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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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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0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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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563

작성
19.11.2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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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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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DUMMY

“크윽···. 건방진 놈.”


이 상황이 되고서도 오르기스 회장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자신은 구출될 것이고 세건은 반드시 죽을 것이란 확신을 품은 눈.


세건은 반론하는 대신 무릎에 한 발 더 쏴주었다.


탕!


“끄아아악!”

“그래도 회장이니 나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시나?”


이미 오르기스 상회와는 척을 진 사이.

세건은 주저하지 않았다.


툭툭 오르기스 회장의 뺨을 두드리면서 세건이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 벌집이 되기 전에 규칙을 말해줄게. 내가 묻기 전에는 입 열지 마. 특히 그 죽는다느니 뭐니. 무서워서 무심코 총을 쏴버리고 싶어지니까.”

“크윽···.”


오르기스 회장은 세건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가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봤을까.


그러나 탄환으로 알려준 충고가 통했는지 입만큼은 순순히 굳게 다물었다.


따르르르릉.


세건에게도 익숙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오르기스 회장이 쳐다보자 세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받으라고 손짓했다.


“그래. 그렇군. 지금··· 놈에게 붙잡힌 상태다. 총상을 입었고.”

“자료부터.”


부하가 회장의 안부를 묻는 모양이었다.

사이먼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야 했으므로 세건은 회장의 말을 잘랐다.


“자료는 직접 갖고 와야 하는데··· 괜찮겠지?”

“그게 사이먼이 갖고 오는 게 아니라면야.”


잠시 휴대폰에서 귀를 뗀 회장이 세건에게 질문했다.


세건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래. 직원 한 명에게 들려서 보내. 그리고 냉동캡슐은 어떻게 되었나? 음. 알았다.”


통화를 마친 회장이 한숨을 내쉬고 설명을 시작했다.


“자료는 이제 직원이 갖고 올라올 거다···. 보유하고 있는 냉동캡슐은 15개라더군.”

“전부 풀어주라고 해.”

“뭐?”

“동면자 전부 해방하라고. 귓구멍 좀 넓혀줘?”


손가락으로 총을 겨누는 흉내를 냈다.


“자, 잠깐! 이대로 풀어준다고 끝이 아니야! 이대로 세상에 내던져지면 살아남을 수···.”

“지랄하고 있네.”


세건을 그렇게 쫓아낸 장본인들이 오르기스 상회다.


그리고 각성한 동면자들의 운명은 세건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세건처럼 슬럼가로 쫓겨날 확률이 높지만, 이대로 동면 캡슐에 잠든 채 상품 취급을 받거나 노예로 팔리는 것보단 낫다.


“···알았다.”


회장이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동면자들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그 말을 들으며 세건은 자료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5분.


직원이 나타나지 않자 세건은 주저 없이 아직 멀쩡하게 남아있는 회장의 반대쪽 무릎에 탄을 발사했다.


“크아아아악! 가, 갑자기 무슨 짓을···!”

“아, 미안. 지루해져서. 다시 전화해서 시간 끌지 말라고 해. 아님 네가 과다출혈로 죽게 생겼다고.”

“제기랄···.”


오르기스 회장이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당장 올려 보내! 시간 끌려고 하지 말고! 뭐? 이 자식이···! 지금 내가 총에 맞고 있다고!”


틈만 나면 총에 맞고 있으니 회장도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휴대전화에 고함을 지르는 회장에게는 처음의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영화에서 본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먹히네.’


대재앙 이전 관람했던 액션 영화의 심문 장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세건은 피식 웃었다.


그것을 본 오르기스 회장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지었다.


희대의 사이코패스라도 본 얼굴이었다.


띠링.


회장의 고함이 효과가 있었는지 곧바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 여기 갖고 왔습니다!”


32층까지 달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땀투성이가 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왔다.


피를 흘리고 있는 회장과 세건을 번갈아본 남자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멈춰 섰다.


“나한테 주면 돼.”

“아, 예에···. 아니, 알았다!”


테러리스트에게 굽신거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세건에게 서류를 넘기는 손은 부들부들 떨리는 상태였다.


“회,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서류를 건넨 남자는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우물쭈물 하면서 회장에게 말을 걸었다.


슬쩍 세건을 본 오르기스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저게 괜찮아 보이면 아저씨 눈이 좀 이상한 거지.”

“무슨···!”


화를 내려던 남자는 힐끗 피투성이가 된 회장을 보고 말을 흐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건은 남자가 가져온 두꺼운 서류뭉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백 장은 될 것 같은 서류들만 훑어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세건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보다, 아저씨가 동면자 담당이야?”

“그,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지금 동면자들은 어떻게 됐지?”

“아직 각성시키는 중이야.”

“잘 됐군. 아, 이리 와서 서류 좀 봐줘야겠는데.”


알아서 잘 살기를.

세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를 불렀다.

남자는 쭈뼛쭈뼛 다가왔다.


“일단 나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말하지 않겠다.”

“그럼 회장님이 손가락이 더 날아갈 텐데. 그래도 괜찮아? 아, 혹시 회장님이 싫다거나 그런 건가?”


노골적인 세건의 협박에 남자의 눈이 떨렸다.

회장이 고개를 끄덕여 허가하자 결국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 세건에게 협조했다.


“알고 있다. 이세건. 작년 초에 우리가 각성시킨 동면자.”

“그래. 너희가 쓸모없다고 판단해서 추방했지···. 그건 그렇고, 내 동면 캡슐은 어떻게 손에 넣었지?”


세건이 서류를 다시 건네고 질문했다.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류를 확인했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가 파견한 원정대가 발굴했다.”

