 내키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기껏 힘들게 구했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크리스티나를 힐끔 본 세건은 변이 좀비를 기다렸다.


“끄라라라라라!”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리퍼 좀비들이었다.


뛰어난 도약력을 이용해 리퍼 좀비들이 사방에서 뛰어내렸다.


타다다다다!


세건은 침착하게 놈들을 조준해 요격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시커먼 점액을 흩날리며 리퍼 좀비들이 바닥에 추락했다.


“끼에에에에에에!”

“크가가가가각!”


한 발 늦게 러너 좀비와 짐승 좀비들이 나타나 달려들었다.


“흠.”


세건은 리퍼 좀비들을 공격하는데 집중하면서 왼팔의 화염방사기로 불을 내뿜었다.


앞에 서서 달려오던 좀비들이 화염에 휩싸이자 순간 놈들이 주춤거렸다.


좀비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바로 불이었다.


아마 인화성이 높은 좀비 점액 때문에 불이 옮겨 붙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좀비는 마른 장작이나 다를 바 없었다.


화염의 벽이 길을 막는 동안에도 세건의 등은 총탄을 뿌리며 껑충껑충 뛰어넘은 리퍼들을 차례대로 처치했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리퍼 좀비들은 렉시의 마체테에 간단하게 쓰러졌다.


“빠, 빨리 도망가야 되는 것 아니야?!”


세건이 느긋하게 돌아오자 크리스티나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힘들었지만 적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쉴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간은 크지 못했다.


“조금만 더 쉬었다가 가.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변이 좀비는 위협적이지만 그 수가 비교적 적었다.


수가 많은 워커 타입 좀비들이 몰려들기 전에 변이 좀비들만 처치하면서 시간을 벌면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변이 좀비들에 대해 무지한 세건의 판단 착오였다.


“세건! 위에서 큰 게 와!”


짐승적인 본능일까.


세건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고개를 든 렉시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늘에서 가까워지는 검은 물체를 본 세건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콰아아앙!


“그루아아아아아앗!”


괴성과 함께 거대한 괴물이 착지했다.

그 충격으로 아스팔트 바닥이 깨져나가며 파편을 뿌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좀비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전신이 좀비 점액에 뒤덮여 부패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탓에 새까만 바디 수트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명백히 인간의 한계를 넘은 거구였다.


눈대중으로 짐작한 크기는 4미터.

물을 흡수한 세건보다도 훨씬 큰 덩치였다.


기형적으로 긴 팔 끝에는 도끼처럼 넓적한 손톱들이 자라 있었다.


“저건 뭐야!? 이렇게 큰 좀비도 있어?”

“헐크 좀비···? 아니, 헌터 타입 같은데? 아마 거인족이 좀비가 된 것 같아!”


놀라서 일어선 크리스티나 다급하게 설명했다.


거인족.

보통 사람보다 두 배 가까이 키가 큰 돌연변이 인류였다.


그런 거인족이 좀비가 되었다라.


“아무튼 움직임을 보니 3차 변이체가 확실해! 평범한 좀비가 아니니까 조심해!”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좀비의 모습을 본 세건은 크리스티나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캇캇캇캇캇. 오랜만에··· 직접 말을 하는군.”


거대한 좀비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 잔뜩 쉰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좀비가··· 말했어!?”


그것을 본 크리스티나가 눈을 크게 떴다.


좀비는 변이를 겪으면서 점차 지능이 향상된다.

기계적인 움직임에서 맹수로 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능이 높아진다고 해도, 말을 하는 좀비 변이체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 똑똑하···군. 아가씨. 그 말대로다. 지금··· 나는 이 ‘맘무트’···를 통해서 말···하고 있지.”


잡음이 섞인 것처럼 말하는 내내 띄엄띄엄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섞은 거대 좀비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이 좀비들을 조종해 우리를 쫓고 있던 게 네놈이냐?”


세건의 질문에 맘무트라는 거대한 좀비가 마치 인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렇다.”

“왜지?”

“그야··· 아름다···운 아가씨를 봐서 말이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할까. 캇캇캇!”


세건의 질문에 맘무트는 짐승처럼 목을 울리며 웃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뿌옇게 변한 좀비 특유의 눈에 서린 욕망을 보고 세건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를 보고 흥분해서 좀비들을 조종해 자신들을 쫓고 있었다는 뜻인가?


거대한 좀비 무리를 지배하는 자의 행동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열한 동기였다.


“이곳은··· 여자가 잘 오지 않···아. 지금 내 시녀들은··· 너무 낡았지···. 새로운 시···녀로 바꿀 때가 되었다.”


맘무트의 거대한 눈동자가 크리스티나를 향했다.


그러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 어린 여자의 냄새···. 좋···군. 빨리 내 노예로 만들고 싶을 정도다.”

“윽···!”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에 크리스티나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그냥 인간도 소름끼칠 텐데 좀비에게 성희롱을 당하다니.


“헛소리 하지말고 꺼져.”


놀라서 얼어있던 렉시가 재빨리 크리스티나의 앞을 막아섰다.


렉시를 본 맘무트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수···인? 더러운 짐승 잡종이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짐승 악취가 나는군···.”

“아주 가지가지하는구나, 너.”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건에게 다시 고개를 돌린 맘무트가 다시 미소지었다.


“아무튼··· 그녀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에 대해 보답하겠다. 너희 모두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을··· 허락해주마.”

“그게 어디가 보답이냐.”


맘무트는 세건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럼 이제 좀비로 만···들···어주···마. 그라아아아앗!”


맘무트의 눈에서 지성이 사라졌다.

크리스티나를 향했던 끈적끈적한 욕망도 더는 남지 않았다.


조금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입에서는 좀비 점액이 섞인 검은 타액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성희롱에다 인종차별까지 하는 사이코패스 좀비라니···.”


상상을 초월한 조합에 세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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