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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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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3,808
추천수 :
1,400
글자수 :
203,563

작성
19.11.2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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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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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DUMMY

‘생각보다 멀어졌는데.’


위를 올려보니 대여섯층은 떨어진 모양이었다.


세건은 천장을 노려보며 사이먼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나르시스트인 그자는 자신의 명성이 상처 입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터 였다.


세건을 죽이기 위해 반드시 쫓아올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더 싸울 필요가 있나?’


세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건이 원하던 정보는 이미 모두 얻었다.

그렇다면 굳이 사이먼과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테리가 엔트위프 시민이 되는 건 무리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죽음을 각오하고 그렇게까지 도와줄 의리는 없었다.


카가가가각!


그 순간 세건이 떨어져내린 구멍에서 커다란 마력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


천장을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던 세건은 어렵지 않게 마력 칼날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마력 칼날은 세건 대신 화장실 칸막이들을 파괴하는데 그쳤다.


부서진 변기들이 꿀럭꿀럭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수도가 살아있나?’


세건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 300년이 지난 뒤에도 화장실이 멀쩡히 작동하다니.


오르기스 상회 건물은 생각보다도 훌륭한 모양이었다.


“기껏 도망친 곳이 화장실이라. 너한테 어울리는 최후가 되겠어!”


어느새 쫓아온 사이먼이 천장에서 세건을 내려 보며 비웃었다.


바닥에 꽂혀 있던 거대한 마력 칼날이 공기 중에 녹듯이 사라졌다.


“무서워서 거기서 내려오지도 못하는 주제에.”

“뭐라고? 이 자식이···!”


세건의 도발에 사이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사이먼은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방에 퍼져 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노련했다.


‘가까운 곳에는 바로 반응할 수 있지만, 멀어질수록 퍼지는 속도가 느려.’


세건은 사이먼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확산 속도를 살폈다.


사이먼 주변에는 마력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어지럽게 춤추고 있었다.


하지만 놈과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지면 마력이 퍼지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나마도 명확히 세건을 노리는 몇 가닥 마력의 흐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멋대로 퍼져나갔다.


‘시간을 끌면 또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야. 서둘러 몰아쳐야 해.’


화장실은 32층의 회장실보다 훨씬 비좁았다.


조금만 망설이면 아까 전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터였다.


여기서 사이먼을 죽인다.


그렇게 결심한 세건이 사이먼을 향해 뛰어 들었다.


“머저리 같은 놈! 가까워질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건가?”


사이먼은 다가오는 세건을 비웃고 마력 칼날들을 만들어 냈다.


나뭇가지처럼 어지럽게 뒤얽힌 마력 칼날이 세건을 향해 뻗어 나왔다.


세건이 마력 칼날을 메이스로 후려쳤다.


쿠우우우웅!


몸까지 전달된 충격에 사이먼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마력 칼날을 이용해 천장 부근에 몸을 고정시켜 놨기 때문에 충격 대부분은 벽에 흘러 들어갔다.


“흐아아아압!”


세건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메이스를 휘둘렀다.


마력 칼날들이 깨져나간 순간 더 많은 칼날들이 솟아나왔다.


그러나 세건은 신경 쓰지 않고 메이스를 멈추지 않았다.


“소모전으로 가도 소용없다!”

“누가 소모전을 노린다는 거야?”


세건이 피식 웃었다.


사이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건의 내심을 가늠했다.


‘소모전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무의미하게 공격하는 이유가 뭐지?’


그러나 사이머는 세건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사이먼이 도시 최강의 마법사가 될 수 있던 건 바로 마력 칼날이 깨져나가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점에 있었다.


허공으로 흩어진 마력은 통제력을 잃기 전 사이먼의 마법으로 다시 칼날로 변했다.


100% 회수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상대가 마력 칼날을 부수더라도 사이먼은 마력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파괴되면서 마력이 더 퍼지기 때문에 공격 범위가 넓어졌다.