“최초 발견자라···”


세건의 눈이 빛났다.

만약 동면캡슐을 구입한 거라면 그 흐름을 거슬러 추적하긴 쉽지 않았다.


운이 좋다면 아직 세건의 가족들이 오르기스 상회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곤란한데···.’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르기스 상회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계획대로 흘러가도 세건은 도시를 떠나야만 하는 몸.


만약 가족들의 냉동 캡슐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건은 내심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질문했다.


“그때 발굴한 동면 캡슐들은 어딨지?”

“음···. 기다려.”


남자가 느긋한 손길로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언제 방해꾼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저렇게 느긋한 꼴이라니.


세건이 초조해지던 중 마침내 남자가 찾던 페이지를 발견했다.


“아아···. 찾았다. 동면 캡슐 네 개. 으음···. 두 개는 발굴되자마자 팔려 나갔군.”

“뒈지기 싫으면 명으로 바꿔.”

“응? 아, 아니! 알았어! 두 명!”


철컥


찢어진 옷 틈새로 보이는 총구들이 자신을 겨누자 기겁한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팔렸다고···.’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세건은 모호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어디로 보냈어.”

“아, 안타라스.”

“안타라스?”


낯선 이름에 세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참 고민하던 세건은 마침내 북쪽 멀리 있던 도시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곳이 노예제 국가라는 사실도.


‘이 새끼들이 지금 내 가족을 노예로 팔았다고?’


눈앞이 붉게 물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 눈앞의 남자 머리통을 으깨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물어볼 것이 있었다.


세건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참고 질문했다.


“누구한테?”

“그, 그게 레드 플래그 상단이란 기록만 있습니다···.”


세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

부들부들 떨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경어로 대답했다.


“기록만? 그게 무슨 뜻이지?”

“그, 그게···. 거래 기록이 80년 전이라서···. 최, 최근에는 레드 플래그 상단과 만난 적이 없습니다.”


80년 전.

아득한 세월에 세건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남은 한 명은?”

“시··· 십 년 전에 아이기스란 도시에···.”

“제길. 아이기스는 또 어디야?”


10년이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세건은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아이기스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중남부에 있는 장막도시입니다. 시정부에서 냉동 캡슐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갔다고 되어 있습니다···.”


장막도시란 일반적인 도시국가보다 한층 더 폐쇄적인 도시를 가리킨다.


어느 도시든 외부인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보이지만, 장막 도시는 아예 안팎을 오가는 어떤 교류도 거부하는 비밀주의자들이다.


게다가 위치도 문제였다.

엔트위프의 위치는 서부 황무지. 그에 비해 중부는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머나먼 땅이었다.


‘찾는 게 쉽지 않겠어···. 하지만 이정도면 알 건 다 알았군.’


안타라스의 레드 플래그 상단.

장막도시 아이기스.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은 세건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탕!


세건의 손에서 발사된 탄환이 오르기스 회장의 가슴에 명중했다.


“으, 억···!”

“가, 갑자기 무슨 짓을···!”


오르기스 회장이 경악한 눈으로 세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인질로써 가치가 있다고 믿던 그에게는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소구경 탄환이라고 해도 살아날 수 없는 부상이었지만 세건은 담담하게 회장의 머리에 탄환을 박아 넣어 확인 사살을 끝마쳤다.


그 순간.

마법사의 감이 맹렬하게 위험을 호소했다.


이제 익숙해진 감각.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콰가가가가강!


검붉게 빛나는 거대한 마력이 아래층에서부터 세건이 있던 장소를 갈랐다.


그 바람에 세건과 함께 있던 남자가 반으로 갈라져 즉사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늦어버렸군요.”


사이먼 쇼어가 나타났다.


‘청소부’ 사이먼.

엔트위프 최강의 마법사.


힐끗 회장의 주검을 확인한 사이먼이 미약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최대한 빨리 왔는데···. 하아. 설마 회장이 당해버리다니.”

“고용주도 당했는데 그냥 가면 어때?”


세건의 질문에 사이먼이 피식 웃었다.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왜 물어봅니까?”

“응? 도시 최강 마법사가 되면 그런 것도 느낄 수 있나?”


세건이 신기한 듯 묻자 사이먼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살기를 풀풀 날리면서 그냥 보내 달라니. 지금 당신은 저를 죽일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은데요?”

“그건 그런데···. 여유롭군. 회장이 죽었는데.”

“뭐 그건 조금 신경 쓰이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있다면 회장이 누구든 도시를 지배하는 건 문제 없으니까요.”


오만하기까지 한 말.


그러나 세건은 사이먼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도시 최강의 무력과 재력이 합쳐진다면 그 정도 포부는 있을 수도 있겠지.


“그보다··· 당신, 저번에 한번 댁에서 뵈었죠?”

“아아. 호구 같이 8억이나 뜯겼었지.”

“후회되는군요. 괜히 살려두었다가 뒤통수를 맞아버리다니.”


갈라진 틈을 훌쩍 뛰어오른 사이먼이 위층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한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죠? 죽어도 복수하겠다는 생각인가요?”


가만히 세건을 바라보던 사이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죽을 생각을 한 사람의 눈이 아니군요. 설마···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렇다면?”


세건이 피식 웃었다.


‘자존심이 우선인가.’


감히 도시 최강의 마법사에게 겁 없이 덤벼든 애송이.


한 번 살려주었던 애송이에게 물어 뜯긴 사이먼의 눈이 어두운 빛을 발했다.


“그러면 그 생각이 틀렸단 걸 보여드려야죠.”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었다.


타다다다다다!


총성이 싸움을 알렸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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