이제 곧 사이먼의 마력이 방안에 가득 찰 테고 그렇게 되면 세건은 죽은 목숨이었다.


쩌저저저적


“응!?”


마력이 차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이먼에게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리자 몸을 고정하기 위해 마력 칼날을 박아 넣었던 벽들에 생긴 균열이 눈에 들어 왔다.


세건의 메이스에서 계속 전달되고 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쿠구구궁!


결국 벽이 깨져나가며 사이먼이 화장실로 떨어졌다.


“젠장!”


옷이 물에 젖는 불쾌한 느낌에 사이먼이 욕설을 내뱉었다.


사이먼의 마법은 미리 퍼져 있는 마력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


“드디어 떨어졌네.”


마침내 같은 곳에 선 사이먼을 보고 세건이 히죽 웃었다.


목적을 달성한 것 같은 세건의 태도에 잠시 사이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비록 화장실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건은 어지럽게 얽힌 마력 칼날을 뚫을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만큼 마력이 퍼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게 분명했다.


“흥. 같은 곳에 섰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달라질 건 없다.”

“그럴까? 천장과 여긴 완전히 전혀 다른 환경 같은데.”


세건이 웃으면서 메이스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사이먼의 몸에서 빼곡하게 돋아난 마력 칼날이 아니라 곁에 있던 세면대가 목표였다.


푸시시시시!


세면대가 부서지면서 연결되어 있던 수도관이 함께 끊어졌다.


좁은 화장실 안에 비처럼 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게 무슨 수작이지?”


사이먼은 얼굴을 적시는 물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단지 죽기 전에 자신을 귀찮게 하려는 걸까?


그러나 세건의 얼굴은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글쎄. 곧 알게 되겠지.”


젖은 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긴 세건이 다시 사이먼을 향해 돌진했다.


“멍청한 놈! 소용없다는 걸 아직도 못 배웠나?”


처음과 똑같은 공격에 사이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력 칼날을 깨부수는 세건의 힘과 메이스는 인상적이었지만, 위협까지 되지는 못했다.


얼마나 부수든 마력칼날은 그보다 더 빨리 늘어날 테고 결국 이기는 건 자신일수밖에 없다고 사이먼은 믿었다.


상황은 조금 전과 똑같이 흘러갔다.


무모하게 메이스를 휘두르며 다가온 세건은 칼날로 이루어진 방책에 가로막혔다.


사이먼과 가까워질수록 마력 칼날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세건이 올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무슨!? 미쳐버린 건가?”


그러나 이어진 세건의 행동에 사이먼은 눈을 크게 떴다.


세건은 마치 눈앞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처럼 마력 칼날 속으로 아랑곳 않고 뛰어들었다.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마력칼날이 세건의 몸을 베어내면서 사방에 붉은 피가 튀었다.


‘자살인가?’


궁지에 몰리다 자포자기라도 한 걸까? 사이먼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이어진 세건의 행동을 본 사이먼이 경악했다.


분명 수십 토막이 나야 했을 세건은 여전히 멀쩡했다.


고통스러운 것처럼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지만 마력 칼날이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간간이 눈앞의 마력칼날을 쳐내면서 세건이 사이먼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르다고 했지?”

“대체 어째서 죽지 않는 거냐!”


세건은 놀라서 굳어버린 사이먼을 보고 웃었다.


모두 물 덕분이었다.


물주머니 특성으로 바닥의 물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세건은 동시에 수분재생을 사용했다.


상처 밖에서 흘러들어온 물방울까지 수분재생에 사용하자 상처 재생속도가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다.


말 그대로 상처가 난 순간 낫고 있었다.


마력 칼날이 세건의 몸을 미처 절단하기도 전에 잘려나간 부분이 달라붙어 아무 상처도 입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머리는 조심해야겠지만.’


사이먼이 필사적으로 마력 칼날들을 만들어냈지만 그리 의미는 없었다.


회복력을 믿은 세건은 머리를 향한 마력칼날들을 부수며 빠르게 사이먼을 향해 전진했다.


반쯤 정신을 놓았던 사이먼은 뒤늦게 마력 칼날들로 공격하는 걸 포기했다.


대신 마치 새장처럼 격자 형태의 마력 칼날로 자신을 감쌌다.


닿는 즉시 베어버리는 최고의 방어이자 공격인 셈이었다.


“쳇.”


격자로 된 마력칼날에 세건도 함부로 다가서지 못했다.


단순히 선으로 베이는 건 상관없었지만, 격자구조는 잘못하면 몸이 여러 토막으로 나뉘어 재생이 늦어질 위험이 있었다.


“제길···!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사이먼은 공포에 젖은 눈으로 세건을 보고 있었다.


믿었던 마력 칼날이 아무 효과도 없는 것처럼 보이자 사이먼은 완전히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세건의 모습이 땅속으로 꺼진 것처럼 사라졌다.


“어디냐!?”


깜짝 놀란 사이먼이 황급히 사방을 살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이먼은 방심하지 않고 새장 속에서 계속 세건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 세건의 기척은 나타나지 않았다.


코앞까지 다가와서 갑자기 물러나다니.


‘설마 물러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덥썩


사이먼의 발목이 강력한 손아귀에 붙잡혔다.


“끄아아악!”


손아귀힘만으로 발목이 으스러지면서 사이먼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놀라서 바닥을 내려 보자 바닥에서 세건의 손이 불쑥 솟아 있었다.

그리고 물 안에 세건의 얼굴이 비쳤다.


“뭐!? 대체 마법을 몇 개나···!”


경악한 사이먼이 입을 벌린 순간 세건의 두 손이 바닥으로 사이먼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세건의 손길은 무자비했다.


붙잡은 살이 터져나가고 뼈가 부러져 나갔다.


사이먼의 몸이 마치 종이처럼 차곡차곡 접혀 나갔다.


처절한 비명이 끝난 후 화장실에 남은 것은 붉게 물든 물뿐이었다.


****


상회에서 빠져나오자 부시장이 말한대로 상회 앞에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차를 몰고 다가가자 협의한 대로 성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엔트위프 경비대가 성문을 지켰지만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세건이 도시를 나갈 때까지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오셨군요.”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리던 검은 양복, 로드릭이 세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회장과 사이먼 둘다 죽었습니다.”

“그 두 사람이···!”


담담한 세건과 달리 로드릭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이 죽다니! 엔트위프의 정치판이 완전히 뒤집힐 겁니다. 오르기스 상회는 몰락할 테고, 현 시장도 힘을 잃겠죠. 다음 선거에서는 시장이 바뀔 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이제 떠날 도시가 어떻게 되든 세건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렇군요. 그럼 약속한 물건은요?”

“여기 있습니다.”


세건의 질문에 로드릭이 갖고 있던 캐리어 가방 두 개를 건넸다.


세건이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부시장이 약속했던 헌터 물품과 함께 얼마 안 되는 짐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가방에는 그렛화가 가득했다. 육안으로 봐서는 얼마인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확실히 20억 그렛입니다.”


고민하는 세건을 본 로드릭이 말을 덧붙였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속이진 않겠지.

세건이 고개를 끄덕이고 트렁크에 물건들을 실었다.


“테리는···.”

“친구분에게는 곧 시민권이 발급될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더 이상은 볼 일이 없었다.


세건이 다시 차에 올라타는 순간 로드릭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실 예정입니까?”

“안타라스로 갑니다.”

“안타라스라. 근래 계속 혼란스러운 도시죠. 뭐 사이먼까지 쓰러트린 분에겐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그럼 편안한 여행이 되시길.”

“감사합니다. 그럼.”


인사를 마친 세건이 차를 출발시켰다.


가족을 찾아볼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예정보다 훠어어얼씬 늘어난 전투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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